[북 불법환적 현장을 가다] ① 캐나다 호위함·헬기의 입체작전

동중국해-박재우 parkja@rfa.org
2024.07.24
[북 불법환적 현장을 가다] ① 캐나다 호위함·헬기의 입체작전 부산항에 기항 중인 캐나다 헬리팩스급 호위함 몬트리올함에 캐나다기, 한국기, UN기가 걸려 있는 모습.
/RFA PHOTO

[작전통제실] 작전통제실입니다. 센서에 목표물까지 4~5마일 이내에 도착할 것이라고 표시되면보고해주시길 바랍니다.

 

[키저 중위] 알겠습니다. 20분 뒤에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3일 오전 10시 몬트리올함. 함교에서 레이더를 살피고 있던 항해관 행크 키저 중위에게 ‘작전통제실’로부터 전방 목표물을 주시하라는 무전 지시가 내려옵니다.

 

서해 해상에서 선박 자동식별시스템(AIS)를 끈 대북제재 위반이 의심스러운 선박이 발견됐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북한이 불법 해상활동을 벌이는 방법은 세 가지입니다. 선박 위치를 알리는 자동식별장치인 ‘AIS신호를 끄거나, 배의 깃발은 물론 선명을 바꾸는 행위, 그리고 선박 대 선박 불법환적입니다.)

 

캐나다 해군의 핼리팩스급 호위함 ‘몬트리올’함은 이달 초 서해와 동중국해 해역에서 ‘네온작전’(Operation Neon)을 실시했는데, 3박 4일 간의 작전 전 과정을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단독 공개했습니다.

 

네온작전은 캐나다 정부가 군용기와 함선을 한반도 주변 지역에 정기적으로 순환배치 해, 선박 간 연료 환적 등 북한의 유엔 대북제재 위반 행위를 해상에서 감시하는 활동입니다.

 

몬트리올함에서 지난 4일 포착된 한 의심스러운 선박. 몬트리올함 정보분석 결과 대북제재 위반을 하는 선박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RFA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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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함의북 불법환적추격전

 

몬트리올함 선미에 위치한 '작전통제실(Ops Room)'은 정보장교들의 지휘 아래 대북제재 위반 선박들을 식별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자료)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수중과 수면 위의 정보를 분석하고 네온 작전을 총괄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합니다.

 

의심되는 선박이 발견되면 작전통제실에서 해당 정보가 함교로 전달되고, 항해관은 대북제재 위반 현장을 포착하기 위해 함의 방향을 조정합니다.

 

[키저 중위] 방금 무전은 제가 작전통제실과 소통하는 좋은 예였습니다. 작전통제실 센서를 통해 무언가 식별됐고, 4~5마일 이내에 가까워지면 보고하라고 했습니다. 작전통제실이 더 자세한 정보를 확보하게 되면 함교에도 전파할 것입니다. 작전통제실은 모든 정보를 수집하고 있고, 함교와 소통하고 있습니다.

 

광대한 바다에서 정상적인 운송과 불법 활동을 구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결국 이날 몬트리올함은 하루 내내 추격전을 펼쳤지만, 대북제재 위반이 의심되는 선박을 포착하지 못했습니다.

 

몬트리올함은 지난 3일 자유아시아방송에 함교 내부를 공개했다. 영상은 무전 중인 행크 키저 중위가 무전을 하고 설명하는 내용. /RFA영상

 

다음날인 4일 오후 2시 30분 동중국해에서 정찰활동을 하던 몬트리올함이 속도를 내 어디론가 향합니다.

 

데이비드 첸 몬트리올함 공보관이 한 선박을 추적 중이라며 취재진에게 귀띔해주었습니다.

 

서둘러 갑판으로 들어서자 약 2km 떨어진 먼 곳에 한 선박이 눈에 들어옵니다. 육안으로 확인되지 않지만, 카메라 확대를 통해 깃발이 달려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동식별장치를 끈, 정황상 의심스러운 선박이기에 대북제재를 어긴 북한 선적일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취재진은 좀 더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트래비스 베인 함장이 있는 측방함교 찾았습니다.

 

[베인 함장] 약간 의심스럽다는 몇 가지 지표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더 자세히 살펴보기로하고, 잠재적인 (유엔)보고의 계기가 될 수 있는 추가적인 징후를 포착할 수 있는지 확인했습니다. 확인 결과 이번 경우 선박이 저희 기준에 불일치했고, 유엔에 보고할 가치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몇 가지 눈에 띄는 부분이 있었지만, 대북제재를 위반하고 있는 북한 선적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자세한 분석 결과 중국 오성홍기를 달고 있는 오징어잡이 배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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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제재 감시의 눈’으로 불리는 캐나다 해군의 사이클론 헬기의 모습. /RFA Photo

 

작전통제실과 함교에서 유의미한 정보가 발견되면 좀 더 가까이서 현장을 확인하기 위해 함 갑판에 탑재된 ‘CH-148 사이클론 헬기’가 운용되기도 합니다.

 

적외선 카메라, 전자 광학 카메라를 장착하고 있어 멀리 있는 곳에도, 어두운 곳에서도 정찰 임무를 쉽게 할 수 있습니다.

 

몬트리올함 측은 취재진의 사이클론 헬기 탑승을 사전 승인했으나, 당시 기상상황과 기계 결함 등으로 탑승할 수 없었습니다.

 

헬리콥터 총책임을 맡은 잭 로슨 캐나다 공군 소령은 이번 임무를 위해 해군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그는 이날 RFA와 인터뷰에서 ‘사이클론 헬기’가 네온 작전을 수행하는 ‘몬트리올함’의 정찰 임무를 더 확장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로슨 소령] 명령을 받으면 우리는 갑판에서 헬리콥터를 꺼내 비행을 할 것입니다. 우리의 임무는 배의 정찰 임무를 확장하는 것입니다. 하늘로 올라가 높은 고도에서 주변에 무엇이 있는지 더 잘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대 지상전 도구, 레이더, 전기 광학 카메라를 사용합니다. 조사가 필요한 배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고 우리는 그것을 작전통제실과 함교에 보고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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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대북제재위원회 보고서에서 공개된 북한 선박의 불법 선박 대 선박 선적의 모습. /유엔 보고서

 

유엔 활동 효과적이라는 증거

 

유엔 안보리(안전보장이사회)는 2017년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제재를 가하고 북한에 연간 50만 배럴 이상의 정제유 수송을 하지 못하도록 상한선을 뒀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아랑곳하지 않고 이를 위반하고 있습니다.

 

캐나다,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등 유엔 회원국들은 서해와 동중국해 해상에서 감시작전을 수행하고 유엔에 보고해 북한의 불법 해상활동에 대해 알려왔습니다.

 

이 활동을 토대로 유엔 대북제재위원회가 발간한 2024년 전문가 패널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1월부터 9월까지 북한에 건네진 정제유 추정치는 상한선의 약 3배가 넘는 수준의 최대 150만 배럴 수준입니다.

 

또한, 감시 활동을 인식한 듯 지난해와 올해 북한의 불법 해상 환적지가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서해 해상으로 옮겨지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습니다.

 

최근엔 심지어 동해에서 북한 유조선이 러시아로부터 석유를 공급받아 자국으로 수송하고 있단 분석도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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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비스 케인 몬트리올함 함장이 함장실에서 RFA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습. /RFA Photo

 

존 커비 미국 백악관 전략조정소통관은 지난 5월 2일 기자회견을 통해 3월에만 러시아가 16만5000배럴 이상의 정제 석유를 북한에 선적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난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단에서 해상 전문가로 활동했던 닐 와츠 전 위원은 17일 RFA와 통화에서 “북한이 감시당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이를 피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와츠 전 위원] 북한은 기술을 이용하여 물리적이든 디지털이든 자국 선박의 신원을 위장하는 등 기만전술을 자주 사용합니다. 또 배를 빨리 돌리려고 합니다. 그러면 배들이 불법적인 석유 제품 이전을 하는 것에 덜 노출되기 때문이죠.

 

동중국해에서 수행된 이번 작전에서 의심스러운 북한 선박이 발견되지 않은 것에 대해 베인 함장은 “유엔의 대북제재 위반 감시활동이 효과적이라는 증거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베인 함장] 우리가 아직 여기에서 의심되는 선박을 발견하지 못한 것은 유엔안보리 결의를 지키기 위해 캐나다 같은 다른 협력 국가들이 수행하는 행동이 효과적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증거일 것입니다. 우리는 핵무기의 확산, 그리고 그러한 종류를 지원하는 다양한 연료와 무기의 이동을 막고 있습니다.

 

한편, 북한은 국제사회 대북제재 감시 활동에 반발해 왔습니다.

 

북한 외무성은 6월 13일 대외정책실장 명의의 담화를 내고 “최근 영국과 캐나다, 프랑스, 뉴질랜드 등이 한반도 주변 수역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군함과 군용기를 보내 지역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편집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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