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무여 안녕, 북·쿠 동맹의 위기] ⑤ 꽃보다 꼬레아, 쿠바는 한류 홀릭
2024.04.26
쿠바 김일성 고등학교에 ‘주체사상’ 대신 00 있다
북한과 쿠바 동맹 50년을 기념해서 지난 2011년 개교한 쿠바의 김일성 고등학교.
학생 수 526명의 아바나 시내에서 40분 거리 시골 마을의 공립학교입니다.
아바나 주민: 낮에는 김일성학교이나 야간에는 직업학교입니다. 들어가 보겠습니까? 따라오세요.
수업이 끝난 조용한 평일 오후. 시골 마을의 학교로는 드물게 맞는 방문객이어서 인지 취재진을 놀라게 한 작은 소동이 일어납니다.
주민의 안내로 소개 받은 첫 학교 관계자는 교감이었습니다.
그런데 중년 여성인 교감 선생님은 기자와 인사를 한 후 어디론가 급하게 전화를 겁니다.
(김일성 고등학교 교감) No a mi hija le encanta. 딸이 한류, 한국 드라마를 매우 좋아해요.
북한과 쿠바 친교의 상징이라는 김일성 고등학교의 고위직이 한국인을 만났다며 사진을 찍어 딸에게 자랑하는 모습이 낯설었습니다.
(음악)
아바나 시내의 한 초등학교.
수업을 받던 학생들이 단체로 자리에서 일어나 취재진에게 환영 인사를 합니다.
(기자) 다들 친절하네요. 학생들이 다 일어나네요. 무슨 뜻이예요?
(통역 쿠바인) 학급 교훈을 단체로 말한겁니다. 교장선생님이 한국드라마를 자주본다고 하네요. 드라마 속 한국사람들 다 잘 생겼다고 합니다.
교장 선생님도 한국에 호감을 가지고 있다며 한국 드라마를 즐겨 본다고 했습니다.
아바나 시민의 휴식처이자 최고 관광지인 말렌꼰 해변에서 만나는 쿠바 청년들은 취재진에게 한국 사람이냐며 반갑다고 함께 사진 찍자고 청합니다.
아바나에서 취재진을 도와준 쿠바 통역인도 한국이 좋아서 한국말을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통역 쿠바인) 한국의 모든 것이 좋아서 한국어를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말과 한국 드라마, 노래를 좋아하는 쿠바인들에게는 ‘꽃보다 꼬레아’입니다.
(꽃보다 남자 OST)
쿠바에 한국 문화가 유행하게 된 것으 2013년 아바나 국영방송에서 한국 드라마를 방영하고부터 입니다. 한국 드라마 ‘아가씨를 부탁해’와 ‘내조의 여왕’ ‘시크릿 가든’이 크게 유행했고 이후 ‘꽃보다 남자’가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한국 드라마 ‘꽃보다 남자’는 쿠바의 공중파에서 방영된 적이 없지만, USB 메모리 등의 형식으로 아바나의 한류 팬들에게 전파됐고 드라마 남자 주인공은 쿠바 에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건물 유리문이 연습실 “k pop이 나를 살렸다”
이제는 인터넷 보급으로 한국 문화를 더 빠르고 폭넓게 접할 수 있게 됐습니다.
북한과는 달리 쿠바에서는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사용이 자유로워 한국 문화는 물론 전세계의 모든 문화를 즐길 수 있습니다.
아바나 중심에 있는 미술 박물관 건물 앞에 춤을 추는 쿠바 청년들이 보입니다.
마땅한 연습장이 없는 10대에서 20대 쿠바 남녀 청년들이 큰 유리문이 있는 건물 앞에서 k pop 에 맞춰 춤을 추고 있습니다.
(k pop 쿠바 청년팀) 안녕하세요 AnB입니다.
블랙핑크의 노래에 맞춰 친구와 열심히 춤을 추고 있는 10대 소녀는 한때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친구가 알려준 k pop 덕분에 힘을 얻었다고 했습니다.
(나샤 14세) 스스로 목숨을 끊고 싶을 정도로 어려운 때가 있었는데 친구가 알려준 BTS의 노래와 메세지를 듣고 생각을 바꿨습니다.
쿠바와 한국은 최근까지 수교가 맺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의 K-Pop 가수들이 직접 쿠바에서 공연을 한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쿠바 청년들은 두나라의 수교로 가까운 미래에 자신들이 좋아하는 K-Pop 스타들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하고 있습니다.
모자 하나 값이 월급 절반이지만 불티나는 k pop 상품들
아바나 대학교 앞에 있는 선물 가게 입니다.
진열된 물건 사이 사이 K-Pop 가수들의 얼굴이 새겨진 기념품들을 볼 수 있습니다.
K-Pop에 빠진 젊은이들 사이에는 이러한 상품(‘굿츠’)을 사 모으는 것이 유행이라고 합니다.
가수들의 얼굴이 새겨진 작은 기념품들의 가격은 미화로 5달러에서 10달러.
쿠바의 의사와 변호사의 한 달 월급이 20에서 30 달러 인 것을 생각하면 저렴하지 않은 가격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K-Pop 기념품들은 없어서 못 팔 정도라고 합니다.
(가게 매니저) 아주 잘 팔립니다. 10대와 20대 여성이 많이 삽니다.
기자: 상품을 어디서 구해오나요?
가게 매니저: 멕시코에서 구입해서 들여옵니다.
쿠바 청년들에게 희망과 즐거움을 주는 한국 드라마와 노래는 지구 반대편 쿠바의 형제국 북한에서는 강력한 처벌 대상입니다.
(RFA 리포트 2023 9.21) 양강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19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지난 7월 18일 혜산 영화관 앞마당에서 공개 재판이 있었다”며 “공개 재판 대상은 불순녹화물(영화, 드라마 등 한국 영상)을 보고 유포시켰다는 20대 전후반 어린 청년 4명이었다”고 전했습니다.
쿠바의 ‘북한 한류’ 태권도 그러나…
쿠바의 북한 한류는 없을까 찾아 봤습니다.
K pop을 즐기는 쿠바 청년들에게 북한 노래를 들어본 적 있는지 물었습니다.
(k pop 쿠바 청년) 북한 노래는 획일적이라는 것 밖에 생각나지 않습니다.
아바나 시내의 한 공터에 우렁찬 기합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어린이들이 하얀 도복을 입고 구슬 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딱딱한 콘크리트 바닥에서 맨발로 태권도 품새를 취하는 어린아이들의 얼굴은 아주 진지해 보입니다.
이곳에서 태권도를 가르치는 펠릭스 디아즈 사범의 본 직업은 의사입니다.
그는 일주일에 3일씩 이곳에 나와 방과 후 집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야 하는 어린이들에게 무료로 태권도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필릭스 씨는 국제 태권도 연맹 공인 5단입니다.
소위 북한 태권도라고 알려진 ITF 태권도는 남한의 국기원 와는 다른 스타일의 태권도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필릭스 사범이 태권도를 배웠을 때 쿠바와 남한은 수교가 없었고 유일하게 접할 수 있었던 태권도는 ITF 태권도 뿐이었습니다.
태권도를 배우는 아이들의 도복위에 ‘용인 태권도’ ‘USA’라고 쓰인 글자가 선명합니다.
얼핏 봐도 ITF 태권도의 정식 유니폼은 아닙니다.
중고 시장에서 각자 구입한 태권도 도복으로 보입니다.
학생들이 허리에 매고 있는 띠 역시 각양 각색입니다.
어떤 학생들은 집에서 직접 만든 띠를 허리에 매고 있습니다.
비록 북한식 태권도를 배우고 있지만 북한 정부나 북한 대사관의 지원은 없습니다.
개인의 사비를 털어 쿠바 어린이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치는 디아즈 사범은 최근 맺어진 한국과 쿠바의 수교 소식에 고무되어 있습니다.
펠릭스 디아즈 사범: 한국과 쿠바가 수교로 한국과의 교류가 활발하게 이뤄진다면 아이들에게 좀 더 제대로 된 지원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습니다.
태권도를 배우는 쿠바 아이들은 태권도 수업전 한국 아이들이 즐겨하던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쿠바 아이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쿠바에 한류 꽃이 피었습니다.
한국과 쿠바의 수교는 경제와 외교는 물론 쿠바와 한국의 문화에도 큰 변화를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 되고 있습니다. 60여년간동맹을 맺고도 특별한 역할을 하지 못했던 북한의 자리에 남한이 어떻게 채울 수 있을지 쿠바인들의 기대도 커지고 있습니다.
RFA 특별기획 <동무여 안녕, 북한-쿠바 동맹의 위기> 5편, 최종회를 마칩니다.
지금까지 제작, 진행에 자유아시아방송 김진국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