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무여 안녕, 북·쿠 동맹의 위기] ③ 쿠바 북한 대사관은 안녕하십니까
2024.04.24
(인트로) 음악과 축제의 흥이 넘치는 혁명과 열정의 시간에 머문 나라
북한의 지구 반대편 태평양 너머 1만 3천 킬로미터의 거리 만큼이나 북한과는 거리 풍경도 분위기도 다른 나라, 먼나라, 섬나라인 쿠바입니다.
(Music)
쿠바 북한대사관 관계자의 황급한 외출
2024년 3월 마지막 일요일 아침 쿠바의 수도 아바나.
대사관이 모여있는 에스키나(Esquina) 대로의 두 도로가 만나는 좋은 자리에 인공기를 펄럭이는 북한 대사관이 있습니다.
대사관 담에는 유리벽 선전판이 있고 투명 유리 안쪽으로 김정은 총비서의 최근 활동을 소개하는 사진들을 붙여 놓았습니다.
선전 사진 오른쪽엔 북한을 홍보하는 인터넷 매체들을 소개하는 동영상이 재생되고 있습니다.
적도에 가까운 더운 나라 쿠바임을 확인해 주는 듯한 섭씨30도와 따가운 햇살, 살랑이는 바람에 반응하는 인공기와 가끔 도로를 지나는 오래된 자동차를 제외하고는 북한 대사관과 주변은 정적 그 자체였습니다.
기자는 북한 대사관 건물을 뒤로 둔 공원에서 대사관 모습을 전하는 촬영을 했습니다.
(기자 현장 리포트) 한국과 쿠바의 수교 이후 아바나에 있는 북한 대사관은 침통하고 조용한 모습이라고 내부 사정에 밝은 현지 소식통이 전했습니다.
(기자) 어, 사람 나온다. 지금 대사관에서 북한 직원 대사관에서 근무하는 듯한 한 남성, 하얀 셔츠를 입은 남성입니다. 막 대사관 정문을 열고 나오고 있습니다. 도로에 주차해 놓은 소형 SUV를 타고 있습니다. 직접 운전해서 이동하고 있습니다.
하얀색 셔츠의 북한 대사관 직원이 떠나자 북한 대사관 주변은 다시 정적에 빠졌습니다.
쿠바 북 대사관, 한중 수교 때보다 더 혹독한 추궁 받을 듯
60년이 넘는 동맹을 자랑하던 북한과 쿠바의 우정이 위기에 빠지며 쿠바에 있는 북한 대사관의 동향이 주목됩니다.
쿠바는 북한이 그동안 반대해오던 한국과 2024년 2월 14일 수교를 발표합니다.
(RFA 리포트) 북한의 형제국으로 불렸던 쿠바가 한국과 공식적으로 손잡게 된 겁니다.
북한 외교관 출신의 고영환 한국 통일부 장관 특보는 북한 지도부가 큰 충격을 받았고 쿠바에 있는 북한 대사관은 비상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고영환) 북한 김정은 지도부에게는 머리에 망치를 한 방 맞은 그런 느낌일 겁니다.
(기자) 쿠바의 북한 대사관은 어떤 상황일까요?
(고영환) 북한 지도부로부터 엄청난 지금 압력의 직면에 있을 겁니다. 왜냐하면, 중국하고 한국하고 수교했을 때도 주중 북한 대사관이 정말 난리가 났거든요. 아마 그때보다도 더 심한 충격이 현지 대사관에 가해졌을 거리라고 생각하고 북한에서 틀림없이 당 검열단이든가 이런 것들이 파견돼서 막지 못한 죄를 외교관들한테 물을 겁니다.
북한 대사관저 경호원 “4명이 거주한다.”
쿠바의 미겔 디아스카넬 대통령은 3월 15일 북한으로 귀임하는 마철수 대사를 접견했다는 소식을 인터넷 사회관계망에 알렸습니다.
이를 두고 한국과 쿠바의 전격 수교 발표에 영향을 받은 '경질성 조치'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취재진은 북한 대사관저로 이동했습니다.
(기자 현지 리포트) 북한 대사가 머무리는 아바나의 북한 대사관저 옆을 지나고 있습니다. 스페인풍의 저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거리의 자동차 지나는 소리와 열대 나무에 앉은 새소리 외에는 조용합니다.
북한 대사관저를 담당하는 쿠바 경호원은 대사관저에 4명이 거주한다고 취재진에 말했습니다.
(기자) 북한 대사는 떠났대요?
(이규상 기자) 아직 사람이 살고 있다고 답하더라요.
북한 대사관 직원들이 근처 시장에서 구입한 물건은?
취재진은 북한 대사관과 대사관저 근처의 재래시장으로 이동했습니다.
축구장 절반 크기 정도의 제법 큰 규모였습니다. 열대과일과 채소, 닭고기, 돼지고기, 향신료 등을 팔았고 주말 오후라 장을 보러온 쿠바인들로 말그대로 ‘시장통’을 이루며 혼잡했습니다.
본 건물 옆에 생활용품을 파는 조그만 건물이 있는데 그 곳 상인에게 “북한 사람을 봤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기자) 북한 사람이 어떤 물건을 샀나요?
(상인) 저것이요.
(기자) 슬리퍼를 샀구나
이 시장에서 슬리퍼를 구입한 북한인은 북한 대사관 직원이었을까요?
카스트로 센터의 북한 관련 전시물
외국인 관광안내를 하는 죠 씨는 쿠바 최고의 국립교육 기관인 아바나 대학 출신입니다.
취재진에게 아바나 시내를 소개하던 죠 씨는 쿠바의 역사를 4단계로 나눠 설명했습니다.
(Joe / 관광 안내) 쿠바의 역사는 콜럼버스 이전 시대, 1898년까지의 스페인 식민시대를 거쳐 미국과 스페인 전쟁 이후 1958년까지의 공화정 시대 그리고 1959년부터 지금까지 ‘혁명의 시대’로 나뉩니다.
혁명 광장에서 걸어서 이동하는 거리에 ‘쿠바 혁명의 시대’를 이끈 피텔 카스트로 센터가 있습니다.
(카스트로 센터 안내원) 이 투명 막대를 넣으면 북한과 관련한 정보가 화면에 뜹니다.
(기자) 피델 카스트로 센터에는 카스트로가 생전의 활동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컴퓨터와 영상 기술을 사용해서 멀티미디어 형식으로 소개를 하고 있습니다. 북한과 관련한 내용도 있습니다. 북한과 관련한 내용은 대략 한 7건 정도의 사진과 동영상이 있는데요. 피델 카스트로가 1986년 북한을 방문했을 때 여러 가지 활동을 멀티미디어 동영상과 사진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카스트로와 김일성이 손을 잡으며 우정을 키워온 두 나라는 ‘김일성과 카스트로’ 시대의 종말과 함께 형제국의 시대가 저물게 될까요?
북한을 달래려는 쿠바의 움직임
한국계 쿠바인으로 30년 가까이 쿠바 군 법무관으로 복무했던 빠벨 김씨는 쿠바가 북한의 손을 쉽게 놓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빠벨 김) 쿠바 대통령이 떠나는 북한 대사를 대통령궁으로 직접 불러서 영접하고 직접 인터넷에 그 소식을 올린 것은 북한을 달래는 행동으로 보입니다. 독일이든 다른 나라 대사가 떠날 때 대통령궁으로 불르는 경우를 거의 못 봤습니다.
두 나라의 우정이 힘을 발휘하는 분야가 유엔을 중심으로 하는 외교입니다.
미국 워싱턴의 북한인권위원회(HRNK)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유엔 인권이사회 등의 무대에서 쿠바는 북한 방어에 제일 앞장서 왔다고 말했습니다.
(그레그 스칼라튜) 아직까지 관계가 아주 가깝죠 긴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죠. 유엔 북한인권보고관의 북한 방문을 추진할 때도 쿠바가 끝까지 반대하고 방해했습니다. 유엔의 북한 동맹국이 쿠바입니다.
미국의 제재로 외교적으로 고립된 쿠바도 북한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평가입니다.
두 나라가 아직은 헤어질 수 없는 이유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합니다.
그렇다면 아바나 거리의 쿠바인들은 쿠바와 남북한의 관계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RFA 특별기획 <동무여 안녕, 북한-쿠바 동맹의 위기> 3편을 마칩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