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북한] 영변 핵시설에서 고열 발산… 핵물질 생산 지속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23.09.13
[줌인 북한] 영변 핵시설에서 고열 발산… 핵물질 생산 지속 열적외선 영상으로 영변 핵시설의 기온 분포를 분석한 결과 방사화학실험실과 우라늄 농축시설이 고열을 뜻하는 짙은 붉은색을 나타내고 있다. 두 시설이 가동 중이고 핵물질 생산 활동을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1도(℃) 간격으로 색상을 달리해서 표기했다.
/랜샛-8호 TIR 분석, 이미지 제작 – 정성학

[고립과 은둔의 나라로 알려진 북한. 하지만 오늘날 인공위성이 촬영한 사진으로 북한 전역을 세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게 됐습니다. 위성사진을 통해 북한의 변화를 살펴보고, 정치·경제·사회의 의미를 분석해 보는줌 인 북한’. 한국 한반도 안보전략연구원의 정성학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진행에 노정민 기자입니다.]

 

북한 평안북도 영변 핵시설 단지에서 여러 건설 공사와 핵물질 생산 활동이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97일에 촬영한 위성사진에 따르면 방사화학실험실, 우라늄 농축시설 등에서 새 건물이 들어서거나 개보수하는 정황이 확인됐고, 5메가와트 원자로에서 사용한 냉각수가 인근 구룡강으로 배출되는 모습도 위성사진에 포착됐습니다.

 

또 열적외선 영상을 분석한 결과 방사화학실험실과 우라늄 농축시설 등 주요 핵시설에서 고열을 발산하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북한이 여전히 플루토늄과 고농축우라늄 등 핵물질 생산 활동을 계속하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원자로 조정실 두 배 확장... 우라늄 농축시설에도 새 건물 들어서

 

  • 정성학 연구위원님.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지난 11, “북한 영변 핵시설에서 건설 활동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최근 영변 핵시설에서 어떤 변화가 감지됐나요?

 

[정성학] . 미국의 상업위성인 플래닛 랩스가 지난 97일 촬영한 북한 평안북도 영변 핵시설을 분석해 봤는데요. 말씀하신 대로 여러 건설 활동과 함께 핵물질 생산 활동을 지속하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우선 5메가와트(MWe) 원자로에서 나오는 냉각수가 구룡강으로 배출되는 것이 식별돼 여전히 원자로 시설이 가동 중임을 알 수 있었고, 방사화학실험실에서는 핵연료봉 처리시설을 개보수하는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우라늄 농축시설에서도 용도 미상의 건물 4개 동이 최근 새로 지어졌습니다. 또 열적외선 영상을 분석해 보니 방사화학실험실과 우라늄 농축시설에서 고열을 발산하는 것으로 확인됐는데요. 여전히 플루토늄과 고농축우라늄 등 핵물질을 계속 생산하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 그렇군요. 그럼,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살펴볼까요. 우선 5메가와트 원자로와 실험용 경수로의 모습부터 짚어보겠습니다.

 

[정성학] 우선 실험용 경수로 밑에 ‘원자로조정실(Reactor Engineering Building)’이 있는데요. 이 시설이 2배 확장된 것이 식별됐습니다. 같은 크기의 건물 1개 동이 새로 지어지면서 2개 동이 됐고요. 5메가와트 원자로와 연결된 펌프장에서 나온 냉각수가 구룡강으로 배출되는 것이 흰색 물결로 식별됐습니다. 구룡강 물을 끌어다가 원자로를 식힌 다음, 쓰고 남은 물을 다시 배출하는 건데요. 5메가와트 원자로가 가동되면서 폐연료봉(핵물질 생산용)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 영변 핵시설의 실험용 경수로와 연결된 또 다른 펌프장이 있는데, 여기에서는 냉각수가 배출되는 것이 식별되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원자로조정실을 증축하면서 전반적으로 경수로 시설을 정비 중인 것으로 판단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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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변 핵시설에서 실험용 경수로 조정실이 2개 동으로 증축됐으며 5메가와트(MWe) 원자로를 가동하면서 나오는 냉각수가 구룡강으로 배출되고 있다. / Planet Labs (해상도 0.5m), 이미지 제작 – 정성학

 

  • 우라늄 농축시설에서도 새 건물이 최근 완공됐다면서요?

 

[정성학] . 우라늄 농축시설에서 건물 4개 동이 최근 완공됐는데, 건물의 용도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우라늄 농축 관련 시설을 증축했거나 확장한 것으로 판단되는데요. 그 외에 다른 특이동향은 식별되지 않았습니다. 또 일명 재처리시설로 불리는 방사화학실험실에서도 핵연료봉 처리시설을 개조하는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흰색 건물 모습인데요. 아직 공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이고요. 공사가 끝난 뒤 지붕을 얹으면 주변과 똑같은 갈색으로 바뀔 것으로 전망됩니다. 참고로 영변 핵시설은 1962년 구소련의 지원으로 건설됐는데, 전체적으로 시설이 낡고 오래됐기 때문에 개보수 차원에서 공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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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라늄 농축시설에서도 최근 용도 미상의 건물 4개 동이 새로 지어졌는데, 우라늄 농축 관련 시설을 증축 또는 확장하는 것으로 보인다. / Planet Labs (해상도 0.5m), 이미지 제작 – 정성학

 

  • 그런데 열적외선 영상에서도 우라늄 농축시설과 방사화학실험실 등의 온도가 눈에 띄게 높았다면서요? 시설이 가동 중이고, 핵물질을 생산하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정성학]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운영하는 랜샛-8위성이 지난 9 3일 촬영한 열적외선 영상을 이용해 영변 핵 단지 일대에 대한 열적외선 자료를 분석했고, 각 핵시설의 가동 상황도 살펴봤습니다. 당시 촬영 시간인 오전 1030, 영변 핵 단지 일대 기온은 평균 22도였는데요. 오전 시간임에도 기온이 30도에 이르는 시설이 있었습니다. 사화학실험실이 섭씨 28~30도로 유난히 높은 온도를 보였고, 우라늄 농축시설도 27~28도의 고온을 나타냈습니다. 이를 통해 방사화학실험실에서는 폐연료봉을 재처리해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핵물질 생산 활동이 지속 중인 것으로 추정되고요. 우라늄 농축시설도 여전히 가동 중인 것으로 판단됩니다. 5메가와트 원자로 지역에서도 27도 정도의 열이 감지됐는데, 냉각수를 구룡강에 배출하는 것과 연관 지어 보면 원자로 시설이 가동 중인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최근 위성사진과 열적외선 영상을 종합 분석한 결과, 영변 핵시설에서는 낡고 오래된 시설을 개보수함과 동시에 새 건물을 증축하는 건설 활동이 진행 중이고요. 5메가와트 원자로가 꾸준히 가동 중인 가운데, 방사화학실험실에서는 플루토늄을 추출하고, 우라늄 농축시설에서는 핵물질 생산 활동을 병행하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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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화학실험실에서는 핵연료봉 처리시설을 개조하는 것으로 보이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낡고 오래된 시설을 개보수하는 것으로 보인다. / Planet Labs (해상도 0.5m), 이미지 제작 – 정성학

 

  • 한편, 9년 가까이 개통되지 않은 신압록강대교의 도로 위에서 옥수수를 말리는 정황이 포착된 바 있는데, 영변 핵시설 곳곳에서도 옥수수를 말리는 모습이 확인됐군요.

 

[정성학] 영변 핵시설 단지 내 건물 사이 빈터나 거리 위에 노란색 직사각형 모양이 포착됐는데요. 최근 수확한 옥수수를 널어 말리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5메가와트 원자로 주변, 우라늄 농축시설에서도 이런 정황이 확인됐습니다. 영변 핵시설에서 봄철에는 모내기, 가을철에는 밀과 옥수수 말리기 등 영농활동을 하는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데요. 영변 핵시설뿐 아니라 황해북도 평산군 우라늄 정련공장 인근 농경지에서도 밀과 보리를 재배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도 방사능 오염이 심각히 우려되는 핵 시설 내에서 영농활동을 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이 사안을 조사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데요.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차장도 핵시설 내에서의 농업 활동은 신중하지 않은 행동이며, 불필요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지적한 바 있습니다.

 

  • . 오늘은 최근 북한 영변 핵시설에서 나타난 건설 공사와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핵물질 생산 활동 등을 짚어봤습니다. ‘줌 인 북한오늘 순서는 여기까집니다. 지금까지 위성사진 전문가 정성학 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정성학 연구위원: chungsh1024@naver.com

 

에디터 박봉현,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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