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에 설치한 농구 골대
2024.03.19
[고립과 은둔의 나라로 알려진 북한. 하지만 오늘날 인공위성이 촬영한 사진으로 북한 전역을 세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게 됐습니다. 위성사진을 통해 북한의 변화를 살펴보고, 정치·경제·사회의 의미를 분석해 보는 ‘줌 인 북한’. 한국 한반도 안보전략연구원의 정성학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진행에 노정민 기자입니다.]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을 촬영한 위성사진에 따르면 7차 핵실험을 위한 준비나 특이 동향이 감지되지 않은 가운데 언제든 핵실험이 가능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핵실험장 지원시설 내 연병장에 두 개의 농구 골대가 설치돼 있는 것이 확인됐는데요. 지원시설을 지키는 북한 군인들이 여가 시간에 농구를 즐기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또 핵실험장 주변 9곳에 총 6천100제곱미터 면적의 경작지가 조성돼 있는데요.
핵실험장 인근 토양은 물론 수질까지 방사능에 노출된 환경에서 운동과 영농 활동을 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기자] 정성학 연구위원님. 북한 영변 핵시설에서 계속 핵물질을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도 살펴봤는데요. 어떤 상황인지 전해주시겠습니까?
[정성학] 네, 미국의 상업위성인 ‘플래닛랩스’(Planet Labs)가 지난 3월 14일에 촬영한 핵실험장의 모습을 살펴봤습니다. 당시에는 아직 눈이 남아 있는 상태였는데, 핵실험장의 2번 갱도(북쪽), 3번 갱도(남쪽), 4번 갱도(서쪽)는 2018년 5월 국제기자단을 초청해 핵실험장을 폭파한 이후 폐쇄된 채로 방치돼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현재 핵실험이 가능한 곳은 3번 남쪽 갱도가 유일한데, 이는 폐쇄된 기존 갱도에서 옆으로 30여m 떨어진 곳에 새로 입구를 파고 들어가 연결해 복구한 겁니다. 또 2번과 4번 갱도를 굴착하면서 나온 잔해더미는 여전히 방치된 상태이고요. 핵실험장에 아직 눈이 남아 있는 가운데 핵실험 관련 움직임이나 특이 동향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기자] 하지만 언제든 핵실험이 가능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까요?
[정성학]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최근 보도했듯이 풍계리 핵실험장은 7차 핵실험을 감행할 준비와 여건이 돼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미국, 한국 정부는 물론 국제원자력기구도 그렇게 판단하고 있죠. 만약 북한이 핵실험을 한다면 3번 남쪽 갱도가 가장 유력시되고요. 핵실험 여부는 전적으로 김정은 북한 총비서의 정치적 결단에 달린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차장을 지낸 올리 하이노넨 미 스팀슨센터 특별연구원이 지적한 바와 같이 북한은 지금까지 6번의 핵실험을 통해 필요한 계측자료를 다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사실상 7차 핵실험까지는 필요 없을 것이란 관측도 있습니다. 또 하이노넨 특별연구원을 비롯해 많은 전문가가 지적한 바와 같이 6번의 핵실험을 거치면서 풍계리 일대의 지하 지반이 많이 약해졌기 때문에 7차 핵실험을 감행할 경우 지각 변동이나 백두산 폭발 등 주변 환경에 더 위험한 변화가 발생할 것이 우려되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기자] 그런데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핵실험장에 농구장이 조성돼 있다면서요?
[정성학] 구글어스를 통해 지난해 10월에 촬영된 위성사진으로 핵실험장 일대를 좀 더 자세히 살펴봤는데요. 핵실험장 지원시설의 연병장에는 두 개의 농구 골대가 서로 마주 본 채 설치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연병장을 가로지르는 희미한 선을 따라 길이를 재보면, 가로 30m에 세로 15m 크기로 측정되는데요. 농구장의 국제규격(28m×15m)과 비교했을 때 가로 길이가 2m 더 길지만, 규모는 비슷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아마도 핵실험장을 지키는 북한 군인들이 여가 시간에 농구를 즐기는 것으로 판단되는데요. 하지만 대량살상무기의 성능을 실험하는 곳이고, 동시에 핵물질 오염이 우려되는 장소에서 북한 군인들이 농구를 즐기는 모습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장면입니다.
[기자] 사실 핵실험장 인근에 밭 경작지도 조성돼 있지 않았습니까? 방사선 피폭에 대한 안전불감증이 아닌가 싶은데요.
[정성학] 핵실험장 지원시설 위쪽 언덕 3곳에 밭 경작지가 조성된 것이 식별됐는데요. 면적을 모두 합치면 0.11헥타르 (1천100 제곱미터) 정도인 것으로 측정되고요. 농구장 면적의 약 2.6배인 것으로 파악됩니다. 풍계리 핵실험장에는 2번 갱도 위쪽과 지원시설 인근 등에 모두 9개의 밭뙈기가 있는데요. 총면적은 0.61헥타르, 약 6천100 제곱미터이고요. 현지 군인과 인근 주민의 식량 재배를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참고로 한국원자력의학원이 한국 통일부의 의뢰를 받아 핵실험장 인근 출신 탈북민 80명을 대상으로 방사선 피폭 검사를 실시했고, 지난 2월 29일 보고서를 발표했는데요. 그 결과 17명에게서 이상 징후가 발견되지 않았습니까. 자유아시아방송도 최근 보도했듯이 핵실험장 인근 토양은 물론 수질까지 방사능에 노출된 환경에서 영농 활동을 한다는 것은 매우 비상식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기자] 결국, 영변 핵시설에는 계속 핵물질을 생산하고 있고, 풍계리 핵실험장은 언제든 핵실험을 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으로 판단되는데요. 앞으로도 계속 위성사진을 통해 두 지역을 관찰할 필요가 있어 보이네요.
[정성학] 맞습니다. 김 총비서가 7차 핵실험을 하려 했지만, 중국의 반대로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북한의 7차 핵실험은 중국뿐 아니라 국제사회가 매우 심각한 도발 행위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은 이웃 나라로서 안보∙환경적인 측면에서 매우 민감할 수밖에 없는데요. 하지만 말씀하신 대로 핵실험장은 언제든 핵실험을 할 수 있는 상태로서 실험 여부와 시기는 김 총비서의 정치∙외교적 판단과 결심에 달린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북한이 7차 핵실험을 할 경우 백두산 폭발을 비롯한 인근 지역의 심각한 환경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크고, 이는 동북아시아의 재앙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입니다. 김 총비서가 경험이 많고 노련한 지도자라면 득보다는 실이 많을 추가 핵실험을 하지 않겠지만, 국내외 불안한 상황에 따른 잘못된 판단으로 무모한 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다분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기자] 네, 오늘은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의 최근 상황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줌 인 북한’ 오늘 순서는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위성사진 전문가 정성학 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정성학 연구위원: chungsh1024@naver.com
기자 노정민, 에디터 박봉현, 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