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푸틴 방북 앞두고 오물 풍선 살포 자제할 듯”

워싱턴-한덕인 hand@rfa.org
2024.06.12
“북, 푸틴 방북 앞두고 오물 풍선 살포 자제할 듯” 지난 9일 오후 한국 인천시 강화군 길가에서 북한이 보낸 오물 풍선 잔해가 불타고 있다.
/연합뉴스

앵커: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와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기자> 최근 북한이 한국에 오물풍선을 살포하면서 남북 간 대립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먼저 북한이 한국에 오물풍선을 보낸 의도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

[마키노 요시히로] 네, 북한은 지난 8일부터 10일 사이에 또 오물풍선을 한국에 보냈습니다. 한국군에 따르면 약 640개 정도의 풍선이 확인됐는데요. 김여정 부부장은 지난 5월 29일 발표한 성명에서 “한국이 이미 자신들의 행위를 표현의 자유라고 설명해온 바 있다”는 식으로 주장했습니다. 이는 탈북민 단체가 김정은 총비서를 비난하는 전단과 한국 드라마 등이 담긴 USB 등을 보낸 것을 북한 입장에서는 오물과 같은 쓰레기로 여긴 것입니다. 하지만 북한이 단지 대북전단에 흥분해서 무리한 행동을 하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북한에서 오물을 이용한 이번 행동은 여러 가지 면밀한 검토 후에 이뤄진 것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기자> 특히 북한이 풍선에 담아 보낸 내용물이 쓰레기라는 점에도 관심이 쏠렸습니다. 하필 쓰레기를 보냈다고 생각하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네, 북한과 한국은 한국전쟁 직후부터 서로 풍선을 이용해 심리전을 전개해 왔습니다. 북한은 수많은 작은 손전단을 풍선을 통해 한국에 보냈습니다. 저도 2016년~17년 즈음에 한국인 친구를 통해 서북도 등 여러 지역에서 주은 북한 선전 전단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 북한이 보낸 전단에는 그림이나 사진을 붙이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나 미국 정치인들을 비난하며, 북한이 수소 폭탄을 제조하는 데 성공했다고 주장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강인덕 전 한국 통일부 장관에 따르면, 1970년대 초까지는 한국 내에서 북한 선전 전단을 믿는 사람도 있었지만, 요즘에는 전혀 효과가 없습니다. 북한은 작년 말 평화 통일을 포기하고 한국을 주적으로 선언했습니다. 한국이 북한보다 우월한 위치에 있다는 것을 북한도 인정했습니다. 그래서 북한은 더는 한국과 북한 중 어느 쪽이 더 나은지에 대해 경쟁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이번에는 한국을 비난하는 전단 대신, 한국에 혐오감을 조성하려는 목적으로 오물 풍선을 보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역사적으로 풍선을 군사적으로 사용한 국가가 있었습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풍선을 군사적으로 사용한 예로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사용한 풍선 폭탄이 있습니다. 일본군은 일본 본토에서 제트 기류를 이용해 미국 본토까지 폭탄을 실은 풍선을 보냈습니다. 당시 일본은 미국 본토를 공습할 수 있는 공군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대신 미국인에게 공포감을 조성하고 혼란을 야기하려는 목적으로 (풍선 폭탄을)계획했습니다. 하지만 풍선 폭탄은 거의 효과가 없었고, 몇 차례 산불과 산사태를 일으킨 것이 전부였습니다.

 

얼마 전에는 미국에서 발견된 중국의 ‘스파이 풍선’이 화제가 됐습니다. 스파이 풍선은 드론이나 항공기와 달리 오랜 기간 동일한 공역에서 활동할 수 있는 특징이 있습니다. 중국은 이를 이용해 미군 기지 등에서 나오는 전파를 수집했습니다. 풍선은 제작비가 저렴하고 비닐로 만들어져 레이더가 탐지하기 어려운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특정 지점을 공격하기 어렵고, 속도가 느려 격추되기 쉬운 단점도 있습니다.

 

북한이 이번에 사용한 오물 풍선은 특정 지역을 공격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격추되더라도 결국 오물을 살포하는 목적이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북한 당국은 나름 목적을 달성했다고 자평할 가능성도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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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는 1945년 7월 2일 뉴욕 상공에서 촬영된 일본의 폭탄을 실은 종이 재질의 풍선이 공중에 떠 있는 모습이 담겨 있다. 이 풍선은 대인용 및 발화성 폭발물을 투하한 후 스스로 폭발하도록 설계되었다. 이 풍선은 폭발하지 않았다. /AP

 

<기자> 북한이 보낸 오물풍선에 맞서 한국 측에서는 대북 확성기를 사용하는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앞으로 이런 북한의 오물풍선을 직접적으로 막기 위한 대응은 뭐가 있을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제가 여러모로 취재한 결과, 일본 자위대 관계자에 따르면 유력한 대응 조치는 없다고 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풍선은 비닐로 만들어져 있어 수백 개의 풍선을 레이더로 완전히 파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또 격추시킨다고 해도 결국 오물이 지상에 떨어지기 때문에 격추의 의미가 없습니다. 북한 상공에서 격추시키려면 북한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될 수 있고, 이는 북한이 한국을 공격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풍선이 지상에 떨어질 경우, 낙하물에 접근하지 않고 만지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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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서울시 통합방위회의'에 참석한 군, 경, 소방 등 유관기관 관계자들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북한 오물풍선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자> 일부에서는 북한이 오물풍선에 실질적인 위협이 되는 화학무기나 생물학무기를 탑재할 가능성도 있지 않느냐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합니다. 그럴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이번에는 북한의 김여정 부부장과 같은 고위 인사가 이번 오물풍선 살포는 북한이 했다고 공식적으로 인정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이 생물학무기나 화학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합니다. 화학무기를 사용한다면 이는 한국에 대한 선전포고가 되는 것이고, 북한은 여러 가지 반격을 당해 괴멸할 위험이 있습니다. 북한은 자살 행위를 하지 않는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또 한국은 지난 9일 군사경계선 부근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잠정적으로 중단한다고 발표하면서 신중하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이는 북한의 군사 도발을 더 격화시키지 않기 위한 전술이라고 봅니다. 따라서 북한이 화학∙생물학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김여정 부부장도 성명에서 한국이 선전 방송을 하지 않으면 북한도 (오물풍선 살포를)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그리고 다음 주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할 거란 전망이 있습니다. 북한은 외국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외교적 신중함을 유지하려 할 것입니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푸틴 대통령의 방문이 끝날 때까지 소강 상태가 유지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푸틴 대통령의 방북 가능성이 큰 가운데 때마침 한국의 대통령실도 지난 12,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며칠 내로 북한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는데요.

 

[마키노 요시히로] 지난번에도 말씀드렸지만, 이미 푸틴 대통령의 방북을 위한 준비가 있었기 때문에 언제든지 북한을 방문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생각합니다. RFA 보도에 따르면 김일성 광장에서 행사 준비 정황도 포착되고 있습니다. 제가 듣기로는 평양 순안공항도 외국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비행기를 정리하면서 공간을 확보하는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준비가 포착되는 것으로 보아, 푸틴 대통령이 다음 주 초에 북한을 방문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푸틴 대통령이 평양에서 어떤 협의를 할 것인지가 중요합니다. 우주 개발 협력, 신재생 에너지 분야 협력, 북한 노동력의 러시아 파견 등 여러 가지 논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는 모두 유엔 대북제재 위반 소지가 있지만, 신경써야 할 상황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 ,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이었습니다.

 

에디터 노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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