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국내 상황에 강한 위기감 느껴”
2024.09.11
앵커: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와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북 고위층도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불참… 체제 이상 조짐”
[기자] 북한이 올해 9.9절 정권수립 76주년 기념식을 진행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기념식에 앞서 김정은 총비서가 오진우포병종합군관학교와 해군기지 부지, 선박건조시설, 제2경제위원회 산하 국방공업기업소 등 각종 군사 시설을 잇따라 방문한 사실을 기념식 전날 보도에서 밝히기도 했는데요. 올해 북한 9.9절 행사에서 주목하신 부분이 있으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김정은 총비서와 북한 고위층이 현재 국내 상황에 대해 강한 불안감이나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점이 부각됐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눈에 띄는 것은 김정은 총비서의 연설입니다. 한국 통일부에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9.9절 행사에서 최고지도자가 연설한 것은 처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왜 최고지도자가 연설을 했는지를 살펴보면, 많은 해외 언론은 김 총비서가 북한 핵무기에 대해 언급했다고 보도했지만, 사실 그 내용은 연설의 일부분에 불과합니다. 연설에서는 노동당의 지배가 올바른 선택이었다고 강조하면서 5개년 계획의 추진을 전 국민에게 호소했습니다. 김 총비서는 북한이 전 세계에서 가장 좋은 나라라고 주장했지만, 그 말을 믿는 북한 주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김 총비서는 5개년 계획을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이나 수단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국민들에게 애국심과 충성심만을 요구하는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핵 미사일 개발에 비해 국내 문제를 언급한 시간이 더 길었다는 점에서, 북한 지도부 입장에서는 해외 문제보다 국내 문제가 더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또 김 총비서는 대규모 해군기지 건설에 의욕을 보였으나, 이는 실현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북한은 공업 수준이 낮아 대규모 함정을 건조할 기술이 없기 때문입니다.
김 총비서가 이런 식의 근거 없는 이야기를 계속하는 것은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흥미롭게 본 것은 북한 간부들이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한 점입니다. 김 총비서뿐만 아니라 김여정, 조영원(노동당 조직비서), 최선희(외무상), 현송월(노동당 부부장) 씨는 참배하지 않았습니다. 북한은 원래 최고지도자 외에는 모두 평등하다는 불문율이 있었습니다. 따라서 김 총비서가 참배하지 않은 것은 이해되지만, 다른 간부들, 특히 조영원, 최선희, 현송월처럼 ‘로열패밀리’가 아닌 이들도 참배하지 않은 것은 좀 이상한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예외적인 상황은 북한 고위층 권력 체제가 흔들리고 있다는 징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마도 김 총비서가 최고지도자 이외에는 모두 평등하다는 불문율을 지키지 않고, ‘불평등한 상황’이 생기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된다면 권력의 부패가 심화하고, 권력 투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생각합니다. 북한 체제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심각한 상황에 빠지고 있을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북, 조총련의 경제적 지원 기대 어려워
[기자] 이런 가운데 일본 조총련 대표단이 이번 9.9절 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5년 만에 북한을 방문했습니다. 북한이 조총련을 통해 무엇을 얻으려 하고, 앞으로 조총련이 북한의 외교와 경제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으로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말씀하신 대로 조총련 간부들이 2019년 이후 5년 만에 방북했습니다. 평양 시내를 시찰했다는 보도는 있었지만, 김 총비서를 비롯한 북한 고위층과의 회담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지난 8월 말부터 약 50명의 조선대학교 학생들이 방북했지만, 조총련 활동가가 동행했다는 소식은 없습니다. 이는 재일교포의 방북을 최소한으로 제한하려는 북한 측의 의도가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현재 조총련 사람들은 한국 출신자이고, 남북 통일을 강하게 원하는 이들입니다. 또한, 조총련 구성원의 상당수는 한국이나 일본 국적을 갖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조총련 내부에서는 김 총비서가 작년 말에 발표한 한국 적대 정책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습니다.
또 북한은 현재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를 하지 않고, 매년 9월쯤 열리던 최고인민회의도 열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 통일부는 북한에서 한국 적대 정책에 대한 혼란을 반영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으며, 저도 이에 동의합니다. 한편, 조총련은 경제 규모가 크게 축소돼 북한에 대한 경제 지원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의 대북 제재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은 조총련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고 있지만, 사실상 경제 분야에서 조총련의 지원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북한이 오는 12월부터 코로나 19로 중단됐던 관광 사업을 전면 재개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대표적인 관광지인 삼지연과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공사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하는데, 북한 당국이 이 건설 사업들을 원활하게 마무리할 수 있을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북한은 미래과학자 거리, 평양 5만 세대 살림집, 대규모 온실 농업 시설 등 여러 건설 사업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저는 북한이 왜 이렇게 건설 사업에 열중하는지에 관해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는 북한 주민에게 희망을 주고 노동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한 성과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대규모 건축 공사는 곧바로 성과를 보여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건설 공사가 높은 수준의 기술이 없어도, 우선 많은 사람을 투입하면 어느 정도 실행할 수 있는 사업이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어려운 생활이 계속되고 있고, 그때그때 성과를 강조해야 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에 건설 사업에 열중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건설 공사를 하면서도 공장이나 건축물을 짓기 위해서는 원자재와 이를 운반할 도로, 전기나 물이 필요합니다. 또한, 북한의 공작 기계 제조 기술과 수준이 낮아 다른 나라보다 수준 높은 공업 제품을 만들 수 없습니다. 국제 사회의 제재로 에너지도 항상 부족한 상황입니다. 철도나 상하수도, 전력망 등 기초 인프라(기간 시설) 사업도 필요한데, 이를 추진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세계적으로 이런 상황이 되면 해외에서 대규모 기업을 받아들이거나 현지 진출을 하는 방법도 있지만, 북한은 핵 미사일 개발을 계속하고 해외 정보 유입을 차단하는 고립 정책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방법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결국 오래 쓰지 못할 건축물을 계속 만드는 악순환에 빠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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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한국 합동참모본부 발표에 따르면 북한이 최근 연속으로 한국을 향해 쓰레기 풍선을 보냈습니다. 지난 5월 말부터 현재까지 총 17차례 풍선을 살포한 것으로 집계됐는데요. 이번 풍선 도발이 최근 남북 대치 상황과 어떤 연관성을 갖고 있다고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북한은 원래 비슷한 수준의 도발을 계속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통 서서히 도발 수준을 높이는 경우가 많은데, 미사일도 같은 종류를 계속 발사하지 않고 새로운 미사일을 개발해 발사합니다. 왜 북한이 한국 입장에서 심각한 위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쓰레기 풍선을 17번 가까이 반복해 살포하고 있는지, 이는 이례적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행동의 배경에는 한국의 윤석열 정부에 대한 괴롭힘(harassment)이 의도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북한 주민에 대한 세뇌 목적도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RFA도 보도했지만, 쓰레기 풍선은 북한 군인이나 일반 주민이 만들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일반 주민에게 이러한 작업을 계속 강요함으로써 ‘한국은 그러한 쓰레기를 살포해야 할 적’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교육적 효과를 노리는 것일 수 있습니다. 북한 내부에서 쓰레기 풍선과 관련한 강연회를 어떻게 진행하고 있는지 자세한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러한 내부 선전과 교육적 목적도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마지막으로,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쓰레기 풍선과 관련해 국민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한 대응 방침에 따라 차분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최근 취임한 김영현 국방부 장관은 북한의 도발이 계속될 경우 북한 정권의 종말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력하게 경고했는데, 만약 북한이 쓰레기 풍선 도발을 멈추지 않는다면 한국군은 이에 대해 어떤 대응 전략을 가져야 한다고 보십니까?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북한이 동일한 쓰레기 풍선을 계속해서 보내는 이유는 한국 측이 이에 대한 경계를 놓지 못하도록 하는 것과 더불어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자신들이 쓰레기 풍선을 살포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풍선을 이용한 테러 가능성은 낮다고 봅니다. 만약 그러한 테러 행위를 한다면 한국군의 강력한 반격을 피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북한이 만약 한국에 대한 군사적 행동을 결심한다면, 생물학 무기를 쓰레기 풍선으로 위장해 살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한국 국민을 혼란에 빠뜨린 후 공격을 감행하려는 계획일 수도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경계 태세를 유지하는 것은 필수적입니다. 한국군이 이러한 상황에서 높은 경계 태세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자세는 매우 적절하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네,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이었습니다.
에디터 노정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