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저히 힘들어서 못하겠어요”… 북 여성동맹 이탈자 증가

워싱턴-서혜준 seoh@rfa.org
2024.10.29
“도저히 힘들어서 못하겠어요”… 북 여성동맹 이탈자 증가 지난 2016년 11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조선민주여성동맹(여맹) 제6차 대회 참가자들을 위해 연회를 베풀고 기념사진을 찍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앵커: 최근 북한 여성동맹에 대한 당국의 통제와 각종 부담이 커지면서 조직을 이탈하는 여성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일주일 내내 이어지는 학습에 각종 동원과 지원 사업으로 개인 장사를 할 수 없기 때문인데요. 차라리 수입이 감소하더라도 직장에 다니면서 틈틈히 장사하는 것이 오히려 낫다고 생각하는 여성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보도에 서혜준 기자입니다.

 

양강도 한 지역에서는 석달 새 여성동맹원 30% 감소

 

비당원으로서 직장생활을 하지 않는 가정 주부가 의무적으로 소속돼 있는 북한의 ‘사회주의여성동맹’(여성 동맹).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절, 직장에서 배급을 주지 않아 먹고살기 어려워지면서 당시 여성들은 생계 유지를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장사에 뛰어들었습니다.

 

특히 장사와 개인적인 경제 활동을 위해 시간 사용이 가능했던 가정 주부들이 여성 동맹에 많이 가입했는데, 여성들의 경제력이 커지면서 조직의 힘도 세졌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각종 부담과 통제 등으로 여성 동맹을 탈퇴하는 여성이 증가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최근 (10월 21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 당국으로부터 여성 동맹 조직원들의 통제를 강화하라’는 지시가 있었다며 여성동맹원들이 각종 강연과 학습에 시달리고, 동원과 지원사업 등으로 부담이 가중됐다고 말했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북한에서 1990년대 중반 이후 이른바 시장 경제가 많이 확대했는데 이 배경의 중심에는 바로 가정 주부들, 여성이 있었습니다. 이들이 불법이든 합법이든 시장 활동을 해서 돈을 벌고, 가정을 유지하는 주인공이 되지 않았습니까. 최근 김정은 정권은 비사회주의, 반사회주의에 대한 통제를 많이 강화하면서 개인적인 경제 활동에 대해서도 강력히 단속합니다. 그 주인공이 여성들이고, 가정 주부들이기 때문에 여성동맹에 대한 조직 생활을 강화하라는 지시가 7월 이후 중앙에서 지방까지 있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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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평양 련화소학교에서 한 교사가 신입생들에게 첫 수업을 하고 있다. /AP

 

실제 양강도 취재협조자가 전한 조직 생활과 지원 활동은 일일이 열거하기도 버거울 정도입니다.

 

매주 토요일마다 지난 주에 어떻게 살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생활총화’에 무조건 참석해야 하고, ‘토요학습’은 물론 수요일에는 ‘정리학습’, 금요일에는 ‘강연회’가 있습니다.

 

또 각종 동원과 지원사업에도 나서야 하는데, 지난 7월 말 발생한 홍수에 따른 복구 작업과 농촌 동원 등이 대표적입니다.

 

여성들이 생계를 위해 장사를 하려면 개인적인 시간이 필요하고, 이에 비교적 자유로운 가정 주부들이 여성동맹에 속해 있었는데, 지금은 조직생활에 대한 부담이 커졌기 때문에 차라리 여성동맹에서 나와 직장을 다니며 직업총동맹에 속하는 것이 낫다는 겁니다.

 

[이시마루 지로] 사람들이 먹고살아야 되기 때문에 직장을 다니지 않고 장사나 개인적인 경제 활동을 필요로 합니다. 그런 자유 시간이 있는 것은 바로 가정 주부밖에 없다는 거죠. 그런데 여성동맹원의 부담이 많아지면서 여성동맹에서 직업총동맹으로 조직이 바뀐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겁니다. 군대지원을 위해쌀을 내자”, “고기를 내자라는 경우도 있고, “돈을 내자”, “물자를 기부하자등 부담이 너무 많아지면서 여성동맹 활동이 너무 힘드니까 차라리 어느 기업소에 다니거나 출근하는 게 낫다고 하더라고요.

 

이시마루 대표에 따르면 양강도 혜산시 한 지역에서는 여성동맹에 대한 통제와 조직 생활 강화, 각종 부담의 증가 등으로 지난 7월 이후 여성동맹 조직원이 30% 가량 감소했습니다. 

 

과제에서 제외되기 위한 뇌물값도 올라

 

북한 노동당원이 아닌 북한 주민들은 4대 근로단체인 ‘청년동맹’, ‘직업총동맹’(공업근로자), ‘농근맹’(농업근로자), 그리고 ‘여성동맹’에 가입해 활동해야 합니다.

 

또 여성동맹에서 직장총동맹(직맹)으로 옮기고자 하는 여성은 직맹 산하 회사의 창고장이나 계산원, 연구실 관리원 등과 같은 직책을 찾아 실력을 인정받아야 합니다.

 

RFA의 주간 프로그램 ‘여성시대’에 출연하고 있는 탈북민 이시영 씨도 지난 24일 RFA에 “가중하는 과제 때문에 여성동맹원들의 자유 시간이 줄어들면서 이적을 원하는 여성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시영] 여맹 간부들은 군대에 갔다 온 여자들이 대다수예요. 그러니까 군대 갔다 온 여자들이 규율을 엄청 강하게 하고 여성 조직의 힘이 강하다는 걸 강조하면서 (개인) 시간을 도저히 안 주니까... 직맹 같은 데는 직장을 다녀야 되거든요. 직업총동맹이라고 해서 직위가 있는 사람들이 들어가요. 경공업 제품을 만든다든가 (노동강도가 덜한) 경노동 직장 이런 데는 남자들이 당비서도 하고 세포비서도 하니까 여자들이 그쪽으로 옮겨가면 편하죠. 여맹 생활이 너무 힘들어서 요즘엔 다 빠져나가는 추세예요.

 

또 이 씨는 뇌물을 주면 여맹 과제와 동원 등에서 빠질 수 있었지만, 뇌물로 바쳐야 하는 금액이 증가해 이마저도 큰 부담이 됐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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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7월, 북한 노동당 외곽조직인 '사회주의여성동맹' 제7차 대회 참가자들이 강습을 진행하는 모습. /연합

 

[이시영] 조직 생활을 하면서 한쪽으로는 장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여명 조직에 매월 얼마씩 수익금을 바치며 장사를 하는데, 요즘에는 사회적 과제가 더 많아지고 모든 여성이 다 장사한다고 하니까, 옛날에는 돈 내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면, 지금은 다 돈을 내고 장사를 하겠다고 하니까 조직에서 작업을 시킬 수 있는 사람이 없잖아요. 그래서 돈의 액수가 불어나니까이 정도 돈을 낼 거면 (차라리) 나와서 일해이런 경향이 많거든요. 옛날에는 돈을 내겠다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나는 노력을 바치겠다고 했는데 지금 여성들은 다 장사를 하니까 (여맹)일을 안 하려고 하는 거죠.

 

또 과거에는 여맹 조직 내에서 쓸 자금이 부족해 뇌물을 바쳐서라도 장사하겠다는 여성을 선호했지만, 요즘은 당에서 내려온 과제를 수행할 사람이 부족해지면서 여맹 간부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뇌물 액수를 높였다는 게 그의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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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북한 당국이 시장에서 일할 수 있는 여성의 나이 제한을 더욱 강화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씨는 “가정 주부라고 해서 무조건 시장에서 장사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지는 게 아니다”라며, “40세 이상인 여성들만 시장에 나갈 수 있고, 그 이하는 직장을 다니거나 남편을 부양하면서 여맹 조직 생활을 하라는 것이 규정이었다”고 회상했습니다.

 

이에 대해 이시마루 대표는 “장사할 수 있는 여성의 나이 제한이 계속 바뀐다”라며 “지난 8월에는 나이 제한을 엄격히 한다는 통보가 내려오면서 50세 이상이 아니면 장사를 못하게 한다”고 밝혔습니다.

 

지금도 북한 여성들이 경제 활동과 각종 사회 동원, 가정생활 등 다양한 역할을 하는 가운데 결혼과 출산을 꺼리는 여성이 증가하는 등 생각이 많이 바뀌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북한 당국이 통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조직 생활을 꺼리고 개인 장사나 경제 활동에 나서는 북한 여성은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전망입니다.

 

[이시마루 지로] 생계유지에 여성이 중심인 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직장을 다니면서도 틈을 내서 개인적인 장사나 경제 활동을 계속할 겁니다. 여성들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30대 중반이 되면 청년동맹에서 벗어나야 하는데, 30대 중반이 되면서 결혼하지 않고, 직장도 그만둔 사람들은 여성동맹 조직원이 됩니다. 이건 여성들이 자신의 인생을 생각하고 선택에 따라 여성동맹에서 경제활동 하자는 게 최근의 새로운 현상이었는데, 이것마저도 최근 통제가 강화되면서 조금 나이가 많은 독신 여성들이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도 궁금합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서혜준입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편집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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