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합동 군사행동에 한계 있을 것”

워싱턴- 한덕인 hand@rfa.org
2024.06.26
“북∙러 합동 군사행동에 한계 있을 것” 2024년 6월 19일, 북한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 참석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연단에 올라 있다.
/연합뉴스

앵커: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불안한 김정은, 우상화 작업에 박차

 

[기자] 마키노 기자님 안녕하십니까? 최근 북러 정상회담을 되돌아봤을 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에 대한 북한 측의 대응에 어떤 특징이 있었다고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
[마키노 요시히로] 네, 김정은 북한 총비서가 평양 순안공항에 혼자 나가서 푸틴 대통령을 마중하려 했고, 일대일로 독대하는 모습을 강조하는 현상이 눈에 많이 띄었습니다. 또 금수산 영빈관에서 환영 행사가 열렸던 김일성 광장까지 평양 시민들이 길거리에 마중을 나왔습니다. 김일성 광장에는 김 총비서와 푸틴 대통령의 거대한 초상화가 걸렸고, 평양 체육관에서 열렸던 기념콘서트에서는 푸틴 대통령의 초상화가 있는 러시아 국기 영상도 나왔습니다. 이러한 환영 모습은 북한에서는 이례적인 조치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전 북한 노동당 간부의 말에 따르면 북한이 중국이나 러시아의 지도자를 마중 나갈 때는 사전에 의전에 관한 자세한 조정이 있었다고 합니다. 중국의 경우에는 과도한 우상화는 중국 국내외에 개인숭배나 독재 국가라는 인상을 주기 때문에 이를 싫어했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은 지도자들의 만남이 있을 때는 초상화를 걸거나 시민들이 길거리에 나와 환영하는 행사는 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고 합니다. 이번에는 중국과 달리 최대한 북한과 러시아의 지도자를 우상화하려 노력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기자] 그렇다면 이번 푸틴 대통령의 방북이 김 총비서의 우상화 작업에 도움이 됐다고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우상화에 성공했는지 아닌지를 보려면, 왜 러시아와 북한이 지도자의 우상화가 필요했는지를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북한의 경우 올해 1월 8일 김 총비서가 40살이 된 것을 계기로 새로운 우상화 작업을 시작한 것 같습니다. 아시다시피 북한 매체는 지난 5월 당 고급 간부 학교에 김 총비서의 초상화가 등장한 영상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4월에 방북했던 ‘주체사상 국제연구소’의 사무국장에게 북한의 리일환 당 비서가 ‘김정은 혁명 사상’을 새로 준비하고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는 측근들의 충성 경쟁일 수 있지만, 동시에 북한 국내 상황이 불안하고, 김 총비서의 권위가 떨어지는 상황에 대한 위기감도 있는 것 같습니다.

한편, 북한도 그렇지만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지난 5월 말에 자국산 무기로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영토를 공격하는 것을 인정했습니다. 러시아 국민들의 피해가 잇따라 발생한다면, 러시아 내에서 전쟁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푸틴 대통령이 상처를 입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과 러시아는 지도자의 우상화를 추진하려 했던 것 같습니다. 다만, 우상화의 이유가 된 북한 체제의 불안이나 우크라이나군의 러시아 영토 공격 등의 문제가 해결하지 않는 한 우상화 작업을 진행했어도 별다른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이번 북러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포괄적전략 동반자협정전문이 지난 20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공개됐습니다. 아무래도 군사적인 측면에 관심이 많이 쏠리는데요.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여러 가지 보도가 있었지만, 이번의 새로운 조약은 과거 구소련과 북한이 1961년에 체결했던 ‘우호 협력 상호원조 조약’과 똑같이 러시아와 북한이 다른 나라의 공격을 당한 경우 서로가 군사력을 포함해 지원한다는 것을 명시했습니다. 다만, 그 새로운 ‘포괄적전략 동반자협정’은 이것 외에도 제3조에서는 ‘전쟁 위기가 발생한 단계에서 서로가 조정을 시작한다’고 명시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 전문가들은 이번 조약이 자동적인 참전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북한과 러시아는 과거에 합동 군사훈련을 한 바 없고요. 미국과 한국이 항상 하는 정례 안보 협의도 별로 없습니다. 따라서 북한군과 러시아군이 함께 군사 행동을 한다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고요. 물론 새로운 조약에 따라 북한과 러시아의 전략적인 관계가 강화됐다고 이야기할 수는 있습니다.

0626-2.png
26일 오전 5시32분께 인천시 옹진군 대연평도 앞 바다 상공에 북한 탄도미사일 추정 항적운이 길게 뻗어 있다. 한국 합참은 이날 오전 북한이 동해상으로 미상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지만, 실패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 더 호전적인 태도로 미국 자극할 수도

 

[기자] 한편,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26일 북한이 동해상으로 미상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지만, 실패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또 북한은 푸틴 대통령이 평양을 떠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오물 풍선 살포도 재개했고요. 특히 탄도미사일 발사는 한 달여 만에 다시 시도했는데, 어떤 관련이 있다고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네, 자유아시아방송도 보도한 바와 같이 북한은 26일 아침 평양에서 동쪽으로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약 200km를 비행한 뒤 원산 앞바다에서 폭발한 것 같은데요. 이 미사일의 종류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 같은데 제가 듣기로는 북한이 지난 4월 2일에 발사한 고체 연료 극초음속 탄두를 탑재한 신형 중거리 탄도미사일 ‘화성-16나’일 가능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북한은 6월 25일 한국전쟁이 발발한 날에 발사하지 않았는데요. 원래는 그때 발사하려고 했다가 미사일에 문제가 생기면서 발사를 하루 늦추고 26일에 발사했다가 결국, 실패했다고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미국의 항공모함인 ‘시어도어 루스벨트’ 함이 이미 지난 22일 부산항에 입항했다는 사실입니다. 북한은 원래 한미 합동군사훈련이 진행되는 기간이나 미국의 항공모함, 전략 폭격기 등 전략 자산이 한반도 부근에 전개되는 경우에는 미국에 대한 군사 도발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이 혹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이라면, 정말 미국을 자극하려고 한 행동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26일 아침 일본의 ‘미사일 경보시스템’(J-ALERT)은 발동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북한이 이전과 달리 도발적이고 모험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를 생각할 수 있지만, 북한이 러시아와 새로운 조약을 맺고 안전보장에 대해 자신감을 갖게 됐다는 평가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역으로 생각하면, 미국을 심하게 비난할 수밖에 없을 만큼 북한 국내 상황이 불안하다고 말할 수 있고요. 자유아시아방송도 보도했지만, 미국을 비난하는 집회에 대규모 시민이 동원된 것 같습니다. 북한이 신경을 많은 쓰고 있는 젊은 세대도 여기에 포함된 것 같은데요. 북한에 의외로 여유가 없지 않을까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마지막으로 북러 정상회담도 그렇고 올 연말에는 미국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는데요. 앞으로 동북아시아 안보 정세를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
마키노 요시히로] 이번에 푸틴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했다는 것은 서방 국가들의 무기가 러시아 영토를 공격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에 접근하면서 미국과 일본, 한국 등을 견제하려는 노림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각도에서 보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어려운 상황에 처할수록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긴장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도 지난 26일에 미사일을 발사했듯이 이번 기회를 이용해 더 호전적인 태도를 취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앞으로 중국이 어떻게 대응할지에 따라 상황이 바뀔 것 같은데요. 중국은 러시아와 북한 사이의 군사협력에는 반대하지 않지만, 러시아가 지향하는 러시아, 북한, 중국 세 나라의 합동 군사훈련에 대해서는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 협력은 미국에 대한 견제가 될 수 있지만, 중국은 직접 참여하면 미국을 너무 자극하고, 대만과 남중국해를 포함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안전 보장에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러시아와 북한도 이러한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러시아와 북한이 중국을 자기들의 진영에 끌어들이기 위해 미국과 중국 간 대립이 심각해질 수 있도록 공조할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이 미국과 심하게 대립할수록 중국은 러시아, 북한과 협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는 말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 러시아나 북한 공작을 경계하고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네,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이었습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편집 한덕인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