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의 우크라 비난은 러시아에 대한 일편단심”
2024.10.02
앵커: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기자] 마키노 기자님. 중국이 지난 9월 25일, 44년 만에 태평양 공해상으로 ICBM, 즉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중국이 이번에 ICBM 발사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했다고 보십니까? 단순한 군사 훈련 이상의 정치적 의미를 내포한다고 봐야 할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중국은 원래 내륙 고비사막 등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했고, 발사 사실을 공표한 경우도 거의 없었습니다. 이번에는 태평양에서 장거리 ICBM을 발사한 건데요. 이는 미국 본토뿐만 아니라 괌과 하와이 등 태평양에 있는 미군 기지를 겨냥한 억지력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의 발표에 따르면, 2024년 1월 기준 중국이 보유하고 있는 핵탄두는 작년 1월보다 90여 기 늘어난 500기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한편, 미 국방부는 앞서 2035년까지 중국의 핵탄두 보유량이 1천500발에 이를 것이란 추측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이 핵무기 보유 수를, 억지력에 필요한 최소한으로 유지하던 기존의 전략에서 변경했을 가능성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중국은 원래 '핵무기 선제 불사용 정책'과 '핵 억제 목적 이외에는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정책을 유지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번 발사를 통해 중국이 이러한 핵전략을 변경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다시 말해, 중국의 핵전략이 바뀐 것이 사실이라면, 중국이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도 커졌다고 생각합니다.
북한도 앞으로 핵무기 보유 수를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지만, 중국의 핵전력은 북한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합니다. 이러한 중국의 변화는 앞으로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동아시아 여러 나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미국 국방부는 중국이 이번 발사에 대해 사전 통보를 했다고 밝히면서 특히 군사적 소통이 유지되고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이와 같은 미중 간 소통은 북한의 군사적 고립성과 대조되는데요. 북한은 중국의 이같은 군사적 행보를 지켜보면서 어떻게 해석하고 있을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네, 우선 미국 정부는 이번에 중국이 사전 통보를 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미중 간의 군사 채널을 통한 의사소통을 매우 중요하게 여겨왔기 때문입니다. 올해 4월에는 미국과 중국의 국방장관 회담이 18개월 만에 처음 열렸고, 당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과 동 준 중국 국방부장이 화상 회의를 통해 안보 문제를 논의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북한의 경우 군사적으로 고립된 상태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북한은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에 대해 주변국에 사전 통보하지 않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고요, 인공위성 운반 로켓에 대해서만 발사 예정 기간을 나름대로 예고하고 있지만, 정확한 발사 시간은 알리지 않았습니다. 이는 북한이 군비 관리에 대해 국제사회의 인식과는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국제사회는 군사력이 무제한으로 확대될 경우 우발적인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로 군비 관리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으며, 서로의 군사 정보를 가능한 수준에서 공개해 상대방이 오해하지 않도록 신뢰를 조성하려 합니다. 그러나 북한은 이러한 군비 관리 개념을 잘 따르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2018년 9월 남북 간에 군사 합의가 체결됐지만, 이를 전제로 하는 상호 간 정보 공개와 같은 신뢰 구축 조치는 뚜렷이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국제사회에서도 매우 위험한 요소로 간주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이기 때문에, 미사일 자체가 한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보기엔 무리인 것 같은데요. 그렇다고 해도 한국이 안보적 측면에서 우려해야 할 점이 있을까요? 또한, 최근 한중 정상회담 추진 보도에 비추어 볼 때 현재 한중 관계의 발전 가능성은 어떻게 내다볼 수 있을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중국의 핵전력은 급속히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중국이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는 말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과거 중국은 선제적으로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선제 불사용' 정책을 유지했지만, 최근에는 이 정책이 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특히, 중국은 유사시 다른 나라의 재래식 무기 공격에 대해 핵무기로 반격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의 윤석열 정부는 한미 동맹을 매우 중시하면서 중국에 대해서는 강경한 태도를 취해왔습니다. 윤 대통령은 2023년 4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대만해협의 긴장 상황을 "힘을 통한 현상 변경 시도"로 규정하면서, 대만 문제가 중국과 대만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적인 문제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중국은 강하게 반발하면서 대만 문제에 대한 외부 개입을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는데요. 이 때문에 현재 한중 관계는 미중 관계보다 한 단계 더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또 북중 관계가 냉각됐지만, 중국은 여전히 한반도에서 미군을 추방하기 위해 북한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한중 관계 악화는 한국의 안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큽니다. 적어도 한국은 미국이나 일본처럼 중국과 군사적 채널을 통한 의사소통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24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고위급 회의에서 북한과 이란이 러시아와의 무기 거래로 인해 전쟁 범죄의 공범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은 지난 9월 29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어불성설'이라며 강력히 반발했습니다. 그동안 북한은 우크라이나 문제에 개입하면서 러시아를 지지하는 태도를 명확히 해왔는데, 왜 이렇게 과도하게 반응했다고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는 북한이 러시아를 매우 중요한 파트너로 보고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전통적으로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이익을 얻기 위해 두 국가를 경쟁시키는 전략을 사용해 왔습니다. 그러나 2022년 7차 핵실험을 시도하면서, 이에 반대하는 중국과의 관계가 냉각됐습니다. 김 총비서가 지난 10월 1일 중국 국경절에 시진핑 주석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냈지만, 이 메시지에서 '전략적 관계'라는 표현 대신 '우호 관계'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반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해서는 '동맹'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러시아와의 관계를 더욱 강화하고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따라서 북한 입장에서는 러시아가 단기적으로 최대한 지원을 얻어낼 수 있는 주요 파트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젤렌스키 대통령이 북러 간 군사적 지원을 비난하자, 김여정 부부장이 강하게 반발한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지난 9월에 러시아 쇼이구 국방부 장관이 방북해 김 총비서와 회담한 것은 북러 간 새로운 협력 가능성을 논의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점령 지역에 북한 노동자를 파견하는 문제를 포함해 다양한 협력 방안이 논의되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북한은 러시아와의 협력을 확대하려는 상황에서, 국제사회의 비난에 대해 강하게 반발함으로써 러시아와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려는 의도가 있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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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끝으로 북한이 최근 형법을 개정하면서 사형 죄목을 11개에서 16개로 늘리고, 무기와 폭발물에 대한 통제를 강화했습니다. 이러한 형법 개정의 배경에는 김정은 정권이 직면한 어떤 위기감이나 불안함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을까요? 또한, 이러한 개정이 북한 체제를 강화하는 데 어떤 실질적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올해 들어 북한에서는 공개처형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올여름에는 한국 드라마를 시청한 이유로 중학생 30명 정도가 공개 총살됐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사건은 북한이 체제 결속을 위해 통제 정책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사형 죄목이 11개에서 16개로 늘어난 것도 이러한 통제를 법적으로 정비하려는 시도의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은 2019년부터 반동사상문화배격법 등을 통해 사상 통제를 시도해 왔지만, 효과가 미비했기 때문에 보다 강력한 공포 정치로 전환한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은 정권은 공포를 이용해 주민을 통제함과 동시에, 외부 세계와의 적대적 정책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에 대한 적대감을 조장하는 것은 내부 통제의 명분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강경한 통제 정책은 주민들의 불만을 더 키울 가능성이 큽니다. 김정은 총비서가 최근 수해 지역을 직접 방문하는 등 민심을 달래려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주민들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한 당근과 채찍 전략의 하나로 해석됩니다. 결국, 김 총비서가 체제 유지에 있어 공포 정치뿐만 아니라 일정 부분 유화책도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기자] 네,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이었습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편집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