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트럼프 당선에도 대미 억지력 강화할 것”
2024.11.06
앵커: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 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북, 트럼프 행정부 출범해도 당장 협상 안 나설 것”
[기자] 마키노 기자님, 안녕하십니까?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이 확정됐습니다. 이에 따라 앞으로 트럼프 행정부 2기의 대북 정책과 북한의 대미 정책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동안 미국이 펼처온 대외 정책, 특히 안보 분야에 대해 여러 차례 불만을 표시해 왔습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시급히 끝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에 따라 유럽에서는 미국의 관심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유럽 국가들이 독자적인 안보 체제 구축에 고삐를 당겨야 하는 상황을 마주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동아시아에 관한 트럼프 행정부의 안보 정책은 윤곽이 뚜렷하지 않습니다. 앞서 중국의 공산주의 정권을 강하게 비난하며 텍사스 휴스턴에 위치한 중국 총영사관을 폐쇄할 것을 지시하는 등의 강경 조치를 취한 것이 트럼프 행정부였습니다. 그가 이번에도 대중 강경 정책을 유지할 가능성이 다분합니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사업가이자 ‘딜메이커’(협상가)로도 잘 알려진만큼, 일련의 협상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얻는다면 상황을 봐가며 수위를 조정할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이런 맥락에서 북한이 앞으로 트럼프 당선인과 협상을 하면서 그를 만족시킬 만큼의 경제적 이익을 제시할 만한 것이 없다는 게 현실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유세를 하면서도 앞서 김정은 총비서와 ‘좋은 관계’를 맺었다고 여러 차례 강조해왔습니다. 하지만 결국, 김 총비서가 배신감을 느끼게 한 인물 역시 트럼프였습니다. 2018년부터 2019년에 걸쳐 이어진 협상에서 미북 당국자들 간에 여러 인맥이 형성된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지만, 현재 북한도 미국과의 협상을 서두르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북한은 미국과 협상하지 못하면 자신의 안보 계획을 100% 완성시킬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다만, 현재 북한은 이보다 미국이나 한국이 벌이는 ‘문화 침략’을 최대한 억제하는 데 더 큰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또한, 내년은 북한의 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마지막 해이며, 조국 해방 80주년을 맞는 해이기도 합니다. 당연히 군비 강화에 열중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런 축하 분위기를 최대한 끌어올리려 할 것으로 예상되고요. 내부 결속과 경제 성장을 우선시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따라서 내년 1월에 트럼프 행정부가 공식 출범하더라도 즉각적인 미북 협상은 시작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자] 말씀하신 대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재선되면 우크라이나 전쟁을 조속히 끝내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밝혔습니다. 북한이 미국 대선을 앞두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북한군을 파병한 것은, 이러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을 염두에 두고 미국 정부가 북한을 우선순위로 다루도록 유도하려는 전략적인 의도가 있었을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말씀드린 바와 같이, 북한은 미국, 한국, 일본이 문화적 영향력을 통해 북한 체제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2020년부터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청년교양보장법’, ‘평양문화어보호법’ 등을 제정했지만, 그 효과는 크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북한 주민들은 한류 드라마와 음악을 몰래 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작년 말에는 평화통일 정책을 포기하고 한국을 적대시하는 정책을 내세우기 시작했습니다. 공개처형을 위한 명분 만들기가 목적이였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상황을 북한은 미국, 일본, 한국이 벌이는 일종의 문화 전쟁으로 여긴다고 생각합니다. 김 총비서는 이를 방치하면 북한 체제가 붕괴될 수 있다고 크게 우려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러시아에 군대를 파병했으며, 이를 통해 지난 6월에 체결한 '북러 간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이 단순한 문서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입니다. 김 총비서는 이 조약에 대해 수차례 ‘동맹’이라고 주장했지만, 막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단 한 번도 동맹이란 표현을 쓰지 않았습니다. 김 총비서는 이를 통해 한반도 유사시 러시아가 반드시 지원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한미일 측에 계속 보내고 있습니다
또한, 북한 지난 10월 31일에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9’호도 같은 의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ICBM이기에 이번 발사는 미국에 대한 메시지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미국과 협상을 시작하기 위한 조치가 아니라 대미 억지력을 강화하려는 조치로서, 미국을 견제하기 위한 의도가 컸다고 판단됩니다. ‘화성-19’호는 이동식 발사대에서 발사됐지만, 이동 환경이 제한돼 있어 공격에 쉽게 노출될 위험이 있습니다. 김정은이 언급한 '완성형 미사일'로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됩니다. 이번 ICBM 발사를 공개한 배경에는 북한의 어려운 상황 속에서 미국에 대한 억지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북한은 당분간 미국과의 협상보다는 미국에 대한 억지력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으며, 미북 협상에 임할 준비는 되어 있지 않다고 판단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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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바 정권의 대북정책도 표류… 협상 난망”
[기자] 얼마 전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다수당 지위를 잃었습니다. 이에 따라 이시바 시게루 신임 총리의 입지가 약화됐다는 평가가 나오는데, 이 상황이 일본의 외교와 안보, 특히 대북 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지난 10월 27일에 치러진 중의원 선거 결과, 자민당과 연립 여당인 공명당의 의석 수가 총 465석 중 215석으로 과반인 233석을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자민당은 무소속 의원들의 협력을 받아 과반을 넘기려고 있지만, 제1야당인 국민민주당이 148석을 갖고 있는 입헌민주당과 협력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앞으로 국회 운영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11월에 열리는 국회 표결에서 다시 총리로 선출될 가능성이 큽니다. 자민당은 여야 협상을 통해 법안을 통과시키려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이시바 정권이 불안정한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내년 3~5월로 예정된 예산안 통과 때나 내년 여름쯤 자민당 정권에 큰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전망도 많습니다. 따라서 이시바 정권이 북한 문제에 집중할 여력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시바 총리는 북한과의 신뢰 관계 구축을 위해 북한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하는 방안을 제안한 바 있지만, 납치 피해자 가족들이 일본 정부가 사기를 당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습니다. 이시바 총리는 취임 이후 납치 피해자 가족들과 신뢰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확고한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북한도 일본의 이러한 정치적 혼란을 주시하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당분간 일본과 북한 사이에 본격적인 협상이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마지막으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5일 러시아로 파병된 북한군과 우크라이나군 간에 교전이 있었다고 확인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에 배속된 북한군과 첫 전투를 벌였다고 설명하면서, “북한 병사들과의 첫 전투는 전 세계 불안정성의 새 장을 열었다”고 언급했는데요. 현재까지 알려진 북한군의 파병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현재까지 상황을 보면, 러시아군은 원래 죄수였던 범죄자들과 일반 계약병, 그리고 용병들이 담당하던 역할을 북한군 병사들에게도 맡기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쿠르스크 지역에 배치된 북한 병사들에게 소총, 자동소총, RPG7을 비롯한 야시경 등이 제공됐지만, 연장 로켓포나 장갑차는 아직 제공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일부 전문가는 북한 병사들이 대규모 기갑 장비를 다루는 데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장갑차나 전차와 연계된 전투에서 큰 역할을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군 병사들은 쿠르스쿠주에 보병으로 진입하면서 러시아군의 영토 탈환에 전력을 보완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북한군 병사들은 기초적인 전투 훈련을 많이 받았지만, 최신 장비의 부족과 기술력의 낙후로 실제 장갑차나 전차를 활용한 전투 경험은 거의 없습니다. 따라서 러시아군에 대한 지원 병력으로서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자유아시아방송도 보도했듯이, 북한군 병사들이 장갑차와의 협력이 제한된 상황에서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에 맞서다 다목적 사상자가 될 가능성도 우려되고 있습니다.
[기자] 네,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이었습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