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미 대선이 연내 북중 정상회담 중요 변수”
2024.10.14
앵커: 북중 수교 75주년을 기념한 ‘우호의 해’에도 활발한 교류가 없어 북중 관계가 예전 같지 않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가운데 오는 11월에 있을 미국 대통령 선거가 연내 북중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의 중요 변수가 될 전망입니다.
중국은 경제 문제, 북한은 핵 무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어 양국 간 협력의 필요성이 줄어들었지만, 북·러 관계의 밀착이 오히려 북중 정상회담을 촉진할 요인으로도 꼽히고 있습니다.
천소람 기자가 연내 북중 정상회담의 성사 가능성을 짚어봤습니다.
북·중 수교 75주년 ‘우호의 해’에도 냉기류 지속
중국 공산당 서열 3위인 자오러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이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를 만나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 총비서 간 정상회담 가능성이 제기됐던 올해 4월.
하지만 곧이어 5월 27일, 서울에서 열린 제9차 한중일 3국 정상회의 이후 나온 공동선언에 ‘한반도 비핵화’ 내용이 실렸고, 북한은 같은 날 정찰위성 발사와 한중일 공동성명에 대한 반발 담화를 내놓으면서 북중 간에 이상 기류가 포착된 바 있습니다.
[KBS News] 북한과 중국 관계에 이상기류가 계속 감지되고 있습니다. 실제 2018년 북중 정상회담 기념으로 설치한 발자국 동판이 철거됐고…. (2024년 6월 12일)
특히 2018년 중국에서 있었던 북중 정상회담 이후 김 총비서와 시 주석이 함께 산책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두 사람의 발자국을 본떠 설치한 동판이 올해 자취를 감추면서 양국 간 이상 기류가 재점화되기도 했습니다.
또 지난 9월 9일 시 주석이 북한 정권수립기념일을 맞아 보낸 축전에서도 북중 우의를 강조하는 표현이 지난해보다 줄었고, 김 총비서가 엿새 만에 보낸 답전에서도 ‘협력’과 같은 표현이 등장하지 않아 북중 관계가 예전 같지 않다는 분석이 잇따라 제기됐습니다.
하지만 지난 9월 27일 평양에서 열린 중국 국경절에는 북한의 고위급인 강윤석 최고인민회의 상임위 부위원장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북한은 주빈의 격을 예년의 수준으로 맞췄고, 행사장에서도 ‘우호’ 입장을 재확인한 겁니다.
연내 북중 정상회담 가능성은?... 한국 외교부 “관련 동향 주시”
이런 가운데 저명한 북중 관계 전문가인 박종철 한국 경상국립대학교 교수는 올해 안에 북중 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습니다.
2018년에도 북중 정상회담을 예견했던 박 교수는 최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중국 지도부의 입장에서 북러 군사 협력이 중국이나 미국의 이익을 침해하는 수준이 되어서도 안 되고, 북러 군사 협력 통제와 중국의 주변국 안정을 위한 대북 관리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보인다”며 최대한 빨리 김 총비서가 방중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박종철] 중국으로서는 북한을 관리하기 위해서 최대한 빨리 김 총비서가 방중하는 것을 희망하고 있습니다. 올해가 중국 건국, 그리고 북중 수교 75주년인데, 최소한 올해 안에는 꼭 방중을 성사시킨다는 것을 현실적인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박 교수는 올해 중국과 북한에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 대통령 선거라며, 미국의 차기 대통령이 어느 정도 결정된 이후 김 총비서의 방중이 실현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또 이미 중국 측 여러 기관에서도 대체로 비슷하게 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관련기사>
[북중 국경 특집] ③ “중, 연내 북중 정상회담 목표”
밍시아(Ming Xia) 뉴욕시립대학교 정치학 및 국제관계학 교수도 지난 11일 RFA에 “시 주석과 김 총비서가 대통령 선거 전에 정상회담을 해 시선을 끌고, 동시에 선거에도 영향을 미치려 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습니다.
그는 이어 시 주석이 절대적으로 필요치 않다면 김 총비서와 만나지 않겠지만, 북러 협력이 긴밀해지면서 시 주석에게는 김 총비서를 가까이 두거나 통제하는 것이 필수적으로 되었다고 진단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북중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보는 견해도 많습니다.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의 이상숙 연구교수는 10일 RFA에 “올해가 북중 수교 75주년이자, 양국이 올해를 ‘북중 우호의 해’로 정한 만큼, 정상회담을 진행한다면 명분상 올해 진행하는 게 맞지만,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상숙] 올해 개최되면 양국 간 협력을 보여줄 수 있어 좋지만, 연말에 미국 대선이 예정돼 있기 때문에 중국으로서는 현재 정세를 바꾸거나 대외적으로 보여줄 필요성이 없는 상황이라서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요. 만약 개최의 필요성이 있는 시기가 있다면 내년에 미국 신행정부가 등장하고 북한 문제에 대한 논의를 진전시키거나 아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변화 등 국제정세에 변화가 있을 경우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연구교수는 경제 문제가 심각한 중국이 당장은 대외보다는 국내 상황에 집중하고 있고, 북한은 핵 무력 강화에 집중하며 적대적인 남북 관계를 선언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과 교류하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북중 정상회담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양국 간 관계의 중요성이 낮아졌기 때문에 북중 정상회담이 늦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전병곤 한국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도 10일 RFA에 현재 북러 관계의 밀착으로 북중 정상회담이 시기적으로 지연된 상태라고 평가하면서 “미국 대선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전병곤] 11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서 양국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일치할 수도 있고, 불일치할 수도 있습니다. 또 상호 조율이 필요할 수도 있고요. 선거 결과 이후 내년 미국의 신행정부가 등장하면 그 상황에 따라서 두 국가가 만나서 대화할 필요 없을 수도 있고요. 반대로 최소한의 조율을 통해 이익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고요. 그렇게 되면 그 시기가 언제일지 모르지만, 정상회담이 개최될 수 있겠죠.
자오통(Zhao Tong) 카네기-칭화 글로벌 정책센터 선임연구원도 8일 RFA에 “북한은 당분간 미국, 그리고 그의 동맹국들과 관계가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라며 중국은 경제 문제로 외부의 도움이 필요하고, 미국과 더불어 동맹국인 한국, 일본과도 안정적인 관계 유지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중국과 북한의 이해관계가 점점 더 분열되고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가장 원하지 않는 것은 북한, 러시아와 함께 ‘악의 축’의 일원으로 보이는 것이기 때문에 북중 정상회담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자오 선임연구원의 설명입니다.
북중, 전략적 이해관계 상충
전문가들은 북중 정상회담이 진행되기 전 조율해야 할 쟁점이 있는데, 서로 이해관계가 맞지 않아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지난 8월 말 북중 국경 지역을 여행한 박종철 교수는 “작년부터 중국 인사들이 ‘김 총비서의 방중을 위한 마지막 쟁점 현안을 조율하고 있다’는 표현을 쓰고 있다”라며 “지난 일 년 넘게 북중 사이에 물밑 협상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또 다른 전문가들도 양국 간에 안보와 경제 문제에 대한 조율이 필요한데, 전략적 이해가 상충하기 때문에 미국 대선 혹은 우크라이나 전쟁 등 중요한 국제적 변화가 있지 않는 한, 당분간 양국 관계는 통상적인 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전병곤] 경제적인 협력, 그다음에 북한의 안보 문제, 그리고 비핵화에 관한 제재 등이 있는데요. 이런 부분에 대해 (북중 간에) 어떻게 협력할 것이고, 한미일에 대해서 어떻게 대응할 것이고, 북중러가 같이 연합해서 대응하느냐, 안 하느냐 이런 여러 가지 쟁점들이 있을 텐데요. 이런 쟁점들이 일부는 맞는 게 있지만, 일부는 서로 전략적 이해관계가 불일치해서 완전하게 맞지 않는 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북중 정상회담이 지연될 수도 있고….
[이상숙] 안보적인, 정치적인 부분에서는 사전에 조율이 필요한 부분이 있지만, 그게 대외적으로 공개되지 않을 거예요. 대외적으로는 경제 협력이 조금 더 두드러질 수 있는 거고요. 아무래도 북중 정상회담이 개최되려면 안보·정치적인 면에서 북한이 적대적인 두 국가론을 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과 중국의 접점이 있어야 하는데, 아직은 그런 걸 도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정상회담이 개최된다고 해도 그 부분은 전제 조건은 아닐 것 같습니다. 오히려 경제적인 협력에 집중이 맞춰질 것 같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 외교부는 북중 정상회담 가능성에 관한 RFA의 질문에 “관련 동향을 주시 중이다”라고 10일 답했습니다.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중국, 또 북러 관계의 밀착으로 안보와 경제에서 러시아란 ‘우산’을 확보한 북한.
미국 대선이 약 3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김 총비서와 시 주석의 만남이 언제 이뤄질지, 이를 계기로 북중 관계가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됩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천소람입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