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 북한 대사 연설에 반응 ‘극과 극’
2023.09.26
앵커: 김성 유엔 주재 북한 대사가 미국 현지 시간으로 26일 오후 제78차 유엔총회 일반토의 연단에 섰습니다.
마지막 날이어서 다소 공석이 많았던 이날 회의장에는 미국과 한국을 포함해, 북한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러시아, 중국, 쿠바 등이 자리했는데, 김성 대사의 연설 이후 한국과 미국의 반응은 싸늘했던 반면, 러시아, 중국, 쿠바 등은 박수를 보냈습니다.
당시 현장의 분위기를 서혜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미국 현지 시간으로 지난 19일 미국 뉴욕에서 개막한 제78차 유엔총회가 26일 폐막했습니다.
유엔 총회 마지막 날인 이날 김성 유엔 주재 북한 대사는 총 15개 국가 중 10번째로 기조연설에 나섰는데, 유엔총회 회의장에는 비교적 공석이 많았습니다.
중국과 일본에서는 단 2명의 외교관이 참석했으며, 러시아에서는 3명이 자리를 지켰습니다.
한국과 미국 측에서는 회의 초반 2~3명이 자리했는데, 김성 북한 대사의 연설 시작 전후로 각각 5명으로 늘었습니다.
눈에 띄게 많은 외교관이 참석한 국가는 쿠바였는데, 6명이 참석했으며 북한 측도 김성 대사를 포함해 총 6명이 회의장에 모습을 나타냈습니다.
북한은 이날 세 번째 연설자인 부탄(Bhutan) 외무장관이 연단에 섰을 때 회의장에 입장했으며, 연설에 앞서 김성 대사와 북한 외교관들은 쿠바, 인도, 부룬디 등의 외교관들과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순서에 따라 연단에 오른 김성 대사는 공개적으로 사회주의 국가인 쿠바를 지지했습니다.
[김성 대사] 미국의 악랄한 제재 봉쇄와 내부 와해 책동에 맞서 사회주의 기치를 변함없이 고수해 나가고 있는 쿠바에 전적인 지지 성원을 보내면서..., 쿠바에 대한 미국의 경제, 무역 및 금융봉쇄와 테러지원국 지정을 강력히 규탄 배격하며 이를 즉시 철회할 것을 요구합니다.
또 김성 대사는 윤석열 한국 정부를 언급하며 “대한민국 전역은 그야말로 미국의 군사적 식민지, 전초기지로 화하였”며 미국이 한반도 정세를 무력 충돌로 몰아간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과 미국 측 대표는 김성 대사의 주장에 무표정으로 일관하며 특정 구간에서는 메모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한미일 대 북중러의 신냉전 구도를 증명하듯 김성 대사의 연설에 대한 반응도 극과 극이었습니다.
김성 대사의 연설이 끝나자, 러시아와 중국, 쿠바 대표단은 박수를 보낸 반면, 한국과 미국 외교관들은 싸늘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한국 측은 씁쓸한 웃음을 지어 보였고, 미국 측은 북한 담당으로 보이는 외교관이 바로 회의장을 떠났습니다.
북한 외교관들도 연설 순서가 끝나자마자 모두 회의장을 떠났는데, 이후 미국 등 다른 나라의 외교관들과 대화를 나눴는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김성 대사는 이날 연설을 통해 “자주를 지향하고 정의를 사랑하는 모든 나라, 민족들과 사상과 제도의 차이와 관계없이 단결하고 협조할 것”이라며 “(북한을) 존중하고 우호적으로 대하는 자본주의 나라들과도 다방면적인 교류와 협력을 확대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예고하면서 앞으로 활발히 대외 관계 구축을 추구할 것을 시사했습니다.
또 김성 대사가 “동북아시아 지역에 신냉전 구도가 들어서게 됐다”고 직접적으로 언급함으로써 유엔총회 이후 남북미 대 북중러 사이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뉴욕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서혜준입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