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연설 앞둔 북 대표부 ‘두문불출’
2023.09.25
앵커: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제 78차 유엔총회 일반토의가 진행 중인 가운데 마지막 날인 26일 기조연설에 나설 예정인 북한이 어떤 발언을 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각각 기조연설에서 북한의 도발과 북러 간 군사협력을 비판한 것에 대해 북한도 거친 반응을 보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편, 유엔 북한대표부 인근 주민들은 북한 외교관들이 뉴욕에 살고 있는지조차 몰랐다며 무관심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북한 기조연설을 하루 앞둔 뉴욕 현장의 분위기를 서혜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제 78차 유엔총회가 열리는 뉴욕 유엔본부 앞.
상임이사국을 포함해 총 193개의 모든 유엔 회원 국가 대표들이 참여하는 대규모 회의가 진행 중인 만큼, 이곳 뉴욕 맨해튼 도시의 경비는 삼엄했습니다.
유엔총회 일반토의 마지막 날을 하루 앞둔 25일,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내일(26일) 연설하는 북한 대사의 동향을 살펴보기 위해 주유엔 북한대표부를 찾았습니다.
그런데 이날 북한대표부를 출입하는 외교관은 볼 수 없었고, 주변 분위기도 조용했습니다.

또 뉴욕에는 새벽부터 내린 비로 해안 홍수 주의보가 발령된데다 유대인 명절인 ‘욤 키퍼(Yom Kipper)’를 맞아 도시는 썰렁하기까지 했습니다.
기조 연설을 앞두고 있는 북한은 장관(Minister)급이 아닌 대사(CD·Corps Diplomatique)급 인사, 즉 김성 대사를 기조 연설자로 내세울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지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리용호 전 외무상이 기조 연설자로 나섰지만, 2019년부터는 장관급에서 대사급으로 기조 연설자를 변경하면서 김성 대사가 매년 연설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대유행 이후 북한 김정은 총비서가 지난 12일 러시아를 방문하면서 그를 수행한 최선희 외무상이 유엔 총회에 참석해 국제 외교 무대에 복귀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끝내 유엔총회 ‘일반토의 잠정 명단’에 변경사항은 없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취재진은 유엔 북한대표부 인근에서 오랜 기간 개인 상점을 운영해 온 주민들에게 북한 외교관들에 대해 알고 있는지 물었습니다.

[취재진] 이 근처에 북한 외교관들이 살고 있다는 걸 알고 계셨나요?
[지역 주민] 네, 이 근처에 북한 대표부가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이 동네에 살고 있지 않아요. 이 근처 집세를 낼 형편이 안 됩니다. 종종 그들이 타고 오는 차를 보는데, 다른 (외교관들) 차와는 달라요. 금전 문제가 있는지 아주 오래된 차를 몰아요. 그리고 항상 다섯 명이 무리지어 다니죠.
북한대표부 인근 또 다른 상점의 한 직원은 RFA에 “많은 손님이 오가는데 나는 그들이 북한 사람인지 구분하지 못한다”고 말했고, 다른 지역 주민도 북한 사람들이 이곳 맨해튼에 사는 줄 몰랐다며 다소 놀라기도 했습니다.
유엔총회 기간 유엔본부를 방문한 한 프랑스 여행객도 북한이 유엔 회원국이었다는 게 놀랍다는 반응이었습니다.
[키사프] 북한이 유엔 회원국인 줄 몰랐습니다. 그런데 모든 국가에게 (유엔 회원국) 자격은 있다고 생각해요. 북한은 폐쇄된 국가기 때문에 북한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 저는 그저 미디어를 통해 보고 들은 게 전부입니다.

지난 19일 개회한 유엔총회 일반토의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계속해서 위반한다며 북한의 지속적인 도발을 규탄한 바 있습니다.
또 그 다음 날인 20일에는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기조연설을 통해 “북러간의 무기 거래는 한국에 대한 도발이며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5일, 윤 대통령의 기조연설을 두고 “히스테리적 망발”이라며 맹비난하기도 했습니다.
일각에서는 한미일 대 북중러의 신냉전 구도가 심화하고, 최근 북러 관계가 밀착 행보를 보이면서 한반도의 긴장감이 고조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오는 26일 김성 북한 대사가 어떤 발언을 내놓을지 주목됩니다.
뉴욕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서혜준입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