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선거 출마 탈북민 “북 인권 위해 다시 뛸 것”
2023.05.08
앵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4일 영국 지방선거에 출마한 티모시 조 씨와 박지현 씨를 유세부터 개표 현장까지 동행 취재했는데요. 이들은 직접 유권자들을 만나 한 표를 호소하면서 민주주의 선거를 다시 체감했습니다.
이들의 세 번째 출마도 낙선으로 끝났지만, 탈북민으로서 사명감을 갖고 더 큰 꿈을 위해 도전할 뜻을 밝혔는데요.
두 사람의 선거 과정과 앞으로 이들이 펼칠 활동 등을 서혜준 기자로부터 들어보겠습니다.
- 서혜준 기자, 지난 4일 영국 지방선거에 출마한 두 명의 탈북민이 올해도 아쉽게 낙선했습니다. 보수당 후보로 출마한 티모시 조 씨와 박지현 씨인데요. 결과가 어땠습니까?
[기자] 티모시 조 씨와 박지현 씨는 영국 지방선거에 3년째 연속 출마했습니다. 그런데 두 사람이 출마한 지역구가 역사적으로 노동당이 우세한 지역이라 올해도 ‘막판 뒤집기’는 없었습니다. 영국 맨체스터 테임사이드의 덴턴사우스구에 보수당 후보로 출마한 티모시 조 씨는 출마한 전체 7명의 후보자 중 4등을 차지했는데요. 해당 지역에 출마한 세 명의 노동당 후보들이 압도적인 지지율로 모두 당선됐기 때문입니다. 이곳이 보수당에 반감이 있는 지역임에도 조 씨는 666표라는 성과를 이뤄냈습니다. 작년에 조 씨는 794표를 받았는데 올해 전반적으로 지역 투표율이 떨어져 더 적은 표를 받았지만, 지지율은 작년보다 더 높았다고 조 씨는 RFA에 설명했습니다.
또 덴턴사우스에서 북쪽으로 30분 거리에 있는 베리사우스의 세인트 마리스구에 출마한 박지현 씨도 세 번째 도전에 나섰지만, 아쉽게 고배를 마셨습니다. 박 씨가 출마한 지역구 역시 노동당 후보가 1위를 차지했는데요. 그럼에도 총 4명의 후보들 가운데 박 씨는 427표로 2위를 차지했습니다. 박 씨는 매년 선거마다 다른 지역구에 출마했지만, 꾸준한 지지율로 좋은 결과를 냈습니다. 작년에는 당의 추천이 아닌 유권자들의 소개에 따라 후보로 선출됐고, 지역 내 우세한 노동당의 입지에도 불구하고 박 씨는 높은 지지율을 얻은 바 있습니다.
- 아쉽지만, 영국에서 첫 탈북민 지방의원의 탄생은 다음 기회로 미뤄야겠습니다. 이번 선거에는 자유아시아방송이 유세 현장을 동행했는데요. 두 후보의 유세 활동과 분위기는 어땠습니까?
[기자] 네. 자유아시아방송 기자들은 두 후보가 지역구 내 주민들의 집을 직접 방문하고 길에서 만난 주민들에게 유세 활동을 하는 내내 함께했는데요, 아무래도 앞서 말씀드린대로 노동당이 우세한 지역이라 유권자들의 반응이 그저 호의적이지만은 않았습니다. 일부 주민들은 “보수당은 됐어요”라며 문을 닫을 정도였는데요. 그럼에도 두 후보는 더 많은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려고 노력하며 끝까지 최선을 다했습니다.
박지현 씨가 길거리 유세 중 만난 한 주민은 박 씨가 북한 출신이라는 사실을 듣고 매우 놀라며 그녀의 정치 도전기에 큰 관심을 가졌습니다. 노동당 지지자인 그는 박 씨의 이야기를 듣고 영국의 정치 세태를 다시 한 번 바라보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고요. 박 씨는 자신의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누군가의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돼 감사하다는 소감을 전했습니다.
티모시 조 씨는 선거 당일날까지도 투표장을 방문해 자신의 지지자들과 만나며 유세를 이어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날 자신의 지역구의 한 투표장에서 만난 유권자 부부는 조 씨와 반갑게 인사하며 조 씨의 공약들을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조 씨의 당대표는 RFA과의 인터뷰에서 처음 조 씨가 당 후보로 들어왔을 때 그는 “그냥 ‘티모시’ 그 자체로 들어왔다”며 “북한이 어떤 국가인지 당연히 알고 있지만, 그가 북한에서 왔다는 것이 그의 정치생활에 악영향을 미치기보다는 오히려 큰 자산이 된다”고 말해습니다. 그가 자유를 위해 걸어온 여정이 유권자들에게 투표의 중요성을 일깨우기도 했다고 전했습니다.
- 두 후보가 영국에 정착한 지 15년이 됐는데요. 낯선 땅에서 지금의 정치인 후보가 되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직접 영국에서 만나고 느낀 두 후보의 모습은 어땠습니까?
[기자] 두 후보는 영국에서 당당한 시민으로서 자리를 잡고 더 큰 목표를 향해 쉼없이 달려나가는 모습이었습니다. 북한 인권운동가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박지현 씨는 최근 영국 찰스 3세 국왕 부부를 만나 북한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관심을 촉구하기도 했고, 그녀의 일대기를 담은 책은 지난 2019년 프랑스어로 최초 발간된 이후 중국어, 한국어, 그리고 영어로도 출간되며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올해는 본인이 소속된 ‘영국 보수당에서 주목할 만한 여성’에 오르기도 해, 앞으로 박 씨의 정치적 행보가 기대되는 상황입니다.
조 씨는 유세 일정 중 영국의 명문대로 알려진 셰필드 대학교의 초대를 받아 자신의 탈북 과정 등을 나누며 북한 인권 상황을 학생들에게 알리기도 했는데요. 강연 이후 한 학생은 RF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에 대한 이야기가 사실인지, 거짓인지, 과장된 것인지 몰랐는데 이렇게 직접적인 경험을 한 사람에게서 들을 수 있어 좋았다”며 “그가 온 국가에는(북한) 존재하지 않는 민주주의를 실현한다는 게 매우 감명깊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밖에도 조 씨는 선거 하루 전날인 3일, 자신이 학사학위를 받은 대학교에서 동문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 두 후보가 비록 낙선했지만, 도전은 멈추지 않겠다고 했는데요. 앞으로 영국에서 어떤 정치인이 되고 싶은지 두 후보의 포부를 들어볼 수 있을까요?
[기자] 박지현 씨는 가족들의 응원이 그의 정치인생에 큰 원동력이라며 그의 도전은 계속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그는 정치와 인권은 구분될 수 없고, 그렇기 때문에 정치에 도전함으로써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서도 더 크게 목소리 높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박 씨는 탈북민으로서 누군가를 위해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딛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며, 자신처럼 아팠던 이들, 지금도 아파하고 있을 이들을 위해 계속해서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박지현] 북한 문제는 지금 세계적인 문제입니다. 이걸 (울타리에 가둬두는 것이 아니라) 더 포괄적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현대판 노예제, 무국적자 문제에 주목해야 합니다. 그리고 ICC(국제형사재판소)에서 지금까지 다뤄지지 않았던 대량학살 중 ‘문화대량학살’ 부분이 있거든요. 이 문제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더 공부해서 ‘문화대량학살’과 북한 문제를 연계해…
한편, 조 씨는 선거 결과에 담담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낙선의 쓴 맛을 느낄 새도 없이 바로 다음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밤샘 개표 현장을 지킨 뒤 곧바로 맨체스터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국제종교단체의 초청으로 브라질을 방문해 열흘 간의 일정으로 다양한 도시를 오가며 북한 인권 상황을 나누기 위해서였는데요. 이후 조 씨는 브라질 일정 첫날 2천명 가량의 청중이 참석하는 행사에서 북한 인권에 대해 나눴다고 전해왔습니다. 아울러 그는 자신을 지지해주는 응원과 성원에 감사하다며, 앞으로 영국 총선에도 도전장을 내밀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는데요. 조 씨의 말을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티모시 조] 많은 분들의 지지와 응원, 성원에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도전은 멈추지 않을 거예요…지역구를 다른 곳으로 옮길 수도 있을 것 같고 아니면 제가 지금까지 이룬 성과들에 기초해 더 많은 도전을 해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 네. 이번 영국 지방선거에서 두 탈북민을 동행 취재한 서혜준 기자와 선거 뒷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기자 서혜준, 자민 앤더슨, 에디터 노정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