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의회, 11월 탈북민 강제 북송 청문회 추진

워싱턴-서혜준 seoh@rfa.org
2023.10.26
영국 의회, 11월 탈북민 강제 북송 청문회 추진 24일 영국 국회의사당 ‘웨스트민스터궁’에서 열린 유럽 북한인권포럼.
/ 데이비드 알톤 트위터

앵커: 영국 상하원 의원들과 국민들이 북한 인권 문제에 주목하는 분위기입니다.

 

특히 최근 중국 내 탈북민 강제 북송이 계속되면서 영국 의회에서는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해결책을 모색하는가 하면, 오는 11월 한국 윤석열 대통령의 영국 방문 기간에 맞춰 이에 관한 청문회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영국 내 인권 단체와 탈북민들도 북한 인권 문제와 탈북민 강제 북송의 실상을 알리기 위한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면서 영국인들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서혜준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국 의원들, 탈북민 강제 북송 소식에화들짝

 

[데이비드 알톤] 중국은 유엔 협약 서명국입니다. 우리는 계속 그들에게 이 사실을 상기시켜야 합니다. 그리고 오늘처럼 탈북민의 증언을 들을 때마다 (중국 내) 탈북민들이 강제 송환됐을 때 이들이 수용소에 수감돼 고문을 당하거나 최악의 경우 처형되는 사람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더 많이 알려야 합니다.

 

지난 24일 영국 런던에 있는 국회의사당 ‘웨스트민스터궁(Palace of Westminster)’에서 열린 ‘2023 유럽 북한인권포럼’.

 

영국 의회 내 ‘북한 문제에 관한 초당파 의원 모임(APPG-NK)’의 공동의장을 맡고 있는 데이비드 알톤 상원의원은 이날, 중국 내 탈북민들의 강제 북송을 막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이날 행사 준비에 관여한 티모시 조 APPG-NK 사무국장은 24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영국 의회에서 “탈북민 강제 북송 문제가 엄청난 논란이 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티모시 조] 계속해서 영국 장관님께 외교적으로 (중국이) 탈북민들을 제3국으로 추방할 수 있게 한국 정부와 협조하자는 제안들이 의원들 사이에서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조 씨는 중국 내 탈북민 강제 북송 문제에 관해 제프리 클리프턴-브라운 하원의원과 데이비드 알톤 상원의원이 공동으로 의회 청문회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티모시 조] 이미 지난주에는 상원에서 이 문제와 관련해 (타리크 아마드(Tariq Ahmad)) 장관님을 대상으로 대정부 질의가 나왔고, 한국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11월에 (영국을) 방문하시잖아요. 그 주를 기점으로 청문회를 추진하려고 합니다.

 

또 조 씨는 최근 중국에서 23년을 살다 강제 북송된 김철옥 씨의 가족을 행사에 초청해 직접 그들의 목소리를 들은 것이 이 문제를 재조명하는 데 큰 원동력이 됐다고 덧붙이면서, 현재 중국에 남아 있는 탈북민들이 최소한 제3국으로 어떻게든 보내질 수 있도록 영국에서 계속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날 행사에는 북한에서 10년 넘게 군 복무를 하다 2010년 탈북한 엄영남 씨도 증언을 통해 북한의 인권 실태를 전했습니다.

 

[현장 오디오-엄영남] The main reason why I want to share my story is to increase awareness of the real situation that North Korean soldiers face instead of how they are shown in the media. (제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은 가장 큰 이유는 매체에서 말하는 북한 군인들의 상황이 아닌 그들이 실제 직면하고 있는 상황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서입니다.)

 

엄 씨는 24일 RFA에 북한 군인들이 겪는 인권 침해 사례를 영국 의원들에게 증언한 건 처음이었다며 앞으로 영국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북한 인권의 실상을 더 많이 알리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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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SI 케이시 라티그 공동대표(Casey Lartigue·왼쪽)와 탈북민 엄영남(가운데), 김은주(오른쪽 두번째) 씨가 북한 인권에 대해 말하고 있다. / FSI 제공

 

[엄영남] 김정일 정권 시기에 선군정치라고 해서 마치 군인들을 잘 대해주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항상 배고파서 영양실조에 걸리고, 어쩔 수 없이 밖에 나가 도둑질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어요. 군대에서의 그 비참한 상황들에 대해서 설명을 드렸는데 (의원들이) 놀랐고, 북한 인권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특히 엄 씨는 영국 의원들이 중국 내 탈북민 강제 북송 상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고 있어서 놀랐다며, 영국 의회 차원에서 북한 인권을 논의하는 모임이 있다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엄 씨와 함께 이번 행사에 참여한 한국의 비영리 민간단체 ‘프리덤 스피커즈 인터내셔널(FSI)’의 이은구 공동대표도 영국 의원들이 탈북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북한 인권을 개선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을 만들기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이은구] 탈북민의 생생한 목소리가 전달돼 북한 인권을 개선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드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또 이 문제는 한국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국제사회가 힘을 합쳐서 해결해야 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영국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탈북민 공연단과 영국 밴드가 한자리에영국인들도북한 인권주목

 

영국에서는 지난 21일 북한 인권을 주제로 이색적인 공연도 열렸습니다. 

 

탈북민 무용단 ‘원드림(One Dream)’과 영국의 음악 밴드 ‘우버퓨즈(Ooberfuse)’가 함께 공연하고, 한국에서 제작한 북한 인권 다큐멘터리(기록 영화) ‘엄마의 낯선 딸’을 상영하면서 영국인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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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탈북민 무용단이 공연 후 탈북민 강제 북송을 반대하는 포스터를 들고 있다. / 박지현 씨 제공

 

또 이 자리에는 엄영남, 김은주, 김태희 등 세 명의 탈북민이 북한 인권에 관한 대담회를 통해 자신이 겪은 인권 침해 사례를 소개하고,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영국인들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소통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FSI와 함께 행사를 주관한 영국의 북한인권운동가 박지현 씨는 24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이 인터넷 사회연결망(SNS)을 통해 행사 사진과 영상들을 공유하고 있다”며 뜨거운 현지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박지현] (대부분 북한 인권 행사는) 토크로만 진행돼서 관심이 덜했는데, 이번 행사는 다큐멘터리 영화와 밴드 공연을 추가하니까 관심이 더 많아지더라고요. 정치인들의 목소리도 중요하지만, 일반 국민에게는 잘 안 알려지잖아요. 그래서 탈북민들이 영국 국민에게 직접 본인들이 경험한 강제 북송 이야기를 전하고, 지금 강제 북송되고 있는 탈북민들의 구출에 시민들이 (목소리 높여) 나서줄 것을 호소하는 행사들을 진행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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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열린 탈북민 인권 뮤직콘서트 및 북한 인권 다큐 상영회 포스터 / 박지현 씨 제공

 

이 밖에도 영국 ‘브리티시 코리안 소사이어티(British Korean Society)’와 ‘국제앰네스티 영국 지부’에서도 탈북민들이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해 증언하고, 영국 시민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갖는 등 영국 사회에서 탈북민 강제 북송 반대와 북한 인권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습니다.    

 

한편, 영국 의회에서 열린 북한 인권 포럼에서는 한국 통일연구원과 APPK-NK가 공동성명을 채택하고 북한 당국에 “국제사회가 북한의 인도주의적 상황, 노동 및 수용소에 대한 인권 조사를 실시하고, 북한 내 구금된 수감자들을 방문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 등을 촉구했습니다.

 

또 성명은 한국 국회와 영국 의회에 북한의 인권 침해와 중국의 탈북민 송환에 대해 추가적인 조치를 취할 것도 주문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서혜준입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팀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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