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 대상 북 유조선 러시아 항구 입항

워싱턴-한덕인 hand@rfa.org
2024.10.21
제재 대상 북 유조선 러시아 항구 입항 마린트래픽(Marine Traffic) 지도에서 21일 러시아 보스토니치항에서 대기 중인 것으로 보이는 북한 유조선 천마산호의 위치가 확인된다.
/Marine Traffic

앵커: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명단에 오른 북한 유조선이 최근 러시아 보스토니치항에 입항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받는 선박임에도 러시아 항구에 입항한 것은 북한이 제재를 회피하는 또 다른 증거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최근 동해에서 북러 간에 불법 활동이 의심되는 선박들의 움직임이 계속해서 포착되고 있어 국제사회의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보도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지난 2018년 3월 30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대북제재 선박 목록에 올린 북한 국적 유조선 ‘천마산’(CHON MA SAN·IMO 8660313)호.

 

대북 제재에도 그동안 바다를 거리낌 없이 누벼온 ‘천마산’호가 최근 러시아 극동 항구에서 입항 대기 중인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이스라엘의 해운정보업체 ‘윈드워드’(Windward)와 선박의 위치 정보를 제공하는 ‘마린트래픽’에 따르면 ‘천마산’호는 지난 10월 15일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이틀 간 머물렀습니다. 그리고 10월 16일에는 일본과 한국 사이 해역에서 18시간 활동한 ‘천마산’호는 다음 날인 17일, 9시간 동안 위치가 확인되지 않다가 러시아에서 다시 발견됐습니다.

 

그리고 10월 18일에는 러시아의 주요 항구에서 활동 중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진1) 천마산호.png
러시아 보스토니치항구에 도착하기에 앞서 지난 한달간(9/21~10/21) 기록된 북한 유조선 천마산호의 항로. /마린트래픽

 

또 자유아시아방송(RFA)이 ‘마린트래픽’을 확인한 바에 따르면 ‘천마산’호는 21일 기준 러시아의 보스토치니항에 있는 것으로 계속 확인되고 있습니다. 

 

2005년 북한 청진 조선소에서 건조한 것으로 알려진 ‘천마산’호는 평양에 있는 ‘조선아침선박회사’(Korea Achim Shipping)가 소유하고 운영하는데, 북한 정부가 실질적인 소유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선박은 불법 해상 환적을 비롯해 대북 제재를 위반하는 활동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으며,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감시받고 있는 대상입니다. 실제로 대북 제재 회피와 불법 거래 관련 선박으로써 여러 차례 국제 사회의 감시를 받아 왔습니다.

 

특히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단 보고서에 따르면 ‘천마산’호는 정제 석유나 관련 제품을 북한으로 옮기는 데 관여한 유조선으로, 선박 간 환적(ship-to-ship transfer)을 통해 불법 거래를 수행한 것으로도 조사됐습니다.

 

또 이 선박은 2017년 12월부터 여러 차례 선박 이름과 선박 식별을 위한 IMO 번호를 위조해 활동했으며, 2023년에는 ‘청수동'호('Chong Su Dong')라는 이름과 가짜 선박 식별 부호를 (IMO 및 MMSI)를 사용했다고 유엔 전문가단은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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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일반 화물선으로 분류된 북한 국적의 선박 ‘자력’호(IMO: 9826952)도 최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항 입항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마린트래픽’에 따르면 ‘자력’호는 현지 시간으로 지난 11일 20시38분경 블라디보스토크항 정박지(Vladivostok Anchorage)에 도착해 포트콜(port call), 즉 기항 통지를 한 것으로 기록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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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재무부의 불법 활동 의심 선박 목록에 오른 북한 화물선 자력호가 지난 11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항 정박지에 도착해 기항 통지를 하고 약 5일간 머물다 16일 (세계표준시 10시 6분) 떠난 것으로 확인된다. /마린트래픽

 

‘자력’호는 지난 2019년 3월 미국 재무부가 발표한 대북제재 주의보에서 2017년 8월 5일 이후 북한산 석탄을 불법 수출한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 목록에 포함됐으며, 국제사회의 주의가 요구되는 북한 선박입니다.

(사진3)자력호2.png
이스라엘 해운정보업체 윈드워드가 공개한 지도에서 이달 중순 러시아 항구를 오간 자력호의 항로가 보인다. /윈드워드

 

한편,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7년 채택한 대북 제재 결의 2397호를 통해 북한의 정제유 수입 한도를 연간 50만 배럴로 제한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5월 미국 백악관에 따르면 러시아가 올해 북한에 제공한 정제유는 이미 유엔 안보리가 정한 한도를 넘었습니다. 따라서 ‘천마산’호가 러시아 항구에서 유류를 실어 날랐다면 명백한 대북 제재 위반입니다.

 

이 밖에도 올해 러시아와 북한을 잇는 해역에서 여러 차례 수상한 행적을 남긴 북한 국적 화물선 ‘금야’호도 얼마전 까지 러시아 인근 해역에서 활동한 기록이 ‘마린트래픽’을 통해 확인됐습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대북 제재를 철저히 이행하기 위해 11개국 (미국, 한국, 일본, 호주, 영국 등)이 공동으로 MSMT, 즉 다자 제재 감시반을 구성했습니다. 

 

이 감시반은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해체된 유엔 대북제재 전문가단을 대신해 북한의 제재 회피 행위를 감시하고 보고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특히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이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고 계속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다자 제재 감시반이 다양한 위반 사례를 조사하고 국제적 제재 체계를 강화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입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편집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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