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통신] 외화 단속에 송금도 ‘북한 돈’으로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24.09.20
[북한 통신] 외화 단속에 송금도 ‘북한 돈’으로 북한 여성이 옷을 구매한 뒤 중국 위안화로 값을 지불하고 있다.
/AP

[북한 당국의 단속과 통제 강화로 정보의 공유가 차단된 북한에서 오늘은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요? 내부 취재협조자를 통해 북한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현상 등을 신속하고 깊이 있게 전하는 북한 통신’, 일본 아시아프레스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와 함께합니다.]  

 

올해 북한에서 중국 위안화와 미국 달러화에 대한 환율이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근본적인 원인은 북한 내부에 외화가 부족하기 때문인데요. 이런 가운데 북한 돈주들은 앞으로 북한 경제가 더 나빠지면 북한 돈의 가치가 더 떨어질 것을 예상해 외화를 몰래 사들인다고 합니다. 이것이 또 환율을 오르게 하는 하나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고요

 

북한 당국에서는 여전히 일반 주민의 외화 보유와 사용을 강력히 단속하고 있는데요. 그렇다 보니 송금 브로커들도 적발을 우려해 요즘은 탈북민 가족이 보내주는 송금을 처음부터 중국 돈이 아닌 북한 돈으로 바꿔 전달한다고 합니다.    

 

북 돈주들북한 돈 가치 더 떨어진다”… 외화 사들여  

 

[기자] 이시마루 대표님, 안녕하십니까. 최근 ‘아시아프레스의 물가 동향을 보면 달러화와 위안화에 대한 환율이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물가도 계속 오르고 있고요. 달러화와 위안화 환율이 계속 오르고 있는 이유를 어떻게 파악하고 계십니까?  

         

[이시마루 지로] 올해 들어 계속 (환율이) 오름세였지만, 지난 6월경부터 미국 달러화, 중국 위안화에 대한 환율이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가에 대해 많이 궁금해서 북한 내부 협조자의 의견을 들어봤죠. 어떤 사람은 지금 단속이 너무 심하다고 하는데, 외화를 사용하다 발각되면 현금을 몰수당하고, 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그렇게 엄격하게 통제하기 때문에 외화 거래 시장 자체가 무너졌다고 봐야 한다. 그래서 환율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것도 의미가 없다는 의견도 있었어요. 그런데 또 다른 사람, 양강도의 돈주들과 많이 사귀는 사람의 설명은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최근 미국 달러화, 중국 위안화가 오른 이유는 바로 북한 국내의 외화 부족에 있다고 단언했습니다. 외화가 너무 부족하기 때문에 오르고 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그래서 구체적인 설명을 부탁했는데,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줬습니다. 외화를 가지려는 사람은 개인으로 말하면 돈주들이죠. 일반 주민이 (외화를) 가져봤자 얼마 안 되고, 많은 액수의 외화 거래를 하는 사람은 역시 돈주들입니다. 그런데 김정은 정권이 지난 7월 말 북부 지역에서 발생한 수해에 대해 해외의 지원을 받지 않겠다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이에 대해서 돈주들의 불만이 굉장히 많다는 거죠. 왜냐하면 수해 복구 작업에 자재도 많이 필요하고, 사람도 동원되는데 이것을 북한 국내 경제에서 부담하게 됩니다. 하지만 해외의 지원을 받으면, 외화 부족 현상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는데, 국내에서 해결하면 외화 부족이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는 불만이었습니다.  

 

또 지난 2017년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로 지하자원, 수산물의 수출이 금지되지 않았습니까. 그것 때문에 외화 부족이 시작됐습니다. 그리고 2020 1월부터 코로나 대유행으로 북한 정권이 스스로 무역을 중단했기 때문에 국내 경제가 엄청난 타격을 받았죠. 하지만 지금은 코로나가 일단락됐습니다. 그래도 지하자원과 수산물 수출이 잘 안되고 있기 때문에 외화 수입 자체가 계속 줄어들고 있습니다. 또 북한이 수입은 해야 하니까, 대중국 무역 통계를 봐도 수입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럼, 북한도 뭔가를 수출해야 하는데, 임가공 제품을 계속 수출해도 현금이 아닌 현물로 들어온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어렵게 수출한 것의 대가가 달러화나 위안화가 아니고, 현물로 들어오기 때문에 계속해서 북한 원의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0920-2.png
북한 물가와 환율 동향 / 아시아프레스

[기자] 지금도 북한에서 외화 사용을 엄격하게 단속하고 있습니까?

 

[이시마루 지로] 그렇죠. 엄청나게 단속하고 있습니다. 이전에도 아시아프레스에서 계속 보도했지만, 2020 1월부터 외화 사용에 대한 통제 강화가 시작됐어요. 그리고 2023 8월에 내린 포고문에서 엄중한 경우에는 사형에 처한다는 내용까지 포함한 아주 강력한 외화 사용 금지령이 내려졌죠. 그리고 올해 4월부터는 더 구체적으로 엄하게 처벌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시아프레스의 내부 취재 협조자들도, ‘개인이 갖고 있는 외화가 있다면, 스스로 국가에다 판매하라라는 사회안전성의 지시가 내려졌다고 합니다. ‘그 외 개인 또는 기업소의 외화 사용이 발각되면, 모든 외화는 강제 몰수하겠다라는 아주 강한 조치였어요.

그래서 국영 은행, 국영 거래소에서 외화를 시장 시세보다 아주 낮은 환율로 매입하기 시작했고,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은 하는 수 없이 아주 나쁜 환율로 팔기도 했죠. 그래서 많은 동요가 생기면서 외화를 팔려는 사람들도 있지만, 돈주들은 이런 경제 상황이 계속되면, 북한 돈의 가치가 더 떨어질 수밖에 없으니까, 지금은 어렵다고 하더라도 외화를 무조건 매입해야 한다, 그래서 돈주들이 지금 시중에서 많은 노력을 하면서 미국 달러화, 중국 위안화를 계속 매입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것 때문에 환율이 오르고 있다는 거죠.

<관련기사>

, 환율 상승 지속 시 경제 위축 불가피

수해에 환율까지 급등 북 주민들이중고

[김연호의 모바일 북한] 북한의 시장환율 급등과 전자결제

 

송금 브로커, 단속 피해 처음부터 북한 돈으로 전달

 

[기자] 추가로 궁금해서 드리는 질문인데요. 지금 북한에서 외화 사용을 엄격하게 단속하고 있다면 결국은, 북한 원화를 써야 하는데 만약에 외부로부터, 또는 탈북민 가족이 송금을 하면 일단 중국 위안화로 받겠죠. 그럼 이걸 다시 북한 원화로 바꿔야 할 텐데, 환율이 올랐으니까 더 많은 북한 돈으로 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오히려 북한 주민은 경제적으로 좀 낫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봤습니다. 어떻습니까?

 

[이시마루 지로] 그것도 지난 4월 이후 많은 변화가 있었어요. 너무 통제와 단속이 심하고, 외화 사용이 발각될 경우에 교화소 2년 형이 떨어진 사례도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많이 위축됐고, 어떤 사람이 외화를 갖고 있는 게 발각되면 출처가 어디냐라는 것에 대해 조사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브로커들도 한국이나 일본, 외국에서 탈북민의 돈을 받아 가족에게 전달할 때, 혹시 전달 대상이 단속에 걸릴 경우 자신까지 단속될 가능성이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돈을 전달하는 브로커 입장에서도 환율에 맞춰 북한 돈으로 바꿔서 전달하겠다고 합니다. 돈을 받는 사람은 아무래도 을의 입장이기 때문에 그래도 괜찮다고 해서 대부분 송금받는 사람들은 북한 돈으로 받는다고 합니다.

[기자] 아예 처음부터 북한 돈으로요?

[이시마루 지로] . 브로커가 위험하기 때문에 중국 돈으로 전달하기 싫다고 설명하면 다들 납득한다고 합니다.

[기자] 그럼 브로커가 주는 북한 돈의 환율은 괜찮은 수준인가요?


[이시마루 지로]
일반적으로 지방 도시에서도 미국 달러화나 중국 위안화에 대한 환율 시세가 얼마라는 것은 바로바로 알 수 있으니까, 환율이 너무 낮거나 안 좋은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0920-3.jpeg
북한 평양의 한 슈퍼마켓에서 계산원에게 돈을 지불하고 있다. / AP

  

[기자] 마지막 질문인데요. 환율뿐 아니라 쌀과 옥수수 등 식량 가격도 계속 오르는 추세입니다. 최근 아시아프레스의 물가 동향에 따른 설명을 보면, ‘수해 복구가 늦어지면서 이것이 물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내놓으셨는데요. 시장에서는 여전히 식량 거래가 금지되면서 식량 가격을 조율하는 기능을 상실한 게 아닌가란 생각도 해봤습니다. 최근 물가 동향을 봤을 때 시장 활동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한다고 볼 수 있을까요?

 

[이시마루 지로] 역시 지난 7월 말 북부 지역에서 있었던 수해의 영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지금이 주식인 옥수수의 수확 시기입니다. 남쪽 지방에서는 거의 다 끝났고요. 이제부터 입쌀, 그러니까 벼농사 수확이 시작되는데요. 옥수수는 지금 북부 지방에서도 거의 끝나가고 있는데, 북부 지방에서 옥수숫값이 오르고 있습니다. 지금 수확 시기인데도 (옥수숫값이) 오르는 이유는 역시 수해 때문에 유통에 문제가 있다는 거죠. 그러니까 철길, 도로, 다리 등 무너진 곳이 많아서, 남쪽 지방에서 북부 지역으로 (식량을) 수송하고 싶어도 잘 안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북부 지역의 옥수숫값이 비쌀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당분간 수해 복구 작업이 어느 정도 일단락되고, 벼농사 수확이 끝난 다음에 평가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요. 지금은 일시적인 수해 영향이 크지 않을까, 그렇게 판단하고 있습니다.

[기자] 요즘 미국에서도 요즘 물가 인상률이 월급 인상률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사실 월급이 올랐어도 생활에 큰 도움이 안 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북한도 월급이 10배 이상 올랐어도 높은 물가와 여러 가지 사회 제도 때문에 일반 주민의 생활이 여전히 팍팍하지 않나 싶습니다.

 

지금까지 일본 ‘아시아프레스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와 함께 계속 오르고 있는 북한 환율의 이유와 배경을 짚어봤습니다. 이시마루 대표님,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에디터 박봉현, 웹편집 김상일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