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도 저출산 위기… 불임 치료약도 판매
2023.08.28
앵커: ‘무엇보다 건강이 우선이다.’ 청취자 여러분들도 누구나 한 번씩은 들어보시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확산이후 주민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보건∙의료체계의 중요성에 더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이 북한 보건의료 전문가인 안경수 한국 통일의료연구센터(dprkhealth.org) 센터장과 함께 기획한 ‘북한 보건∙의료 해부.’
북한 보건과 의료 체계의 정확한 실상을 파악해보고 주민들의 건강한 삶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도 함께 모색해봅니다. 서울에서 안경수 센터장과 함께합니다.
이 시간 진행에 천소람 기자입니다.
경제∙사회∙문화적 요인 탓 출산률 급감
[기자] 2022년 유엔 세계 인구 전망 보고서를 보면, 2021년 기준 세계 238개국의 합계 출산율을 낮은 순으로 열거했을 때 홍콩이 0.75명으로 1위, 한국이 0.88명으로 2위, 싱가포르가 1.02명으로 5위, 일본은 1.3명으로 19위를 차지했습니다. 동아시아의 저출산 위기가 유독 심각해 보이는데요. 북한도 저출산율이 점점 심각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신 바 있는데요. 최근 북한의 저출산율 상황을 엿볼 수 있는 정황이 있나요?
[안경수] 북한은 통계 미비로 정확한 출산율을 알아보기엔 한계가 있지만, 여러 가지 정황으로 북한의 저출산 상황을 분석할 수 있습니다. 김정은 시대 들어 공식 매체에서 가족의 따뜻한 정서, 화목한 가정상, 그리고 최고 지도자가 자녀를 대동하는 최근 모습 등을 계속 강조하면서 노출하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북한 당국 정책 결정자들 입장에서 저출산 상황이 위기로 다가왔구나’를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정황 증거가 됩니다. 북한이탈주민을 통해 저출산 상황에 관한 증언을 들을 수 있는데요. 특정 지역 주민들이 많기 때문에 북한의 전체적인 저출산 상황을 대변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상황은 파악할 수 있습니다.
많은 탈북민들은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를 거치면서 시장 중심 사회가 굳어지고, 2000년대 이후 20년간 북한 역시 경제적 여건이나 자녀 양육, 성장 등에 대한 비용 문제 등이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각 가정에서 2명 이상 낳아 기르는 것도 결코 쉽지 않은 상황이 되었다”고 증언합니다. 이러한 증언을 보면 북한도 저출산이 광범위한 사회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는 거죠. 주목해서 봐야 할 또 다른 객관적인 상황이 있는데요. 북·중 국경에 거주하고 있는 중국 조선족의 출산율입니다. 2000년대 접어들어 중국 조선족의 출산율 저하가 굉장히 심각해졌고, 2012년에는 평균 출산율이 0.7명까지 내려갔습니다. 중국 자체도 출산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소수민족 중 북·중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중국 조선족의 출산율도 내려갔다는 것도 우리가 별도로 한 번 감안해야 할 것 같습니다.
[기자] 북·중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중국 조선족의 출산율이 북한에도 영향을 준다고 보시는 건가요?
[안경수] 사회문화적 접근인데요. 결국 북·중 국경에서 무역하거나 북한 시장에서 장사하는 사람은 중국 쪽 조선족과 연관된 사람들이 많습니다. 친척들도 많고, 왕래도 하면서 돈이 움직이고, 문화와 사회적인 배경도 같이 움직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 입장에서는 조선족 출산율이 결코 다른 나라 상황이 아닌 거죠. 중국 조선족 사회와 경제적인 흐름이 북한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크거든요. 왕래하고 소통하다 보면 조선족의 낮은 출산율이 북한 사회에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보지 않습니다.
[기자] 그렇군요. 저출산에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대표적으로 어떤 요인이 북한의 저출산율을 높이고 있다고 보시는지요?
[안경수] 저는 세 가지 요인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우선 경제적인 요인과 사회적 요인인데요. 경제적 요인은 북한 사회가 2000년대 이후 시장 경제 사회로 변했고, 지금은 고착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자녀를 양육하고 교육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들게 됐습니다. 사회적 요인은 ‘아이를 많이 낳는 것보다 1~2명만 낳아서 제대로 기르자’, 즉 부모가 최대한 공을 들여 공부도 배우게 하고, 과외도 시켜서 좋은 대학에 보내는 자녀 계획이 북한의 부모에게 지난 20년간 인식되어 왔다는 거죠.
또 문화적 요인을 말씀드리고 싶은데요. 2000년대부터 북한에서 가장 활성화된 게 해외 문화, 특히 한국 문화가 광범위하게 퍼져나가기 시작합니다. 20년 이상 지속됐기 때문에 일상생활의 일부가 됐습니다. (한국 드라마에서) 여성의 사회적 역할, 커리어우먼(전문직 여성), 자기 행복 중시 등을 접하게 되면서 (북한에서도) 여성의 사회적 역할과 주체성 등에 관한 사고가 광범위하게 퍼지기 시작합니다. 특히 저는 20∙30 혹은 40대까지 문화적인 수용력이 빠른 사람들, 또 10대 내면에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으로 이를 계속 주입돼 왔다고 분석합니다. 저는 이런 문화적 요인이 북한의 출산율 하락에 영향을 줬다고 보고 있습니다.
불임∙난임 치료 홍보… 실제 효과는 검증 안 돼
[기자] 난임, 불임도 저출산의 요인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북한에서는 어떤 불임 치료가 많이 이루어지는지요?
[안경수] 불임, 또는 난임이라고 많이 하는데요. 북한에서 불임증 치료 약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북한의 제약 공장에서 알약 등을 실제로 생산해 판매하고 있습니다. 약의 효능을 살펴보면 불임증이 있어요. 성 기능 감퇴, 갱년기 장애, 월경 장애, 임신 초기 출혈, 자궁 출혈 등과 함께 불임증에 대한 효력이 있다고 표시하며 팔고 있습니다. 또 북한에서는 불임 치료에 온천 요법이 강조됩니다. 북한에는 용강 온천, 경성 온천이 유명한데요. 이 두 온천의 특효 중에 불임증이 있습니다. 물론 불임증만이 아닌 신경통, 피부병, 관절염, 고혈압을 치료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또, 북한 정권은 개고기, 즉 단고기가 불임 치료에 특효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습니다. 단백질이나 비타민이 돼지고기, 소고기보다 많고 칼슘, 마그네슘, 아연도 돼지고기보다 많아 간염이나 소화장애 치료에 좋다는 이유로 여성들의 불임증 치료, 나아가 산후 여성들의 질병에도 좋다고 홍보하고 있습니다. 고려의학 치료에 기반한 것들이 많이 홍보되고 있습니다.
[기자] 보편적인 난임 치료에는 시험관아기 시술, 인공 수정 등이 있는데요. 북한 내에서 이러한 시술이 가능한지, 환경이 조성돼 있는지 궁금합니다.
[안경수] 북한은 도마다 산원이 있습니다. 평양 산원, 남포 산원, 함경북도 산원, 황해북도 산원 등 규모가 큰 산원이 있는데요. 이 산원에서 난임 치료, 불임 치료를 합니다. 인공수정, 시험관아기 같은 시술도 이 산원에서 합니다. 평양 산원이 제일 큰데 ‘불임증 치료실’이라는 전문적인 치료 부서도 있습니다. 그래서 자체적으로 ‘치료에 필요한 약물이나 배양액을 개발했다’는 소식도 나오고 있는데요. 중요한 점은 산원에서 ‘의학적인 방법으로 난임, 불임 치료를 한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시술이나 치료 기법이 알려지지 않고 추상적으로 ‘개발하고 있다’는 식으로 나와 있기 때문에 과학적으로 북한의 난임 치료나 불임 치료에 대해서 시술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관해서는 다른 문제라고 보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굉장히 수준이 열악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읍 종합진료소에서도 ‘불임증을 치료했다’는 성과가 홍보되고 있는데요. 산원이나 읍 종합진료소에서 불임을 치료했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결국은 앞서 질문에 나왔던 음식 요법, 온천 요법, 판매되고 있는 의약품 치료 등의 고려의학 기반 위주가 아닐까 보고 있습니다.
[기자] 불임 치료가 가능한 환경이라고 홍보하고 있지만, 정말 시술 혹은 수술이 가능한지, 또 실제 이뤄어지고 있는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군요. 비용적인 문제도 일반 주민이 감당하기 힘들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안경수] 북한이탈주민의 구체적인 증언이 많이 없습니다. 북한에 의학 잡지가 있는데요. 그 의학 잡지에서 나오는 불임, 난임증 치료나 시술 등 치료 논문이 아주 짧습니다. 논문이라고 말할 수도 없는 아주 짧은 글들이 많아요. 이 짧은 글조차 실제로 시행되고 있는지, 이 의학 잡지에서 나타나는 의학 증례나 사례 등이 실제로 (검증된 것인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결국 북한이탈주민의 증언에 의존해야 하는데 난임 치료나 불임 치료를 경험했거나 목격했던 증언이 많이 없습니다. 그래서 비용적인 문제도 (알 수 없습니다). 낙태 등에 대해서만 구체적으로 증언하지, 불임이나 난임 치료에 대해서는 산부인과 의사 출신 탈북민들 마저도 증언이 잘 안 나오고 있습니다.
[기자] 네, ‘북한 보건∙의료 해부,’ 오늘 대화는 여기까지입니다. 서울에서 북한 보건의료 전문가인 안경수 한국 통일의료연구센터 센터장과 함께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천소람 입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