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다자녀 가정에 파격적 혜택…저출산 위기 방증”

워싱턴-천소람 cheons@rfa.org
2023.05.04
“북, 다자녀 가정에 파격적 혜택…저출산 위기 방증” 평양 산원에서 태어난 네쌍둥이 아기들.
/AP

앵커: ‘무엇보다 건강이 우선이다.’ 청취자 여러분들도 누구나 한 번씩은 들어보셨지 않을까 싶은데요.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확산으로 주민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보건∙의료체계의 중요성에 더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이 북한 보건의료 전문가인 안경수 한국 통일의료연구센터(dprkhealth.org) 센터장과 함께 기획한 ‘북한 보건∙의료 해부.’

 

북한 보건과 의료 체계의 정확한 실상을 파악해보고 주민들의 건강한 삶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도 함께 모색해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천소람 기자입니다.

 

안경수 통일의료연구센터 센터장.
안경수 통일의료연구센터 센터장.
[기자] 안녕하세요 센터장님. 최근 한국은 유명 가수의 자살 소식에 슬픔에 빠졌었습니다. 한국의 자살률은 OECD,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의 안전보고서 2022’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은 2020년 기준 24.1명으로 높은 수준을 보였는데요. 북한 내 자살률을 정확히 알 수는 없겠지만, 북한 내 자살 현황이 궁금해집니다. 대략적인 수치가 있을까요?

 

[안경수] 북한의 자살률은 신뢰성 있는 데이터가 아직 없는 게 사실입니다. 개인적으로 앞으로도 신뢰성 있는 데이터는 없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북한 사회 자체의 경우 자살 자체를 쉬쉬하는 또는 금기시하는 경향이 굉장히 강합니다. 사상적인 영향도 있습니다. 주체사상을 정당화하는 근거로사회정치적 생명체론’이 있습니다. 생명은 육체적 생명과 사회정치적 생명이 있는데, 육체적 생명은 유한하고 사회정치적 생명은 사회적 존재로서 영원하다는 개념인데요. 사회정치적 생명체론 자체가 인민대중이 당의 영도 밑에 수령을 중심으로 조직 사상적으로 결속하면서 하나의 사회 정치적 생명체를 이루자까지 발전되는 겁니다. 그래서 개인 자체는 사회 정치적 생명체를 이룰 때 역사의 자주적인 주체가 된다고 확장되는 건데요. 개개인이 하나의 사회 정치적 생명체를 이루고 있는데 자살하게 된다면 반역 행위가 되는 겁니다.

 

자살은 도덕적인 잣대가 굉장히 중요한데, 북한은 사회 정치적 생명체론 때문에 이런 도덕적인 잣대가 너무나 강력해서 반역이 됩니다. 따라서 북한에서는 자살했다고 밝힐 수도 없고, 통계적으로 내기도 모호합니다. 북한 내부에서는 존재하겠지만, 외부에 정확하게 알려질 수 없는 거죠. 북한 사회에서는 아무리 생활고가 닥치고, 긴장이 있고, 정신건강학적으로 호르몬 작용, 우울증 때문에 자살이 있다고 해도 그게 반역자로 사회적으로 낙인찍히기 때문에 알려지기 힘듭니다.

 

[기자] 그렇군요. 최근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내에서 생활고를 이기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발생하는 것으로 들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안경수] 자살 사건이 꽤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실제로 탈북자 면담을 해보면 주변이나 해당 동네 지역에 자살한 사람이 있다고 증언합니다. 단지 자살을 자살로 처리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거죠. 자살해도 자살이 아니고 병사로 처리하는 거죠. 경제적인 (이유가 큽니다). 자살의 원인을 들어봤을 때는 한국과 특별히 다른 이유가 없습니다. 우울증 혹은 정신적 질환을 심하게 앓다가 결국 산에서 (자살을) 하기도 하고요,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강에 몸을 던지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치정, 외도의 이유도 있고요.

 

[기자] 북한 내에서 자살이 적지 않게 일어나고 있군요. 자살 관련 보건의료 정책이 있을까요?

 

[안경수] 북한에서는 자살해도 행정적인 처리, 문건 상으로는 다른 사인으로 기록을 해놓곤 합니다. 실제 증언도 많이 있고요. 보건 의료정책이 중요합니다. 자살, 즉 정신 건강학 보건의료는 북한이 가장 취약한 부분 중 하나입니다. 북한에는 한국 또는 다른 선진국처럼 지역 건강증진센터처럼 지역 주민들의 정신 건강을 가까이에서 관리하는 공공시설 체계가 너무나 부족합니다.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북한 보건의료의 개선점을 제안한다면시군 지역의 지역사회 주민들의 생활 건강 관리를 위한 건강증진센터를 운영하거나 설치하는 게 중요하다고 제안하곤 합니다. 체육 센터 혹은 건강 관리 센터는 마약 같은 약물 중독 관리 지원도 합니다. 정신 건강에 관련한 체력 부족, 우울증, 치매, 알코올 중독 등이 자살로 이어질 수 있으니 이런 건강 문제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관리, 상담, 소통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많은 전문가가 제언합니다.

 

[기자] 북한 내에서 자살하게 된다면반역자’ 낙인이 찍힌다고 하셨는데요. 만약 가족 구성원이 자살하게 된다면 가족이 입는 피해가 있을까요?

 

[안경수] 자살로 문건에 남기면 피해를 받습니다. 그렇지만 문건에 남기지 않습니다. 자살한다면 가장 처음 발견자는 보통 가족이겠죠. 그러면 알아서 바꾸거나 쉬쉬합니다. 북한은 문건 상행방불명’이 있는데요. 행방불명은 사실 탈북 혹은 중국에 외화벌이의 경우가 크죠. 자살도 포함되고요.

 

[기자] 그렇군요. 가족은 어떤 피해를 보게 되나요?

 

[안경수] 여러 분야에서 차별받게 됩니다. 당원 가입은 당연히 안 되는 것이고요. 북한은 당원 가입을 해야지만 굉장한 특권을 받는데, 그것이 힘듭니다. 보건의료 부분으로 보면 의사가 승급하고 간부로 가고 싶을 수 있잖아요. 그러면 검증 절차에 들어가는데 문건 상에 가족이 자살했다고 나와 있으면, 승급하기 힘들죠. 그래서 안 적어 놓습니다.

 

[기자] 다음은 북한의 자녀 대책에 관해 짚어볼까 합니다. 북한은 최근 한  선전매체에서다자녀 세대들에 베풀어지는 혜택’을 홍보했습니다. 다산모 치료권, 다자녀 여성 휴직권, 특별 보조금, 다자녀 세대증 발급 등을 포함해 식량과 주택 등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도 오래전부터 시행하고 있다고 매체는 보도했는데요. 어떤 정책과 제도가 있고, 이 제도들이 다자녀가구에 실질적으로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안경수] 말씀하신 내용은 과거부터 있었던 혜택입니다. 이렇게 매체에 반복시켜서 노출하는 것 자체가 아이를 더 낳으라는 겁니다. 정책결정자들이 북한의 출산율, 가족의 축소 같은 저출산의 심각한 위기를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다자녀 세대라고 하면 자식을 3명 이상 키우는 세대가 속하는데요. 북한에서 이런 혜택에 관해 얘기할 때세쌍둥이, 네쌍둥이’의 예를 들어서 얘기를 합니다. 2020년 평양 출판사에서 출간한 공화국의 인민적 시책 문답이라는 책이 있는데, 그걸 입수해서 읽어봤습니다. 가장 최근에 입수된 건데 그 책에 다자녀 제도에 관해 자세하게 나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치료 부분입니다. 세쌍둥이 혹은 네쌍둥이 임산부로 확진이 되면 평양에 있는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도록 합니다. 산모가 퇴원하더라도 아이들의 몸무게가 4kg 될 때까지는 아이는 평양 산원에서 맡아 키워줍니다. 그 이후에는 자기가 사는 해당 지역의 육아원으로 보내게 됩니다. 두 번째에 속하는 보육인데요. 거기서 세쌍둥이, 네쌍둥이 등 다자녀 가정의 아이들도 맡아 키워줍니다. 담당 보육원이 있고, 소아병원에서 유능한 의사들이나 의료 일꾼들이 육아원으로 파견해 가서 다자녀 아이들의 건강을 돌봐주기도 합니다. 매일 고기와 생선, 채소, 과일, 당과류 등을 나이에 따라 다자녀 아이들에게 공급해 주고요. 4살이 되면 부모 곁으로 갑니다.

 

다음이 주택 대책인데요. 산모와 아이들이 자라게 될 집보다 더 크고 좋은 집에 각종 가구와 생활필수품 등을 제공한다고 합니다. 집에 돌아가서도 세쌍둥이, 네쌍둥이의 건강과 보육은 해당 지역 진료소의 담당 의사들과 탁아소의 보육원이 맡아서 해주기도 합니다.

 

네 번째는 산모에 대한 특전인데요. 산전, 산후 휴가 기간이 보장됩니다. 물론 북한의 모든 여성에게 산전 60, 산후 180일 해서 모두 240일의 휴가가 주어집니다. 산후 휴가 기간에도 기본 생활비의 100%에 해당하는 산전, 산후 보조금을 받습니다. 그런데 이 세, 네쌍둥이를 임신해서 해산한 여성들에게는 좀 더 특별한 특전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태어나면 옷과 이불, 유제품 등을 무상으로 지급하고 별도로 13살 미만의 어린이 세 명 이상을 가진 여성 노동자에게는 노동 시간이 8시간에서 6시간으로 줄어듭니다.

 

[기자] 세쌍둥이, 네쌍둥이의 예시를 많이 들어주셨습니다. 이런 혜택이 다자녀가 아닌 세쌍둥이, 네쌍둥이의 경우에만 해당하는 걸까요?

 

[안경수] 다자녀 모두 포함됩니다. 서술할 때 세쌍둥이, 네쌍둥이의 경우로 극대화해 예시를 든 겁니다.

 

[기자] 이론상의 제도를 열거한 것이란 지적이 있는데요. 현실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을까요?

 

[안경수] 현실적으로 이루어지고는 있지만, 부족합니다. 지금 말씀드린 혜택이 실상에서 크게 도움이 된다고는 볼 수 없다고 합니다. 아이를 키우고 먹기살기 위해서는 음식, 유제품 같은 경우 시장에서 사야 합니다.  =이런 제도를 갖추긴 했지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고 있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면 산모가 평양 산원으로 가는 게 힘듭니다. 평양에 거주하면 몰라도 다른 지방에서 평양 산원까지 아이를 보내면 산모도 가야하고 아빠도, 부모님도 있으니까요. 평양 산원에서 100% 다 해주는 것도 아니고 돈도 들고, 식량도 듭니다. 평양에 친인척이 있는 게 아니면 (힘들죠). 노동시간을 8시간에서 6시간으로 줄여주고, 평양 산원에서 치료해주고,  (이런 것들은) 어려운 게 크게 없습니다.

 

[기자] 특별 보조금이나 주택 등의 제공은 사실 제가 느끼기에 굉장히 큰 혜택으로 보이는데요.

 

[안경수] 아니에요. 제공하는 집은 우리가 생각하는 굉장히 좋은 집이 아닙니다. 사실 실질적으로 많이 모자라고 부족합니다. 집을 그냥 제공 받기도 어렵습니다. 소위 뇌물을 줘야 한다고 합니다. 중요한 점은 다자녀에 관한 제도는 있지만 실질적으로 미흡할 수밖에 없습니다.

 

[기자] , ‘북한 보건∙의료 해부,’ 오늘 대화는 여기까지입니다. 북한 보건의료 전문가인 안경수 한국 통일의료연구센터 센터장과 함께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천소람 입니다.

 

기자 천소람, 에디터 노정민, 웹팀 김상일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