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허술한 임상실험 관리에 ‘의약품 개발 천국’”

워싱턴-천소람 cheons@rfa.org
2023.04.07
“북, 허술한 임상실험 관리에 ‘의약품 개발 천국’”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5년 평양 종성제약종합공장을 현지지도하고 있다.
/REUTERS

앵커: ‘무엇보다 건강이 우선이다.’ 청취자 여러분들도 누구나 한 번씩은 들어보셨지 않을까 싶은데요.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확산으로 주민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보건∙의료체계의 중요성에 더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이 북한 보건의료 전문가인 안경수 한국 통일의료연구센터(dprkhealth.org) 센터장과 함께 기획한 ‘북한 보건∙의료 해부.’

 

북한 보건과 의료 체계의 정확한 실상을 파악해보고 주민들의 건강한 삶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도 함께 모색해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천소람 기자입니다.

 

안경수 통일의료연구센터 센터장.
안경수 통일의료연구센터 센터장.

[기자] 안녕하세요 센터장님. 오늘은 한국 정부가 2018년부터 비공개로 작성해오다 올해 처음 공개한 북한인권보고서에 관해 살펴볼까 합니다. 5백 명의 탈북민 증언을 통해 북한인권실태를 담은 보고서라고 하는데요. ‘2023 북한인권보고서’ 어떻게 보셨는지요?

 

[안경수] 그동안 비공개로 작성되고 발간돼 왔던 북한 인권 보고서를 대통령이 직접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국민들에게 알리는 공개 발간을 했다는 점에서 가장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인권보고서는 2017년 이후 북한의 인권 실태를 진술했다고 하는 508명의 탈북자의 증언을 중심으로 작성됐습니다. 기본적으로 보고서 전체 서술이 분야별로 상대적으로 간략하다는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하지만 이 서술에 인용된 탈북자 증언에 대한 시기, 일련번호 등이 없기 때문에 문헌의 신뢰성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할 여지가 있다고 봅니다.

 

[기자] 아쉬운 점을 짚어 주셨는데요. 그렇다면 북한인권보고서의 긍정적인 부분은 어떤 게 있을까요

 

[안경수] 공개했다는 점이 가장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세금이 굉장히 많이 투입되면서 (북한인권보고서를) 작성한 지는 꽤 됐거든요. 이게 공개됐다는 점이 제일 의미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보고서에서) 모든 북한 인권의 1부터 100까지를 다 담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북한 인권의 전체적인 모습이 간결하게 공개됐으니 국민들에게 알릴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기자] 특히 보고서에서는 생체실험도 진행되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또 유의 깊게 봐야 할 점이 있을까요?

 

[안경수] 시민적, 정치적 권리 부분 아래 고문 및 비인도적 처벌을 받지 않을 권리 부분에서 생체 실험이 나옵니다. 이 보고서를 보면 살아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의학 및 생체 실험이 대상자의 동의 없이 벌어지고 있다고 나옵니다. 실험 대상자 가족의 동의를 받았지만, 그 동의를 받는 과정에서도 동의해주지 않으면 정치범 수용소로 보내겠다는 협박이 있었다고 증언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그 대상자에게 수면제를 먹이고, 강제로 병원으로 데리고 가서 실험했다고 하는데요.

 

북한 보건의료에서 사람이 죽으면 큰 문제가 됩니다. 병원에서 환자가 사망했을 경우에는 해당 담당 의사부터 과장, 부원장, 원장, 병원을 관리하는 당비서 등 복잡한 책임 규명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래서 일반 병원에서는 환자가 죽으면 사인 토론회가 벌어지고 이 토론회는 그 지역의 당 간부들까지 와서 굉장히 엄중하게 자아비판을 시키고 사인에 대해서 책임 소재를 명확하게 가르곤 합니다.

 

[기자] 그렇군요. 하지만 북한에서 임상실험은 이뤄지고 있지 않습니까?

 

[안경수] 사실 북한에서 보건의료 분야의 가장 미비한 분야가 의학실험, 의약품 임상실험 분야는 맞습니다. 이를 제대로 규정하고, 관리하고, 통제하는 법 규정이 북한에는 없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북한은 임상실험이 너무 간편하기 때문에 의약품 개발의 천국이라고 표현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사실 규제나 규정이 안 돼 있는데, 그렇다 하더라도 병원에서 마구잡이로 임상 실험을 한다고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기자] 그런 가운데 보고서는 북한 내에서 공권력에 의한 공개 처형이 여전히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안경수] 공개처형이 인권 사항 중에서 가장 엄중한 부분인데요. 2010년대 중반부터 2020년 들어서 공개처형과 같은 엄중한 인권 문제들의 빈도수가 낮아졌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아쉬운 점은) 보고서에서 정태적인 분석, 평가 부분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보고서에서 중요한 점은 공개 처형을 목격한 사례를 살펴 보면 한국 영상물 유입’, ‘한국 제품 판매’, ‘한국 드라마 시청 및 유포등으로 나와 있는데요. 제가 집중하고 싶은 부분은 한 가지 이유로 (공개 처형 됐다고) 서술되어 있는 점입니다. 사실 실질적으로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적발돼 소위 가중 처벌이 되어서 공개 처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점이 반영이 안 되고 증언 하나씩만 서술돼 있기 때문에 한 가지 이유로 사람이 무자비하게 공개 처형됐다는 인식을, 보고서를 보는 사람에게 줄 수 있다고는 생각합니다.

 

[기자] 네, ‘북한 보건∙의료 해부,’ 오늘 대화는 여기까지입니다. 북한 보건의료 전문가인 안경수 한국 통일의료연구센터 센터장과 함께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천소람 입니다.

 

기자 천소람, 에디터 노정민,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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