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노인 학대 말라’ 교양 사업 강조

워싱턴-천소람 cheons@rfa.org
2024.03.04
북, ‘노인 학대 말라’ 교양 사업 강조 2017년 4월 17일, 북한 평양의 과학 기술 단지에 전시된 우주 발사체 은하 3호 모형 앞에 북한 노인의 모습이 보인다.
/AP

앵커: 북한도 빠르게 고령화 사회로 들어서면서 노인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노인을 위한 복지나 의료 혜택이 보장되지 않은 가운데 부양에 부담을 느낀 자식들로부터 학대와 외면으로 고통받는 노인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런 가운데 북한에서는 ‘노인을 공경하자는 말 대신 학대하지 말라는 교양 사업을 더 강조하는 실정이라고 합니다.   

 

천소람 기자가 오늘날 북한의 노인 문제를 짚어봤습니다.

 

, 노인 문제 심각… ‘학대’, ‘방치일상화

 

[이시마루 지로] 가족들 누구 하나 스스로 모시려고 하는 사람들이 없다고 합니다.

 

[강주영(가명)] 북한 같은 경우 식구가 한 명 늘어난다는 것은 아주 부담스럽기 때문에…. 그래서 나이가 들면 많이 불쌍한 것 같아요.

 

[안경수] 기본적으로 방치합니다. 어쩔 수가 없어요. 실제로 방치했다는 증언은 너무 많이 들었고요.

 

탈북민과 북한 내부 소식통이 전한 오늘날 북한 노인 문제에 대한 실태입니다.

 

유엔 경제사회위원회(UN ESCAP)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2023 아시아태평양 인구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북한의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319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2.2%를 차지하면서 고령화 사회로 분류됐습니다.

 

유엔은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이 전체 인구의 7% 이상이면 고령화 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그리고 20%를 넘어서면 초고령 사회로 분류하는데, 북한의 경우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2050년에는 21.8%, 563 2천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관측돼 초고령 사회로 진입이 전망됩니다.

 

한국 통일부가 지난해 10월에 발표한 최근 북한의 경제사회 특이 동향에서도 북한은 이미 2002년부터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으며, 2028년에는 고령 사회’, 2039년에는 초고령 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를 통해 북한 북부지역에 사는 내부 소식통에게 고령화 문제에 대한 분위기를 물어봤습니다.

 

각각 다른 지역에 사는 두 소식통에 따르면 오늘날 북한 노인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먹는 문제인데, “영양 부족이 있는 노인들이 많아 조금이라도 아프면 바로 사망하는 사례가 많다고 전했습니다.

 

‘아시아프레스’의 이시마루 지로 오사카 사무소 대표는 지난 26RFA에 북한에서 노인 문제가 심각한 가장 큰 이유는 은퇴하고 경제활동을 못 하게 되면서 누군가에게 의지해야 하는데, 노인들을 돌봐줄 복지제도나 의료 체계 등이 부재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습니다.

 

탈북민 강주영 씨도 (신변안전을 위해 가명 요청) 북한에 노인을 위한 복지 시설이 없어 자식들의 집을 전전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강주영] 예를 들어 정신이 없고, 기억력을 잃은 어르신의 경우 혼자 살기 어렵잖아요. 그 정도가 되면 자식들 집에 가요. 한국의 경우에는 간병인들이 와서 봐준다거나 요양원이 있잖아요. 북한에는 그런 시설이 없어요. 노인들을 위한 복지 시설이 없기 때문에 거의 자식들이 책임져야죠. 첫째 집에 갔다가, 둘째 집에 갔다가 이런 식으로 돌아가며 보는 사람들도 있고…. 그게 솔직히 많이 힘든 부분이거든요.

 

[이시마루 지로] ‘노인이 집에 있는 것 자체가 정말 큰 부담이라는 식으로 말하고, ‘말썽이라고 표현하더라고요. 특히 최근에는 도시 주민들이 현금 수입이 많이 떨어지면서 경제 활동이 잘 안돼서 도시 주민의 생활이 굉장히 힘들어졌는데요. 그래서 한 내부 소식통은 도시에서 못 사는 집 노인들은 농촌에 자식이 있을 경우 대부분 농촌으로 간다는 설명도 했습니다. 지금 장마당 주변이나 길가에서 조그마한 메뚜기 장사도 잘 안되고, 시내에서 노인 분들이 할 게 없다는 거죠. 그래서 땔감을 주으러 다니거나 평소 휴지를 줍고 다니거나 해서 힘들게 사는 노인들이 거의 죽은 사람과 같다는 식으로, ‘외면당하고 있다고 표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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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4월 19일, 북한 평양에서 한 북한 노인 여성이 평양 실내 경기장 앞에 위치한 분수대를 지나가고 있다. /AP

 

안경수 한국 통일의료연구센터장도 최근 RFA에 이같은 사회 분위기 탓에 노인들이 아파도 병원에 가는 것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안경수] 북한에서 고령자들이 치명적인 질환에 걸리면 스스로 병원에 안 가고 삶을 마감하는 경우도 많다고 들었습니다. 고령자들의 경우 회복할 수 없는 큰 병에 걸렸다면 삶을 정리하시는 분들도 꽤 있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지금은 의료 제도가 제대로 가동되지 못해서 병에 걸려도 돈이 있는 사람이나 간부를 제외하고는 병원에 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합니다. 우선 돈이 없고, 병원에 가도 약을 안 주니까 노인 스스로 보통 병 걸리면 죽어야 한다는 식으로 말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병원에 가도 치료도 못 받고 진단도 안 해주니까 병에 걸려도 그냥 집에 누워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허울뿐인 북한 복지 제도

 

북한에도 고령자에 대한 복지 제도가 마련돼 있습니다.

 

북한의 사회주의 노동법에는 ‘노동력을 잃어 돌볼 사람이 없는 늙은이들과 불구자들은 양로원과 양생원에 무료로 들어간다’고 되어 있으며, ‘남자는 만 60, 여자는 만 55살에 이른 일정한 근속노동연한을 가진 사람에게 연로연금을 준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또 고령자를 위한 온천, 요양시설, 간병인 등 복지 제도가 존재하지만, 대부분 허울뿐인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안경수] 북한에 양로원, 요양원, 양생원 등이 있습니다. 사회주의적인 돌봄 정책이 있는데, 사실 그런 시설에 보내기가 어렵죠. 공짜가 아닌 돈을 다 지불해야 합니다. 이불도 가져다 줘야 하고, 식비도 줘야 하는데 그럴 바에는 집에서 내가 모시지라는 생각을 하죠. 또 시설 자체가 좋지 않으니, 문이나 창문도 다시 해야 하고 난방을 하려면 기름도 사야 하고, 가는 길도 차를 구해야 하잖아요.

 

실제 연로연금 정책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시마루 대표에 따르면 현재 북한 노인에게 지급되는 연로연금은 한 달에 약 5천 원에서 7천 원 사이인데, 이 돈으로는 쌀 약 1kg, 또는 옥수수 1.5~2kg밖에 살 수 없는 액수입니다.

 

이시마루 대표는 “이 돈으로 한 달을 사는 것도 불가능하지만, 이마저도 지방 당국에 돈이 없어 제대로 지급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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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0월 15일, 북한 평양에서 한 노인 남성이 주택가 인근 공원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AP

 

사실상 사회적 취약계층인 노인에 대한 복지 정책이 전무한 가운데 고령 사회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는 북한.

 

가뜩이나 어려운 형편에서 가족으로부터 외면과 학대에 시달리는 노인들이 늘어나자 북한 당국도 ‘노인들을 학대하지 말 것을 강조하고 있지만, 갈 곳없는 노인들은 점점 버티기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노인들을 잘 지킵시다’, ‘보호하자이런 사회적인 운동보다는 노인들을 학대하지 말자’, ‘자식들이 나쁜 소리를 하지 말라는 형식의 교양 사업을 많이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집에서는 부담되니까 노인들을 때리거나, 버리거나, 욕을 많이 하는 등 학대 행위가 많아서 이를 신고하면 비판 대상이 된다고 하는데요. 그만큼 아주 일반적인 일일 수 있죠. 그래서 노인을 보호하자라는 운동은 전혀 없고, 반대로 학대하지 말라는 것을 아주 강하게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천소람입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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