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호실 리정호의 눈] “해외 노동자와 해킹 부대가 주수입 원천”
2024.09.24
[“안녕하십니까. 저는 북한 노동당 39호실 대흥총국 고위 관리 출신 리정호입니다” 북한 전직 고위 관리의 경험을 바탕으로 김정은 정권과 핵심 권력층의 비밀을 파헤치고, 오늘날 북한 정책의 허와 실을 짚어보며 정치, 경제, 사회를 분석해 보는 ‘39호실 리정호의 눈’, 리정호 코리아번영개발센터(KPDC) 대표와 함께 합니다.]
“많은 기관이 돈을 버는데 동원되고, 그 지출은 김정은 마음대로 합니다. 이 돈은 대부분 김정은의 혁명자금으로 입금돼 그가 핵미사일 개발에 사용하거나 사치품을 구매하는 데 사용됩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도 핵미사일 개발과 도발을 계속하는 북한, 과연 그 자금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요. 여전히 해외에 나가 있는 북한 노동자들이 벌어들이는 외화와 북한 해킹 그룹의 자금 조달이 김정은 정권의 중요한 수입 원천이 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해외에 주재하던 한 엘리트 간부가 ‘핵에서 밥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경제는 발전시키지 않고 왜 핵실험을 해서 제재를 받게 하는가’라고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습니다.”
김정은 정권은 핵 무력을 내세워 북한이 핵 강국임을 과시하고 있지만, 북한의 고위 권력층에서도 이에 대한 불만을 나타낸다고 하는데요. 핵을 가지면 잘산다는 얘기는 이제 누구도 믿지 않는다는 것이 리정호 대표의 설명입니다.
돈 버는데 모든 기관 동원… 지출은 김정은 맘대로
[기자] 리정호 대표님, 안녕하십니까. [39호실 리정호의 눈]이란 프로그램으로 함께하게 돼 반갑습니다. 앞으로 매주 이 시간을 통해 북한 청취자와 많은 독자분들을 만나실 텐데요. 우선 간단한 인사 부탁드립니다.
[리정호] 반갑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여러분과 만나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저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김정은이 무슨 생각을 하고, 그의 정책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의 권력층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함께 살펴보고자 합니다. 매회 방송에서 저의 특별한 경험을 살려 지금 북한 정권에서 일어나는 정책과 행동들을 분석하고 평가해 여러분이 궁금해하시는 문제들을 함께 짚어볼 예정입니다.
[기자] 대표님께서는 북한에서도 고위 권력층이셨는데요. 북한에서 어떤 일을 하셨는지, 또 왜 북한을 떠나 망명하셨는지도 간략히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리정호] 네, 저는 한때 북한의 '노력 영웅'으로 나라에 헌신했습니다. 그러다가 2013년과 2014년, 젊은 독재자 김정은이 집권하고 자신의 고모부인 장성택과 수백 명의 간부들을 잔인하게 처형하는 끔찍한 만행들을 목격하면서 제 생각이 180도 바뀌었습니다. 그때 평양은 살벌한 공포의 도시로 변했습니다. 저는 가까운 동료들이 참혹하게 처형당하는 것을 목격해야 했습니다. 북한은 저에게 더는 안전한 땅이 아니었고, 저의 애국심이 증오로 바뀌는 순간, 이런 폭압 체제는 반드시 바꿔야 한다는 결심이 제 마음을 잠식하기 시작했고 결국, 2014년 10월 가족과 함께 망명의 길에 올랐습니다.
저는 북한 중앙기관에서 약 30년을 근무했습니다. 그 와중에 ‘대흥선박회사’를 창업해 사장을 역임했고, 북한 최대의 무역 기관인 ‘대흥총국’ 무역 관리국 국장도 역임했으며, ‘노력 영웅’ 칭호도 받았습니다. 2007년에는 국방위원회 ‘금강경제개발총회사’ 이사장을 역임하고, 망명 전에는 ‘대흥무역총회사’의 중국 대련 지사장으로도 근무했습니다.
[기자] 네. 대표님의 경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북한 김정은 정권과 북한의 정치, 경제, 사회 등을 냉철하게 분석해 볼 수 있기를 다시 한번 기대하겠습니다. 오늘 첫 시간으로 나눌 이야기는, 북한 관영매체가 지난 13일, 고농축 우라늄 제조시설을 처음으로 공개했습니다. 그리고 18일에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고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국면에도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도발이 계속되고 있는데요. 특히 코로나 국면을 지나면서 외화 수입도 이전 같지 않은데, 핵미사일 개발 비용이 어디에서 나오는 건지 궁금합니다.
[리정호] 유엔과 미국의 강력한 대북 제재는 북한의 석탄과 광물, 섬유 제품 등 주요 수출품을 표적으로 해서 효과적으로 차단했다고 봅니다. 그러나 해외에 파견된 약 10만 명의 근로자들과 수천 명의 IT(정보통신) 기술자들이 벌어들이는 수입에 대해서는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 제재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습니다. 북한이 공개한 고농축 우라늄 제조 시설은 2000년대 초, 김정일이 한국 정부의 지원금을 받아 집중적으로 투자해서 원심분리기를 비롯한 특수 설비들을 수입해 완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때 북한은 CNC(컴퓨터 수치 제어) 최첨단 기계 설비들도 많이 수입했는데요. 당시 제 동료들이 수입에 관여했기 때문에 제가 알고 있는 내용입니다. 2002년 10월, 북한은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차관보의 방문 당시,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공개한 바 있습니다. 그때부터 이런 시설이 운영됐다고 보는데요. 또, 북한은 2016년까지 강력한 제재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김정일 시대부터 그때까지 핵미사일 생산기지의 물질적, 기술적 기반을 꾸준히 강화해 왔습니다. 다시 말해, 고농축 우라늄 제조 시설이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라 이미 전에 완성된 것으로 저는 보고 있습니다.
[기자] 북한 핵시설은 이전에 이미 완성된 것이라고 말씀하셨는데요. 지금도 꾸준히 핵시설을 중심으로 확장 공사가 이뤄지고 있고, 이를 유지하면서 미사일도 제조해 발사하기까지 천문학적인 돈이 계속 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 비용을 담당하는 부서가 있습니까? 또 어떻게 자금을 조달하는지도 궁금합니다.
[리정호] 39호실의 어느 특정한 부서가 비용을 담당하지는 않습니다. 많은 기관이 돈을 버는데 동원되고, 그 돈이 39호실 재정 부서에 모이면, 그 지출은 김정은 마음대로 합니다. 김정은 정권은 금 생산을 비롯해 국내 자원 개발을 통해서 자금을 확보합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해외에 파견한 10만여 명 근로자들이 벌어들이는 자금과 수천 명의 IT 기술자들이 벌어들이는 순이익이 매년 약 3억 달러로 추정됩니다. 이건 제가 북한에 있을 때부터 해외 근로자들이 한 달에 얼마씩 벌어들이고, 국가가 얼마를 거둬가는가를 계산해 봤기 때문에 그 근거를 잘 알고 있습니다.
이 돈은 대부분 김정은의 혁명자금으로 입금돼 그가 핵미사일 개발에 사용하거나 사치품을 구매하는 데 사용됩니다. 그리고 그와 그의 가족들이 호화 생활을 영위하는 데 사용되고요. 필요에 따라서는 자신의 치적을 위한 평양시 건설에도 일부 사용합니다. 최근 러시아에 무기를 판 대금으로 핵 무력을 증강한다는 소문도 있습니다.
[기자] 조금 전 해외에 파견된 노동자들을 통해 벌어들이는 순이익이 미화로 약 3억 달러 정도 된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좀 더 구체적인 근거를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리정호] 중국에 파견된 근로자들의 월급이 중국 돈으로 2천~2천500위안 정도입니다. 미화로 300달러 정도인데, 이 중에 200달러는 국가에 납부하고, 나머지 100달러는 본인에게 지급합니다. 그런데 본인에게 지급하는 돈에서 경영자들이 이를 착취합니다. 그것만 해도 2억 4천만~2억 5천만 달러가 나옵니다. 그리고 중국과 러시아에 IT 기술자가 2천~3천 명 정도 나가 있습니다. 이들이 매해 벌어들이는 돈이 미화로 5천만 달러에서 1억 달러에 달한다고 합니다. 저는 이 수치가 비교적 정확하다고 보고요. 미국 전문가들도 그게 맞을 거라고 저에게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것을 총체적으로 지휘하는 사람은 조용원 당 조직비서입니다. 그래서 김 총비서 가까이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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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하지만 대북 제재와 코로나 대유행 이후 북한의 외화벌이가 이전 같지 않을 텐데, 어떻게든 자금을 조달하려고 여러 불법을 저지르는 정황도 포착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계속 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만, 사이버 해킹을 통한 자금 조달이 한 예라 할 수 있겠는데요. 이처럼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북한 내부의 고민도 많지 않을까요? 어떤 노력과 고민이 있을까요?
[리정호] 북한은 항상 제재를 받으면 우회로를 만들곤 했습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정책이 나오면 북한은 방책이 나옵니다. 북한에서는 ‘정책’이 나오면 ‘방책’이 나온다고 해요. 김정은은 2017년부터 대북 제재로 돈줄이 막히자, 국제금융 시스템과 암호 화폐 거래소 등을 대상으로 사이버 해킹 범죄를 저질러서 매해 수억 달러의 자금을 탈취합니다. 이것이 김정은 정권의 중요한 자금원이고,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에 투입됩니다.
북한의 해커 그룹은 김정은의 직접적인 지시 아래 해적 집단처럼 전 세계 금융 네트워크와 암호 화폐 거래소를 노리는 국가 차원의 범죄 세력입니다. 이들은 전문적이고 치밀한 전술로 금융 시스템을 해킹해 대량의 자금을 탈취하고요. 암호 화폐의 익명성을 이용해 세계적인 금융 감시망을 피해서 자금을 세탁해 옮기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고요. 김정은 정권에 대한 제재를 더 강화해야 한다고 봅니다.
[기자] 그렇다면 대표님께서 냉정하게 평가했을 때,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효과가 있다고 보십니까?
[리정호] 대북 제재에도 불구하고 김정은이 사용하는 메르세데스-벤츠의 ‘마이바흐’(Maybach) 고급 차량이 북한에 반입되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는데, 이 때문에 제재의 효과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미사일에 사용되는 전자 설비들, 이동식 미사일 발사 차량(TEL) 의 부품들도 밀수로 북한에 들어갑니다. 이는 지금까지 중국이 대북 제재를 느슨하게 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그런 사치품들은 컨테이너 몇 개로 움직이기 때문에 해상에서 선박 대 선박으로 넘겨 실을 수도 있습니다. 이건 제가 본 적도 있고요. 그래서 중국 세관 당국이 쌍심지를 켜고 지켜보지 않으면 단속이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제재는 북한이 어려움을 겪게 만들고, 국제적으로 고립시키는 등 효과를 무시할 수 없습니다.
특히 유엔이 2017년에 발표한 대북 제재의 효과는 엄청났습니다. 북한의 주요 수출품인 석탄과 철광석, 수산물, 섬유 수출 등을 전면 금지하고, 북한과의 합작 투자를 금지하는 대북 제재를 취했는데, 이건 아직도 강력합니다. 제가 자료를 보니까 2013년의 북한 수출액은 미화로 41억 달러였는데, 2023년의 수출액은 2.9억 달러에 그쳤습니다. 이는 대북 제재의 영향력이 크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코로나가 터지면서 모든 유엔 회원국은 북한 노동자를 본국으로 송환하라는 명령이 흐지부지되지 않았습니까. 지금까지 5년간 더 유지되고 있는데, 이것이 김정은의 비자금으로 흘러 들어가는 주요 수입원이 되고 있다고 봅니다.
북 고위 간부들도 “핵에서 밥 나오는 거 아닌데…”
[기자] 문제는 이런 천문학적인 돈이 경제 발전, 북한 주민의 삶의 질 향상에 쓰이는 것이 아니라 핵미사일 개발에만 쏟아붓는다는 데 있거든요. 실제 북한 주민도 ‘핵미사일 개발에 쓸 돈을 식량을 사는 데 쓰면 얼마나 좋겠냐’며 불만을 표하는데요. 핵심 권력층도 주민들의 이런 불만을 알고 있습니까?
[리정호] 그렇죠. 핵 개발에 사용되는 돈을 북한 주민의 식량을 구매하는 데 쓰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핵 개발에 대해서는, 북한 간부들도 2009년 2차 핵실험을 했을 때를 정점으로 경제 개발을 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 강했습니다. 장성택도 2012년에 있었던 3차 핵실험을 반대하고, ‘경제에 집중하자’고 말했다가 김정은과 틀어졌습니다. 2014년에는 해외에 주재하던 한 엘리트 간부가 ‘핵에서 밥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경제는 발전시키지 않고 왜 핵실험을 해서 제재를 받게 하는가’라고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대부분 북한 간부의 심정입니다. 또 2014년에 내각의 한 간부도 저에게 ‘국방력에 쏟는 돈을 비료를 수입하는 데 쓰면 농사 걱정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불평하기도 했습니다. 그의 말처럼 김정은이 핵 무력 증강에 쏟아붓는 돈을 식량과 비료 구매에 돌리면 북한 주민이 배고픔과 생활상 고통에서 해방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집권 초기인 2013년에 ‘우리가 핵을 가지면 평화도 지키고, 나라의 번영과 인민의 행복한 삶도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핵을 만들면 만들수록 대북 제재가 더 강화되고, 국제적 고립이 심화해 경제가 무너지고 인민들의 생활은 더 어려워졌습니다. 지금도 북한에는 ‘고난의 행군’ 시기처럼 아사자가 많다고 합니다. 핵을 가지면 잘산다는 얘기는 이제 누구도 믿지 않습니다. 이는 김정은 개인의 권력 유지와 체제 안정 때문에 전체 인민이 희생당하고 있습니다.
[기자] 북한의 고위 권력층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인데요. 마지막으로 김정은 정권이 핵시설 내부를 처음으로 공개했는데, 왜 공개했다고 보십니까?
[리정호] 김 총비서가 핵시설을 공개한 것은 국내외에 과시하려는 목적일 수도 있지만, 저는 궁지에 몰린 자의 모습으로 보였습니다. 지구상에 어느 나라 지도자가 고농축 우라늄 시설을 방문해 공개한 적이 있습니까. 이는 김정은이 최근 발생한 홍수 사태로 경제난과 식량난이 심각해지자 무언가 주민들에게 희망을 보여주려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하지만 이미 주민들은 핵에 관심을 두지 않은 지 오랩니다. 또 사실 외부 세계에 이를 과시하는 것도 뜬금없습니다. 이미 미국은 오래전부터 북한에 우라늄 농축 시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오히려 그가 외부에 핵시설을 공개해 과시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각성을 촉구하고, 강력한 제재와 군사적 대응을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김정은 정권이 핵 위협을 강화할수록,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응은 더욱 강경해질 것이고, 이는 북한 지도부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네, 지금까지 북한 노동당 39호실 고위 관리 출신인 리정호 코리아번영개발센터 대표와 함께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자금, 어디에서 나오나’에 대해 짚어봤습니다. 오늘 첫 시간이었는데요. 리정호 대표님,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에디터 박봉현, 웹편집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