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호실 리정호의 눈] “김정은 ‘건설사 사장역’에 빠져 온나라 공사판”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24.10.10
[39호실 리정호의 눈] “김정은 ‘건설사 사장역’에 빠져 온나라 공사판” 김정은 북한 총비서가 2023년 2월, 딸 김주애와 함께 평양 서포지구 새거리건설 착공식에 참석한 모습
/ 연합뉴스

안녕하십니까. 저는 북한 노동당 39호실 대흥총국 고위 관리 출신 리정호입니다

 

[북한 전직 고위 관리의 경험을 바탕으로 김정은 정권과 핵심 권력층의 비밀을 파헤치고, 오늘날 북한 정책의 허와 실을 짚어보며 정치, 경제, 사회를 분석해 보는 ‘39호실 리정호의 눈’, 리정호 코리아번영개발센터(KPDC) 대표와 함께 합니다.] 

 

김정은이 지난 10 넘게 사실상 건설회사 사장 역할을 해오면서 북한을 거대한 공사 현장으로 만들고, 모든 성과를 자신의 이름으로 남기려 하고 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가 집권한 이후 살림집부터 관광지 조성, 지방 도시의 공장 현대화까지 각종 건설 공사가 진행 중인데요. 반면, 건설사들은 파산 상태로 이름조차 남지 않은 곳이 많다고 합니다. 또 대규모 건설 사업에 필요한 자재를 중국에서 외상으로 들여온 뒤 몇 년에 걸쳐 겨우 갚는 경우도 있습니다.   

 

북한의 일부 주민과 간부들은 건설에 돈이 있다면 발전소를 지어 전기부터 생산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김 총비서가 대규모 건설 공사에 매진하는 이유는 오직 위대한 지도자로서 자신의 성과와 이름을 남기고 싶을 뿐인데요. 그렇다고 튼튼하게 짓지도 못하고, 수익률도 없는 건설 공사 때문에 애꿎은 북한 주민만 고생이란 지적입니다.  

 

신의주 주민 사상 변질될까김정은, 수해 복구 특별히 신경

 

[기자] 리정호 대표님, 안녕하십니까? 최근 북한 관영매체 보도를 보면, 건설 공사에 관한 소식이 많습니다. 평양시 살림집 건설부터 원산과 삼지연의 관광지 조성, 농촌과 지방 도시의 공장까지, 나라 전체가 공사판이라 할 수 있는데요. 김정은 정권이 이렇게 건설 공사에 주력하는 이유는 뭘까요?  

 

[리정호] 네, 김정은은 집권 이후 대규모 건설 사업을 연이어 추진해 왔습니다. 평양의 문수 물놀이장을 시작으로 마식령 스키장, 미래과학자거리, 여명거리, 화성거리, 원산 국제관광지구, 삼지연 관광지구 등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제가 보기에 김정은이 대규모 건설에 집착하는 이유는 자신이 위대한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강화하려는 데 있습니다. 왜냐하면 북한에서 진행하는 건설 사업들은 수익을 창출하거나 경제를 지속적으로 성장시키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또 북한의 건물은 대부분 완성도가 낮습니다. 주택에서는 냉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고, 전기도 하루에 몇 시간만 공급됩니다. 가스도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더운물과 찬물은 물론 오수와 오물 처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습니다. 특히 북한에서 건설한 대부분의 주택은 내부 공사가 제대로 끝나지 않아 입주자들이 직접 다시 마감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 역시 그런 집을 받아 내부를 다시 꾸몄던 경험이 있는데, 전문 건설 인력을 데려다 벽 미장부터 화장실의 변기, 화장대, 물탱크 등을 새로 설치하고, 전기 시설과 거실과 방들의 난방 시설도 다시 했습니다. 집을 완전히 개조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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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단둥에서 바라본 북한 신의주의 새 살림집 건설 현장 / RFA photo

 

[기자] 거의 껍데기와 다름없는 집을 받았다고 볼 수 있군요. 그럼에도 북한에는 살림집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는데, 그래도 국가적으로 주택을 건설해 주민들에게 공급하는 것은 좋은 일 아닐까요?

[리정호] 북한의 주택난은 심각하죠. 평양에서도 주택 상황은 매우 열악합니다. 제가 평양시 평천구역에 살 때, 옆 아파트의 지하에 10가구가 살았습니다. 그들은 통풍도 안 되는 답답한 공간에 살았는데 정전이 잦으니까, 여름철에는 선풍기조차 돌지 않는 더운 방에 갇혀 있는 겁니다. 그 무더위 속에 온 가족이 땀을 흘리며  한숨 제대로  자는 고통스러운 날들이 이어지는 것을 보면서 제가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 멋을 부려 70층짜리 고층 아파트를 짓는다고 해도, 정전이 일상인 평양에서 승강기가 작동하지 않을 텐데 주민들이 어떻게 오르내릴 수 있겠습니까. 제가 살던 아파트 앞에도 30층짜리 아파트가 있었는데, 정전이 자주 발생해 주민들이 오르내리는 데 큰 불편을 겪어 불만이 많았습니다.

 

물론, 국가에서 아파트를 지어 주민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투자한 천문학적인 자금은 회수할 수 없고, 그 결과 국고는 점점 고갈됩니다. 지금 북한의 건설사들은 사실상 파산 상태나 다름없는데요. 그래서 북한에서는 지도자가 총동원령을 내려 건설 공사를 진행하거나, 일부 힘 있는 기관 또는 개인이 몰래 건설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김정일 시대에도 이같은 건설 공사가 계속됐지만, 아파트 수요를 충족시킨 적은 없습니다.

 

[기자] 최근까지 김 총비서가 수해 복구 현장인 평안북도 신의주와 의주군은 자주 방문했지만, 또 다른 수해 지역인 자강도와 양강도에는 가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왜 그렇다고 보십니까?

 

[리정호] , 김정은이 신의주의 수해 복구 현장을 세 번이나 방문하면서 특별히 신경 쓰는 이유는 단순한 복구 이상의 정치적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신의주에서는 압록강 너머 중국 단둥의 화려한 불빛과 현대적인 건물, 상가들이 훤히 보입니다. 만약 복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그 지역 주민들이 중국에 대한 환상을 품고 사상적으로 변질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뉴스에서 보도한 복구 현장을 보면 상황이 매우 열악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건설 자재와 설비를 충분히 지원하지 않으면서 완공 기한만 강조하다 보니 결국, 부실 공사가 일어날 수밖에 없죠. 북한에서 이러한 사례는 매우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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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외상으로 공수한 건설 자재… “외상값 갚는 데 3년 걸려

 

[기자] 위성사진을 보면 북한 곳곳에서 진행 중인 건설 규모가 상당한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이러한 대규모 건설 공사는 누가 주도하나요. 또 전국적으로 공사가 이뤄지면, 시멘트나 목재, 철골 등 필요한 자재도 엄청날 텐데, 내부적으로 조달이 가능합니까?

 

[리정호] 북한의 선전매체에서 떠들썩하게 홍보하는 대규모 건설 공사들은 모두 김정은이 직접 주도한다고 보면 됩니다. 제가 볼 때, 김정은은 국가 지도자라기보다 마치 건설 회사의 사장 같습니다. 그는 자신의 직속으로 ‘중앙당 설계실’ 두고, 그 산하에 백두산 건축연구원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주요 건설 프로젝트(사업) 설계가 이뤄지죠. 김정은이 지난 10년 넘게 사실상 건설회사 사장 역할을 해오면서 북한을 거대한 공사 현장으로 만들고, 모든 성과를 자신의 이름으로 남기려 하고 있습니다. 결과, 다른 건설 회사들은 설 자리를 잃고, 이름조차 남지 않게 됐는데요. 이런 방식으로는 국가가 제대로 돌아간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당연히 건설 공사 현장에는 시멘트나 목재, 철골 등 필요한 자재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각 기관에 분담해 해결하도록 하고, 중국에서 이를 수입해 오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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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조성 중인 여명거리에 3천 세대 주택에 대한 골조 공사를 완료한 모습 / 연합뉴스

 

[기자] 그렇기 때문에 그동안 중국에서 북한으로 들어가는 화물 열차에 건설 자재가 많았다고 들었습니다. 대규모 건설 공사가 진행될 때마다 중국에 있는 주재원들이 건설 자재를 공수하는 데 어려움이 많을 것 같은데요. 대금은 제대로 지급되고 있습니까. 대표님께서도 과거 중국에서 건설 자재를 조달하신 경험이 있다고 들었는데, 당시의 경험을 들어볼 수 있을까요?

 

[리정호] 저는 2011년 창전거리 건설 당시, 고층 아파트 건설에 필요한 이형철근 1300톤을 중국에서 조달한 적이 있습니다. 우선 외상으로 구해서 들여보내는 거죠. 그런데 나중에 해당 기관으로부터 그 대금을 받기까지 수십 번 찾아다니며 무려 3년이 걸렸습니다. 저처럼 다른 주재원들도 자재를 먼저 들여보내고, 나중에 대금을 받지 못해 고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게다가 주재원들에게 각종 명목으로 미화 수천 달러씩 건설 지원금을 강제로 요구하는 일이 빈번해 불만이 매우 큽니다.

 

[기자] 외상값을 잘 안 갚으면 중국 회사들도 건설 자재를 잘 안 주지 않습니까?

 

[리정호] 신용이 없으면 안 주죠. 이것 때문에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사업이 망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북 주민 건설에 쓸 돈 있으면, 발전소 지어라

 

[기자]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에도 건설 공사가 많았습니다. ‘통일거리’, ‘광복거리를 비롯해 평양 10만 호 주택 건설’, ‘주체사상탑개선문등도 지었는데요. 대표님께서도 곁에서 다 지켜보셨죠.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김정은 총비서의 건설 정책에는 어떤 차이가 있다고 보십니까?  

 

[리정호] 네, 아버지와 아들의 차이는 확연히 드러납니다. 김정은이 집권 초기부터 건설에 집착한 것은 아버지의 전통을 따라 한 것이죠. 그가 집권 기간 진행해 온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도 모두 선대와 비슷한 행보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그의 관심은 문수 물놀이장, 미림 승마장, 마식령 스키장, 메아리 사격장 등 주로 개인적인 취미와 관련된 유흥 시설에 집중됐습니다.

 

반면, 김정일은 1970년대 후반부터 정치적 상징성을 담은 기념비적 건축물에 집중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170m주체사상탑, 세계에서 가장 큰 개선문, 인민대학습당, 만수대 의사당, 인민문화궁전 등이 있죠. 건축물들은 김정일의 건축 철학을 반영한 작품이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또 평양의 광복거리, 통일거리, 창광거리와 삼지연지구의 현대화 같은 주요 프로젝트도 그의 주도로 완성됐는데, 이에 비해 김정은의 건설 행보는 겉치레만 있을 뿐, 철학적 깊이나 내용, 상징성이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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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상업위성인 ‘플래닛랩스’가 지난 10월 4일에 촬영한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의 대규모 건설 공사 모습 / Planet Labs

 

[기자] 한국이나 미국에서는 대규모 토목, 건설 공사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내수 경기를 활성화하려는 의도가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사정이 다르죠. 김정은 정권이 전국에 걸쳐 공장을 짓고, 관광지를 조성하고, 살림집을 짓는 것은, 이를 통해 민심을 잡고 체제를 공고히 하려는 의도로 보는 견해가 많은데요. 과연 북한 주민들은 건설 공사를 어떻게 생각할까요?

 

[리정호] 우선 북한의 건설 현장에 가보면 중장비 없이 인력으로 공사를 진행합니다. 시멘트나 철근 같은 건설 자재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아 대충 시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부분 부실하게 지어지기 때문에 지진이라도 나면 전부 무너질 것 같은 상황입니다. 실제로 2014년 평양에서 23층 아파트가 붕괴한 사고도 제가 일하던 회사에서 불과 500미터 떨어진 곳에서 발생했습니다. 그 아파트는 공병국 군인들이 건설했는데, 시멘트 강도가 매우 낮았고 철근의 굵기나 수량도 기술적 요구에 맞지 않게 시공됐습니다. 당시 아파트는 준공을 앞두고 있었고, 내부에 수십 명이 있었는데 모두 사망하는 안타까운 비극이었죠. 또 북한의 건설 공사는 강제로 동원된 노동력에 의존합니다. 외부에서는 종종 북한 지도자가 민심을 의식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김정은은 민심을 전혀 신경 쓰지 않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지도자의 지시에 무조건 복종해야 하는 노예들이라 할 수 있죠.

 

마지막으로 북한 경제는 지난 30여 년간 총체적 난국에 빠져 있습니다. 그럼에도 김정은은 자신의 성과를 과시하기 위한 대규모 건설에만 집착하고 있는데요. 지금 북한 경제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전력난, 식량난, 그리고 도로와 철도 같은 교통 시설의 부족입니다. 북한의 일부 주민과 간부들은 건설에 쓸 돈이 있다면 발전소를 지어 전기부터 생산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전기가 있어야 공장이 돌아가고 경제가 발전할 수 있는데, 나라를 잘못 운영하고 있다는 겁니다.

 

[기자] 네, 지금까지 북한 노동당 39호실 고위 관리 출신인 리정호 코리아번영개발센터 대표와 함께 김정은 정권이 전국에서 벌이고 있는 건설 공사’에 대해 짚어봤습니다. 리정호 대표님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에디터 박봉현, 웹편집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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