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핵무기 체계적 관리 어려워 우발적 사고 우려돼”

워싱턴-박수영 parkg@rfa.org
2022.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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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핵무기 체계적 관리 어려워 우발적 사고 우려돼” 지난 1월 북한 국방과학원에서 실시한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를 참관하는 동안 김정은 총비서가 군 관계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AFP

앵커:한반도 톺아보기저명한 한반도 전문가인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시간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박수영 기자입니다.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
 

, 핵실험 16년 지나도 핵 보유국 인정 못 받아 자존심 상한 듯

 

<기자> 북한이 최근 (8) ‘핵 무력 정책’을 법령으로 채택했다고 밝혔습니다. 핵 무력 법령에서 김정은 총비서 신변에 위협이 있을 땐, 핵 공격이 즉시 단행된다고도 규정했는데요. 현시점에서 이처럼 핵무기 사용 계획을 법으로 규정하고 공개한 북한의 노림수는 뭐라고 보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핵 무력 사용을 법제화한 배경에는 많은 전문가도 지적했지만, 북한이 핵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명확하게 강조하려는 노림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법령을 만든 목적에 대해서 "핵무기 보유국 간의 오판이나 핵무기 남용을 막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는데, 사실은 북한이 핵을 두고 새로운 협상 카드를 만든 것이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북한은 원래 협상 카드를 만들어서 시간을 벌거나 대가를 얻어내는 전술을 많이 쓰는 나라입니다. 핵 무력 법령도 그 카드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법령에서는 북한의 핵 무력은 세계의 전략적인 안전을 보장하는 위력이 있는 수단이라고 하는데, 역으로 보면 전략적인 안전을 유지하기 위해서 핵 군축은 응할 수 있지만 핵 폐기는 거부한다는 입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북한은 “(세계평화 유지에) 책임을 진 핵무기 보유국이라고 자칭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인도(인디아)나 파키스탄처럼 국제사회에서 사실상의 핵 보유국으로 인정받고 싶어하는 것 같은데요. 인도의 경우에는 1998년에 한 핵실험으로 국제사회로부터 비난받았습니다. 그러나 인도가 전략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미국이 2007년에 미-인도 양자 원자력 협력 협정을 맺으면서 사실상 인도의 핵 보유를 묵인했습니다. 인도의 핵 보유를 묵인했기 때문에 인도와 상황이 비슷했던 파키스탄의 핵 보유도 사실상 묵인되는 상태가 됐습니다. 북한도 2006년에 처음 핵실험을 했는데 그때로부터 16년이 지났습니다. 북한은 인도와 달리 경제나 외교면에서 강대국이 아니기 때문에 여전히 미국으로부터 핵보유국으로서 인정받은 바 없습니다. 인도는 핵실험 한 지 9년 만에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았는데 북한은 16년 지났는데도 핵보유국이 되지 못해서 자존심이 상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이유도 이번에 핵 무력 사용 법령을 채택한 배경 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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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총비서가 미상의 장소에서 조선인민군 전략군 탄도로케트발사훈련을 지도하고 있다. /Reuters

김정은의 핵무력 유일적 지휘, 오히려 독이 될 가능성

 

<기자> 핵 무력 법제화 이후 실제 핵무기 사용 체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도 짚어주시겠습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이번에 북한이 채택한 법령은 북한의 핵 사용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우려를 더 심각하게 만드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핵무기의 '선제 불사용'에 대한 부정입니다. 법령은 "국가의 중요한 전략적인 대상에 대한 치명적인 군사 공격이 임박했다고 판단됐을 때" 등 여러 가지 핵무기의 사용 조건을 거론했습니다. 조건은 모두 핵무기로 선제 타격하는 경우에 대한 설명이고 실제 핵무기를 쓸지 아닌지는 북한의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결정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핵 공격을 받은 경우에만 핵무기를 사용한다는‘단일 목적(Sole Purpose)’ 원칙도 부정했습니다. 법령은 북한이 핵이 아닌 수단으로 공격당했을 때도 핵무기를 쓴다고 선언했기 때문입니다. 핵무기의 '선제 불사용' '단일 목적'은 국제사회가 핵보유국에게 먼저 지킬 것을 요구하는 원칙입니다. 그러나 북한 입장으로서는 핵무기가 스스로를 지키는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에 핵을 사용하는 조건을 가능한 한 유연하게 설정하고 싶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북한은 독재 국가이므로 김정은 총비서 말이 법률보다 우선시됩니다. 예를 들면 북한 헌법에서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지만 전혀 지킨 바 없습니다. 결론을 말씀드리면 법령이 채택되든 아니든 북한은 자유롭게 핵무기를 쓸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엄격한 법률을 만들어도 북한의 핵 사용은 제한할 수 없다는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핵 선제공격을 규정하는 법령 발표 이후 제7차 핵실험을 통해 도발 수위를 높여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데요. 북한의 핵 개발 목표는 뭐라고 봐야 할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북한의 핵 보유 상황에 대해서는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6월에 “북한이 실제로 보유하고 있는 핵탄두 수가 최대 20기가 된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북한은 45- 55기 정도의 핵탄두를 만들 수 있는 핵물질을 보유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북한은 미국의 전쟁 개입을 막기 위한 전략핵으로써 핵탄두를 탑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완성하고, 실제로 사용할 것을 염두에 둔 전술핵으로써 핵탄두를 탑재하지 않은 중거리 미사일 개량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북한은 중국이나 러시아의 핵우산 안에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최소한 핵 억지력을 확보하기 위해 영국이나 프랑스, 중국과 비슷한 규모 그러니까 200-300발 정도의 핵탄두를 보유하도록 추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북한이 생각하고 있는 전략 목표를 계산한 결과라고 보고 있고요. 그러나 그 정도까지 핵 보유량이 많아지면 법령에서 규정한 것처럼 북한의 국무위원장(현 김정은 총비서)이 유일하게 핵 무력을 지도하는 것은 어려우리라 생각하고 있고요, 미국처럼 핵 암호 등을 쓰면서 핵무기를 안전하게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미국이나 한국 전문가를 취재한 바에 의하면, 북한이 아직도 그런 핵 관리 체계와 시설을 완성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북한 내에서 정치와 경제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핵무기 숫자가 많아질수록 오히려 우발적인 사고가 일어날 위험성도 커진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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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총비서가 북한 내 미공개 장소에서 신형 전술유도무기의 시험발사를 참관하는 모습. 김정은 총비서의 지도 아래 전술핵무기의 효율성을 높인 신형 무기체계를 시험 발사했다고 조선중앙통신(KCNA)이2022년 4월 17일 보도했다. /AFP  

북의 핵 사용 가능성 충분미국의 핵우산 보장에 진전 없으면 신뢰는 하락

 

<기자> 북한이 실제 핵 선제공격을 할 것이냐가 또 관건이겠죠. 핵 무력 법령에서 정한 ‘핵을 사용하는 조건 다섯 가지’도 해석의 여지가 많을 듯한데요. 이 법령에 따라 한국이나 일본을 겨냥해 핵을 사용할 가능성은 어떻게 보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다들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안이죠.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북한은 독재 국가이기 때문에 법령의 다섯 가지 조건에 따라 행동하리라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북한이 한반도 통일 목표는 포기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통일의 대상이 되는 한국에 대한 핵무기 사용은 마지막까지 신중하게 판단할 거로 생각합니다. 한편, 일본은 미국의 동맹국이고 주일미군기지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일본을 공격하면 오히려 미국에 강한 반격을 당할 가능성도 있겠죠. 그러나 옛날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김일성 주석의 질문에 대한 답으로 "조선이 없는 지구는 깨버려야 한다"고 이야기한 바 있었습니다. 이처럼 북한 김정은 총비서와 측근들도 전쟁에서의 패배는 체제의 붕괴를 의미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 사람들의 입장으로서는 북한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려는 생각은 거의 없고요. 오로지 본인들의 안전과 지위를 유지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본인들의 안전이나 지위를 유지하지 못한다고 판단하면 북한이 일본과 한국을 향해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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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범철 국방부 차관이 지난 15일 미국 메릴랜드주에 위치한 앤드루스 합동기지를 방문해 미국 측 확정억제 담당 인사들과 B-52 전략폭격기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 다섯 번째부터 비핀 나랑 우주정책 수석부차관보, 하대봉 방위정책관, 신범철 차관, 싯다르트 모한다스 동아시아 부차관보, 리처드 존슨 핵·WMD 대응 부차관보. /연합

 

<기자> 북한의 핵 공격으로부터 한국과 일본을 방어하기 위해 미국의 핵우산 공약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지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현 상황에서 핵우산 실효성에 대한 평가는 어떤지도 궁금합니다.

 

마키노 요시히로: 미국의 핵우산에 대한 일본이나 한국 등 동맹국의 신뢰가 지금 흔들리고 있습니다. 이는 처음 나타난 현상은 아니고요. 북한이 두 번째 핵실험을 했던 2009년 한국과 일본에서 같은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그때가 오바마 정권이었는데, 그 당시 2010년부터 미국과 일본 사이에 그리고 2011년부터 미국과 한국 사이에서 '확대억지협의(EDD, Extended Deterrence Dialogues)'를 시작했습니다. 그 당시에 한·일이 미국 네브래스카주에 있는 오펏 공군기지에서 핵 공격 목표를 결정하는 전략사령부 본부를 시찰하고 몬태나주 맘스트롬 공군기지에 있는 ICBM 발사 시설 등을 시찰한 바 있었다고 합니다. 미국에서는 이러한 시찰을 통해서 일본과 한국 관계자들한테 미국의 확대 억지력에 대한 신뢰성을 강조했다는 말입니다. 제가 듣기로는 요즘에도 미국은 비슷한 행동을 계속 되풀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RFA도 보도했지만, 미국의 B-52 전략폭격기에 핵탄두가 장착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거나 원자력 항공모함인 로널드 레이건호가 한국에 입항하는 것은 2010, 2011년 당시와 비슷한 움직임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미국이 계속 같은 행동만 되풀이하면, 일본과 한국 사회에서는 미국의 움직임에 변함이 없고 그걸로는 모자라지 않겠느냐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한국에 독자적인 핵 개발이 필요하다거나 북대서양조약기구 (NATO)와 비슷하게 핵 공유를 원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 북한에서 ICBM을 발사할 징후도 있다는데, 향후 북한이 ICBM 을 발사하거나 일곱 번째 핵실험을 하면 한국과 일본 사이에서 이러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기자 박수영, 에디터 박정우,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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