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오물 풍선, 원시적 기술에 잦은 오작동”

서울-천소람 cheons@rfa.org
2024.06.27
“북 오물 풍선, 원시적 기술에 잦은 오작동” 2024년 5월 29일, 한국 철원의 논밭 위에 북한에서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쓰레기와 오물을 포함한 다양한 물체를 실은 풍선이 보인다. /연합 vis Reuters
/Reuters

앵커: 북한이 최근 한달 새 한국에 일곱 번째 오물 풍선을 날려 보낸 가운데, 한 민간단체 관계자는 북한 오물 풍선이 원시적 기술을 사용함과 동시에 오작동도 많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북한 당국 차원에서 보낸 풍선으로 보기에는 기술력의 한계를 그대로 보여줬다는 건데요.   

 

천소람 기자가 오랜 기간 북한에 은밀히 스마트 풍선을 보내고 있는 한국의 조선개혁개방위원회관계자로부터 오물 풍선의 원리와 기술력 등을 들어봤습니다.  

 

[기자] 안녕하십니까. 북한이 최근 계속 오물 풍선을 한국에 보내고 있는데요. 올해 들어 벌써 일곱 번째입니다. 우선 이 오물 풍선의 원리가 무엇인지 궁금한데요. 한국의 민간단체가 보내는 대북 전단 풍선과 같은 원리인가요?

 

[조선개혁개방위원회 관계자] 우선 한국 민간단체가 보내는 일반적인 풍선과 북한의 오물 풍선은 원리가 같습니다. 타이머(시계)를 장착해서 떨어지게 하는 겁니다. 타이머가 일종의 기폭장치가 돼서 땅에 떨어지게 하는 거예요. (풍선이) 계속 날아가면 바다로 가거나 제트기류를 타고 하늘로 가버리니까요. 북한의 오물 풍선이나 남측의 일단 대북 전단은 고도 조절이 안 됩니다. 풍선이 날아가거나 바람이 빠져서 적당한 때에 땅에 내려오게 됩니다.

 

이번에 북한이 쓴 풍선은 중국제 라텍스 풍선입니다. 그건 가격이 좀 비쌉니다. 남한의 단체들은 일반 비닐 풍선을 쓰는데 라텍스 풍선이 더 내구성이 좋습니다. 남쪽 단체들이 사용하는 일반 비닐 풍선은 북한의 풍선보다 더 크고 깁니다. 거의 10m 가까이 되죠.  풍선에 수소나 헬륨 가스를 집어넣으면 팽창하는데, 다 채우고 올라가면 팽창해서 터지니까 다 채우지는 않습니다. 60~70% 정도만 채우고 밑에 구멍을 뚫어 놓습니다. 풍선에 구멍을 안 뚫어 놓으면 끝까지 올라가 하늘에서 터지던가, 아니면 제트기류를 타고 아예 다른 나라로 가버리거든요. 그러니까 일정한 높이에 올라가서 팽창하면 가스가 밑으로 내려오겠죠. 그럼 밑에 뚫린 구멍으로 가스가 나오는 겁니다. 그럼 고도가 내려오겠죠. 이렇게 원시적으로 고도를 조절합니다.

 

[기자] 그렇다면 북한 오물 풍선의 원리와 기술력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조선개혁개방위원회 관계자] 북한 풍선을 보면 기술이 상당히 떨어집니다. 또 남쪽은 일반 민간 단체가 보내지만, 북한은 당국이 하는 거잖아요. 최근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정찰 기구(풍선) 문제가 있었는데, 중국 기구가 미국을 횡단하지 않았습니까. 이게 국가의 능력이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북한 당국이 보낸 걸 보면 상당수의 풍선이 날아가지 않고, 그대로 땅에 떨어졌습니다. 풍선이 터진 것도 있고, 실제 원하는 대로 살포된 것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북한 당국의 풍선 능력은 우리 민간 단체에 비해 크게 (좋지 않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냥 일반적인 기폭 장치, 즉 시간이 되면 풍선이나 전단, 오물을 묶은 비닐을 터뜨리는 장치인데, 그것도 제대로 작동을 안 했어요. 북한의 (기술력) 수준은 높지 않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자] 하지만 북한의 오물 풍선때문에 한국에서는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는데요. 오물 대신 화학물질이 들어있다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시는지요?

 

[조선개혁개방위원회 관계자] 만약 풍선에 만일 화학물질이 들어 있어 생화학 테러를 하게 되면, 이것은 전쟁 행위입니다. 그리고 증거가 남기 때문에 국제법상 중국과 러시아도 도와줄 수 없습니다. (그럴) 가능성이 있지만, 그렇다면 남한도 충분히 할 수 있죠. 물론 이번에도 생물학적으로 오염된 가축 분뇨가 있었지만, 그 정도입니다. 경계는 해야 하지만 생화학 테러를 한다면 가장 심각한 전쟁 도발 행위가 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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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6월 3일, 한국 서울에 있는 한 민간 단체가 북한 영토 상공에 반북 메시지를 살포하기 위해 만든 풍선의 GPS 추적이 모니터에 표시되고 있다. /Reuters

 

[기자] ‘조선개혁개방위원회 2017년부터 7년 넘게 디스펜서와 고도 조절 장치, 그리고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GPS(위성항법장치)를 장착한 스마트 풍선을 북한 내부로 보내왔는데요. 스마트 풍선의 원리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조선개혁개방위원회 관계자] 일반 대북 전단 풍선은 한 번 터지고, 한 번 살포됩니다. 또 신고가 되면 그 지역을 모두 수색하면 되니까 북한 인민군들이 수거하는 게 가능하죠. 하지만 스마트 풍선은 일종의 폭격기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종이를 시간 차로 떨어뜨리면서 계속 가는 거죠. 스마트 풍선은 고도를 조절하면서 지속적으로 디스펜서에 의해 전단을 뿌리기 때문에 1천 장을 넣어도 북한 전역에 뿌릴 수 있죠. 하지만 일반 대북 전단은 100만 장을 넣어도 한 군데밖에 안 떨어지죠.

 

(저희가) GPS를 확인해 본 결과, 제일 멀리 간 지역이 중국 지린까지 갔거든요. 일반 풍선의 한계는 고도 조절을 못 한다는 것, 그리고 한 번밖에 못 뿌린다는 것인데 스마트 풍선의 원리는 고도 조절을 하고 타이머를 장착해 계속 가면서 뿌린다는 겁니다. 풍향을 계산하면 이 풍선이 북한을 지날 때 약 몇 시간이 걸린다는 게 나오겠죠. 그럼 그 시간에 나눠서 전단을 살포할 수 있도록 타이머를 장착하고, 디스펜서, 즉 전단을 출력해 뿌리는 모터가 달린 롤러로 계속 뿌리고 가는 게 기본적인 원리입니다.

 

[기자] 마지막으로 북한은 한국의 민간 단체가 보내는 대북 전단에 맞서 오물 풍선살포하며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고, 이에 대해 한국 사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북한은 2017년 이후 처음으로 오물 풍선을 보냈고, 한국은 2018년 이후 처음으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실시했는데요.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보시나요?

 

[조선개혁개방위원회 관계자] 북한은 대북 심리전을 가장 두려워합니다. 북한도 대북 확성기 방송이나 심리전이 확대되는 걸 원치 않아요. 과거에 남북 군사 당국 대화에서 북한이 가장 강력히 요구한 것이 확성기 방송의 중단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북한이 오물 풍선의 살포라는 실책을 저지르면서 북한이 원치 않는 방향으로 상황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지난 2020년 북한이 개성공단 연락사무소를 폭파할 때와 달리 이번에는 노동신문을 통해 이 사실을 일반 주민에게 알리지 않고 있습니다. 개성공단 연락사무소를 폭파할 때는 노동신문에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북한 주민이 남쪽으로 보내는 전단을 잔뜩 쌓아놓은 장면도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북한이 겉으로 보기에 그렇게 적극적이지 않습니다. 오물 풍선을 대량으로 보낸 게 북한의 실책이죠. 북한도 전단을 보냈거나, 위장한 민간 단체를 내세웠다면 한국 당국이 대응하기 어려웠겠죠. 하지만 인체에 해로운 오물 풍선을 민간이 아닌 북한 국방성이 담화를 내고 인민군이 보냈다고 하니까 유엔군 사령부는 당장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했고, 한국은 1차 경고를 했잖아요. 2차까지 오니까 명분이 생겼고, 확성기 방송과 9.19 군사합의 전면 효력 정지 등의 선택을 하게 된 거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북한에 스마트 풍선을 이용해 대북 전단을 보내고 있는 조선개혁개방위원회의 관계자와 함께 북한 오물 풍선의 원리와 기술력을 짚어봤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천소람입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편집 한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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