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통신] ‘국영상점’ 전용 화물열차 편성 운행
2024.06.28
[북한 당국의 단속과 통제 강화로 정보의 공유가 차단된 북한에서 오늘은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요? 내부 취재협조자를 통해 북한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현상 등을 신속하고 깊이 있게 전하는 ‘북한 통신’, 일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와 함께합니다.]
북한이 국영공장에서 생산한 국산품의 유통을 위한 전용 화물열차를 편성해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자력갱생’을 앞세운 김정은 정권이 그동안 개인과 시장 차원에서 이뤄졌던 물건의 유통을 국가가 되찾아오기 위한 노력으로 풀이되는데요. 역마다 국영상점용 물건을 보관하기 위한 창고도 지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비싼 기름값과 여러 가지 문제로 역에서 국영상점까지는 일반 리어카나 자전거를 이용해 날라야 한다고 하는데요. 김정은 정권이 국가 유통망을 구축하고, 생산부터 유통까지 모든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국영상점 전용 화물열차까지 운행하고 있지만, 마지막에는 인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국가유통망’ 구축 노력… 올해 2월부터 한 달에 2~4회 운행
[기자] 이시마루 지로 대표님, 안녕하십니까. 북한에서 국영상점을 위한 전용 화물열차를 운행하고 있다는 소식이 있는데, 어떤 내용입니까?
[이시마루 지로] 네, 우선 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난 몇 년 동안 보여왔던 북한의 유통 문제를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북한에서는 철도를 이용해 국가 유통망을 위한 전문 화물열차를 만들고, 이 열차를 이용해 국산품을 수송하려는 움직임을 자주 보여왔습니다. 그 목적은 개인이 아닌 국가가 운영하는 유통망을 원활히 하자는 데 있다고 할 수 있는데요. 코로나 대유행이 시작된 2020년부터 무역이 중단되고 중국 상품이 시장에서 거의 사라지지 않았습니까. 김정은 정권은 그 시기를 이용해 ‘자력갱생’ 차원에서 ‘여러 소비품을 국내에서 생산하자’, ‘그리고 국산품의 유통을 국가 차원에서 하라’는 통제를 강력히 진행했습니다. 그렇다면 국산품 유통의 마지막 판매 장소는 바로 국영상점이죠. 국영공장에서 만든 국산품이 유통돼 국영상점으로 가서 일반 주민들 손에 들어가는 건데요.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에는 개인이 국산품을 입수해 운송하고, 개인이 시장에서 판매하지 않았습니까. 그걸 김정은 정권이 강력히 금지했는데요. 그런데 여기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기자] 네, 그 배경은 충분히 이해가 가는데요. 어떤 문제가 생겼다는 겁니까?
[이시마루 지로] 국영공장에서 생산한 국산품을 어떻게 국영상점까지 운송하는가의 문제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기름값이 많이 오르지 않았습니까. 아마 북한 물가 동향을 보면 사상 최고치일 겁니다. 기름값이 많이 오르면서 일반 자동차나 트럭 등 화물차 이용이 정말 어려워졌습니다. 예를 들어 여러 조직, 기관, 기업소에서도 차량을 갖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걸 국가 유통에 동원하려 해도 결국, ‘저 기름값을 누가 부담하느냐’의 문제가 생깁니다. 그래서 김정은 정권에서는 열차 수송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라는 방침을 내리고 있는데요. 북한 열차는 기본적으로 전기로 움직이고, 기름값이 오르고 내리는 것에는 비교적 영향을 받지 않으니까 ‘운송은 열차를 이용하라’는 정책을 올해 2월경부터 시작했다고 합니다.
[기자] 그렇게 해서 국영상점을 위한 전용 화물열차가 생긴 것이군요. 그렇다면 열차 편수는 얼마나 됩니까?
[이시마루 지로] 이전에도 공산품, 그러니까 일반 소비품을 전문적으로 나르는 열차가 있었다고 합니다. 우편 열차, 소포 열차 등 평소 열차 편성에 한두 대씩 포함했다고 하는데 최근에는 국영기업의 생산품을 운송하는 열차가 추가로 편성됐다고 합니다. 쉽게 말하자면, 화물칸(빵통) 하나를 일반 열차에 추가한 건데, 이와는 별도로 국가 유통만을 위한 화물 열차를 한 달에 2번 내지 4번 정도를 별도로 편성해 운행하고 있다고 겁니다. 예를 들어 함경북도에서 만든 제품을 평안남도, 평안북도 쪽으로 보내거나, 아니면 평안도에 만든 제품을 함경도나 양강도 쪽으로 보내는, 국가 유통망을 위한 전문 열차가 편성됐다고 합니다.
역부터 국영상점까지는 구루마와 자전거로
[기자] 그런데 그렇게 나른 국산품을 기차역에서 국영 상점까지 옮기는 것도 문제일 것 같은데,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이시마루 지로] 양강도의 취재협조자가 전해 온 바에 따르면, 지금 역마다 물자 공급소를 새로 짓거나 보관 창고를 만들어서 열차로 수송된 생산품을 보관하고, 국영상점까지 빨리 전달할 수 있게끔 해놨다고 합니다. 그런데 물자 공급소를 역에 만들어다 해도 결국, 마지막에는 차로 운반할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그런데 리어카꾼(구루마꾼)을 고용해서 운반을
부탁하거나 자전거로 나르는 식으로 하고 있다고 합니다.
[기자] 다시 말하면, 트럭과 같은 차량이 역의 창고에서 국영상점까지 날라줘야 하는데, 비싼 기름값 등 여러 가지 문제 때문에 결국, 자전거나 리어카로 운반하고 있다는 말씀인가요?
[이시마루 지로] 네, 이전에는 일반 기업소나 권력기관에 소속돼 있다는 간판은 있지만, 사실상 개인 소유의 차들이 이런 운수업을 해서 돈을 많이 벌었습니다. 그런데 김정은 정권이 시장 활동, 그러니까 개인 경제활동에 대해 탄압을 많이 하면서 개인 수송 업자들이 거의 다 폐업했습니다. 일부 돈주들이 지금도 조금씩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많은 사람이 일을 못 하게 됐고요. 두 번째는 역시 기름값이 너무 올랐기 때문에 기업소나 기관이 갖고 있는 차들도 수지가 맞지 않아서 차량을 이용하는 데 매우 큰 지장이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기름도 필요 없고 인력으로만 운반할 수 있는 구루마꾼까지 동원해서 국영상점까지 물건들을 나르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지금까지 제가 설명해 드린 내용은 주로 양강도의 운수 사정에 밝은 ‘아시아프레스’ 취재협조자가 전해온 소식입니다.
[기자] 국가가 자력갱생을 내세워 국가 유통망을 구축하기 위해 전용 화물열차까지 편성해 운행하고 있지만 결국, 다시 인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모순을 느끼게 됩니다.
[이시마루 지로] 마지막으로 한 마디 더 추가하면요. 김정은 정권이 왜 이렇게까지 무리하면서 국가 유통망에 집착하는가. 민간에서 하든 국가가 하든 전국에 물건이 원활하게 유통되면 좋은 일 아닙니까. 그런데 김정은 정권은 코로나 대유행 시기인 2020년, 2021년도에 결심했다고 봅니다. 어쨌든 물자의 생산과 유통의 주도권을 시장에서 국가가 탈환한다는 큰 결심, 국가의 의지가 있다고 ‘아시아프레스’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자] 네, 오늘은 북한에서 국가 유통망을 구축하기 위한 국영상점 전용 화물 열차와 관련해 일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와 함께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이시마루 대표님,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에디터 박봉현, 웹편집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