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나진항에 또 대형 선박… 북러 간 은밀한 거래 가능성
2024.11.01
앵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대가로 양국 간에 어떤 거래가 오갈지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북한 나진항에서 대형 선박이 계속 식별됐습니다. 10월 한 달 동안 총 4척의 선박이 북한과 러시아 전용 부두에 정박한 모습이 포착된 건데요. 전문가들은 이러한 선박 활동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물자 선적과 관련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북한군 파병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미 대 북러 간 대리전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한국의 무기 지원은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보도에 천소람 기자입니다.
“10월에만 대형 선박 4척… 북한 무기 선적했을 수도”
미국의 상업위성인 ‘플래닛랩스(Planet Labs)’가 지난 10월 30일에 촬영한 북한 나진항 일대.
북한과 러시아 간 무기 거래 현장으로 의심되는 나진항의 세 개 항구 중 러시아 전용인 3번 부두에서 약 190m 길이의 선박 한 척이 포착됐습니다.
이 대형 선박은 부두에 밀착한 채 정박해 있고, 부두 주위에는 거뭇한 석탄이 넓게 펼쳐져 있습니다.
지난 10월 5일과 25일에 촬영된 위성사진에서도 약 135m 크기의 선박이 2번(북한 전용)과 3번 부두 사이에 정박해 있는 모습이 식별됐는데, 부두에는 컨테이너로 추정되는 물체가 쌓여있습니다.
또 지난 10월 26일에는 2번 부두에 약 120m 길이의 선박이 정박해 있는 모습도 확인됐습니다.
북러 간 무기 거래 현장으로 알려진 북한 나진항에 지난 10월에만 총 4척의 선박 활동이 위성사진에 포착된 겁니다.
정성학 한국 한반도안보전략 연구위원은 지난 10월 31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3번 부두는 주로 석탄 부두로 쓰이고, 무기 거래는 1번(중국 전용)과 2번 부두에서 주로 이뤄지고 있다”라며, 선적 내용물을 확인하긴 어렵지만, 10월 위성사진에 포착된 선박에 북한 무기를 선적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습니다.
김혁 한국 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 선임연구원도 같은 날 RFA에 “북러 간의 통상적인 무역일 가능성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된 물자가 오갔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관측했습니다.
[김혁] 러시아 항구라고 해서 러시아가 물류와 관련해서 북한과 보세무역을 할 가능성은 작고요, 중요한 것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과 연결이 돼서 북한이 필요한 뭔가를 주거나 북한으로부터 뭔가를 실어 가야 하는 상황일 가능성이 있죠.
특히 지난 18일 한국 국가정보원이 “러시아에 북한군이 파병됐다”고 밝힌 이후 세 척의 선박 활동이 감지된 것이기에 이 선박에 어떤 내용물이 실렸을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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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한미 대 북러 대리전 지양해야… 무기 지원은 최후 수단”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 즉 나토 등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북한군 파병을 공식 인정한 가운데 이에 대한 한국의 대응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한 전화 통화에서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적 야합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북러 군사협력을 규탄하고 공동 대응을 약속했습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는 것과 관련해 “살상 무기를 직접 공급하지 않는다는 대원칙을 갖고 있었는데, 북한군의 활동 여하에 따라 그런 부분에서도 더 유연하게 검토해 나갈 수 있다”고도 말한 바 있습니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으로 한국 내에서는 “‘방어용 무기 지원’, ‘북한군 심문조 파견’, 나아가 ‘공격용 무기 지원’ 등으로 우크라이나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함께 “너무 적극적인 개입은 조심해야 한다”는 입장이 팽팽한 상황입니다.
만약 한국이 북한군 파병을 이유로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지원하게 된다면, 최악의 경우 남북 간의 대결, 나아가 한국, 미국 대 북한, 러시아의 대리전 양산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남북 간 대리전 양산으로 치닫는 것은 막아야 한다며 살상 무기 지원은 최악의 상황에서 쓸 수 있는 마지막 카드라고 입 모아 지적했습니다.
조한범 한국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29일 RFA에 한국이 살상 무기를 지원하는 것은 사실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한반도로 옮겨오는 것이라며 이는 ‘최후의 수단’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조한범] 직접적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북한) 인민군 파병이 한반도 안보의 위협으로 전이되는 상황은 막아야 합니다. 한국이 살상 무기를 지원하게 되면 결국 인민군과 대리전이 되는 겁니다. 살상 무기 지원은 최악의 상황에서 쓸 수 있는 마지막 카드입니다. 쓰게 되면 너무나 많은 부담이 발생합니다. 사실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한국으로 전이되는 것과 동일한 효과로 볼 수 있습니다. 그 부분은 매우 신중해야 합니다. 그 외에도 단계적이고 한국이 할 수 있는 방안은 많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그는 북한군 파병 자체로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군사 협력을 받거나 전투 경험에 숙달하게 되면 한반도 안보에 바로 적용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조한범] 엄밀히 말하면 이 전쟁은 대한민국과 관련이 있는 전쟁입니다. 첫 번째 레드라인(한계선)은 파병된 사실이고, 두 번째 레드라인은 전투에 참가하는 겁니다. 원래 계획이 어떻든 북한군의 전투 참가를 막고, 전투 참가를 했더라도 전쟁에 영향을 미치는 걸 막는 게 우선적인 목표입니다. 현 단계에서는 상황 파악을 하고 우크라이나와 다양한 협조 체계를 갖추는 게 필요한 것이고요. 앞으로 조치들은 러시아와 북한의 협력 정도, 또 인민군의 활동 양상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강동완 한국 동아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30일 RFA에 “한국이 무기를 지원하는 것은 최악의 상황”이라며 북러 대 한미 대리전이 우려되는 만큼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공세적인 무기를 공급하기보다 파병된 북한군이 철수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강동완] 한국에서 무기를 지원해서 그 무기가 북한군과 서로 공격하게 되는 것은 최악의 상황이고요. 최소한 거기까지 가지 않으려면 북한 파병군의 철군을 정책의 우선순위로 삼아야 할 것 같습니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북러 간 군사 협약이잖아요. 이게 한반도에 미칠 영향력은 굉장히 파급 효과가 크다는 겁니다. 6.25 전쟁 이후 실전 경험이 없는 북한에서 실제 전투에 참전했던 병사들의 역량이 강화될 수 있는 부분이고 나아가 미국과 러시아 간 신냉전 체제라는 대리전 양상 속에서 분단의 화약고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지금의 상황을 우리가 심각하게 보고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 국방연구원에서 오랜 기간 군사 문제를 연구한 김진무 전 한국 숙명여자대학교 글로벌서비스학부 교수는 29일 RFA에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으로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군사 지원, 특히 재래식 무기 지원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는 한국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김진무] 러시아가 북한에 군사 지원을 핵미사일과 관련된 전략무기 쪽으로 지원할 것이냐, 재래식 무기를 지원하느냐, 어느 쪽을 지원하든 한국에 불리합니다. 한국의 조그마한 무인기가 북한으로 들어가도 북한은 레이더로 잡을 수 없습니다. 레이더가 낡아서요. 러시아는 군사 강국이잖아요. 러시아가 그런 무기를 지원해 주면, 한반도 전략 균형이 깨지게 되죠. 이 시점에서 북한이 군 병사를 보냈는데 러시아가 재래식 군사력을 지원해 준다면 우리에게는 엄청 불리한 일이 되는 겁니다.
그는 이어 “북한의 핵전력이 강화해 동아시아 전략 균형을 깨버리는 것은 러시아에도 유리하지 않다”라며 “러시아도 미사일과 핵무기 기술 지원은 꺼릴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0월 31일, 올해 들어 처음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을 감행한 북한.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는 한미 국방장관이 미국 워싱턴에서 북한의 러시아 파병을 함께 규탄한 직후 이뤄졌습니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이 수면 위로 올라온 지 약 2주가 지난 가운데, 한반도에 흐르는 긴장의 시간도 계속 빨라지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천소람입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