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산화알루미늄’ 수입 약 2배 증가… 군사적 활용 가능성

워싱턴-한덕인 hand@rfa.org
2024.12.03
북, ‘산화알루미늄’ 수입 약 2배 증가… 군사적 활용 가능성 김정은 북한 총비서의 현지지도 아래 지난 10월 31일 아침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포-19형'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단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앵커: 중국의 최근 세관 자료에 따르면 올해 북한의 산화알루미늄(알루미나) 수입이 지난해보다 2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산화알루미늄은 민간 산업과 군사 기술, 특히 고체연료 미사일 개발 등에 모두 사용할 수 있는 물질인데요.

 

전문가들은 북러 간 군사 협력을 강화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깊이 개입한 북한의 현실을 고려할 때 산화알루미늄의 수입 증가는 핵미사일과 무인기 등 군사적 목적에 관련됐을 가능성을 주시했습니다.

 

보도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산화알루미늄, 고체 연료 미사일 등 다양한 군사적 용도로 사용

 

지난 11월 갱신된 중국 해관총서의 최신 자료에 따르면 북한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산화알루미늄(aluminum oxide) 수입량은 75만 2천990kg.

 

지난해 수입한 45만 1천736kg보다 약 1.67배 증가한 수치입니다. 수입 금액은 미화로 약 39만 1천164달러로, 지난해 19만 4천640달러의 두 배에 달합니다.  

 

주요 수입 지역은 작년과 마찬가지로 중국 광둥성과 산둥성이었으며, 주요 거래 시점은 지난 6월과(광둥성, 약 23만 kg) 10월(산둥성, 10만kg)이었습니다.  

 

해관총서에 따르면 북한은 최소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산화알루미늄을 꾸준히 수입해 오다가 코로나 대유행 기간인 2021년과 2022년에는 전무했지만, 다시 지난해부터 수입을 본격 재개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러던 중 올해 들어 수입이 대폭 늘어난 겁니다.

 

산화알루미늄은 금속알루미늄 생산의 핵심 원료로, 특히 군사적 목적으로는 고체 연료 미사일의 추진제와 미사일 엔진 제작에 필수적인 물질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 항공기와 무인기 제작에도 사용되는 등 실제 사용 범위가 넓습니다.

 

또 산화알루미늄은 로켓 모터에 사용되는 고체 추진제 생산의 핵심 재료로도 알려졌는데, 액체 연료에 비해 저장이 용이하고 발사 준비 시간이 짧은 고체연료 탄도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북한에 산화알루미늄의 안정적인 공급은 매우 중요한 요소로 꼽힙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북한에서 군사적 목적에 따라 산화알루미늄의 수입이 증가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미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 분석관을 역임한 브루스 벡톨 미 앤젤로주립대 교수는 (11월25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의 산화알루미늄 수입 증가는 북한의 군사적 의도를 암시할 가능성이 크다며, 그 외 다른 용도를 떠올리기는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브루스 벡톨] (산화알루미늄과 같은) 이중 용도 자재의 수입은 꽤 명백합니다. 북한은 고체 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8형’과 최근 시험 발사된 ‘화성-19형’ 고체 연료 미사일을 모두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 두 미사일 모두 이런 이중 용도 자재가 필요할 가능성이 큽니다. 북한이 ICBM, SR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IRBM(중거리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계속 개발하고 유지하면서, 이러한 자재를 지속적으로 확보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지난해보다 올해 더 많이 확보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아마도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기술적 지원을 받으면서 미사일 생산량을 늘릴 수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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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열린 사격 행사에서 한 남성이 표적물로 사용하기 위해 산화알루미늄과 질산암모늄을 혼합한 양동이를 준비하고 있다. / REUTERS

 

북러 군사 협력에 따른 과 무기 생산량 증가 시사

 

신승기 한국 국방연구원 북한전략실장도 (11월25일) RFA에, 지난해부터 이어진 산화알루미늄 수입 증가는 단순히 산업적인 필요를 넘어 군사적 의미를 내포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습니다.  

 

[신승기] 명확한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작년 수입량에 비해 2배가량 증가한 점은 분명 주목할 만합니다. 특히 이러한 산화알루미늄이 앞으로 러시아로 공급될 무기에 사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볼 때, 대부분 무기 체계 제작에 활용하는 용도로 사용될 가능성이 큽니다.

 

또 신 실장은 “북한이 당장 산화알루미늄 자체를 북한 내부에서 많이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은 아닐 것”이라며, 특히 북러 협력을 통해 많은 물자가 러시아로 가고 있기 때문에 산화알루미늄도 여기에 포함됐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산화알루미늄은 고체 연료 추진제뿐 아니라, 고성능 화약에도 일부 사용될 수 있기 때문에 무기를 제작하기 위해 수입량이 많이 증가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특히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공급한 대가로 러시아는 북한의 미사일 프로그램을 지원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산화알루미늄을 더 많이 확보했다는 것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생산 증가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다만, 벡톨 교수는 “산화알루미늄의 용도가 꼭 고체 연료에만 국한되지 않을 수 있고, ‘화성-15형’처럼 성공적으로 시험 발사된 액체 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에도 필요할 수 있기 때문에 최소한 북한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과 직접적으로 관련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무차장을 지낸 올리 하이노넨 미 스팀슨센터 특별연구원은 최근(11월 25일) RFA에, 북한이 수입한 산화알루미늄의 등급을 모르기 때문에 용도를 정확히 단정할 수는 없지만, 고체 연료 미사일에 산화알루미늄 사용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또 그는 최근 북한 매체가 지난 9월 보도한 강선의 우라늄 농축시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며, 고농축 우라늄(HEU) 생산의 핵심 설비인 원심분리기 수 천 개가 확인됐듯이, 핵시설에 여전히 산화알루미늄이 쓰인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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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총비서가 핵무기연구소와 무기급 핵물질 생산시설을 현지지도하고 무기급 핵물질 생산에 총력을 집중해 비약적인 성과를 낼 것을 지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9월 보도했다. /연합뉴스

 

특히 과거 가스 원심분리기 회전체에 사용되던 알루미늄은 현재 특별 강철과 복합 소재로 대체됐지만, 북한의 원심분리기 외부 외관과 배관에는 여전히 알루미늄이 사용된다고 하이노넨 연구원은 설명했습니다.

 

하이노넨 연구원은 북한 핵시설에서 요구되는 ‘고급 알루미늄’ 1980년대에 지어진 북창 알루미늄 공장에서는 기술적 제약으로 생산이 어렵기 때문에 이를 외국에서 수입할 수밖에 없음을 시사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이노넨 연구원이 언급한 ‘고급 알루미늄’은 원심분리기 부품 제작에 필요한 고강도, 고순도 알루미늄으로, 산화알루미늄을 전기 분해해 제조합니다.

 

이는 일반 알루미늄과 달리 높은 내구성과 열 안정성을 지닌 합금 형태로, 특히 원심분리기와 같은 핵 관련 설비에 필수적인 소재로 꼽힌다는 겁니다.

 

실제로 한국 통일부 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보크사이트에서 산화알루미늄을 추출하는 기술을  보유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고급 알루미늄 합금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첨단 정제 또는 가공 기술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신 실장도 북한 핵시설에서 핵연료를 재처리하는 데 산화알루미늄이 쓰일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당장은 대량의 무기를 공급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무기 제작용으로 더 많이 쓰일 것으로 본다”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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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에 따르면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산화알루미늄 수입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 1718호를 비롯해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제재 위반으로 간주할 수 있습니다.  

 

산화알루미늄이 직접적인 제재 품목으로 지정되지 않았더라도, 핵미사일 개발 등 군사적으로 전용했다면 명백한 대북 제재 위반이라는 겁니다. 또 이는 오늘날 대북 제재의 한계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란 지적도 있습니다.  

 

[신승기] 사실 중국이 자발적으로 조치를 해주면 좋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현재 상황을 보면, 북한이 요청하면 이를 수용하고 지원하는 행태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작년에 비해 수입량이 2배가량 증가한 점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 자재가 어디에 사용될지는 분명히 알 수 없지만, 결국 중국이 북한의 특정 군사적 측면에서 지원하고 있다는 점을 암시한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앞서 미국 국무부는 지난해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산화알루미늄 수입을 재개한 것에 대해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운반체계 개발을 위한 자재와 기술 조달에 대해 지속적으로 우려하고 있다”라며, “모든 국가가 유엔 대북 제재를 엄격히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라고 RFA에 밝힌 바 있습니다.

 

올해 늘어난 북한의 산화알루미늄 수입이 군사적 목적과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이 크고, 이는 북한의 군사 역량 강화와 국제사회의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이어지는 가운데 북중 무역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와 협력이 요구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입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편집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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