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수수료에 높은 물가, 외화 단속까지… 탈북민 송금 ‘삼중고’

서울-천소람 cheons@rfa.org
2024.09.23
비싼 수수료에 높은 물가, 외화 단속까지… 탈북민 송금 ‘삼중고’ 2023년 5월 3일, 한 탈북민이 한국 서울에서 미국 달러화와 중국 위안화 지폐 앞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AP

앵커: 지난 추석을 맞아 한국 내 탈북민들이 북한에 있는 가족에게 돈을 보냈지만, 여전히 비싼 수수료와 북한 내 높은 물가 탓에 송금에 대한 부담감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 내 외화 사용에 대한 단속 강화로 송금 방식까지 바뀌고 있어 탈북민이 북한 가족을 도울 수 있는 통로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보도에 천소람 기자입니다.

 

탈북민 송금 수수료 여전히 40~50%

 

추석이라 송금했어요. 수수료가 너무 비싸졌는데, 울며 겨자 먹기로 어쩔 수 없이 보냈습니다.”

 

2019년에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 김지연(신변 안전을 위해 가명 요청) 씨는 지난 9월 중순, 추석을 맞아 한국 돈으로 200만 원(미화 약 1천500달러)을 가족에게 송금했다고 지난 20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브로커마다 수수료가 다르지만, 김 씨는 “이번에 40%의 수수료를 주고 가족에게 송금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과거 송금액의 30% 수준이던 수수료가 코로나 대유행 이후 50%까지 올랐지만, 코로나가 잠잠해지고 북중 국경이 개방됐음에도 여전히 송금 수수료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김 씨의 경우도 50%의 수수료를 요구하는 브로커에게 “수수료가 너무 비싸 이젠 못 보내겠다”라고 호소하니, 40%로 낮춰줘 겨우 가족에게 돈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김 씨가 한국 돈으로 200만 원을 중간 브로커에게 보내면, 그중 40%의 수수료인 약 80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 120만 원(미화 약 900달러)을 북한에 있는 가족에게 전달하는데, 이는 6~7개월 동안 쓸 수 있을 정도의 금액입니다.

 

또 그는 “이전에는 100만 원만 보내도 반년 정도 소식이 없었는데, 이젠 200만 원을 보내도 6개월이면 소식이 온다”라며 “북한에도 물가가 많이 올랐다”라고 김 씨는 전했습니다.

 

한국 탈북자동지회의 서재평 회장도 지난 20일 RFA에 추석 전후로 북한에서 송금 요청이 더 많아졌지만, 코로나 대유행 이후 높아진 송금 수수료에 탈북민들이 선뜻 돈을 보내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서재평] 특별히 추석 전후에 (송금) 요청이 더 많이 들어왔다고 하더라고요. 실제 했는지 안 했는지는 모르겠어요. 나처럼 의심 많은 사람들은 안 보냈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국경 지역을 통해 보냈더라고요.

 

실제로 서 회장은 비싼 수수료와 늘어난 송금 사기 때문에 지난 2020년 11월을 마지막으로 북한에 돈을 보내지 않고 있습니다.

 

또 탈북자동지회는 북중 국경 봉쇄 직후인 2020년부터 “북한 가족에게 보내는 탈북민 송금에 대한 사기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라며 지난해 2월 ‘북한 가족 송금 주의 안내’를 게재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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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4월 25일, 한 남성이 서울의 한 쇼핑가에 있는 환전소 앞을 지나고 있다. /AP

 

외화 사용 통제에 송금 방식도 바뀌어

 

이처럼 높은 송금 수수료로 대북 송금이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 내 외화 사용에 대한 단속 강화도 송금 방식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서재평 회장은 북한 당국이 외화 사용 통제를 강화하면서 실제로 한국 내 탈북민이 북한에 있는 가족에게 송금할 때 북한 돈으로 주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서재평] 대개 요즘은 브로커들이 외화를 안 주고, 바로 북한 돈으로 환산해서 주지 중국 돈은 잘 안 주더라고요.

 

[기자] 이런 현상은 언제부터 나타나기 시작했을까요?

 

[서재평] (북한 정권이) 외화를 통제하기 시작하면서 (이런 현상을 보인 것 같습니다). 코로나가 지나고 통제가 더 강화된 것 같습니다.

 

보통 탈북민이 한국 내 송금 브로커의 계좌에 한국 돈을 보내면, 이 돈은 중국 내 브로커의 계좌로 보내집니다.  

 

이후 중국 내 브로커가 이 돈을 중국 위안화로 바꿔 수수료를 떼고 다시 북한 측 브로커에게 전달하면 북한에 있는 가족에게 약속한 돈이 가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중국 내 브로커가 위안화를 북한 원화로 바꾸는 단계가 추가된 겁니다.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의 이시마루 지로 오사카 사무소 대표도 최근 RFA에 북한에서 외화 사용에 대한 단속이 강화하면서 중국 위안화로 전달하던 송금이 요즘은 북한 돈으로 전해지고 있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지난 4월 이후 많은 변화가 있었어요. 너무 통제와 단속이 심하고…. 외화를 갖고 있는 게 발각되면 ‘출처가 어디냐’라는 것에 대해 조사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브로커들도 한국이나 일본, 외국에서 탈북민의 돈을 받아 가족에게 전달할 때, 혹시 전달 대상이 단속에 걸릴 경우 자신까지 단속될 가능성이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돈을 전달하는 브로커 입장에서도 환율에 맞춰 북한 돈으로 바꿔서 전달하겠다고 합니다.

 

돈을 전달하는 브로커도, 돈을 받는 북한 가족들도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안전하게 북한 돈으로 전해준다는 겁니다.

 

‘아시아프레스’의 보도에 따르면 2020년 1월부터 외화 사용에 대한 통제 강화가 시작됐고, 2023년 8월에 내려온 포고문에는 ‘엄중한 경우 사형에 처한다’는 내용까지 포함한, 매우 강력한 외화 사용 금지령이 내려진 바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중 국경 지역과 가까운 양강도 혜산이 고향인 김 씨는 “단속이 심하긴 하지만, 여전히 중국 돈으로 송금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외화 사용이 비교적 자유로운 혜산 지역의 검열과 단속의 강도도 매우 높아졌다는 것이 김 씨의 설명입니다.  

 

높아진 송금 수수료와 비싼 북한 물가, 외화 사용의 단속 강화 등 삼중고로 북한 가족에게 송금할 수 있는 통로가 점점 좁아지면서, 한국 내 탈북민의 마음은 계속 타들어 가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천소람입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편집 한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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