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처방하고, 격리도 하고...” 북, 코로나 경계 여전
2024.09.13
앵커: 지난 여름 한국과 중국, 일본 등에서 코로나 환자가 급증했지만, 북한에서는 잠잠했습니다. 오히려 평안북도 의주비행장의 검역 시설을 철거하고, 최근에는 대규모 북한 노동자를 중국에 파견하는 등 코로나 방역이 느슨해진 모습인데요. 북한 주민 사이에서도 코로나에 대한 관심이 떨어진듯 하지만, 여전히 이를 경계하고 조심하는 분위기도 엿보입니다.
보도에 천소람 기자입니다.
북, 코로나 침묵 속 인적교류 기지개
“지난달 28일에서 29일 사이 훈춘으로 북한 노동자 500명이 파견됐다” (중국 길림성 훈춘시의 한 조선족 소식통, 9월 9일)
“스웨덴 정부가 조만간 외교관들을 평양 대사관에 다시 파견해 일할 준비를 하고 있다” (NK News, 9월 9일)
지난해 8월 북한이 국경 봉쇄를 해제한 이후에도 무역과 달리 인적 교류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모습을 보여왔지만, 최근 들어 노동자 파견과 유럽 외교관 복귀 등으로 인적 교류의 기지개를 펴는 모습입니다.
중국 길림성 훈춘시의 한 조선족 소식통(신변 안전 위해 익명 요청)은 지난 9일 코로나 대유행 이후 처음으로 북한 노동자들이 중국에 파견됐다고 전하면서 “이들이 이틀에 걸쳐 훈춘 세관을 통해 대형 버스로 이동했다”라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미국 대북매체인 ‘NK 뉴스’는 지난 9일 익명의 소식통들을 인용해 스웨덴(스웨리예)과 폴란드, 영국 외교관들이 조만간 평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해 외국인을 대상으로 북한 관광이 전면 재개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인적 교류가 재개될 조짐을 보이면서 코로나 방역도 한층 완화하는 모습입니다.
북한 평안북도에 있는 의주비행장은 코로나 기간 중국에서 열차로 들여온 화물에 대한 검역과 격리를 위해 사용된 공간인데, 최근 위성사진에 따르면 이곳의 세관과 방역 시설이 철거됐습니다.
이에 대해 조한범 한국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10일 자유아시아방송에 과거와 같은 엄격한 검역 체계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의주에 있던 대규모 검역 시설은 더 이상 가동되고 있지 않다”라고 진단했습니다.
[조한범] 의주비행장의 검역 시설을 대규모로 운행하는 것이 의미가 없는 게 이제 북중 간에 인적 교류가 이뤄지거든요. 특히 노동자들의 경우 간헐적으로, 대규모는 아니지만 꼭 필요한 경우 일주일에 100~200명 씩은 계속 들어가는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물품도 자유롭게 오가고, 교역도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대규모의 검역 시설까지는 이제 필요 없는 거죠. 물품에 대한 과잉 방역, 검역 체계는 지금 가동되지 않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안경수 한국 통일의료연구센터장은 10일 RFA에 “의주비행장의 검역소를 다른 곳으로 옮겼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 내부에서도 코로나에 대한 정보가 제한적이거나 크게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지난 7월과 8월, 한국에서 코로나로 인한 입원 환자 수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확산세를 보였지만, 북한에서는 잠잠했습니다.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도 RFA에 “코로나에 대해 말하는 북한 주민이 없다”고 전한 바 있으며, 일부 전문가들도 “북한의 코로나 상황에 관련해서 아는 정보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북한의 주요 관영 매체에서도 코로나에 관한 보도나 언급은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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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처방제 주고, 2주 격리하고… 여전히 경계 분위기
이처럼 코로나 방역이 느슨해지는 모습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지만, 북한 내부에서는 여전히 코로나(비루스)를 경계하는 분위기도 엿보입니다.
한 대북소식통은 “북한이 대외적으로 코로나가 끝난 것으로 선전하고 있지만, 실제 내부에서는 코로나비루스 감염자가 확산하는 분위기”라고 전했습니다.
몸이 아파 병원을 찾은 환자들에게 코로나 치료제를 처방해 주고 있으며, 최근 중국과 북한을 왕래하는 화교들이 북한에 들어가면 2주 정도 지정된 장소에서 격리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조한범 석좌연구위원은 “일부 지역 상황에 따라 방역 시스템이 가동되는 듯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조한범] 지금도 각종 행사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이 나옵니다. 예를 들면 최근에 공개됐던 남한 한류 영상을 본 소녀를 공개 비판하는 자리에서도 보안 요원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거든요. 지역에 따라서 행사마다 마스크를 모두 착용하는 경우도 보이고요. 또 한 칸 건너 앉기도 하는 등 최근까지 간간히 포착되고 있습니다. 부분적으로 코로나 감염이 심각하거나, 상황이 확산되는 곳을 중심으로 아직도 방역 체계는 가동된다고 추정해 볼 수 있죠.
이런 가운데 안경수 센터장은 실제 코로나 감염자가 늘고 있어도, 북한 내부에서 이를 확정할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안경수] 역량이 안 돼요. 그럴 역량이 있다고 해도 안 해줘요. (코로나로 확정하면) 결국 통계를 잡아야 하잖아요. 북한 당국도 정확히 모르는 거예요. 아픈 사람도 있고, 누워 있는 사람도 있고, 집에서 앓다가 나은 사람도 있는데요. 북한 역량으로 그런 사람을 코로나로 확정할 수 없어요. 정확히 우리가 맞다, 아니다를 말할 수는 없지만, 확실히 코로나 발병은 있다, 없을 수 없어요.
한편, 미국의 존스홉킨스 블룸버그 공중보건대학은 여름 중반에서 후반에 이르면 많은 사람의 면역력이 상당히 약해지는 추세라며 “더운 날씨, 인간의 행동 패턴, 그리고 쉽게 변이하는 바이러스를 고려하면, 여름이 코로나가 절정에 이를 수 있는 완벽한 조건을 만든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달 심각한 코로나 사태를 겪었으며, 모든 주의 폐수에서 높거나 매우 높은 수준의 코로나비루스가 검출되고 있습니다.
또 같은 시기 일본과 중국에서도 코로나 환자가 급증세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지난 여름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비루스가 확산세를 보인 가운데, 정확한 정보나 통계 등을 공개하지 않는 북한의 코로나 상황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천소람입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편집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