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북 여군들의 힘겨운 여름나기] ② “각종 부조리∙성폭력 만연”
2021.08.10
앵커: 북한에서 여군으로 복무했던 탈북민들은 김정은 시대 들어 더 열악한 환경에 놓인 북한 여군의 실상에 할 말을 잃었습니다. 노동 착취와 각종 부조리, 성범죄 등에 노출된 여군들은 여전히 복무 기간 인권을 전혀 보장받을 수 없다는 것이 탈북민들의 증언인데요.
평양 반항공사령부 중대장 출신 탈북민 김단금 씨와 수도방위사령부 중사로 전역한 탈북민 손나정 씨와 함께 오늘날 북한 여군의 인권 상황에 관해 대화를 나눠봤습니다. (* 인터뷰는 각각 따로 진행됐습니다.)
“한창 꽃필 나이에 의무 복무로 고생 안타까워”
⦁ 김단금 님, 손나정 님. 안녕하세요. 오늘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최근 인터넷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튜부’에 북한 여군들이 작업하는 모습, 일상생활 영상 등이 소개됐는데요. 두 분도 보셨죠. 북한군 출신으로서 영상을 본 소감부터 듣고 싶습니다.
[김단금 씨] 제가 군복무할 때도 1기 훈련이 끝나고 나면, 5월부터 7월까지 항상 공사가 진행되거든요. 북한의 전반적인 공사를 군인들이 다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제가 영상을 보면선 든 생각은 이전 김일성 시대 때 여름철 더운 날씨에 훈련도 하고, 삽질을 하며 공사도 하던 실상이 지금 김정은 시대에도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오히려 점점 심해졌죠.
특히 여자들이 오랜 기간 군복무를 하면서 한 번도 고향에 가볼 수가 없고, 면회나 외출, 휴가 등을 주지 않는 열악한 환경에서 군복무를 하는데, 한국에서는 면회, 외출, 외박, 휴가도 있고, 본인이 제대하는 날짜까지 알고 군복무하는 것을 비교했을 때 너무 차이가 나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손나정 씨] 아마도 지금쯤 북한군이 2기 훈련을 시작해야 할 시점인 듯한데, 하계 훈련 때에는 기본 훈련을 많이 못 합니다. 1기 훈련 때 기본 훈련의 80%를 진행하고요. 여름에는 주로 부업과 농사, 건설과 같은 것을 많이 하죠. 동영상에 대한 댓글을 보니까 ‘어린 나이에 여자의 몸으로 저런 일을 한다’며 ‘안쓰럽다’는 반응이 많더라고요. 하지만 북한에서는 남녀가 없고, 군인만 존재할 뿐이라는 생각으로 군복무를 했고, 건설이나 부업 등을 했던 것 같습니다.
⦁ 북한 여군의 나이가 보통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인데, 여군으로서 힘든 작업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때는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어떤 생각이십니까?
[손나정 씨] 북한 체제에서는 군대를 다녀와야 당원이 되기 때문에 충성했던 것 같은데,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여자로서의 삶이 너무 없다고 봐야죠. 대한민국에서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이면 대학 공부도 하고, 연애하느라 바쁠 시기인데, 북한에서는 입대했다는 이유로 저런 생활을 해야 하잖아요. 제가 군에 입대할 때만 해도 여자는 의무제가 아니었습니다. 선택을 해서 군대에 갔죠. 그런데 2019년부터 여자들도 의무복무제를 하고 있는데, 여자들도 학교를 졸업하면 무조건 군대에 가서 저런 생활을 해야 하는 겁니다. 한창 꽃피워야 할 때 저런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이 너무 안쓰럽죠.
[김단금 씨] 이건 노동 착취가 맞는 말입니다. 대한민국은 일반 병사도 매달 지정된 월급이 있는데, 북한은 아무것도 안 주면서 국가에서 지정하는 건설사업은 다 군인들이 하는 상황이죠. 특히 아무런 대가도 주지 않고 군인들의 노동력을 쓰기 때문에 노동력 착취라고 말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 북한 여군의 복무 환경이나 생활 수준이 한눈에 보기에도 열악해 보입니다. 북한 여군들에 대한 보급은 어떻게 됩니까?
[김단금 씨] 저는 이전보다 더 열악해졌다고 봅니다. 여성들이 17살에 군대가 가서 23세에 제대하는데, 군에서 일 년에 두 번 (동계훈련, 하계훈련) 물품을 내주거든요. 물품은 해마다 공급이 되고, 하전사의 경우는 2년에 한 번씩 공급되는데, 지금은 열악한 상황이기 때문에 그렇게 공급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 여군 두 명이 강가에서 빨래하는 모습도 봤는데요. 겨울에는 수도관이 얼어서 강에 얼음 구멍을 파고 머리를 감거나 빨래를 하는 것을 봤습니다. 그런데 여름임에도 강가에서 빨래하는 모습을 봤을 때 너무 안타깝더라고요.
[손나정 씨] 보급품이 정해져 있지만, 정상적으로 보급해주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죠. 아마 지금도 마찬가지겠지만, 군복을 많이 만들어 입었습니다. 집에서 돈을 가져와 천을 사서 군복을 제작해 만들어 입는 군인들이 많았습니다. 국가에서 보급품을 제대로 주지 못하는데 멋은 내고 싶고, 그러니까 집에서 돈을 가져다가 천을 사서 군복을 만들어 입는 군인들이 많았는데, 지금도 많을 겁니다.
“부모님이 대신 군복무 한다는 말도 돌아”
⦁ 두 분이 군복무를 하셨을 때 식량 사정은 어땠습니까?
[손나정 씨] 부대마다 다를 겁니다. 국가에서 정해준 식량은 있지만, 부대 자체적으로 농사를 얼마나 짓느냐. 돈을 얼마나 버느냐에 따라 부대의 생활 조건이 달라집니다. 제가 복무한 지역에는 2개의 고사총 부대가 있었습니다. 한 부대는 군인들이 ‘백전백승’ 담배를 생산하는 공장을 지켰는데, 공장이 돌아가면 국가에서 주는 배급과 공장이 자체적으로 생산해서 부대에 주는 배급까지 받다 보니 잘 살았습니다. 그런데 다른 부대는 공장이 제대로 돌아가지 못해서 생산이 없었습니다. 탄광이었는데, 석탄을 제대로 캐내지 못한 겁니다. 그러니까 공장에서 받는 수입이 없었죠. 국가에서 주는 것만으로 생활하다 보니까 매우 어려웠던 부대였습니다.
[김단금 씨] 김일성 시대에는 배급도 주고, 군 생활을 하면서 배고픔을 크게 모르고 군복무를 했습니다. 그때는 영양실조도 없었고, 배고파서 힘들었다는 기억은 없습니다. 그런데 김정일 시대부터 영양실조로 사망하는 군인이 나타났고, 김정은 시대에는 이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손나정 씨] 제가 있을 때도 그랬지만, 북한에서는 부모님이 대신 군복무를 한다는 말도 나왔거든요. 자식들을 군대에 보냈는데, 자녀들이 부모에게 연락합니다. 군대에서 농사를 지어야 하는데, 콩 종자가 없으면 ‘누가 가서 콩 종자 가져올래’ 이럽니다. 또 콩 농사가 잘 안되면, ‘누가 가서 콩 300kg 가져올래’ 이런 식입니다. 부모가 힘이 있고 능력이 되면 자신이 다녀오겠다고 하죠. 그런 군인들은 쉽게 군복무를 하는 겁니다. 이런 건설에도 참여 안 하고요. 그래서 자녀 대신 부모가 군복무를 한다는 말이 많이 돈다고 합니다.
- 그래도 북한 여군들이 젊다 보니 외모에도 관심이 있지 않겠습니까. 이런 부분은 어떻게 하고 있나요?
[손나정 씨] 화장은 못 합니다. 일반 병사에게 화장품은 보급이 안 되고, 스킨(살결물)이나 로션(물크림) 정도만 보급이 되고요. 여군들이 가장 멋을 내는 부분은 각입니다. 바지 주름을 칼날처럼 세워서 입고, 단추가 동으로 되어 있는데, 아주 빤짝거리고 윤기 나게 닦아 입고요. 그것이 가장 큰 멋이 아닐까 싶어요.
“신체검사부터 성폭력까지... 여성 인권 바닥”
⦁ 여군들에 대한 성범죄도 공공연하게 발생한다고 들었습니다. 특히 피해를 호소할 곳도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인데, 여군 부대에서 일어나는 성범죄의 실태는 어떻습니까?
[김단금 씨] 북한군에서는 남녀 간의 애정 문제가 제기되면 무조건 생활 제대를 시킵니다. 북한에서 군대에 가는 이유는 당에 입당하기 위해서입니다. 군복무 기간에 남녀문제가 제기되면 입당도 못 하기 때문에 정말 신경을 쓰는데, 그럼에도 막지 못하는 것이 성적 문제입니다. 부대 내 정치 지도원이나 정치부 간부들이 성적 요구를 할 때 응하지 않으면 입당을 못 하니까, 입당을 위해 성적 노예가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렇다고 이를 문제 삼지도 못하고, ‘성추행’, ‘성희롱’이란 개념 자체가 없습니다. 이런 일들이 알게 모르게 많이 일어나고 있죠.
[손나정 씨] 한국 여군은 직업 군인으로 시작하니까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아도 군 생활을 할 수 있죠. 북한에서는 군대 내에서 남녀 간 연애가 금지이지만, 만약 연애해서 여자가 임신을 하면, 아이는 무조건 낙태시키고 생활 제대를 해야 한다는 거죠. 그것이 가장 가슴 아픈 것 같습니다. 일단 북한 여군은 권리가 없다는 거죠. 인권도 보장이 안 되고요. 북한군에 자원입대하는 이유가 당원증을 갖기 위해서인데, 지휘관들이 이를 조건으로 뇌물을 받거나 성폭행도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어디 가서 말도 할 수 없고, 그러다가 생활 제대를 하게 되면 그 이상의 발전은 없는 겁니다. 정치적 생명을 얻기 위해 입대를 했고, 윗사람에게 잘 보이면서 몸까지 바쳤는데 돌아오는 것은 생활 제대잖아요. 인권이 보장되지 않고 권리가 없다는 것이 가장 가슴 아픈 것 같습니다.
⦁ 이제 북한에서도 여성들의 군복무가 의무화가 됐습니다. 군복무에 대해 젊은 여성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김단금 씨] 여성들이 군복무하기 싫어하는 가장 기본적인 이유는 입대 전 신체검사입니다. 17살의 나이에 아무것도 모르고 군에 지원했는데, 병원에 가면 시설도 없이 사람이 직접 손으로 검사하거든요. 이런 일들이 있으니까 혐오감을 느끼고 군에 안 가겠다는 여성들이 가장 많습니다.
[손나정 씨] 여군들의 노동은 거부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발전되지 않다 보니 무조건 사람의 힘으로 해야 하고, 여자들도 거부할 수 없는 거죠. 북한 당국이 이 문제를 개선해야 하지만, 개선할 의지를 보이지 않기 때문에 아무래도 지속하지 않을까 싶어요. 북한이 여성들의 군복무를 의무화한 이유는 저출산입니다. 저출산 때문에 남자가 모자라기 때문이고, 현재 한국에 3만 5천 명의 탈북민이 들어와 있습니다. 이 중 80~90%가 여자이기 때문에 여성들의 탈북을 막기 위함이 아닐까라고 생각합니다.
[김단금 씨] 군에서 명령을 내리면 오직 ‘알았습니다’라는 말만 하게끔 교육하는 것이 북한 사회의 구조입니다. 그러다 보니 등에 바위를 지고 날라야 하고, 건설 현장에 나가서 일하는데, 앞으로도 북한 여군들의 경험담이나 오늘날 북한 여군들에 관한 동영상이 널리 알려져서, 북한 인권에 대한 개선이 이뤄졌으면 좋겠습니다. 북한에서 군복무를 한 선배로서 후배들은 북한 정권을 위해 꽃다운 청춘을 다 바쳤다는 상실감이 사라지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 네. 두 분 말씀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북한 여군 출신 손나정, 김단금 씨와 함께 오늘날 북한 여군의 생활과 인권 실태에 관해 이야기 들어봤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기자 노정민, 에디터 박정우,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