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도 ‘비타민’ 애용… 성분∙효능까지 챙겨”
2023.12.05
앵커: ‘무엇보다 건강이 우선이다.’ 청취자 여러분들도 누구나 한 번씩은 들어보시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확산 이후 주민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보건∙의료체계의 중요성에 더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이 북한 보건의료 전문가인 안경수 한국 통일의료연구센터(dprkhealth.org) 센터장과 함께 기획한 ‘북한 보건∙의료 해부’.
북한 보건과 의료 체계의 정확한 실상을 파악해보고 주민들의 건강한 삶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도 함께 모색해봅니다. 서울에서 안경수 센터장과 함께합니다.
이 시간 진행에 천소람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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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탈북민, 우울증∙공황장애∙불면증 호소”
[기자] 세계 최대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한국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가 공개 직후 3주 연속 인기 순위 1위를 차지했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 근무를 처음 하게 된 간호사가 정신병동 안에서 만나는 환자와 세상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인데요. 한국에서 정신과의 정식 명칭은 ‘정신건강의학과’입니다. 북한에서는 정신과를 어떻게 부르고, 어떤 체계가 갖춰져 있나요?
[안경수] 북한에는 ‘정신건강의학과’와 같은 개념은 없지만, 신경과에서 물리적인 신경 질환을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북한에서 정신의학은 개인보다 사회를 우선시하는 체제의 사상적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또 다른 특징은 고려의학(한의학)과 정신의학이 결합된 연구가 내부적으로 상당히 많습니다. 침, 뜸, 부항, 안마를 활용해서 정신과 질환을 치료하기도 하고, 온천 치유도 활용하는 등 고려의학을 굉장히 중요시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국이나 서방 국가에서는 정신건강의학이라는 분야가 상당히 고도화하고 세분화된 전문 분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에서 정신건강의학 분야는 아직은 미비하고, 인식 체계가 다르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실제 북한이탈주민의 증언을 들어보면 지역마다 외곽에 ‘49호 병동’이라는 이른바 정신병동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 안에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갇혀 있다’는 표현도 합니다. 치료를 받으며 관리되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정신과 질환에 대한 북한 주민의 인식이 사실 가장 큰 문제입니다. 북한에서 정신질환은 ‘특출나게 잘하려고 의욕을 부리다 그게 안 돼서 정상적이지 않은 상황에 부닥친 사람이 우울해지거나’, ‘정신이 확 돌아버린다’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습니다. 이 인식에 기반해서 신경쇠약, 우울증 등이 온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또 ‘영양 부족이 이런 정신질환을 일으켰을 수 있다’라는 인식이 많습니다. ‘밥을 잘 먹고, 고기를 섭취해서 영양소 보충이 되면 정신과적 증상이 완화되고 정신 건강이 좋아질 수 있다’라는 인식이 확실히 있습니다.
[기자] 그렇군요. 북한에도 실제 정신질환을 앓는 주민이 많을까요?
[안경수] 북한의 정신병적 질환은 공식적인 통계 혹은 신뢰할 수 있는 통계가 없기 때문에 증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요. 증언을 통해 분석해 보면, 드러난 상황보다 실제 숨겨진 정신질환이 상당히 많이 잠재돼 있을 거라 보고 있습니다. 북한 체제에서 내려온 가부장제 가정생활에 숨겨져 있는 가정 폭력이나 가사 부담, 생활고 등에서 우울증이나 정신질환이 유발될 수 있는 상황이 많습니다. 두 번째는 북한 사회의 생활적인 요소, 즉 스트레스죠. 보통 직장을 배치받기 때문에 인간 교유의 사회적인 자아실현, 욕망 실현이 잘 안되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일방적인 직장 배치에서 오는 스트레스, 그리고 실제 직장에 들어가도 일이 많지 않습니다. 일의 느슨함에서 오는 심리적인 방황도 있습니다. 이런 요소에서 오는 정신적 질환이 숨겨져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상담사나 상담치료사처럼 정신 건강에 대한 관리, 적절한 치료에 관한 안내가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다는 거예요. 결국 지역사회에 정신건강 의학 관리소, 트라우마 관리소 등 소통 창구가 있어야 하는데 이런 것들이 지역사회에는 전혀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자] 한국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1년 정신건강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 성인 4명 중 1명은 평생 한 번 이상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신건강 문제, 즉 평생 알코올 사용 장애, 니코틴 사용 장애, 우울장애, 불안장애 중 하나라도 경험했다는 건데요. 또, 현대사회에서 공황장애를 겪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정확한 통계는 없겠지만, 북한에서 가장 흔한 정신건강 문제는 무엇일 거라고 분석하시나요?
[안경수] 신뢰할 만한 보건의료 통계가 전무한 북한이기 때문에 간접적인 요소를 고려해야 합니다. 간접적으로 북한의 정신질환을 알 수 있는 지표는 북한이탈주민들이 한국에 와서 정신과 진료를 얼마나 받았는지에 대한 통계입니다. ‘북한이탈주민 정신질환 자료 현황’을 보면 2019년에 정신과 진료를 받은 탈북민 비율이 23.5%에 달한다는 공식적인 통계가 있습니다. 어떤 진료를 받았나 살펴보니 우울증, 공황장애, 불면증을 많이 호소했다고 합니다. 또 북한이탈주민의 아이들은 언어 발달, 심리 발달 지연 장애를 호소해 치료받았다고도 합니다. 단순하게 생각해 보면, 그 원인은 탈북 과정에서 오는 스트레스, 불안, 한국 정착 과정에서 사회∙문화적 차이에 따른 심리적인 어려움이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와 더불어 기본적으로 북한 체제에서 생활하던 영향이 겹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북한에서는 알코올성 장애와 니코틴성 장애가 굉장히 많을 수 있습니다. 그런 것들이 다 은폐돼 있고요. 탈북민을 조사해 보면 이런 요소가 잘 안 나오는 이유가, 너무나 많은 탈북민 비율이 여성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잘 안 잡힙니다.
비타민 성분 내세운 식품, 화장품도 출시
[기자] 요즘 현대인에게 영양제는 필수품이 됐는데요. 북한에서도 영양제가 필수품인가요? 매일 챙겨먹는지 궁금합니다.
[안경수] 북한도 2010년대 이후로 ‘건강기능식품’이라고 불리는 각종 영양제의 인기가 상당히 많습니다. 북한이탈주민의 증언을 토대로 분석해 보면, 영양제 중에서도 비타민이 주민들 사이에서 굉장히 인기가 많은데요. 비타민은 북한에서도 생산하지만, 해외 비타민을 선호한다는 증언이 많습니다. 구체적으로 독일과 일본 비타민이 인기가 많다고 합니다. 증언을 살펴보면 전 세계와 북한 주민의 생활적인 트랜드(추세)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비타민이 굉장히 인기가 많고 선물로도 인기가 많다고 합니다. 북한 주민 중에도 비타민 성분과 효과, 효능까지 다 알고 있을 정도로 비타민 ‘박사’들이 많았습니다. 북한은 먹는 음식이 아무래도 한국이나 서방 국가보다는 미흡합니다. 먹는 게 풍족하지 않으니 더욱 영양제에 얽매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양제 알약을 먹으면 일단 자기 만족이 될 수 있죠.
[기자] 주로 비타민을 많이 챙겨 먹곤 하는군요.
[안경수] 비타민에 대한 인기를 잘 나타내는 게 있는데요. 북한의 일반적인 생산 식품, 음료수에도 비타민 성분을 강조한 게 있습니다. 꽤 많아요. 그만큼 인기가 많다는 방증이겠죠. 특히 아이들이 먹는 식품 등에 비타민이 주성분으로 활용됐다고 많이 홍보합니다. 화장품에도 비타민이 주성분으로 표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타민을 주성분으로 하는 의약품이나 건강식품에는 비타민 세부 성분과 종류까지 부각해 선전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비타민B를 주성분으로 하는 의약품에는 빈혈 치료 약으로 효과가 있다고 선전하는 게 많습니다. 악성 빈혈, 출혈, 호흡 빈혈, 철 결핍성 빈혈, 백혈구 감소증, 말초 신경염, 신경통, 허리 통증, 말초 신경 마비에 효능이 있다고 선전하는 의약품을 보니 성분이 다 비타민인 경우도 있습니다. 또 다른 예로는 의약품 이름 자체가 ‘두뇌 영양 강화제’라는 의약품이 있습니다. 두뇌 영양 강화제의 주성분을 살펴보니 비타민A, 비타민 B1, 비타민B2, 비타민 B12, 비타민C, 칼슘, 마그네슘이 함유돼 있었습니다. 우리식으로 따지면 종합비타민제를 두뇌 영양 강화제라고 표기해서 출시하고 있습니다.
[기자] 네, ‘북한 보건∙의료 해부,’ 오늘 대화는 여기까지입니다. 서울에서 북한 보건의료 전문가인 안경수 한국 통일의료연구센터 센터장과 함께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천소람 입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