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 전문가 “북, 러시아에 탄약 주고 현금 원할 것”

워싱턴-천소람 cheons@rfa.org
2023.09.25
군사 전문가 “북, 러시아에 탄약 주고 현금 원할 것”
Photo: RFA

앵커: 최근 북러 정상회담 이후 양국 간 무기 거래와 군사 협력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 가운데 결국, 북한이 러시아에 탄약을 제공하는 대가로 현금을 가장 원할 것이라고 한국의 저명한 군사 전문가가 전망했습니다.

 

한국 국방연구원에서 오랜 기간 군사 문제를 연구한 김진무 전 숙명여대 교수는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탄약을 받는 대신 핵과 미사일 관련 기술을 건네주는 것은 거래 조건상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하면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또 그는 최근 김정은 북한 총비서가 군수 공장을 여러 차례 시찰한 이유도 러시아에 보낼 수출용 탄약 생산을 독려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김진무 전 교수와 대담에 천소람 기자입니다. 

 

북 탄약과 러 첨단 기술 거래는 조건 안 맞아

 

[기자] 김진무 교수님. 김정은 북한 총비서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13일 정상회담을 하고 군사 분야를 비롯해 광범위한 협력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23)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다음 달 북한을 방문해 북러 정상회담의 후속 협상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특히 북러 간 군사 협력과 무기 거래의 가능성을 어떻게 내다보십니까?

 

[김진무] 우선 북러 간 군사협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이 무엇인가를 봐야 합니다. 첫째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입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완전히 무시하면서 북러 간 군사협력이 이뤄질 수 없습니다. 둘째, 러시아의 대한국, 대동아시아 전략을 봐야 합니다. 북한만 고려하다 좋은 친구들을 다 잃을 수 있습니다. 셋째, 북한이 수용할 수 있는 범위를 고려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러시아가 첨단 무기를 준다고 해서 북한이 과연 수용할 수 있을까요. 못 합니다. 이번에 김정은 총비서와 푸틴 대통령 사이에 마지막에 성사된 계약이 뭘까요. 김 총비서가 지금 무엇을 가장 필요로 할까를 고려해야 합니다. 북한 주민들을 위한 쌀이 필요할까요. 과연 북한 주민들이 굶어 죽는 게 김 총비서의 큰 관심사일까요. 겉으로는 관심이 있겠지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에게 충성할 수 있는 엘리트만 잘 다독여 놓으면 그들이 주민들을 단속하고, 통제하고, 수탈해서 독재 정권을 먹여 살리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기자] 그렇다면 교수님께서 보시기에 북한이 러시아에 탄약을 제공하는 대가로 가장 바라는 것은 뭐라고 보십니까?

 

[김진무] 김정은 정권에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일까요. 바로 현금입니다. 코인 등 가상화폐에 대한 해킹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지금 러시아의 첫 번째 목적은 일부 무기도 필요하겠지만, 탄약입니다. 두 나라는 대체로 동일한 무기 체계를 쓰니까요. 그렇다면 북한이 탄약을 주는 대가로 러시아가 무엇을 주느냐가 중요한데요. 러시아가 탄약을 받고 인공위성 기술, 미사일 기술, 첨단 무기를 주는 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봅니다. 탄약값과 비교해 첨단 무기 가격은 너무 높죠. 또 첨단 무기를 준다는 건, 북한의 군사력이 강화한다는 겁니다. 북한의 군사력이 강화하면 한국에 대한 위협은 매우 높아지고, 한국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을 원망하겠죠. 그럼 한·러 관계가 위험해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은 달러가 필요한 겁니다. 달러만 있으면 핵무기를 만들고, 미사일을 만드는 부품과 원자재를 사들일 수 있습니다. 또 엘리트들에게 선물을 주면서 체제를 안정시킬 수 있습니다. 지금 김정은 정권은 통치 자금이 떨어졌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현금을 원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식량()을 준다니까 싫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건 현금을 달라는 거죠. 현금만 있으면 뭐든지 할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밖에 해석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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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총비서가 지난 8월 3~5일 중요 군수공장을 시찰한 사진을 조선중앙TV가 공개했다. / 연합뉴스

 

북에 불발탄 많아김 총비서, 수출용 탄약 생산 독려했을 것

 

[기자] 그렇다면 북한은 러시아에 얼마만큼의 탄약을 제공할 수 있을까요? 북한 내에서도 탄약이 넉넉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김진무] 이제 막 탄약을 생산해야 합니다. 2010년 연평도 포격 당시 북한이 약 170발을 발사했는데, 그중 3분의 1 이상이 불발이었습니다. 또 전시 물품이라는 게 석유, 식량, 탄약이지 않습니까. 이 세 가지를 100일치 가량 비축해 놓는데, 창고 관리가 제대로 안  될 거 아닙니까. 매일 환기하고 습도를 낮춰주려면 상당한 비용이 들어가는데, 창고에 있는 탄약 중에 정말 제대로 된 탄약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죠. 하지만 문제가 많을 것이란 추정은 가능합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같은 무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탄약 교환이 가능합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진지를 빼앗은 뒤 그곳에 북한제 탄약이 있어서 넣고 쏴봤더니 불발이었다고 언론에 보도된 바 있습니다. 북한은 병사가 120만 명이나 되지만, 병사들은 일 년에 (총을) 딱 세 발 쏩니다. 한국군은 수십 발, 수백 발씩 쏘잖아요. 계속 쏘면 탄약을 만들어야 하는데, 북한은 돈이 없습니다. 원자재도 없어서 다 돈을 주고 사 와야 만들 수 있거든요. 그래서 한 번 생산하면 10, 20년씩 창고에 쌓아 놓기만 하는 겁니다. 그럼 과연 그 탄약을 러시아에 줄 수 있을까요. 저는 쉽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북한이 러시아에 줄 수 있는 탄약은 26호 공장, 강계 뜨락또르공장이 있는데, 종업원이 4만 명 정도 되는 군수 공장 중 가장 큰 공장입니다. 그 공장이 탄약 생산 공장인데, 거기서 생산해야 하는 겁니다. 또 군수 창고에 있는 것 중 불발이 안 나는 괜찮은 것으로 골라서 보내야 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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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총비서가 지난 15일 러시아 하바롭스크주 콤소몰스크나아무레시의 유리 가가린 전투기 공장을 방문하고 있다. / 연합뉴스

 

[기자] 이번에 김 총비서가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 주력 전투기와 민간 항공기 생산 공정을 시찰하는 등 이틀 연속 공군 관련 시설을 찾은 바 있습니다. 이 방문도 군사 협력과 관련이 있을까요?

 

[김진무] 북한이 핵미사일 분야를 제외하면 제일 취약한 부문이 공군인데요. 공군은 미그-21’가 주력기입니다. ‘미그-29’ 1988년에 소련으로부터 부품을 가져다가 20대를 조립 생산했는데, 3대가 떨어진 이후 러시아로부터 부품 공급을 못 받았습니다. 나머지 17대 중에는 제대로 돌아가는 것이 많지 않습니다. 지금도 북한 비행기는 부품 돌려막기를 하고 있습니다. ‘미그-15, 17, 19, 21’이  있는데, 부품 생산이 안 되니까 한 개를 부순 뒤 부품을 뽑아 다른 데 채워 넣는 겁니다. ‘미그-29’도 마찬가지인데요. 이게 또 옛날 모델입니다. 지금 러시아에도 미그-29’가 있지만, 북한의 미그-29’를 첨단화하려면 레이더 등 새로운 부품을 줘야 할 수 있겠죠. 그런데 그래봐야 17대입니다.

 

그런데 러시아가 북한에 ‘미그-29’를 더 줄 수 있을까요. ‘F-35’ 가격이 1200(미화 약 9천만 달러)입니다. 미그-29 한 대 가격은 적어도 500억 원(3700만 달러)은 갑니다. 북한에 그런 돈이 어디 있겠어요. 러시아가 공짜로 주지 않을 겁니다. 해군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번에 공개한 잠수함은 운용 가능한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생산 능력이 없는 거예요. 북한은 1970년대에 1200톤급 배를 만들었다가 실패한 이후로는 안 만들고 있습니다. 전부 조그마한 500톤짜리 밖에 없습니다. 잠수함도 연어급 혹은 잠수정 정도입니다. ‘로미오상어급은 전부 소련에서 온 겁니다. 첨단 무기라면 결국 러시아가 줘야 하는데 줄 수 없죠. 탱크도 마찬가지입니다.

 

북러 합동군사훈련도 쉽지 않을 것

 

[기자] 이런 가운데 북러 간 연합훈련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는데요. 가능하다고 보시나요?

 

[김진무] 저는 북러 간 군사 합동훈련도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훈련할 마땅한 장소가 없습니다. 한국과 미국은 동맹이기 때문에 미군이 한국에 들어와 훈련을 진행합니다. 하지만 러시아가 북한에 들어가서 훈련할까요. 아닙니다. 그럼, 해상과 공중에서 해야 하는데, 북한에는 무기가 없습니다. 배도 없고, 비행기도 없습니다. 합동훈련을 진행하기 힘들죠.

 

[기자] 결국, 교수님 말씀대로라면 김 총비서의 이번 러시아 방문의 근본적인 목적은 탄약을 제공하는 대신 현찰을 받는 탄약 수출일 가능성이 크겠군요.

 

[김진무] 이번 김 총비서의 러시아 방문은 군사적 목적, 정치적 목적 두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최근 김 총비서가 군수 공장을 몇 군데 돌아다녔습니다. 그게 탄약 때문에 간 겁니다. 러시아에 수출하려고요. 생산을 독려하기 위해 방문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아마 공장이 24시간 돌아갈 겁니다. 러시아가 원하는 건 탄약과 일부 소화기, 야포도 있을 수 있는데, 탄약은 기차 화물칸에 넣으면 잘 안 보이잖아요. 대신 야포는 위에서 다 확인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건 러시아로서 매우 조심스러운 일입니다. 그래서 대형 무기는 제공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주로 탄약, 소화기, 소총 등이 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AK-47’은 성능이 매우 좋습니다.

 

러시아의 정치적인 목적도 있죠. 러시아가 미국과 유럽 등 서방 세계로부터 온갖 압박을 받고 있고, 우크라이나가 실질적으로 서방의 지원을 받아 처음과 달리 매우 강해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 입장에서는 미국과 대결에서 계속 밀리니까 미국이 갖고 있는 아킬레스건, 즉 취약점을 활용한 겁니다. 바로 중국과 북한이죠. 북한과 강한 유대관계를 맺는 정치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 미국의 관심을 확 끄는 겁니다. 미국도 관심을 분산할 수밖에 없고, 일본도 갑자기 긴장할 수밖에 없죠. 그런 과정에서 북한을 건드리면 중국이 예민하게 반응합니다. 그러니까 중러 관계도 또 다른 차원에서 결속이 강화될 수 있습니다. 그런 정치적인 효과를 노렸다고 봅니다.

 

[기자] . 교수님,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김진무 전 숙명여대 교수로부터 북러 간 무기 거래와 군사협력 가능성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천소람입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팀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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