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위성기술∙잠수함 협력은 무리수”
2023.09.13

앵커: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노정민 기자입니다.
북한이 러시아 도움 구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일 수도
[기자] 마키노 기자님. 9월 13일, 김정은 북한 총비서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했습니다. 이번 정상회담에 대해 일본에서도 관심이 컸을 것 같습니다. 일본 정부나 언론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2019년 4월에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북러 정상회담이 있었는데, 당시 회담과 올해를 비교하면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요? 마키노 기자님께서 보신 이번 정상회담의 관전 포인트는 무엇입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2019년 4월 북러정상회담 당시 김 총비서는 러시아에서 냉랭한 대우를 받았습니다. 그때 환영식은 블라디보스토크역 광장에서 열렸는데, 당시 영상을 보면 일반 시민들이 김 총비서 뒤쪽으로 지나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정말 외교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이었는데요. 푸틴 대통령은 그때 김 총비서가 아직 블라디보스토크에 있는 사이 먼저 블라디보스토크를 떠났습니다. 정상회담 내용도 너무나 별것이 없었습니다. 당시 푸틴 대통령은 “6자 회담에 참여해 핵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하면서도 북한 입장을 지지하지 않았습니다. 또 김 총비서는 그때 수산물이나 광물 수출을 확대하거나 북한 노동자를 파견하고 싶다고 호소했지만, 푸틴 대통령은 단지 노동자 파견에 관해서만 관심을 보였다고 들었습니다. 그때 군사 문제는 거의 화제가 되지 않았다고 하고요.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 러시아의 태도는 적극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2019년 북러정상회담이 너무나 나쁜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번 회담이 2019년도 당시보다 나쁠 수 없는 그런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기자] 우선 회담 장소가 우주 기지였고요. 푸틴 대통령이 “북한의 인공위성 개발을 돕겠다”고 말했고, 김 총비서도 “함께 제국주의에 맞서 싸우자”며 전폭적인 지지를 나타냈습니다. 자세한 회담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특히 두 나라의 군사 협력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아까 말씀하신 군사 정찰위성도 김 총비서가 국방계획 5개년 계획을 언급할 때 “실시간(real-time)으로 미군 군사력이 어떻게 한반도에 전개되고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200개 정도의 군사 위성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북한이 그렇게 할 수 있는 능력은 거의 없고요. 군사 협력과 관련해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와 있지만, ‘북한 무기나 탄약을 러시아에 매각한다’는 협의는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러시아가 그 대가로서 위성기술 협력이나 잠수함 협력을 한다는 것은 저는 믿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또 핵 개발을 한다고 하면 이미 러시아가 찬성했던 유엔 제재 위반이 될 수 있고, 핵 협력은 NPT(핵확산금지조약) 체제를 파괴하는 결과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이 지금 7차 핵실험을 못하고 있는 이유는 중국이 압력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혹시나 러시아와 북한 사이에서 핵 협력을 합의했다고 하면, 중국은 러시아나 북한에 대한 지원을 삭감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러시아나 북한이 중국을 자극하지 못하기 때문에 일단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나 탄약을 지원한다면, 그 대가로서 석유나 식량 등의 지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북한과 러시아는 국제사회의 비판에 대해서도 신경 쓰고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공식적인 보도에서는 회담 내용에 대해 거의 밝히지 않을 거라고 저는 예상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정말 원하는 것은 주요 인프라 건설
[기자] 그동안 북러 관계를 고려하면 이번 북러정상회담이 충분히 예상됐던 일이긴 한데요. 이번 북러 정상회담을 통한 북한의 노림수는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한국 언론들은 북한이 이번에 러시아로부터 핵잠수함 기술이나 인공위성 기술을 구하려고 한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실제로 푸틴 대통령도 김 총비서와 만났을 때 “인공위성 기술을 협력하겠다”는 이야기했다는 보도도 보고 있는데요. 저는 그런 그 시각에 대해서는 반신반의입니다. 북한은 원래 원자력 잠수함을 건조하는 기술력이 없습니다. 그게 너무나 오래된 기술이고, 최근 공개했던 핵 공격 잠수함도, 충분한 잠수 능력도 없다고 하는 ‘로미오’ 잠수함을 개조했다는 점에서 알 수 있습니다. 핵잠수함은 그대로 완성됐다 하더라도 막대한 유지비나 고도의 기술력이 요하는 관리가 필요한데, 북한이 이렇게 할 수 있는 능력은 전혀 없습니다. 저는 오히려 ‘구소련이 북한에 제공한 중요 인프라(기간 시설)를 교환하거나 갱신하는 것에 협력하지 않을까’라고 보고 있습니다. 구소련은 동유럽 국가들과 함께 한국전쟁에서 황폐화된 북한 도시들을 다시 만들었습니다. 그때 발전소 등 중요한 사회기반시설을 많이 제공했다고 합니다. 일단 김 총비서는 국방계획 5개년 계획을 발표했기 때문에 명목상 군사 협력을 많이 과시하는 것 같지만, 북한이 정말 원하고 있는 것은 이같은 중요 인프라 건설이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자] 이번 북러정상회담을 놓고 “위험한 만남을 넘어 위험한 거래”라는 평가가 있습니다. 북러정상회담을 통해 한미일 대 북중러의 신냉전 구도가 더 위험해졌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동북아시아 지역에 미칠 영향은 어떻게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그건 앞으로 중국이 어떻게 할 것인지에 따라 여러 가지 변수가 생길 것 같습니다. 중국은 일단 미국 대신 새로운 국제 질서를 만들고, 그에 대한 지도자(리더)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는 나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 질서에 반대하는 러시아나 북한은 매우 유효한 카드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은 러시아와 북한이 너무나 호전적인 태도를 취하면서 중국이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는 것을 매우 우려하고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 동아시아의 긴장이 고조돼 중국의 안전 보장에 나쁜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런데 중국은 지금 아시다시피 부동산 문제나 내정 문제가 너무 심각한 상황이거든요. 시진핑 국가주석이 최근 인도에서 열렸던 G20 정상회담에 참석하지 않은 이유가 내정 문제의 혼란 때문이라고 지적한 전문가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은 지난 7월 27일과 9월 9일에 비교적 가벼운 자리에 있는 사람을 북한에 보냈습니다. 현재 북한과 러시아 간 협력을 전면적으로 지지하지 않는다는 의사 표시라고 생각하고요. 앞으로 중국의 태도에 따라 동아시아가 신냉전 시대에 돌입할지, 아니면 북한과 중국, 러시아의 단결력이 그렇게 강하지 않는 상황이 될 수도 있습니다.
[기자] 네.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한반도 톹아보기’, 지금까지 일본 아사히신문의 마키노 요시히로 외교전문기자와 함께했습니다.
에디터 박봉현,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