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푸틴 대통령, 이번주 방북 가능성”
2024.05.15

앵커: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기자> 최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제32차 ‘동북아협력대화’(NEACD: Northeast Asia Cooperation Dialogue)에서 미국, 한국, 중국, 일본의 북핵 담당 대표가 만나 북한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동북아협력대화’는 과거 6자회담 당사국인 중국, 일본, 북한, 러시아, 한국, 미국의 학자와 정책 전문가, 군사∙외교 관리들이 참여하는 연례 회의인데요. 이번에는 북한과 러시아가 참여하지 않았죠. 북한과 관련해 어떤 내용이 논의됐나요?
‘동북아협력대화’는 정부 관리도 참여하지만, 동시에 민간 대화의 성격도 지니고 있습니다. 북한이 이 수준의 협의에 대해서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은 좀 심각한 일입니다. 그래서 구체적인 접근에 대해 심도 있는 대화를 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또 하나는 중국의 강경한 자세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중국이 항상 원칙만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한미일과 중국 사이에서 거의 새로운 외교 구상(아이디어)에 대해 협의할 여지가 없었다고 들었습니다.

<기자> 과거에 열린 ‘동북아협력대화’와 비교했을 때, 올해 회의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제가 기억하기로는 이번과 가장 비교되는 회의는 2006년에 일본 도쿄에서 열렸던 ‘동북아협력대화’입니다. 당시 회의에는 미국의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 한국의 전영우 외교부통상부 외교정책실장, 중국의 우다웨이 외교부 부부장 등이 참석했습니다. 또 북한의 김계관 전 외무성 제1부상도 참석했는데, 당시에는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에 있는 북한 계좌에 대한 제재가 큰 화제였습니다. 당시 김계관 부상은 동결된 계좌를 풀어줄 것을 강하게 주장하면서 이에 대해 미국의 힐 차관보와 직접 만나 해결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 당시 김계관 부상과 대화를 나눈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김 부상은 동결된 계좌의 소유자가 김정일 국방위원장 등 로열패밀리의 돈이라는 것을 시사했다고 합니다. 동시에 만약 그 동결을 풀지 않으면 전 세계에 핵 억지력을 보여줄 수밖에 없다는 점도 시사했습니다. 결국, 북한은 2006년 10월에 첫 번째 핵실험을 했는데요. 결과적으로 보면 ‘동북아협력대화’가 북한의 핵실험을 막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동북아협력대화’는 북한이 가지고 있는 생각을 심도있게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고 할 수 있지만, 현재 상황은 2000년대 초반과 비교해 외교적으로 많이 후퇴한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기자> 이번 회의를 계기로 한미일 3국과 중국이 북한 문제에 대해 협력할 여지가 있다고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네, ‘동북아협력대화’뿐 아니라 지난 13일 조태열 한국 외교부 장관과 왕이 외교부장이 중국 베이징에서 회담을 했습니다. 여러 보도가 나왔지만, 중국은 한국이 주장한 탈북민 강제 송환 문제에 대해 계속 반대 의사를 표시했습니다. 또, 북한이 계속하고 있는 선박 간 불법 환적 행위에 대해서도 중국은 그다지 강한 제재 의지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북한 인권 문제나 제재 문제에서 한미일과 중국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 이번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다시 한 번 확인됐습니다. 다만, 중국과 한미일 사이에 여러 가지 이익이 일치될 수 있는 문제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북한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은 북한이 7번째 핵실험을 하려는 것에 대해 반대했다고 합니다.
또 김정은 총비서가 현재 중국을 방문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가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중국이 북한을 환영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들었습니다. 중국이 북한과 관계에서 매우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는 것도 중요합니다. 중국이 가장 신경 쓰고 있는 상대는 미국입니다. 이번 주 미국이 중국에서 수입하는 전기차에 대해 100%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한 바 있는데요. 중국은 더 이상 미국을 자극하면서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서도 반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북한이 하려는 군사 도발, 특히 핵 도발을 억제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중국과 한미일 사이에 이해관계가 유지되고 있다고 봅니다. 북한이 대화에 나서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해 한미일과 중국이 여러 가지 협력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그렇다면 중국과의 협력을 촉진할 방안이 있다고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네, 여러 가지로 중국이 지금 하고 있는 전략을 세밀하게 분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원래 중국은 미국이나 일본에 대해 ‘반접근·지역거부’(A2AD, Anti-Access/Area Denial)와 같은 전략을 추진해 왔습니다. 이는 대만과 필리핀을 거쳐 남중국해를 둘러싼 ‘제1열도선’(1st Island Chain) 안쪽에서 미국이 자유롭게 활동하지 못하도록 하는 전략입니다. 또 일본 오가사와라 제도에서 괌, 파푸아뉴기니까지 이어지는 ‘제2열도선’(2nd Island Chain) 안쪽에서도 미국의 활동을 제한하려는 것입니다. 이미 중국은 약 2천 발 정도의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번 달에는 세 번째 항공모함인 ‘푸젠함’이 첫 시험항해에 나섰습니다. 이에 대해 미국도 지난 4월에 필리핀과 합동훈련을 통해 인도태평양 지역에 처음으로 지상발사형 중거리 미사일 발사 장치를 도입했습니다.
이렇게 미국과 중국이 서로 군사적 억지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지속하면서 이 지역에서 우발적인 사건이나 잘못된 계산에 따라 의도치 않은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대북 제재 위반을 감시하려는 노력에 대해 중국이 여러 가지 방해 활동을 한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이는 중국이 북한에 대한 감시 활동을 자국에 대한 억제 수단으로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우발적인 충돌을 막기 위해 미국 및 일본은 중국과 안전 보장 대화를 추진 중입니다. 앞으로는 이러한 대화를 구체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필요하고, 과거 미국과 소련이 해왔던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이나 ‘중거리핵전력조약’(INF)과 같은 군비 통제 협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중국은 현재 미국과 전력 격차 때문에 이러한 군비 통제 협정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군비 통제 대화는 한국, 미국, 중국뿐만 아니라 일본도 참여하는 다자간 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미국도 북한이 핵을 포기하길 원하고 있기 때문에 군비 통제 대화에 북한을 포함시키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일단 미국과 중국이 군비 통제 대화를 시작하면서 일본과 한국도 관찰자 자격으로 참여해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중국에게 북한 핵 폐기가 동아시아의 군사적 긴장 완화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자> 마지막으로, 앞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하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지금은 북한이 대화할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북한은 2025년 말까지 국방개혁 5개년 계획을 달성하기 위해 집중할 것 같습니다. 가령 내년에 트럼프 행정부가 등장하더라도 미북 대화는 2026년에나 시작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한미동맹은 북한과 대화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북한 인권 문제와 제재 유지에 집중하고, 북한과 중국, 러시아 간의 관계 강화를 저지하는 데 힘쓰고 있습니다. 참고로 푸틴 대통령이 16일과 17일에 중국을 방문할 예정입니다. 저는 그 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오는 17일과 18일에 북한을 방문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북한의 조선중앙통신도 15일에 김정은 총비서가 전술무기 체계를 양산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요즘 김 총비서가 여러 가지 무기 생산을 가속화하고 있는 것은 러시아와 거래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자유아시아방송도 북러 간에 메시지 교환이 많아지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는데요. 따라서 푸틴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하면서 동창리에 있는 위성 발사 시설을 시찰할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 네,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이었습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