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공개처형] ② “이거 너무한 거 아냐?”... 들썩이는 민심

워싱턴-서혜준 seoh@rfa.org
2024.07.08
[북 공개처형] ② “이거 너무한 거 아냐?”... 들썩이는 민심 지난 2009년 압록강 제방에서 북한 여군이 경비를 서고 있다.
/REUTERS

앵커: 북한 김정은 정권이 공개 처형을 앞세운 공포통치의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북한 주민의 반발심도 커지는 것으로 알렸습니다.

 

과거 고난의 행군 시절 공개 처형을 목격한 사람들은 극도의 공포감으로 아무런 말도 꺼내지 못했지만, 최근에는 공개처형의 부당함과 잔혹성에 대해 불만을 공유하거나 처형당한 사람에 대한 동정심을 나타낸다고 하는데요. 공개처형이 잦을 수록 오히려 젊은층을 중심으로 북한 주민의 민심은 더 멀어질 거란 관측도 제기됩니다.

 

서혜준 기자가 보도합니다.

 

고난의 행군시절… “무서워서 입도 뻥긋 못 해

 

[박수진] 저도 실제 공개 처형하는 장소에 끌려 나갔었거든요. 보라고 하는데 저는 눈 딱 감고 안 봤어요. 안 보길 정말 잘한 것 같아요. 그걸 봤던 친구들은 두고두고 그 장면이 눈앞에서 얼렁거린대요. 그때 분위기가 그냥 공포였어요.

 

1998년에 탈북한 함경북도 청진 출신의 박수진(신변 보호를 위해 익명요청) 씨는 지난 3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어린 시절 북한에서 목격한 공개 처형 당시를 떠올리며 공포스러웠다고 회상했습니다.

 

그는 탈북 직전인 1997년과 1998년, 어린 학생부터 주부, 조직들을 동원해 약 석 달에 한 번은 공개 처형을 보게 했다며, 6살짜리 아이는 키가 작다는 이유로 맨 앞줄에 서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박 씨는 그로부터 약 2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기억한다며 그때는 안타깝고 분한 마음도 있었지만, 그 심정을 입밖으로 꺼내지도 못했다고 토로했습니다.

 

[박수진] 만약 위에서 방침이 내려와서요즘 사회가 너무 어지럽다, 도둑이 많다는 소식이 너무 많이 들려온다’... 위에서 이렇게 하게 되면 정리를 해야 되거든요. ‘총소리를 울려라’. 공포 정치인 거죠.

 

박 씨가 기억하는 당시 총살된 한 사형수의 죄목은 ‘도둑질’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오판이었습니다.

 

[박수진] 당시 입쌀이 (북한돈) 100원에서 110, 그냥 흰쌀 1kg 값이에요. 100원 때문에 총살 당한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빌렸는데 못 갚은 거예요. 입쌀 1kg이 사람 목숨값이라는 게 말이 돼요?

 

박 씨는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 먹고살기 위해 장사를 하다 구류장에 억류된 적이 있는데, 함께 수감된 여성이 끌려나가면 영영 돌아오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북한 당국이 이같은 본보기식 처벌에 따른 주민들의 공포를 통치의 수단으로 삼았다고 꼬집었습니다. 

 

[박수진] ‘그게 처형까지 될 일인가?’ 아마 다 생각했을 거예요. 근데 그걸 모두 말을 못 했어요. 그냥 공포 그 자체. 무서웠어요. 지금은 실제 심경변화가 있고 친한 친구들끼리는 어느 정도 조금은 소감을 나눌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데 그때는 그냥 공포스럽기만 했어요. 그때랑 지금이랑 그렇게 다를 것 같아요.

 

북 주민, 공개 처형의 부당함과 잔혹성에 목소리 내기 시작

 

지난해 5월 목선을 타고 탈북한 30대 김일혁 씨는 최근 자유아시아방송에 과거와 달리 공개처형에 대한 북한 주민의 민심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김일혁] 어떤 일이 있었냐면, “내 아들이 고작 남조선 영화나 봤다고 그렇게 죽어야 되냐. 이거 너무 잘못된 거 아니냐면서 하소연을 했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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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 2015년 국가정보원에 매수된 남한 간첩 2명을 정탐·모략 혐의로 체포했다며 이들의 기자회견을 녹화 방송했다. 북한은 체포된 최춘길 씨가 남한 드라마를 불법적으로 유포 하려 했다면서 남한 드라마 일부 장면을 노출시켰다. /연합뉴스

  

그가 어린 시절인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공개 처형을 목격한 사람들이 오히려 총살 당한 사람을 비난했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다르다는 겁니다.

 

[김일혁] 제가 어렸을 때는나쁜 놈들이 강도질하고, 또 남조선 방송을 들었대. 다 잡아가 죽여야 돼이런 식으로 욕을 많이 하는 걸 들었거든요. 근데 최근 분위기는 그런 게 아니고 어딘가 찾아가서 항의를 하는 일은 드물지만, 주민들끼리는 얘기하는 게불쌍하게 나이가 23살밖에 안 먹었대,” “인생 살아보지도 못하고…” 이 청년은 한국 노래 70, 영화 한 3편 정도 친구들에게 공유했다는 죄명으로 총살됐거든요.

 

또 한국 노래, 영화 등을 공유한 죄로 총살된 20대 청년에 대해, 당시 공개 처형을 목격한 주민들은 처벌이 너무 가혹하고 부당하다며 오히려 그를 동정했다고 김 씨는 덧붙였습니다.

 

[김일혁] 분위기는 예전 같지 않아요. 말도 안 되는 부당한 죄명으로 그렇게 학살을 하는데, 거기에 모여 있는 관중들이 납득이 갈 만한 이유를 충분히 설명을 안 하거든요. 인권이 전혀 없다고 생각되는 게, 얼굴 다 가리고, 발언권도 안 주고, 그런 상황에서 쏘거든요. 그러니까 진짜 죄가 있는 사람을 쏘는 건지 아니면 억울하게 그냥 죽임을 당하는지 모르잖아요. 이걸 볼 때 그냥 길 가던 마음에 안 드는 사람 붙잡아다가 쏴 죽이거나 이런 자작극을 꾸며도 모를 일이거든요. 그래서 저는 그게 정상적인 일이라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이런 가운데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약 20년 가까이 북한의 공개 처형에 관한 구체적인 사례를 듣지 못했지만, 최근들어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북한이 체제 유지를 위해 주민들을 공개적으로 총살하면서도, 북한 주민의 심경의 변화를 우려해 비공개로 진행한 처형 사례도 있었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공개 총살을 했다는 정보가 외국에 새어나가면 정권의 이미지가 악화되지 않습니까. 그런데 북한 주민 사이에서아주 잔혹하다’, ‘너무 옛날식으로 주민 통제에 본보기를 위해 공개처형한다’, ‘시대 착오적인 방법이다라는 비판이 생겼기 때문에 총살을 비공개로 하라고 지시를 내렸다고 저는 추측하고 있습니다.

 

탈북민 김 씨는 외부 정보를 많이 접한 북한의 MZ 세대, 즉 젊은 세대를 통제하기 위해서라도 공개 처형을 이용한 김정은 정권의 공포 통치는 강화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앞으로 공개 처형은 계속될 거란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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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김일성 광장으로 행진하는 북한 학생들. / AFP

[김일혁] 북한의 MZ세대는요. 다 알거든요. 뭔가 잘못됐다는 거 다 알고 있거든요. 모르는 사람이 없으니까요. (북한 당국 입장에서는) 정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무자비하게 학살하는 방법밖에 없거든요. 공포에 떨고 있는 건 사실이니까요. 일단은 이런 방법밖에 쓸 게 없다고 생각되는 게, 앞으로도 지금 하고 있는 강도가 높아지면 높아졌지, 낮아지지 않거든요. 낮아지면 체제가 무너져요. 북한의 MZ 세대는 전부 다 알고 있거든요.

 

북한이 주민 통제와 체제 유지를 위해 ‘학살 수준’의 공개 처형을 이어가는 가운데,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과거와 달리 공개처형의 부당함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는 북한 주민의 목소리가 과연 북한의 공포 통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됩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서혜준입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편집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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