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수십대 씩’ 북중 간 중고차 밀수 활발
2024.04.17
앵커: 최근 북한에서 중고차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북중 간에 중고차 밀수가 활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중국 단둥의 북한 주재원이 중국 무역업자에 중고차를 구해줄 것을 의뢰하고, 하루에 수십 대씩 압록강을 건너 중국에서 북한으로 넘어간다고 하는데요.
전문가들은 코로나 대유행 이후 북·중 국경의 개방과 함께 북한에서 중고차 수요가 크게 늘어났을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보도에 천소람 기자입니다.
단둥 내 북한 주재원 “중고차 알아봐달라”
중국 단둥의 한 대북 무역업자는 지난 4월 초 현지 북한 주재원으로부터 중고차 구매 의사를 전해들었습니다.
북한 주재원은 이 무역업자에게 ‘중고차가 고장은 없는지’, ‘상태는 괜찮은지’ 등을 제대로 살펴봐 줄 것을 요청하면서 가격 협상도 제안했습니다.
그러면서 무역업자가 “요즘 중국에서 북한으로 중고차가 많이 넘어가냐”는 질문에 이 주재원은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또 중고차 거래에서 외상은 없기 때문에 이 무역업자는 북한 측에서 중고차 대금을 먼저 보낼 때까지 기다리는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중 국경 상황에 밝은 대북 소식통도 현지 무역업자를 인용해 승용차와 트럭 등 다양한 중고 차량이 중국에서 북한으로 넘어가고 있다고 최근(지난 15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중고차 거래는 대부분 밀수 형태로 이뤄지는데, 주로 중국 길림성 장백 조선족 자치현에서 북한 양강도 혜산시를 통해 넘어간다는 것이 대북 소식통의 설명입니다.
[대북 소식통] 정식으로 넘어가는 건 아니고 밀수 형태로 넘어간다고 합니다. 장백-혜산 다리로는 못 넘어가고, 위쪽으로 가다 보면 압록강 상류가 있습니다. 요즘 물이 얼마 없어서 차가 지나가도 바퀴가 반쯤 밖에 안 잠기는 정도라고 합니다. 그래서 그쪽으로 넘어간다고 하는데, 하루에 수십 대씩 넘어간다고 합니다.
이 대북소식통은 중국 측 세관에서도 중고차 밀수가 이뤄지는 것을 알고 있지만, 뇌물을 받고 눈감아주는 상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에서는 국가 기관이 나선 국가 무역, 중국 입장에서는 밀수의 형식을 보이고 있다는 해석입니다.
자유아시아방송은 위성사진을 통해 중고차 밀수가 이뤄지는 곳으로 의심되는 위치를 살펴봤습니다.
장백-혜산 다리에서 압록강을 따라 약 4.5km 올라가면 강폭이 35m 정도로 좁아지고, 강물이 얕아지는 곳이 나옵니다.
정성학 한국 한반도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위성사진을 확대해보면 이 지역 강바닥 돌들이 노출돼 있고, 흰 물살을 일으키는 것을 볼때 사람이 쉽게 건널 수 있을 만큼 강물이 얕고, 모래보다는 돌과 자갈이 더 많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습니다.
강폭이 좁고 물이 얕으며, 바닥이 단단한 편이어서 차량이 통과하기에 적합한 지점이라는 겁니다.
한국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최장호 통일국제협력팀장은 15일 RFA에 장백과 혜산 사이에는 압록강물이 얕아 육지로 연결된 구간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최장호] 혜산시와 장백 쪽은 얕은 구간이 육지로 연결된 곳이 많이 있습니다. 압록강이지만, 강이 얕아 그냥 지나갈 수 있는 곳이기도 해서 (중고차) 매수는 얼마든지 가능한 지역이고요. 2020년부터 약 3년 동안 북한이 국경을 봉쇄하면서 북한 내 중고차 수요가 쌓여 있기도 했습니다.
2017년 통과된 유엔 안보리 결의 2397호에 따르면 승용차를 포함한 모든 운송 수단의 대북 수출은 금지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최 팀장은 “북한에서 중고차 수요는 항상 있다”며 북한이 대북 제재때문에 자동차 수입을 못 하는 상황에서 코로나 대유행 사태까지 겹치면서 운송 수단인 중고차에 대한 수요가 축적됐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최장호] 2018년부터 2023년까지 6년 동안 북한 내부에 축적된 운송 차량에 대한 수요가 나오면서 지금 중고차 매수가 이루어졌을 수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 방역과 위협이 조금 해소가 되면서 국경 봉쇄나 감시도 조금 느슨해졌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북한 위안화 환율도 큰폭 상승세
최근 북한에서 중국 위안화에 대한 환율도 치솟고 있습니다.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에 따르면 지난 2월 23일, 북한 시장에서 중국 위안화에 대한 환율은 북한 돈으로 1천280원이었지만, 한 달 사이에 1천650원으로 오른데 이어, 가장 최근인 4월 12일에는 1천820원까지 뛰었습니다.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최근 자유아시아방송에
중국 위안화에 대한 환율이 올해 1월보다 35% 상승했다”며 “무역회사가 수출입에 의욕을 보이는 것과 달리 보유한 위안화가 매우 부족한 실정”이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지금 코로나에 대한 통제가 많이 풀리면서 무역이 조금씩 회복세에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수출과 수입을 많이 하자는 의욕은 많은데, 특히 무역회사가 갖고 있는 중국 위안화가 많이 부족하다가 사람들이 지적합니다. 그래서 중국 위안화 값이 많이 올랐다는 게 취재협조자들의 설명입니다.
물론 미국 달러화에 대한 환율도 소폭 올랐지만, 위안화만큼 최고치를 기록한 것은 아니라는 게 이시마루 대표의 설명입니다.
이에 대해 최장호 팀장도 “북중 국경 개방, 특히 관광 재개에 대한 기대감으로 인해 환율 변동이 있을 수 있지만, 달러 환율이 크게 움직이지 않은 가운데 위안화 환율만 급등한 것은 특별하고 예외적인 경우”라고 평가했습니다.
[최장호] 중국과 경제협력에 대한 기대감이 실제로 구현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중고차가 들어가니까 위안화를 쓸 일이 많아지고, 그러다 보니 북한 내에서 위안화의 가치가 뛰고 있는 현상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는데, 그럼에도 달러 환율은 그대로인데 위안화 환율만 움직이는 것은 생각을 해봐야 하는 부분입니다. 중고차 수입은 굉장히 작은 부분일 것 같습니다.
최근 중국의 고위급 인사가 북한을 방문하면서 북중 간 관광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대중 수입이 계속 증가하는 가운데 가뜩이나 부족한 위안화에 대한 환율이 어디까지 오를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천소람입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