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 사이에 미묘한 긴장감 팽배”
2023.09.27
앵커: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 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북러 정상회담은 중국 압박 위한 공동 작품
[기자] 마키노 기자님. 현재 중국 항저우에서 아시안게임이 진행 중인데요. 북한이 이번 아시안게임에 고위급 인사를 보내지 않은 것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시나요?
북한이 이번 아시안게임에 체육상과 같은 다소 무게감이 가벼운 사람을 보냈다는 것은 이러한 중국의 냉정한 대응에 대한 보복 조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편, 중국 관영 매체는 이번 주 북한이 국경을 열고 다시 외국인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는데요. 다만, 북한을 방문하는 외국인 중 북한이 기대하는 상당 부분은 중국인 관광객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에 관한 움직임이 아직도 전해진 바가 없습니다. 저는 그것이 여전히 북중 관계가 긴장 상태라는 것을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이처럼 북중 관계가 냉랭한 이유는 근본적으로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저는 개인적으로는 북한이 작년 봄철에 준비를 완료했던 7번째 핵실험을 둘러싸고 중국과 북한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고 생각합니다. 그 당시 북중 관계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은 김정은 총비서에게 “우리는 어떠한 상황이 되더라도 국제사회에서 북한을 지지해 왔지만, 만약에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중국의 대북 지원을 막을 내려야 할 것”이라는 내용의 친서를 보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김 총비서의 답변 친서에서 “친서에 담긴 내용을 이해했고, 북한을 둘러싼 어려운 상황을 이해를 달라”, “ 어떤 일이 있더라도 북한을 지지해달라”라는 말을 전했다고 합니다. 그후 북한과 중국 상이에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는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북한은 적어도 작년 6월에는 준비가 완료된 핵실험을 하지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북한과 중국은 2011년부터 2018년까지 북한 핵실험을 둘러싸고 매우 험악한 상황이 됐습니다. 중국은 북한을 지지하지만, 북한의 핵 개발이 동아시아에서 일본, 한국, 대만 같은 나라들의 핵보유로 확대되는 이른바 ‘핵도미노 현상’을 형성할 수 있다는 데 우려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과 중국은 지금도 상호 간에 긴장을 유지하는 상황이라고 생각됩니다.
[기자] 그래서 북한이 이같은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러시아를 방문했다는 분석도 있는데요.
[마키노 요시히로] 네. 제가 말씀드렸던 북중 관계의 험악한 상황이 엮인 배경이 있습니다. 이번 김 총비서의 러시아 방문은 시진핑 주석을 압박하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 총비서의 공동 작품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아시다시피 푸틴 대통령도 김 총비서와 마찬가지로 중국에 좀 불만을 갖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략하면서 탄약이나 무기가 부족한 상황이 되고 있습니다. 그래도 중국은 유엔의 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푸틴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중국이 러시아에 무기 등을 지원하지 않으면서도 러시아로부터 식량이나 에너지를 매우 저렴한 가격에 구매한다는 불만이 있는 것 같습니다. 북한도 중국이 핵 개발을 전면적으로 지지하지 않고, 경제 지원도 제한적이라는 불만이 있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북러 정상 모두 중국이 자기들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하지 않는다면, 일단 두 나라가 군사 협력을 하는 모습을 내비치면서 시 주석을 협박하려 했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은 청년실업률이나 부동산 불경기 등 여러 가지 심각한 국내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시 주석은 지난 9월 인도에서 열렸던 G20 정상회담에도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이 러시아의 ICBM 기술 등을 받아들이겠다는 것은 중국 입장에서 볼 때 한미일을 너무 자극하는 것이라 좋아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김 총비서나 푸틴 대통령은 중국의 이같은 어려운 상황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미일, 중국에 “북러 교류 지지하지 말 것” 요청
[기자] 일각에서는 한미일 세 나라의 연대는 견고해 보이는 반면, 북중러 간의 연대에는 균열이 있어 보인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일 3국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습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한미일 3국은 현재 공식적인 입장에서 북러 간 군사 협력을 비난하고 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윤석열 한국 대통령은 유엔총회 연설에서 러시아와 북한의 관계를 많이 비난했습니다. 그것은 중국에 대해서도 북러 협력을 지지하지 말라는 일종의 경고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한미일 3국은 물밑에서 중국에게 북러 간 협력을 지지하지 말라는 요청을 계속 보내고 있다고 합니다.
한미일 세 나라는 각자 사정이 있습니다. 미국은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탄약 등을 직접 지원하는 것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도 러시아와 관계를 결정적으로 악화시키고 싶지 않은 사정이 있습니다. 러시아는 극동지방의 경제 개발 분야에서 북한보다는 한국에 바라는 면이 많다는 것을 한국 정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은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탄약을 지원하는 것에는 신중하게 대응할 거라고 저는 예상합니다.
반면, 일본은 좀 어려운 상황이 되고 있습니다. 이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일본과 북한은 지난 5월쯤을 기점으로 물밑 접촉을 계속 해왔습니다. 서로의 입장에 큰 간극이 있기 때문에 협상이 잘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도 듣고 있습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한미일의 안보협력을 해치고, 중국과 협상할 수 있는 카드로서 가장 쉬운 일본을 표적으로 삼고 접근했다는 배경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일본과의 협상이 잘 진행되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에 러시아에 접근했다는 겁니다. 역으로 보면 이번에 러시아와 북한이 밀착했다는 것은 일본 입장에서 (앞으로 북일관계 개선에) 좀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러시아에 제공하는 북 탄약의 질 개선돼
[기자] 그렇다면 앞으로 중국은 어떤 노선을 택할 것으로 전망하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북한은 러시아에 대한 탄약 공급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김 총비서는 러시아의 쇼이구 국방장관이 북한을 방문한 이후 주요 군수공장을 시찰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한국 정부 관계자 등으로부터 들은 얘기로는 북한이 러시아에 공급하고 있는 탄약의 질이 급속히 개선되고 있다는 겁니다. 아시다시피 북한산 탄약은 화약이 습기로 인해 불발탄이 많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북한이 작년에 러시아 민간용병인 ‘와그너그룹’에 제공했던 탄약 중에는 불발탄이 많이 포함됐다고 합니다. 그것은 너무 오래된 탄약을 공급했다는 것이 이유였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자강도 강계시에 있는 북한의 주요 탄약 생산 공장에는 에어컨디션(공기조절) 설비도 충분하고, 습기 문제도 거의 없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생산 공장에서 탄약을 직접 러시아로 보내면 (탄약의) 질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쇼이구 러시아 국방상도 방북했을 때 그런 사정을 확인했다고 하고요. 아마 북한이 러시아에 탄약을 공급하면 러시아는 북한에 항공기 부품이나 항공 연료, 석유 등을 공급한다는 거래가 이미 잘 진행됐다고 생각합니다. 나머지는 러시아가 북한에 ICBM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나 핵 추진 잠수함의 기술을 제공하는지 여부의 문제가 남아 있습니다. 푸틴 대통령이 오는 10월에 중국 북경을 방문한다고 하니까, 그때 시진핑 주석과 만날 것 같습니다. 다만 ICBM이나 핵추진 잠수함의 기술 협력은 장기적인 문제라서 바로 결정이 날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하고요. 중국은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서 이러한 북러 간 협력을 묵인할 것인지, 아니면 중국이 북한을 좌지우지(컨트롤)하지 못하는 상황을 우려해 개입할 것인지, 매우 어려운 판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마지막으로, 지난 7월 월북한 미군 병사 트래비스 킹을 북한 당국이 추방했습니다. 북한이 그를 추방하기로 결정한 배경은 무엇일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추방한 배경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북한이 추진해왔던 인질 외교에 대한 전략의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아시다시피 북한은 과거 기자들을 인질로 잡고, 미국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북한에 초대하는 것이 성공하면서 그 후에도 인질 외교가 이익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만 그 후 북한이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나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등으로 인질 외교를 계속 해왔지만, 국제사회에서 역으로 범죄 국가라는 비난을 받았습니다. 북한 입장에서 더는 인질외교에 대한 매력을 느끼지 않는 것 같습니다.
두 번째로 북한은 현재 미국과 협상하려는 생각이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한다거나 제재를 해제하지 않는 한 북한은 미국과 대화할 생각이 없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북한도 현재 바이든 정권과 대화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지금 미국인 인질이 있다 하더라도 오히려 부담이 되고,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추방을 결정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네.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미국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입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