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버는 재미와 돈맛] 못 파는 물건 전시하는 북 상점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22.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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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버는 재미와 돈맛] 못 파는 물건 전시하는 북 상점 평양시 골목길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과일 장수
/ AFP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앞세웠던 북한에서도 시장경제는 주민들의 일상생활 속에 뿌리내리기 시작한 지 오래입니다. 이제 북한에서도 ‘ 사상이나 이념을 넘어 삶의 가장 중요한 수단이자 가치가 됐는데요. 특히 돈을 버는 경제활동의 주체로 여성의 역할이 커졌습니다탈북 여성 경제인의 시각으로 북한 실물경제의 현재와 미래를 들여다보는 '돈 버는 재미와 돈맛', 북한 경공업 분야 무역일꾼 출신 탈북 김혜영 씨와 함께합니다. 진행에 노정민 기자입니다.]

 

  • 오늘도 김혜영 씨와 함께합니다혜영 씨, 안녕하세요북한에도 잘 되는 시장이 있고, 잘 안되는 시장이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그런가요?

 

[김혜영] . 맞습니다. 저희 어머니도 시장에서 장사를 하면서 저도 시장 상황을 알게 됐는데, 시장이 어디에 위치하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시장이 높은 지대에 있거나 가난한 동네에 있다면 장사가 잘 안되죠. 또 인구 밀집도도 장사에 큰 영향을 주는데요. 시장에서 장사한다고 해서 무조건 다 돈을 버는 것도 아닙니다. 참고로 지난주 양강도 혜산 쪽의 북한 물가 소식을 전해 들었는데요, 코로나에 따른 시장 봉쇄로 물가가 크게 올랐습니다. 쌀이 1kg에 북한 돈으로 거의 1만 원이라고 하고요. 시장은 열어 놓았는데, 식용유와 조미료를 비롯한 생필품값이 너무 올라 살 엄두조차 나지 않는 실정이라고 합니다.

 

  • 김정은 총비서의 집권 초기에는 시장이 수적으로나 규모 면에서 계속 성장했는데요. 요즘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미 북한에 시장이 충분하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는데요

 

[김혜영] . 이미 각 지방은 물론 평양 내 구역마다 곳곳에 시장이 있습니다. 이 시장들을 통제하지 않고 주민들이 맘 놓고 장사할 수 있게 한다면 좋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평양에 있는 대규모 시장은 과시용 성격도 있는 듯한데요. 외국인들이 보고 좋은 평가를 할 만큼 큰 시장을 만든 거죠.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전부터 전시는 돼 있지만, 팔지 못하는 물건들이 있거나, 아예 물건이 없는 곳도 적지 않았습니다. 시장과 경쟁할 수 있는 다양한 상업시설들이 평양과 지방에 만들어지면서 새로운 시장이 많이 필요 없게 됐는데요. 코로나에 따른 북중 국경봉쇄 이후 상품이 부족해지면서 기존 시장이 타격을 입는 때에, 새로운 시장은 더더욱 생각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오히려 잘 되는 시장은 더 활성화하겠지만, 잘 안되는 시장은 정리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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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7일 현재 북한 양강도와 함경북도의 시장 물가. 시장이 재개됐지만, 현금이 없어 식품 외 거래가 극히 드물다고 한다. / 아시아프레스 제공 

 

  • 북한 경제 전문가들은 최근 북한 시장이 위축된 이유로 코로나 대유행국가 중심의 자력갱생 내세운 김정은 정권의 정책 때문이라고 꼬집습니다. 시장도 개인이 아닌 국가이익을 위해서 운영돼야 한다는 건데요북한 주민의 입장에서 현실적으로 가능할까요?

 

[김혜영] 이미 북한 주민들은 중앙당 검열, 비사회주의 검열 등 반복되는 통제로 많이 지쳐 있는데요. 그럼에도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어떤 수단을 이용하더라도 시장 활동을 통해 돈을 벌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 시장은 장사하는 사람뿐 아니라 소비자들에게도 필요한 물건을 구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곳인데요. 특히 요즘은 코로나와 설사병 등으로 약이 필요한 사람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모두 시장에 나가 약도 사고, 먹을 것도 사야 하는데, 시장 운영 시간이나 상품, 상인의 연령 제한 등으로 계속 통제하면 소비자들도 어려움에 직면하게 됩니다. 개인의 이익 창출과 필요에 의해 시장의 상품 등이 결정되지 않는다면 시장의 기능은 위축될 수밖에 없는데요. 최근 북한에서 도시와 시장이 봉쇄됐을 때도 주민들이 코로나를 두려워하기보다 시장 통제로 물건을 사지 못하는 것, 물가가 크게 오르는 것을 더 두려워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시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습니다

 

  • 그렇다면 공식 시장 외에 골목에서 장사하는 주민들도 통제의 영향을 받을까요?

 

[김혜영] 일부 주민들은 자릿세가 아까워 공식 시장이 아닌 골목길에 옹기종기 모여 장사를 합니다. 아파트마다 작은 매점들이 있는데요. 아파트 주민들이 각자 만든 과자나 빵, 사탕, 술 등의 먹을거리를 가지고 나와 작은 매대에서 장사를 하기도 합니다. 각 집에서 두부를 만들기도 하고, 가축을 기르는가 하면, 술을 만드는 집도 있고요. 장사 품목은 다양합니다. 골목 장사하는 사람들은 새벽부터 나와서 장사를 하는데 왜냐하면, 형편이 넉넉지 않은 일반 주민들은 끼니마다 필요한 것을 조금씩 사야하기 때문에 이들을 주 고객으로 삼는 것이죠. 가뜩이나 공식 시장도 크게 위축됐는데, 골목시장까지 통제하면 판매자나 구매자 모두 불편해지는 상황이 될 수밖에 없고요. 현금 수입과 소비의 순환이 막히는 현상이 심화할 거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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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에서 열린 무역박람회에서 북한 주민들이 의약품을 살펴보고 있다. / AP

 

  • 혜영 씨는 무역일꾼 출신이신데, 개인의 이익보다 국가 주도의 시장화를 앞세운 김정은 정권의 정책이 과연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시나요?

 

[김혜영] 그동안 김정은 정권의 광범위한 규제와 통제에도 특권층과 일반 주민 모두 시장을 통해 부를 축적했습니다. 또 코로나 이후 북중 국경 봉쇄로 수입품이 급감했지만, 국산품을 중심으로 시장은 계속 운영돼 왔습니다. 김 총비서가 코로나를 계기로 국가 중심의 자력갱생을 강조했지만, 시장이 북한 전체 수입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기 때문에 시장을 언제까지 통제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김정은 정권은 시장의 국영화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지만, 그 한계점은 당연히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국내적으로 계속 물가가 오르고, 경제는 더 나빠질 겁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언제든 시장 통제가 완화된다면, 판매자와 소비자 모두 시장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겁니다.

 

  • 지금까지 나눈 이야기북한의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볼 때 앞으로 북한 시장의 역할에 어떤 변화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십니까?

 

[김혜영] 김정은 정권이 시장을 활성화했지만, 동시에 새로운 법들도 많이 만들었습니다. 그 법과 제도의 특징을 보면 기존의 시장화 현상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의도가 엿보입니다. 예를 들어 사회주의 기업관리제나 농장책임제, 지방세법 등 여러 가지 제도가 있고요. 상업 은행이나 휴대전화 송금 등 여러 제도적 변화도 많았습니다. 다시 말하면 기존의 시장화 현상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여서 이를 북한 재정의 건전화로 이어가려 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한편으로는 시장이 위축됐어도 이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겠죠. 시장이 존재하겠지만, 개인이 많은 수익을 내지 못하게 되면 김정은 정권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마치 물과 기름처럼 국가와 국민이 결합하지 못하는 불안한 사회가 될 것 같습니다.

 

  • 오늘은 잘 되는 시장과 잘 안되는 시장에 관해 살펴봤습니다. 돈 버는 재미와 돈맛늘 순서는 여기까지입니다지금까지 북한무역일꾼 출신 탈북민 김혜영 씨와 함께 했습니다.

 

 

기자 노정민,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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