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둥 북 노동자들, 감옥같은 격리 속 먹거리 태부족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22.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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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4일, 단둥시 봉쇄 준비에 들어간 중국 방역 당국. 다음날인 4월 25일부터 단둥시가 완전 봉쇄에 들어갔다.
/RFA Photo

앵커: 중국 단둥시(단동)가 코로나 확산으로 전면 봉쇄에 들어간 지 열흘이 훌쩍 넘었습니다. 사람의 이동과 외출이 전혀 허용되지 않는 가운데 단둥에 체류하는 북한 노동자들은 감금과 같은 생활 속에 먹고사는 문제를 걱정하며 지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뿐만 아니라 북중 화물열차 운행 재개로 대북 무역에 작은 희망을 걸었던 무역업자들은 다시 실망에 빠졌고, 봉쇄 조치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가운데 현지 기업과 대북 민간단체들의 활동 위축도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노정민 기자가 단둥시 봉쇄 이후 현지 분위기를 살펴봤습니다.

 

단둥시 봉쇄로 현지 북한 노동자, 식당 종업원들 감금 생활  

 

[대북 소식통] 지금 코로나가 점점 확산하고 봉쇄가 언제 풀릴지 모르는 상황에서 통제의 강도가 점점 세지니까 앞으로 한 달은 가야 하는 거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죠.

 

코로나비루스 감염자 발생으로 지난달 25일부터 완전 봉쇄된 중국 단둥시.

 

봉쇄 열흘째인 이달 4, 단둥 현지 소식통이 RFA에 전한 분위기는 사람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 유령 도시였습니다.

 

 

주민들의 외출과 이동이 전면 통제됐을 뿐 아니라 거리에는 대중교통을 비롯한 어떠한 차량의 운행도 금지됐으며 단둥 밖으로 나가는 열차나 항공기, 버스, 선박 등도 멈춰섰습니다. 단둥과 신의주를 오가던 북한 화물열차도 지난달 29일부터 운행을 중단했습니다.

 

전혀 밖을 나갈 수 없는 현지 주민들은 당장 먹고사는 문제에 직면했고, 단둥시가 관할하는 인근 동강과 봉성, 관전 등도 봉쇄 조치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봉쇄가 금세 풀릴 것 같지 않다는 관측 속에 단둥에 체류 중인 북한 주재원들과 식당 종업원, 외화벌이 노동자들도 힘든 격리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식당 종업원의 경우 최소 10명 이상이 텔레비전도 없는 좁은 아파트에서 온종일 같이 있는 것 자체가 고역이라는 겁니다. 또 전화 통화는 물론 외부와 연락도 되지 않아 거의 감금 생활과 다름없다는 것이 이들의 사정을 잘 아는 현지 소식통의 말입니다.

 

북한을 상대로 무역을 해오던 단둥의 한 무역업자는 (5 3) RFA에 북한 노동자들의 먹는 문제가 가장 시급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도시의 원천 봉쇄로 사람들이 외출하지 못하자 단둥시 정부가 인터넷으로 식료품을 구매하고 대금을 결제하면 이를 배달해주는 제도를 확대했지만, 인터넷 이용과 은행 계좌 개설이 허용되지 않은 북한 노동자들에게는 당장 먹을 것을 사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전화 주문도 가능하지만, 식료품 가격이 평소보다 2~3배가량 오르면서 북한 노동자들의 경제적 부담도 커진 상황이라고 이 무역업자는 설명했습니다. 이마저도 현금을 미리 준비해 놓지 않으면 구매조차 어려운 실정입니다. 

 

[대북 무역업자] 지금 전화로 주문을 해도 비용이 엄청나게 비쌀 겁니다. 시장에서 정상적으로 파는 것의 3배 정도 가격이랍니다. 아파트에서 전화로 주문해 사는 것도 50% 이상 더 비싸답니다. 왜 비싸냐고 항의해도 안 통한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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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둥시 봉쇄 기간 중국 인터넷 사이트에 소개된 먹거리 주문 세트 / RFA photo

 

중국 기업에 고용된 북한 노동자들의 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중국 기업들이 이들의 식생활을 책임지고 있지만, 식재료값이 폭등한 탓에 식사 배급 횟수와 양을 줄이는 기업이 있다는 소문도 퍼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북한 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는 (5 4) RFA에 중국 기업에서 합법적으로 일하는 북한 근로자도 어렵겠지만, 불법 신분으로 체류하는 근로자들이 더 힘든 상황에 직면했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윌리엄 브라운] 단둥에는 두 부류의 북한 근로자들이 있는데요. 중국 기업과 정식 계약을 맺고 온 합법 노동자들은 기업에서 책임을 지겠지만, 그리 큰 도움은 안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어려운 사람들은 불법 신분으로 있는 북한 노동자들인데요. 이들은 지원이나 도움을 받을 방법이 없는 겁니다. 이들에게는 정말 재앙과 같은 상황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한국 민간단체인 ‘굿파머스의 조충희 연구소장도 (5 3) RFA에 단둥시 봉쇄로 중국 현지 주민들도 힘든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취약계층인 북한 노동자들은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조충희] 중국 국내 주민들도 힘들어하는 상황인데, 북한 노동자들은 집단생활을 하면서 자유롭지도 못하고, 경제적으로 풍요롭지도 못하니까 원래 부족한 것이 많은 사람들이 더 큰 타격을 받기 마련이죠. 거의 감옥 같은 생활이기도 하고요.

 

북한 노동자들을 고용하는 중국 기업은 대부분 단둥과 주변 도시에 몰려 있습니다.

 

또 중국에 파견된 무역 주재원 중 절반 이상이 단둥에서 활동하고, 북한 노동자의 70%가량이 단둥에 거주하는 데다 심양 총영사관 단둥 사무소가 있는 등 단둥은 북한 주민들이 가장 활발하게 경제활동을 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단둥시의 모든 활동과 인적 이동의 전면 통제로 이곳에서 생활하는 북한 사람들의 삶의 질이 어느 때보다 열악해졌을 것이란 게 이들의 사정을 잘 아는 현지 주민들과 탈북민들의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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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단둥시가 전면 봉쇄된 이후 시내 모습, 4월 28일 촬영 / RFA photo

 

기업 활동, 대북 지원, 정보 수집 등도 올 스톱’  

 
단둥시의 봉쇄는 북중 국경 지역의 경제 활동에도 직격탄이 됐습니다.

 

단둥에 본거지를 둔 다른 대북 무역업자는 애초 5월 초부터  본격적으로 대북 무역 준비에 나설 예정이었지만, 이번 봉쇄 조치로 기대를 접었습니다. 지난 1월부터 북중 화물열차 운행 재개로 조금이나마 무역 재개를 기대했던 다른 무역업자들도 언제 다시 풀릴지 모르는 상황에서 실망감만 커졌습니다.

 

탈북민 출신으로 중국과 연계해 무역을 했던 손혜영 씨도 (5 3) RFA에 북한과 한국 등을 상대로 활동하던 단둥의 무역업자들은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손혜영] 특히 북한에서는 더 힘든 거죠. 북한 쪽에서도 북중 국경을 믿고 사는데, (단둥시가 봉쇄돼 버리면) 국가적으로 힘들고, 개인은 물론 기업도 돈을 벌어야 하는데 그것이 안 되니까 많이 힘든 상황인 거죠.   

 

윌리엄 브라운 교수도 화물 열차 운행 중단에 따른 무역 감소로 단둥 현지 기업들과 북한 근로자에 미칠 경제적 타격을 무시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윌리엄 브라운] 그동안 북중 간 무역이 매우 위축됐다가 화물열차 운행 재개로 조금 숨통이 트였는데, 다시 감소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단둥에 북한 노동자들을 고용한 기업이 많은데, 단둥시의 봉쇄로 공장들이 운영을 중단하면 북한 노동자들의 수입도 끊기는 겁니다. 이것이 무엇보다 매우 나쁜 상황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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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둥 시내에서 영업 중인 북한 식당 / RFA photo

 

저개발국 농축산 지원사업과 함께 남북 경제협력을 연구하는 조충희 소장은 본격적으로 비료와 비닐 박막, 농약 등 농자재가 필요한 시기에 화물 열차 운행의 중단으로 북한 농업에 미칠 악영향을 가장 우려했습니다.

 

[조충희] 가장 중요한 건 지난 1월에 개통돼 북한 쪽으로 들어가던 열차 운행이 중단됐고, 북한 쪽에 물자를 보내려고 준비했던 북한 무역회사의 활동이 다 중단되니까 그나마 북한으로 조금씩 들어가는 물자가 거의 들어가지 못하게 되면서 북한에 주는 영향도 만만치 않다고 봐야겠죠. 이전에는 농업 자재보다 광명성절과 태양절 행사 준비 물자들이 많이 들어왔고, 이제 농업 자재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는데, 다시 (열차 운행이) 중단되면서 농업 생산에 상당한 영향을 주게 되겠죠.

 

조 소장은 김정은 총비서의 지시로 작년부터 밀∙보리의 파종 면적을 늘렸고, 여기에 필요한 비료와 농약 등이 충분히 공급돼야 하는데, 단둥시 봉쇄에 따른 화물열차 운행 중단으로 올해 밀보리 생산량이 급감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또 단둥에서 공식 또는 비공식 통로로 북한과 연계하던 기업과 민간단체들의 협력∙지원 사업, 정보 수집 활동 등도 당분간 차질이 불가피해졌습니다.

 

특히 단둥은 북한과 가장 가까운 지역 중 하나로북한 내부 상황을 파악하거나 북한 주민을 도울 수 있는 중요한 곳인데, 이곳이 봉쇄되면서 앞으로 상황은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조충희] 전망은 계속 힘들어질 것 같고요. 중국 당국이 코로나와 관련해 이같은 방식으로 계속 봉쇄하고 통제를 지속하는 한 실질적으로 북한과 관계를 맺고 북한을 돕고자 하는 단체들이나 개인들이 모두 힘들어지는 상황이 계속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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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세관을 통과하고 있는 북한 화물 트럭. 평안북도 번호판을 달고 있다. / RFA photo

 

단둥에서는 코로나 확진자의 증가에 따라 ‘봉쇄 조치는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 한 달 이상 이어질 것이다라는 우울한 전망이 잇따르는 가운데 현지 대북 무역업자들과 북한 노동자들도 막막한 상황입니다.

 

또 봉쇄 조치와 함께 매일 주민들을 대상으로 코로나 검사를 강화하다 보니 현지에 숨어 있는 탈북민들도 매우 힘든 상황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 당국도 당분간 중국의 코로나 정책에 따른 단둥시 봉쇄 조치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국내 경제와 주민들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할 뚜렷한 대응책은 없어 보입니다.

 

기자 노정민,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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