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절 코앞 북중 화물열차 분주…평양 웃고 지방 운다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22.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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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절 코앞 북중 화물열차 분주…평양 웃고 지방 운다 지난해 4월 15일, 태양절 행사를 맞아 축포를 쏘는 모습.
/북한 노동신문

앵커: 오는 15일 김일성 주석 생일 (태양절)을 일주일도 채 남겨두지 않은 가운데 북중 사이에는 물품을 실은 화물열차가 분주히 오가고, 도시마다 축하 행사를 준비 중이지만, 평양과 지방 간 행사 열기가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단둥을 비롯한 중국 내 접경 도시에서는 코로나 방역 조치로 태양절 행사 여부가 불투명한 것으로도 전해졌습니다.

 

북한은 태양절 110주년과 동시에 김정은 집권 10주년을 맞아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 고강도 도발 등으로 체제 선전과 내부 결속 극대화를 노리고 있지만,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 북한 주민의 민심은 악화하는 분위기입니다. 태양절을 앞둔 북중 국경과 내부 상황을 노정민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4월 초 들어 북중 화물열차 운행 분주

 

태양절을 약 일주일 앞둔 지난 4 6.

 

중국 단둥시와 북한 신의주 사이를 오가는 화물열차는 여전히 운행 중이었습니다.

 

단둥의 한 대북 무역업자는 이날 RFA에 태양절 110주년을 앞두고 북중 간 화물열차가 분주히 오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 무역업자에 따르면 의주 방역창고에 보관된 물품들이 북한 내부로 이송되면서 다시 북한 화물열차가 단둥으로 나와 화물을 들여가기 시작했는데, 4월 들어 그 양이 많이 늘어난 것으로 파악됩니다.

 

적을 때는 20, 많을 때는 40량 등 하루 평균 약 30량의 화차(빵통)가 북한으로 들어가는데, 화차 하나의 수송 능력이 약 50톤인 것을 고려하면 최소 1천 톤 이상의 화물이 운송되는 것으로 보인다는 게 이 무역업자의 설명입니다.

 

다만 지난 1월 북한에 들어가 의주 방역장에 격리보관 중이던 물품들이 최장 60일의 격리 기간을 거친 뒤 평양을 비롯한 남포, 원산, 함흥, 청진 등으로 운송 중이지만, 화물차량의 수가 제한돼 있고, 유가 상승에 따른 기름 부족으로 유통의 흐름은 그렇게 빠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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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16일, 북한 화물열차가 압록강철교를 넘어 중국 단둥으로 들어가고 있다. / RFA photo

 

태양절 공급에 대한 북한 주민의 기대는 엇갈립니다.

 

지난 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인 광명성절에 평양을 제외한 지방 도시의 특별공급이 형편없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기대하지 않는다는 반응이 있는 반면, 의주 방역 시설에 묶였던 물품들이 풀리면서 이번에는 제대로 된 특별공급을 바라는 분위기도 엿보입니다.

 

일본 아사히신문의 마키노 요시히로 외교전문기자는 (4 6) RFA에 식용유와 설탕 배급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전해진다고 말했습니다.

 

[마키노 요시히로] 지난 2월에 북중 국경이 일시적으로 개방됐기 때문에 이번 태양절을 맞아 여러 가지 선물을 일반 주민에게도 나눠주지 않을까란 기대감입니다. 북한은 2020 2월에 북중 국경이 봉쇄된 이후 중국산 수입품에 의존했던 식용유나 설탕 부족 현상이 오래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번 (태양절) 선물에 식용유나 설탕이 포함되지 않을까란 기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물론 시민들은 태양절을 맞아 기념행사 연습에 참여하기 위해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소문도 듣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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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절을 맞아 김일성 동상 앞에 헌화하는 북한 주민들 / Reuters

 

평양과 지방 간 온도 차 뚜렷중국에서는 코로나로 행사 개최 불투명

 

태양절 110주년을 앞두고 평양과 지방 간 축하 분위기에도 차이점이 느껴집니다.

 

평양에서는 대규모 열병식을 비롯해 각종 축하 행사 준비로 분주하지만, 지방 도시에서는 농사 준비와 장사 등으로 태양절에 대한 관심이 크게 떨어진 모습입니다.

 

이시마루 지로 일본 ‘아시아프레스오사카 사무소 대표는 (4 6) RFA에 북한의 지방 도시에서도 여러 가지 다양한 태양절 행사를 준비하겠지만, 정작 주민들은 농촌 동원과 먹고사는 문제로 여유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행사는 계속해왔던 것이고, 그것보다는 지금 먹고사는 문제가 가장 큰 관심사이기 때문에 최근의 상황을 물어봐도 (태양절에 관한 것보다는) 물가나 농촌 동원, 배급 등에 관심이 많아서 태양절에 관한 소식은 많이 없습니다. 특별공급에 대해서도 아직 소식이 없습니다.

 

중국 쪽에서는 코로나 상황 탓에 태양절 축하 행사가 차질을 빚을 전망입니다.

 

현재 단둥과 가까운 심양과 대련의 공항이 봉쇄되고 주민들의 생활이 큰 제약을 받는 데다 단둥에서도 사우나, 노래방, 이발소 등의 영업 중단과 함께 사람이 많이 모이는 집회가 금지될 만큼 강력한 코로나 방역 정책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또 단둥의 북한 영사부에서 현지 주재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각종 교양 사업이나 총화가 어려운 상황에서

태양절 행사를 성대하게 치르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김일성 주석이 다닌 학교로 알려진 중국 길림성의 육문중학교에서는 매년 북경의 북한 대사관과 심양의 총영사관이 주관해 성대한 태양절 행사를 개최했는데, 올해도 작년에 이어 코로나 방역 조치에 따라 행사 자체가 열리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왔습니다.

 

육문중학교가 있는 길림시를 비롯해 동북 3성 지역의 모든 공항이 폐쇄됐고, 고속버스와 열차 등 교통수단 운행이 금지된 상황에서 육문중학교의 태양절 행사는 이미 물 건너간 게 아니냐는 분위기입니다.

 

다만 안경수 한국 통일의료연구센터장은 (4 5) RFA에 이번 태양절을 맞아 평양에서 평양종합병원을 비롯한 현대화 건물 공개, 코로나 극복 선언 등으로 김정은 정권의 업적을 선전하며 축하 분위기를 극대화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안경수] 지방 주민은 일상을 살아가는 거고, 평양 시민은 동원을 많이 하니까 더 크게 체감하고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김정은 정권이) 평양에 짓고 있는 건물들과 재개발 등을 과시하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4 15일을 전후해서 평양종합병원같이 굵직한 건물도 소개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또 태양절 무렵에는 코로나가 끝나겠다고 생각하고, 코로나 승리의 대축전을 개최하려 하지 않을까요. 모두 마스크를 벗고 말이죠. 세계적 대유행 속에도 코로나 확진자 한 명도 없이 무사히 지나간 걸 치적으로 내세우고 싶지 않을까요.

 

벤자민 카제프 실버스타인 미국 스팀슨 센터 객원연구원은 (4 5) RFA에 올해 태양절도 평양 중심의 축제가 될 가능성이 큰 가운데 김 총비서로부터 아직도 견뎌내야 할 고난이 많다는 메시지가 계속되기 때문에 비정상적으로 성대하거나 호화롭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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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위성사진업체 ‘플래닛’이 촬영한 북한 평양 미림비행장의 열병식 예행연습 모습 (2월 25일). / Planet 제공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 고강도 도발 가능성 주목 

 

태양절 110주년을 맞아 북한의 고강도 도발 가능성은 더 커졌습니다.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지난 6, 북한이 태양절을 계기로 대륙간탄도미사일이나 핵실험 등 추가 도발을 할 수 있다고 말했고, 실제로 한미 양국은 북한의 무력시위 가능성을 예의 주시하고 있습니다.

 

또 지난 2월과 3, 평양 미림비행장을 촬영한 위성사진에 따르면 각종 군사 장비와 1만 명 이상이 참여하는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가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마키노 요시히로 기자는 이 자리에서 새로운 핵탄두가 공개될 수 있다는 소식도 언급했습니다. 

 

[마키노 요시히로] 평양에서 두 가지 이야기가 들리고 있다고 합니다. 하나는 4 15일에 있을 군사 퍼레이드에서 핵탄두가 공개될 수 있지 않을까입니다. 2017 9월에 핵실험을 했을 때, 사전에 화성-12이나 화성-14등 핵을 운반할 수 있는 미사일 발사 시험도 했습니다. 그리고 노동 신문이 북한이 시험한다고 하는 핵폭탄 사진을 공개한 바 있었습니다. 이번에도 7번째 핵실험을 하기 위한 사전 행동으로서 시험할 것으로 상상할 수 있는 핵탄두를 퍼레이드에서 공개하지 않을까란 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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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020년 10월,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공개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연합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태양절 110주년보다 김정은 총비서의 집권 10주년에 더 주목합니다.

 

태양절의 의미보다 김 총비서 체제의 정통성, 업적 과시 등을 위해 모든 행사와 수단을 이용할 것으로 그는 내다봤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김일성 생일 110주년이기도 하지만, 김정은 총비서의 집권 10년이라는 기념적인 해입니다. 공식적으로 국가와 당의 최고 지위를 가진 건 10년 전 4월이었습니다. 따라서 김일성의 태양절도 중요하지만, 김정은 집권 10주년이라는 것에 더 의미가 크죠. 그래서 북한에서는 여러 가지 다양하게 행사를 준비할 겁니다.

 

하지만 태양절을 앞두고 김정은 정권을 평가하는 일반 주민들의 민심은 좋지 않습니다.

 

코로나 국면을 거치면서 각종 사회적 통제와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대규모 행사까지 강제로 동원되다 보니 불만만 쌓이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RFA아시아프레스를 통해 휴대전화 문자로 접촉한 함경북도 주민은 뭐라도 해서 코로나와 제재를 풀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고 답했습니다

 

또 잇달아 미사일을 발사하는 김정은 정권에 대해 비난하는 사람도 많지만, 미북∙남북 정상회담을 했어도 나아지는 것이 없으니 오히려 싸워서 얻어 내야 하지 않겠냐는 민심도 있다는 게 이 함경북도 주민의 말입니다

 

[이시마루 지로] 일반 주민들은 먹고사는 문제가 제일 중요한데,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고, 코로나도 나아질 기미가 전혀 안 보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많은 사람들 사이에 지금 앞이 안 보인다는 절망감이 많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대책도 제대로 세우지 않는 정부에 대해서는 민심은 많이 악화됐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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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FA 그래픽

 

북한은 김일성 생일 110주년, 김정은 집권 10주년을 맞아 이를 김정은 정권의 체제 강화에 중요한 계기로 삼으려는 의도가 확실해 보입니다.

 

하지만 코로나와 대북제재, 북중 국경 봉쇄 등에 따른 경기 침체로 거센 민심에 직면한 김 총비서가 고강도 도발까지 선택함으로써 국제사회에 완전히 등을 돌린다면 이번 태양절이 자신의 정치적 돌파구가 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기자 노정민,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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