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북핵 비관론 ‘팽배’… 미북 대화 올해도 ‘난망’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23.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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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 북핵 비관론 ‘팽배’… 미북 대화 올해도 ‘난망’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총비서
/ 그래픽 – 김태이

앵커: 미국과 북한 간 강 대 강 기조 속에 올해 양국 사이에 대화가 재개될지 관심거리입니다. 미국은 북한의 계속된 도발에도 전제조건 없는 대화를 모색한다는 입장이지만, 비핵화에 대한 낮은 기대치로 현상 유지를 꾀하는 분위기입니다. 여기다 올해 유난히 많은 북한의 주요 정치 일정으로 미북 대화의 틈새를 찾기는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일단 만나서 이야기하자는 미국과 미리 조건을 제시하라는 북한 사이에서 올해 미북 대화의 재개 가능성은 얼마나 될지 노정민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 ‘대화 재개에 전제조건 없다했지만갈수록 멀어지는 미북       

 

미 국무부는 최근(113) RFA전제조건 없이 북한과 대화를 모색하고 있다는 미국 정부의 입장은 명백하다고 강조했습니다. (The United States has been very clear. We seek dialogue with Pyongyang without preconditions.)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대화 재개를 위한 여건과 환경이 좋지 않은 가운데 올해도 미국은 미북 대화를 추진할 것이냐RFA의 질의에 북한이 전례 없이 많은 수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상황에서도 우리는 외교적 노력에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We continue to remain committed to diplomacy, even as the DPRK launches an unprecedented number of ballistic missiles.) 

 

지난해 도발의 수위를 높였던 북한도 미국에 꾸준히 대화 의사를 밝혀왔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강경파인 리선권 대신 최선희를 북한 외무상에 임명한 것을 비롯해 지난해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 당시 도발을 자제하고, 그가 미국 영공으로 돌아간 직후 미사일을 쏜 것, 또 미국의 중간선거 기간에도 강경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 등이 유화적 신호였다는 겁니다.  

 

북한이 전례 없이 많은 수의 미사일을 시험발사하고, 핵 무력의 법제화와 동시에 핵 프로그램을 확장한 것도 미국이 먼저 움직이길 바라는 전략적 메시지였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지난달 미국 워싱턴에서 정부 관리와 전문가들을 만났던 안드레이 란코프 한국 국민대학교 교수는 (118) RFA올해 유엔 주재 북한 대표부와 미 정부 관리의 만남, 또는 제3국에서 비슷한 성격의 접촉이 있을 수 있다고 관측했습니다.  

 

이정철 한국 서울대학교 교수도 최근 (110)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올해 적어도 한 차례 미북 간 대화가 이뤄질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이정철] 북한이 9월 핵실험을 염두에 두고, 8월 군사훈련을 가지고 북한이 협상을 밀어붙이면 4월 군사정찰위성 발사 이후 한 5~6월경에 협상의 계기가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공은 미국에 넘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바이든 행정부도 오바마 전 대통령이 아무것도 한 게 없다고 자기비판을 했기 때문에 전혀 협상을 안 할 수만은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올해 미북 대화의 성사 가능성을 기대하는 분위기는 많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양측이 내세우는 전제 조건에서 큰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미 해군분석센터의 켄 고스 적성국분석국장은 (116) RFA에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동결하는 대신 미국이 제재 완화와 안보 보장을 제시하는 것만이 미북 대화가 이뤄질 수 있는 유일한 조합이지만, 지금의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켄 고스] 미국이 대화 재개에 전제조건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일단 협상 테이블에 와서 이야기하고 의견을 나눠보자는 것이죠. 그런데 북한은 미국이 비핵화에 대한 진전을 보여야 한다고 말할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모종의 보상, 즉 제재 완화 등을 해주겠다고 하겠죠. 북한은 더는 그런 논의를 원치 않습니다. 북한에는 대북 제재 완화라는 큰 전제조건이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그렇게 할 의향이 없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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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2월 28일,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당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최 부상은 “미국이 영변 핵시설을 영구 폐기하는 대가로 민생용 대북 제재 해제 제안을 받지 않은 것은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친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 연합뉴스

 

란코프 교수도 북한의 비핵화를 원하는 미국과 핵보유국으로서 인정받고 싶은 북한이 만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워싱턴의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안드레이 란코프] 북한이 미국에서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대북 제재를 많이 완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유엔 제재와 국제사회의 제재도 완화할 필요가 있는데, 미국은 제재 완화를 위한 전제조건이 있습니다. 그것은 북한이 비핵화로 가는 조치를 꼭 해야 한다는 겁니다.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이것은 말도 안 되는 거예요. 북한은 핵을 포기할 생각이 없습니다.

 

조셉 디트라니 전 미 국무부 대북 담당 특사도 최근 (113) RFA미국은 북한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핵 프로그램에 대한 동결을 전제로 미국의 대북 제재 완화가 약속되지 않는다면, 북한은 대화나 협상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디트라니 특사는 내다봤습니다.

 

올해 북한에서 주요 정치 행사가 많은 점도 대화의 기회를 찾는 데 어려움이 될 전망입니다.

 

이미 북한이 오는 4월까지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하겠다고 공언한 가운데 28일은 인민군창건 75주년’, 727일은 정전협정체결 70주년’, 99일은 정권 수립 75주년등 이른바 꺾어지는 해의 정치 일정이 예정돼 있습니다.

 

북한이 이 기념일을 계기로 열병식 개최와 전략적 무기 공개 등으로 미국과 한국을 향한 위협 수위를 높일 가능성도 커 보입니다. 이런 가운데 오는 3월과 8월에 있을 한미 연합군사훈련도 미북 대화 재개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기도 합니다.

 

그나마 5~6월경에 대화의 기회를 엿볼 수 있다고 주장한 이정철 교수도 북한이 계속 강경책을 쓰고 있고 미국도 한미관계를 조율할 필요가 있는 데다 북한이 쌍중단, 즉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의 동시 중단을 요구하기 때문에 대화 재개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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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월, 북한 노동당 제8차 대회 기념 열병식에서 행진하는 북한 군인들 / Reuters

 

, ‘현상 유지도 상관없다는 분위기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지난 2년 동안 미국과 북한이 단 한 차례도 마주하지 않은 가운데, 란코프 교수는 워싱턴이 북핵 문제에 있어 현상 유지도 문제없다는 분위기라고 전했습니다.

 

[안드레이 란코프] 바이든 행정부의 입장에서 보면 현상 유지는 그리 큰 문제가 아닙니다. 현재 미국은 수많은 위기를 관리할 능력이 없습니다. 미국은 중국, 세계 경제, 우크라이나 문제 등에 집중할 필요가 있는데 반면, 북한은 그렇게 큰 문제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 란코프 교수는 과거 미 국무부의 외교관들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올바른 조건이면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지금은 기대와 희망이 거의 사라진 상태라고도 지적했습니다

 

비핵화에 관해 북한으로부터 중대한 양보를 얻어낼 수 없는 현실에서 시간과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없다는 분위기가 워싱턴에 팽배해 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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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2년 12월 21일, 미국 워싱턴을 방문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환영하고 있다. / AP

 

켄 고스 국장도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 안보 정책에서 실패 가능성이 높은 북핵 문제를 다루기보다 현상 유지를 선택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진단했습니다. 미국 유권자들과 의회에서도 북한 문제는 진전을 기대할 수 없는 골칫거리가 됐다는 겁니다.  

 

[켄 고스] 미국이 대외 안보 분야에서 다뤄야 할 정책에서 북한은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북한 문제에서 승리할 수 있는 상황은 없고, 패배하는 상황만 있을 뿐이죠. 그래서 바이든 행정부는 기본적으로 현상 유지를 선호할 겁니다

 

나아가 북한이 7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등 추가 도발에 나서도 미국의 반응은 변화가 없을 것이란 관측도 있습니다

 

[안드레이 란코프] 제가 만난 미국 전문가들과 외교관들에 따르면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하거나 핵실험을 했을 경우에도 미국은 그렇게 심한 압박을 느끼지 못할 겁니다. 오히려 북한이 이같은 행위를 한다면 미국에서 강경파의 힘이 세지고, 미국은 더 강력한 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럴 경우 북한이 자신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 과거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사건과 같은 새로운 무력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우려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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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1월 23일, 북한의 포격으로 부서진 연평도의 민가 모습 / RFA photo

 

북한은 지난해 핵 무력을 법제화하면서 비핵화로 가는 문을 완전히 닫아놓았습니다. 따라서 미국과 북한의 내세우는 전제조건은 끊임없이 평행선을 달릴 전망입니다.

 

이런 가운데 디트라니 전 특사는 북한이 ‘비핵화는 더는 불가능하다라고 분명히 밝힌 만큼 제재 완화를 위한 핵 프로그램의 동결을 선행한 뒤 미국과 정상적인 외교관계를 최종 목표로 회담을 진행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또 그는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점점 고도화하는 가운데 더는 인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며 북한이 협상에 복귀하도록 미국이 구체적 이행방안, 즉 로드맵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하기도 했습니다.

 

고스 국장도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 하나만을 놓고 볼 것이 아니라 대중 전략의 넓은 범위에서 대북정책을 미국 국민들에게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합니다.

 

좀처럼 좁히기 어려운 두 나라의 견해차 만큼이나 미북 대화 재개 가능성도 작아진 가운데,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상황은 올해도 계속될 전망입니다.   

 

기자 노정민,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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