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 화물열차 운행 중단에 트럭 이동량 급증

워싱턴 – 노정민, 서혜준, 서울 – 김지은 nohj@rfa.org
2024.09.04
북중 화물열차 운행 중단에 트럭 이동량 급증 미국의 상업위성인 ‘플래닛랩스’가 8월 31일에 촬영한 중국 단둥과 북한 신의주 사이 압록강 철교의 모습.
/Planet Labs

앵커: 매일 중국 단둥과 북한 신의주를 오가던 화물열차가 지난 수해 이후 운행을 중단한 가운데 트럭의 이동량이 많아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불과 두 시간 동안 60~70대의 화물트럭이 넘어갈 정도인데요. 최근 의주비행장 검역시설의 철거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관측입니다.

 

특히 의주비행장에서 이뤄지던 검역과 세관 절차도 평양에서 하는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화물열차의 운행이 언제 재개될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노정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두 시간 동안 화물트럭 60~70대 북한으로 넘어가

 

북중 국경 상황에 밝은 대북소식통(신변 안전을 위해 익명 요청)은 지난 3일 자유아시아방송(RFA), 중국 단둥과 북한 신의주를 오가던 화물열차 운행이 중단된 가운데 화물트럭의 이동량이 급증했다고 전했습니다.

 

이 대북소식통은 단둥의 대북 무역업자를 인용해 지난 7월 말 발생한 수해로 북중 간 화물열차 운행이 중단된 이후 지금까지 재개되지 않고 있다며, 대신 단둥에서 신의주로 들어가는 화물트럭은 많이 늘었다고 말했습니다.   

 

[대북소식통] 수해 이후 기차나 트럭 모두 중단됐다가 지금 화물트럭이 엄청나게 많이 들어간대요. 그럼에도 (화물)열차는 아직도 안 다니고 있다는 겁니다.

 

지난 8월 말 중국 단둥을 방문한 박종철 한국 경상국립대학교 교수도 지난 1RFA단둥과 신의주를 오가는 화물트럭을 볼 수 있었는데, 자신이 관찰한 두 시간 동안 60~70대의 트럭이 북한으로 넘어갔다고 말했습니다.

 

[박종철] 제가 방문한 당일의 경우에는 단둥에서 신의주로 트럭이 이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늦은 오후에는 신의주에서 단둥으로 자동차와 트럭, 특히 냉동차가 이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 사이에 약 60대가 넘는 트럭이 이동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코로나 대유행 이전만큼의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여전히 중국에서 북한으로만 화물이 들어가는 실정입니다.

 

또 박 교수에 따르면 이번 수해로 여러 지역의 철도가 파괴돼 기차를 이용한 물류에 상당한 차질이 예상됩니다. 

 

[박종철] 피해를 입지 않은 신의주, 만포, 혜산 지역에서는 내부에 차량 이동이 상당히 증가했더라고요. 육안 관찰이라는 게 제한적이지만, 2023년에 기차 이동량이 증가한 것을 볼 수 있었는데, 올해는 곳곳의 철도가 파괴돼서 기차들이 기차역 주변에 정차한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피해 복구에 시간이 걸리면서 기차 물류는 상당한 차질이 예상됩니다.

 

또 다른 단둥의 소식통도 4북중 간 화물열차 운행이 일시 중단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습니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에서 북한으로 들어가는 화물트럭에는 수해복구 물품과 장비를 비롯해 피복가공에 필요한 원단 등 임가공 재료가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특히 빨리 굳는 시멘트를 수입해 살림집 건설 속도를 높이고, 당이 정한 기일 안에(99일 건국절, 1010일 노동당 창건일) 수해 복구를 마치는 것이 목표라는 게 이 소식통의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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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신의주와 중국 단둥을 잇는 압록강 철교 위로 트럭들이 달리고 있다. / 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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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주비행장 방역시설 철거평양 서포 국제화물역이 담당

 

이처럼 북중 간 화물열차 운행이 중단된 가운데 의주비행장의 세관∙방역시설을 철거한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미국의 상업위성인 ‘플래닛랩스’(Planet Labs)에 따르면 수해 이전인 7월까지도 의주비행장의 활주로에는 중국에서 넘어온 화물과 검역 시설 등이 식별됐는데, 8월 초부터 화물의 모습이 보이지 않더니, 818일에는 본격적인 철거가 시작됐습니다.

 

의주비행장은 중국에서 화물열차로 들여온 물건을 내려놓고, 검역과 세관 절차를 진행하던 곳인데 이번 홍수 피해로 철거가 불가피했을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의주비행장 - 왼쪽 (8월 15일).png
의주비행장 - 오른쪽 (9월 2일).png
플래닛랩스가 촬영한 평안북도 의주비행장의 모습. 지난 8월 15일(왼쪽)에서 식별된 파란색과 빨간색 지붕의 검역소는 9월 2일(오른쪽)에 모두 철거돼 사라졌다. / Planet Labs
플래닛랩스가 촬영한 평안북도 의주비행장의 모습. 지난 8월 15일(왼쪽)에서 식별된 파란색과 빨간색 지붕의 검역소는 9월 2일(오른쪽)에 모두 철거돼 사라졌다. / Planet Labs

 

[박종철] 코로나 이후 2023년에 제가 북중 국경을 갔을 때 의주군 주변과 의주비행장 주변에 공장 또는 창고로 보이는 신축 건물이 많이 보였는데요. 파란색 지붕이었는데, 이번에는 많이 볼 수 없었습니다. 아마도 이번에 홍수에 휩쓸려간 것이 아닌가 보여집니다. 또 제가 비행기를 타고 상공에서 봤을 때는 의주군과 의주비행장 일대가 신의주와 확연히 구별돼서 침수 흔적이 상당히 심각해 보였습니다.

 

또 단둥과 훈춘의 대북소식통에 따르면 의주비행장에서 이뤄지던 세관∙검역을 평양 서포의 국제화물역에서 하는 것으로 전해졌는데, 그동안 의주비행장에서 세관∙검역을 마친 물건을 관련 회사나 기관에서 찾아가면, 정작 평양은 아무런 실익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또 이미 단둥에서는 지난 7월부터 의주비행장에서 하던 세관∙검역을 평양으로 옮길 것이란 소문이 파다했는데, 그 배경에는 통제된 물건이나 단속품 등을 걸러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벌금과 이익을 중앙 정부가 차지하겠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이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이 밖에도 중국에 파견됐다 철수한 북한 노동자들의 화물도 의주비행장이 아닌 평양에서 검역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따라서 의주비행장 검역 시설의 철거가 단둥과 신의주 간 화물열차 운행 중단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대북 소식통] 현재 화물열차가 안 다니는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의주비행장이 (검역시설이) 싹 다 없어졌다는 건 이제 더는 이곳을 물류창고로 안 하겠다는 의도로 봐야 하는 거죠. 이와 동시에 앞으로, 화물열차로 물건을 나르는 걸 안 할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열차로 나른 물건을 의주비행장에 갖다 놓았던 건데, 지금 다 철거되는 걸 보면 이제 의주비행장으로 가는 건 더는 안 하고, 옛날 시스템으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냐, 이렇게 추정해 볼 수 있다는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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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월 16일, 북한 화물열차가 압록강 철교를 넘어 중국 단둥으로 들어가고 있다. / RFA photo

 

북중 간 화물열차는 코로나 대유행으로 북한이 국경을 봉쇄하면서 20208월경 운행을 중단했다가 2022116일에 재개한 바 있습니다.

 

이후 다시 코로나비루스의 확산으로 단둥이 도시를 전면 봉쇄하면서 2022429일 운행을 멈췄다가 150일 만인 926일 재개돼 올해 수해 직전까지 단둥과 신의주 사이를 오갔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에디터 박봉현 웹편집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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