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호실 리정호의 눈] “싸울 동기 없는 북 파병군, 사기 낮아”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24.10.23
[39호실 리정호의 눈] “싸울 동기 없는 북 파병군, 사기 낮아”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병사들이 보급품을 전달받고 있다.
/ SPRAVDI

안녕하십니까. 저는 북한 노동당 39호실 대흥총국 고위 관리 출신 리정호입니다

[북한 전직 고위 관리의 경험을 바탕으로 김정은 정권과 핵심 권력층의 비밀을 파헤치고, 오늘날 북한 정책의 허와 실을 짚어보며 정치, 경제, 사회를 분석해 보는 ‘39호실 리정호의 눈’, 리정호 코리아번영개발센터(KPDC) 대표와 함께 합니다.] 

 

저는 북한군 파병이 러시아군 전력에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가 중요한 요인으로 주목하는 것은 북한군의 사기 문제입니다.”

 

미국 정부도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공식 인정한 가운데 리정호 대표는 북한군이 독립적인 전선을 맡아 임무를 수행한다면, 언어 장벽의 불편함 없이 전투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하지만 북한군에게 무엇을 위해 싸우는가에 관한 동기 부여가 없기 때문에 심리전에 취약할 것이란 지적도 함께 내놨습니다.

 

경의선과 동해선 남북 연결도로와 철로를 폭파해 물리적으로 차단한 행동은 나날이 강대국으로 발전하는 남한을 두려워하는 데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죠.”

 

또 김정은 정권이 최근 남북 연결도로와 철로를 폭파하고, 헌법 개정을 통해 한국을 으로 명시한 것은 대한민국의 경제력과 군사력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란 분석도 있는데요. 김정은 총비서 스스로 체제에 대한 불안과 한국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면서 북한이 더욱 고립의 길을 가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파병 소식 북 내부에 알려지면 사회적 동요 불가피

 

[기자] 리정호 대표님, 안녕하십니까. 우선 북한군 파병 소식부터 짚어보고 싶은데요. 한국 국가정보원의 발표에 이어 북한군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파병된 정황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북한군이 파병됐다 해도 전력에 큰 도움이 안 될 거란 지적도 나옵니다. 러시아와 합동 군사훈련을 한 적도 없고, 말이 안 통하기 때문에 전술을 펼 수 없다는 건데요. 대표님은 어떻게 분석하십니까?  

 

[리정호] 물론 북한군과 러시아군이 합동 군사훈련을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전술적 협력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죠. 따라서 북한군과 러시아군이 연합작전을 수행할 때 전투 상황에서 언어적 불통은 명령 전달과 전술 실행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북한군 파병이 러시아군 전력에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북한군의 폭풍 군단이 파병됐다고 하는데, 이들이 겉으로 볼 때는 체격이 작아 보이지만, 악조건에서 강도 높은 육체적 훈련과 전투 훈련을 받은 병력으로 구성됩니다. 또 이 부대는 대규모 전투보다는 기습과 교란, 후방 침투 등의 특수 임무에 최적화된 부대입니다. 게다가 북한군의 무기체계는 러시아와 비슷하기 때문에 큰 어려움이 없이 전투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겁니다. 따라서 만약 러시아군이 북한군에 한 개 전선을 전적으로 맡긴다면, 이들이 특정 지역에서 공격과 방어 작전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북한군이 독립적인 전선을 담당하게 되면 언어 장벽은 덜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죠.

 

하지만 제가 중요한 요인으로 주목하는 것은 북한군의 사기 문제입니다. 우크라이나를 침략하는 전쟁에서 어떻게 북한군의 사기를 진작시킬 수 있을지 우려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북한군 병사들에게 내가 무엇을 위해 싸우는가에 대한 동기부여가 적다는 거죠. 만약 심리전을 펼치면 오히려 북한군의 사기가 저하되고 투항할 가능성도 큽니다.

 

[기자] 북한군이 따로 전선에서 특수 임무를 맞거나 독립 전술을 펼칠 경우 전력에 충분한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는 판단이시군요. 아직 북한 당국에서는 공식적으로 북한군 파병을 부인하고 있고요. 북한 내부에서도 파병 소식을 잘 모를 정도로 극비리에 진행된 것 같습니다. 북한 내부에서는 파병 사실을 일절 외부에 알리지 않고 있는데,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된 것이 알려질 경우 북한 사회에 동요가 있을까요?

 

[리정호] 북한 당국이 북한군 파병을 공식 부인하는 이유는 국제적 비난과 제재를 회피하고 정권의 이미지보호,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 비밀을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김정은 정권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위한 군사적 개입 정보를 철저히 통제합니다. 만약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된 사실이 북한 내부에 알려진다면, 상당한사회적동요와 불안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죠.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하는 것은 자국의 방위와 남한 해방을 위해 집중해 왔던 기존의 군사 정책과는 매우 다른 방향이기 때문에, 많은 혼란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북한군 병사들을 다른 나라 전장에 내보내 죽임을 당하게 한다는 것은 아무런 정당성이 없습니다.

 

만약 파병 소식이 북한 내부에 퍼진다면, 북한 간부들과 군부, 주민들 사이에서는 “왜 우크라이나 전쟁에 병력을 투입하는가”에 대한 의문과 불만이 커질 수 있습니다. 특히 참전 군인 가족들은 아무런 보수도 없이 파병된 병사들의 생존과 안전을 걱정할 것이고, 이는 사회적 긴장감을 높일 수 있죠. 또 북한은 항상 미국과 한국의 위협으로부터 자신들을 방어하는 군대를 강조해 왔기 때문에, 해외 파병은 그들의 역할에 대한 기존 인식도 깨뜨릴 수 있습니다.

 

남한과 물리적 단절은 김 총비서의 두려움 방증

 

[기자] 이뿐만 아니라 최근 남북 관계가 매우 악화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지난 15일 경의선과 동해선 남북 연결도로와 철로를 폭파했고요. 대한민국을 적대국으로 규정한 내용을 담은 헌법도 개정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김정은 정권이 왜 이렇게까지 한다고 보십니까?

 

[리정호] 그 이유는 여러 복합적인 요인에서 비롯됩니다. 김정은이 남한을 ‘적’으로 규정하고, 경의선과 동해선 남북 연결도로와 철로를 폭파해 물리적으로 차단한 행동은 나날이 강대국으로 발전하는 남한을 두려워하는 데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죠. 그는 남한의 경제적 성공과 군사적 위력, 그리고 자유롭고 행복한 모습이 북한 주민에게 알려질 경우, 이들이 남한 체제를 동경할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이는 억압적인 김씨 정권의 생존에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 있죠. 또한 김정은이 남한과 물리적 단절을 시도하는 것은 한국군의 공격을 받을 것이라는 피해 의식과 안보 불안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그가 남북한 교통로를 차단하는 조치는 두려움의 상징적 행동이며, 더 큰 장벽과 장애물을 설치하는 비겁한 전략적 방어 조치라고 볼 수 있습니다. 김정은은 체제 유지를 위해 보다 폐쇄적인 정책을 강화하면서, 헌법 개정을 통해 대한민국을 적대국으로 명시하고, ‘통일이라는 단어마저 삭제하는 반민족적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김정은이 보다 폐쇄적인 정책을 시행하고 남한과의 물리적 연결을 차단한 조치는, 시간이 갈수록 강해지는 대한민국의 군사력과 경제력을 두려워한 나머지 내린 전략적인 정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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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개성공단으로 향하는 경의선 도로 위에 설치된 방벽과 지난 15일 폭파된 남북 연결도로 모습. / Planet Labs, Analyzed by R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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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있어요] 북한에서 대북전단 본 적 있나요?

 

[기자] 특히 한국 무인기가 지난 3일과 9일, 10일 세 차례에 걸쳐 평양 상공에 침투해 대북 전단을 살포했다고 주장하면서 이례적으로 대북 전단까지 공개했습니다. 이후 남북 연결도로와 철로까지 폭파한 건데요. 두 사건이 연관성이 있을까요?

 

[리정호] 무인기가 김정은의 집무실청사와 노동당 중앙위원회 청사구역에 떨어졌다는 것은 북한 지도부에 상징적 위협이 됨과 동시에 취약성을 명백히 드러낸 사건입니다. 그 구역은 지도자의 절대적 권력이 자리 잡은 곳으로, 북한군이 가장 철저하게 방어하고 있는 지역입니다. 그런데 무인기가 이러한 핵심 지역에 떨어졌다는 것은 김정은 지도부에 대한 직접적인 침투이자, 보안체제의 허점을 드러낸 것입니다. 이는 외부에서 김정은을 얼마든지 위협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겁니다.

 

북한은 항상 ‘김정은을 목숨으로 사수하자’는 전투적 구호를 유지해 왔지만, 이번 사건으로 그 보호 체제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이 사실로 드러났죠. 또 무인기가 최고 지도부의 심장부까지 침투했다는 것은 남한과 미국 등에도 강력한 메시지를 주고 있습니다. 바로 북한이 절대적인 방어 능력을 자랑하는 평양 심장부조차 외부의 군사적 공격이나 침투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다는 거죠. 한마디로 김정은 보위의 취약성을 국제 사회에 노출한 셈입니다. 북한 정권이 이에 대해 극단적인 대응을 보이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이미지 실추를 만회하기 위한 가능성이 크고요. 남북 연결도로와 철로를 폭파하는 등의 강경 조치도, 한국군이 쳐들어올까 봐 인위적인 장애물을 조성하는 김정은의 두려움과 비겁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대북 전단 본 보위부장 충격적이라 말해김정은 정권에는 종이 폭탄

 

[기자] 노동당 중앙위원회 청사 구역에 떨어뜨린 대북 전단의 내용이 김정은에 대한 비방을 담고 있고, 만약 노동당 간부들과 경호부대 경호원들이 그 내용을 봤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대북 전단을 봤다고 해서 한순간에 생각이 바뀔 수 있을까요?

 

[리정호] 그들이 신적인 존재로 여기는 김정은의 부패와 체제의 잘못을 비방하는 전단 내용을 보게 된다면 그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와 의구심이 마음속에 깊이 새겨질 수 있습니다. 북한에서 지도자에 대한 비방은 반역에 해당하는 심각한 범죄로 간주하고, 극단적인 처벌을 합니다. 그런데 노동당 간부나 경호원들이 김정은을 비방하는 전단 내용을 보게 되면, 그들이 평소에 접해보지 못한 정보에 노출됨으로써, 지도자에 대한 충성심에 균열이 생길 수 있습니다. 특히 김정은이 완벽하지 않거나 부패한 지도자로 묘사된 내용이라면, 그들의 마음속에 의구심이 자리 잡을 수 있죠. 그러면 그 순간의 충격으로 끝나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 비방의 내용이 끊임없이 머릿속에 떠오를 수 있습니다. 이는 결국, 사상적인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요. 이렇게 김정은 주변에서 사상적 변질이 서서히 확산하면, 그를 제거하려는 세력이 형성될 수도 있습니다. 이는 북한 체제 변화에 결정적인 기여를 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아직 충성심이 높은 노동당 중앙위원회 간부들과 경호원들의 생각은 순수하기 때문에 자기 지도자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머릿속에 각인되면 금세 검은색으로 물들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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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9월 13일 김정은 북한 총비서가 조선인민군 특수작전 무력 훈련기지를 현지 시찰하고 전투원들의 훈련을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실탄 훈련 중인 병사들 뒤에서 완전무장을 한 경호원들이 김 총비서를 호위하는 모습이 보인다. / 조선중앙통신

 

[기자] 대표님께서도 북한에서 대북 전단을 직접 보신 적이 있습니까. 혹시 아직도 그 내용을 기억하시나요?

 

[리정호] 제가 직접 본 적은 없습니다. 그런데 2011, 평양시 강동군에 갔다가 그 지역의 야산에 대북 전단이 떨어져 밤새 그것을 수거하러 다녔다는 어느 기관 보위부장의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 그는 저에게 그 전단을 수거하려고 보위부와 안전부, 당 일꾼들이 동원됐는데, 그 전단에는 우리 장군님을 비방하는 내용들이 많았다라고 했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말하지 않았지만 매우 충격적이라고 했거든요. 이는 북한에 대북 전단이 떨어졌을 때 가장 핵심 계층이 먼저 보게 되고, 그들의 사상적 변질이 먼저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기자] 그래서 최근 북한에서는 “대북 전단을 보는 순간 만지지도 말고, 곧바로 사법 당국에 신고하라”, “대북 전단 내용을 일절 발설하지 말라” 지시와 함께 각서까지 받는다고 합니다. 그만큼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는데요. 이 때문에 북한이 더욱 고립의 길로 가고 있다고 볼 수 있나요?

 

[리정호] 김정은 정권이 대북 전단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이를 사법 당국에 신고하라고 하고 각서까지 받는 것은 전단이 북한 체제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는 전단의 내용이 체제 안정에 큰 파장을 미치고, 북한 정권을 더욱 고립시키게 됩니다. 그 전단은 북한 주민이 평소 접하지 못하는 외부 정보와 김정은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기 때문에, 거짓과 허위로 가득한 김씨 정권을 무너뜨리는 핵폭탄급 수단입니다. , 대북 전단은 종이 폭탄이라고 말할 수 있죠. 김정은 정권이 “전단을 만지지도 말고, 즉각 신고하라”고 한 지시는 전단이 확산하면 체제 내에 사상적 균열과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입니다.

 

대북 전단은 주민들이 외부 세계와 자신의 현실을 비교하게 만들고, 억압 체제에 대한 불만을 키울 수 있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북한은 외부와의 단절을 더욱 강화하면서 정보 유입을 철저히 차단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단기적으로는 체제 유지를 돕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주민들의 불만을 억누르기 어렵고, 북한을 더 고립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결국, 김씨 정권에 더 큰 위협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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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인권단체들이 한국 경기도 파주에서 대북 전단을 준비하는 모습. / AP

 

[기자] 네, 지금까지 북한 노동당 39호실 고위 관리 출신인 리정호 코리아번영개발센터 대표와 함께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과 대북 전단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김정은 정권의 속내를 짚어봤습니다. 리정호 대표님,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편집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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