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북 여군들의 힘겨운 여름나기] ① 일상이 된 땡볕 ‘맨몸’ 공사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21.08.09
[특집: 북 여군들의 힘겨운 여름나기]  ①  일상이 된 땡볕 ‘맨몸’ 공사 7월 16일에 촬영한 북한 여군의 건설 작업 현장의 모습.
/은하별 TV 캡쳐

앵커: 최근 인터넷 동영상 공유 웹사이트인 ‘유튜브’에는 북한 여군들이 건설 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모습이 소개됐습니다. 등에 바위나 흙더미를 짊어지거나, 사람 키보다 높은 돌기둥을 어깨에 메고 운반하는 등 여성들이 감당하기에는 힘겨운 작업들이었습니다.

이 밖에도 강물을 떠다 쓰고, 위생용품을 빨아 쓰며, 야외에서 옥수수밥을 짓는 모습 등은 북한 여군의 열악한 복무 환경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데요. 오히려 상황은 이전보다 더 나빠 보인다는 것이 여군 출신 탈북민들의 설명입니다.

 노정민 기자가 영상 속 북한 여군들의 생활을 살펴봤습니다.  

 ‘등에 짊어진 바위’, ‘어깨에 멘 돌기둥’ 

30도가 훌쩍 넘는 무더운 낮에 공사장에서 삽집을 하는 북한 여군들. 가냘픈 몸으로 땅을 파내는 모습이 힘겨워 보입니다. 한 조를 이룬 북한 여군 두 명은 퍼낸 흙을 들것에 실어 계속 옮겨 나릅니다. 

다른 공사 현장에서는 5명의 여군이 돌기둥을 어깨에 힘껏 들어 올립니다.  앞에 앉아 있는 남성 군인들은 바라보기만 할 뿐, 여군들이 돌기둥을 메고 한참을 걸어가 멀리 떨어진 곳까지 날랐습니다. 

등에 바위와 흙더미를 지고 나르는 여군들도 많았는데, 배낭을 메고 허리를 숙이면, 동료 병사가 바위를 들어 실어줍니다. 어떤 바위는 둘이 들어야 할 정도로 크고 무거운데, 끈으로 겨우 고정한 바위를 지고 걸어가는 어깨는 축 쳐져있습니다.

더운 날씨에 하기 싫은 탓인지 대충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가만히 서 있거나 잡담을 하며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작업에 지친 나머지 돌에 기대어 잠든 모습은 안쓰럽기까지 합니다.

이는 모두 지난 7월부터 8월까지 북∙중 국경 지역에서 촬영된 북한 여군들의 작업 현장 모습으로 동영상을 공유하는 인터넷 웹사이트 유튜브에 소개된 영상들입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해당 영상의 진위를 독자적으로 확인할 수는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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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키보다 훨씬 큰 돌기둥을 어깨에 메고 나르는 북한 여군들. 앞에 앉아 있는 남자 군인들은 쳐다보고만 있다. / 사진 캡처 – 은하별 TV



여군 출신 탈북민들에 따르면 상반기 훈련을 마친 북한 군인들은 5월부터 여름 내내 농사나 건설 현장에 투입됩니다.

북한 수도방위사령부에서 중사로 전역한 탈북민 손나정 씨(손나정TV)는 (8월 4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영상 속 여군들이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손나정 씨] 대한민국은 장비가 좋아서 빠르게 건설하지 않습니까. 북한은 사람이 다 날라야 하거든요. (영상을 보니) 돌도 어깨에 메고 다 나르는데, 저도 다 해봤던 거라 실감이 나더라고요. 돌은 끈으로 해서 메는 것이 더 빠르고, 들것으로 돌을 나르는 것도 많이 해봤습니다. 군에 입대하면 남녀가 없습니다. 군인만 존재할 뿐이죠. 무조건 남자든, 여자든 해야 하는 일인데요. 여자들이라도 해야죠.

평양 장교 출신으로 10년간 군 복무를 했던 탈북민 김단금 씨(비단금TV)도 (8월 5일) 자유아시아방송에 김일성, 김정일 시대를 거쳐 김정은 시대에도 직접 몸으로 대부분 공사를 감당해야 했던 북한 군인들의 작업 환경이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에 가장 놀랐다고 말했습니다.

[김단금 씨] 영상을 보면서 ‘과거보다 더 심각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고요. ‘군기가 많이 빠졌구나’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전보다 많이 해이해지고, 군인이라는 느낌이 하나도 들지 않을 만큼... 군복을 입었기에 군인이라고 하지, 일반 노동자들보다 더 열악한 모습을 보면서 남북 군인들 간 차이가 있는 것이 참 마음이 아팠습니다.


복무 환경, 위생용품 보급은 더 열악    

북한 여군들의 생활 모습은 여전히 열악해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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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시간에 개인 정비와 식사 준비를 하는 북한 여군들. 보급품 부족으로 개인 위생용품을 직접 세탁해 재사용하고 있다. / 사진 캡처 – 은하별 TV

  

한편 지난 7월 20일 오전에 촬영된 영상을 보면 땅을 파고 만든 우물 옆에서 북한 여군이 세면과 세탁 등을 하는데, 직접 생리대를 빨기도 합니다.

한국에서는 흔한 일회용 생리대는 생각할 수도 없고, 위생용품 외에 군복, 군화 등 기본적인 보급품의 사정도 마찬가집니다.

[김단금 씨] 특히 여군들은 생리대 자체가 공급이 안 됩니다. 가제 천 같은 것으로 생리대를 사용하게끔 군에서 일 년에 1미터씩 내줍니다. 그럼 이것으로 규격에 맞게 잘라서 사용하는데, 한 번 사용하고 빤 뒤 햇볕에 말려서 사용하거든요. 지금도 그렇다고 합니다. 오히려 그때보다 더 열악한 환경이더라고요.

맨바닥에 솥을 걸고, 물을 길어와 식사 준비를 하는 모습도 여전합니다.

[손나정 씨] 식사는 다 나옵니다. 무조건 세 끼를 줘야 하는데, 그 식사의 질이 문제지요. 북한군 중에 쌀밥 먹는 부대는 드물거든요. 특수부대나 공군 등은 잘 사니까 쌀밥을 먹겠지만, 우리 부대도 쌀밥을 먹지 못했어요. (부대가 어려우면) 양이많이 줄어든다고 보면 되겠죠.

여군 출신 탈북민들에 따르면 부대의 경제 사정에 따라 군인들의 복무 환경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부대 자체적으로 농사를 얼마나 짓느냐, 부수입을 얼마나 벌어들이느냐가 중요한데, 부대가 뒤를 봐주는 공장이 잘 돌아가면 부대원들도 잘 먹고 잘삽니다.

반면, 그렇지 못한 부대는 국가가 주는 배급만으로 충분치 않아 군인들이 배를 곯기 일쑤라는 게 탈북민들의 설명입니다.



10대~20대 여군들, 5년 이상 의무 복무 

북한에서는 2019년부터 여성들의 군 의무복무가 시행되면서 고급중학교를 졸업한 여성들의 입대 비중이 커졌습니다.

복무기간은 5년이지만, 부대 사정에 따라 늘어나기도 하는데 젊은 여성들에게 의무 복무는 고역 그 자체입니다.

[김단금 씨] 군대에서는 기본적인 화장품도 못 바르게 하거든요. 겨울에는 손과 얼굴이 다 트고, 갈라지고, 건조해서 얼어 터지고, 진물도  나거든요. 그런 가운데에서도 참고 견디는 군인들이 있고, 꾸미고 싶은데 하지 못해서 도망치는 군인도 있고요. 저희 때에도 신병 때 벌써 못하겠다고 포기하는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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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시간 도중 동료 병사의 머리를 살펴보는 여군들(좌), 흙은 담은 주머니를 등에 지고 나르는 북한 여군들(우) / 사진 캡처 – 은하별 TV



또 5년 이상의 군 복무 기간 면회나 외출, 휴가 등을 주지 않아 고향에 가볼 수도 없고, 부모들은 자녀들이 어떻게 군 생활을 하는지 알 수도 없습니다.  군대 내에서 상급자에 의해 공공연히 이뤄지는 성범죄에도 무방비로 노출돼 있습니다.

이같은 군대 사정을 잘 알기에 젊은 여성들이나 부모들은 뇌물을 써서라도 입대를 피하려 온갖 수단을 쓰기도 합니다.

탈북민들은 북한 군인들이야말로 노동 착취의 희생자라고 입을 모읍니다. 이전에는 입당이라는 목표를 위해 자원입대했지만, 지금은 의무복무 아래 기본적인 보급품이나 임금은 물론 기본적인 복무 생활조차 보장되지 않은 환경에서 군 복무를 해야 하는 여군들의 현실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한국에 와 보니 왜 자신이 입대해 그런 생활을 했는지 후회스럽기까지 합니다.

[손나정 씨] 2019년부터 여자들도 의무제로 군 복무를 하고 있어요. 2019년부터는 여자들도 학교를 졸업하면 무조건 군대를 가야 하잖아요. 무조건 저런 생활을 해야 하는 겁니다. 체제를 너무 잘 못 만나서 한창 꽃피워야 할 때, 연애하고, 공부하면서 누려야 할 시기임에도 그것을 누리지 못하고 저런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 안쓰럽죠. 제가 군 복무 할 때는 무조건 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내가 이런 생활을 왜 했을까’, ‘정말 바보처럼 살았구나’, 그런 생각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어렵고 위험한 작업을 대부분 몸으로 해결해야 하는 북한군의 현실. 그 가운데에는 상대적으로 여린 체격의 여군들도 포함돼 있습니다.

기본적인 군 복무 환경과 인권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각종 훈련과 위험한 작업에 맨몸으로 투입되는 북한 여군들의 모습은    ‘노동 착취’, ‘인권 유린’이란 지적을 내놓게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기자 노정민, 에디터 박정우, 웹팀 최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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