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남포항 인근 해상에서 불법 환적 의심 활동 지속
2024.10.09
앵커: 최근 위성 사진에서 북한 남포항 인근 석도 주변에서 선박 간 의심스러운 환적 활동이 계속 포착됐습니다. 대북 제재 회피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데요. 이 밖에도 남포항에서 진행 중인 새로운 부두 건설 작업도 진전을 이루고 있습니다.
보도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서해 초도와 석도 인근에서 나란히 붙어 있는 선박들 식별
북한 남포항에서 남서쪽으로 약 33km 떨어진 곳에 있는 석도 인근 해상.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미국의 상업위성인 ‘플래닛 랩스’(Planet Labs)를 통해 최근까지 석도 인근에서 불법 환적 활동을 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들을 포착했습니다.
위성사진에 따르면 바다 위에서 일부 선박들이 각각 두 척씩 붙어 있는데, 지난 9월 28일에는 10여 척의 선박이 각각 나뉘어 붙어 있는 모습이 희미하게 식별됩니다.
또 지난 10월 3일에도 최소 6쌍의 선박들이 나란히 붙어 있습니다.
석도뿐 아니라 남포항에서 남서쪽으로 57km 떨어진 초도 인근에서도 불법 환적 의심 활동이 위성사진을 통해 확인됐습니다.
이 지역은 북한 선박과 중국 유조선이 만나 원유를 비밀리에 환적하는 곳으로 알려져 주목받아 온 장소이기도 합니다.
자유아시아방송이 선박의 위치 정보 등을 제공하는 ‘마린트래픽’을 통해 지난 1년간 북한 국적 선박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가장 많이 보고된 목적지 중 '남포 (NAMPHO)'가 가장 많이 등장했습니다.
특히 북한 깃발을 달고 남포항을 오가는 선박 중에는 ‘진룡’ (JIN LONG), 'PK', 'KD' 호 등이 반복적인 활동을 보였고, 이 밖에도 '금강산’(KUM GANG SAN)과 '룡연’(RYONG YON)'호도 비교적 왕성한 활동을 보였습니다.
또 남포항을 오가는 선박 중 일부가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주기적으로 껐다 켜는 행동을 보이면서 불법적인 환적 활동을 숨기려는 의도일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그동안 선박자동식별장치 신호를 기반으로 기록된 선박들은 대부분 화물선(Cargo)으로 확인됐으며 유조선(Tanker)과 어선(Fishing)도 많이 활동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와 관련해 RFA의 주간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북한 노동당 39호실 고위 관리 출신인 리정호 코리아번영개발센터 대표는 “대북 제재에도 김정은이 사용하는 메르세데스-벤츠의 '마이바흐' 고급 차량이 북한에 반입되고 있다는 보도 등을 미뤄볼 때 제재의 효과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리정호] 미사일에 사용되는 전자 설비들, 이동식 미사일 발사 차량(TEL) 의 부품들도 밀수로 북한에 들어갑니다. 이는 지금까지 중국이 대북 제재를 느슨하게 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그런 사치품들은 컨테이너 몇 개로 움직이기 때문에 해상에서 선박 대 선박으로 넘겨 실을 수도 있습니다. 이건 제가 본 적도 있고요. 그래서 중국 세관 당국이 쌍심지를 켜고 지켜보지 않으면 단속이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제재는 북한이 어려움을 겪게 만들고, 국제적으로 고립시키는 등 효과를 무시할 수 없습니다.
남포항 새 부두 콘크리트 공사 진전
이런 가운데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인 ‘38노스’가 지난 9월 25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남포항에서 대규모 건설 공사가 진행 중입니다.
보고서는 이 건설 공사가 대형 구조물의 건축을 포함하는 데 그 목적은 불분명하지만, 선박 또는 군함의 건조와 관련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새로운 유류 저장 탱크와 부두 건설 작업이 계속 진행 중인데, ‘38노스’가 공개한 지난 9월 22일 자 위성사진에는 새로 건설 중인 두 개의 부두 끝에 콘크리트 구조물이 물속에 있는 것이 확인됐습니다. 당시, 이 구조물은 부두 끝에 소형 선착장을 건설해 선박의 정박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이후 RFA가 확인한 10월 4일 자 위성사진에 따르면 유류 저장고 인근에서 부두 건설 작업이 진행 중이며, 특히 기존에 설치된 콘크리트 블록(구조물) 부분이 추가로 메워진 것이 확인됐습니다.
남포항은 북한의 최대 상업 항구로 석탄, 석유 등 주요 물자의 수출입뿐만 아니라 상업 선박과 군함의 건조 및 수리가 이루어지는 중요한 지역입니다.
또 남포항에는 석유를 반입하는 선박들의 활동이 감지된 바 있으며, 주로 중국과 러시아에서 출발한 선박들이 이러한 활동을 보였습니다.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2375호는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자금 조달을 차단하기 위해 북한이나 대리 선박이 공해상에서 환적하는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대북 제재를 비웃듯 원유와 석탄 등 금지된 물품을 밀거래하는 수단 중 하나로 해상에서 선박 간 환적을 계속 이용하고 있습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