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버는 재미와 돈맛] 북 여성이 선호하는 직업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22.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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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버는 재미와 돈맛] 북 여성이 선호하는 직업 평양 식당에서 일하는 북한 여성
/사진 제공 – Mihaela Noroc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앞세웠던 북한에서도 시장경제는 주민들의 일상생활 속에 뿌리내리기 시작한 지 오래입니다. 이제 북한에서도 ‘ 사상이나 이념을 넘어 삶의 가장 중요한 수단이자 가치가 됐는데요. 특히 돈을 버는 경제활동의 주체로 여성의 역할이 커졌습니다탈북 여성 경제인의 시각으로 북한 실물경제의 현재와 미래를 들여다보는 '돈 버는 재미와 돈맛', 북한 경공업 분야 무역일꾼 출신 탈북 김혜영 씨와 함께합니다. 진행에 노정민 기자입니다.]

 

오늘도 김혜영 씨와 함께 합니다혜영 안녕하세요최근 한국에 정착한 탈북 여성에게 ‘요즘 북한 여성들이 선호하는 직업이 뭐냐 물었더니 무역회사에서 일하는 이라고 답하더군요. 답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김혜영] 당연히 돈을 벌 수 있는 직업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무역회사에서 일해 돈을 벌면 온 가족이 잘 먹고 잘 살 수 있기 때문인데요. 북한 여성들이 직업으로서 무역일꾼을 선호하는 것은 이미 그들의 생각이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에 대해 열려 있고요, 북한에서 돈이 중요한 사회가 됐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또 무역일꾼이 아니더라도 시장에서 장사해 돈을 벌 수 있는 직업을 선호하고요. 평양에서는 외국인 노동자로 해외에 나가는 것을 가장 원하기도 합니다. 이 밖에도 북한 여성들이 대우를 받는 직업은 당 일꾼이나 교사, 봉사원, 미용사 등인데 요즘은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직업을 더 선호한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제가 아는 한 탈북민도 북한에서 무역 일을 하다 왔는데, 돈을 잘 벌어서 가족들이 자주 외식도 하고, 한 달에 한 번씩 마사지도 받으면서 풍족하게 살았다고 했거든요. 지금은 북한에서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이 최고입니다.

 

-  혜영 씨도 무역일꾼 출신이신데, 어떻게 하면 여성들이 무역회사에서 일할 있나요그리고 여성들이 무역회사에서 하는 역할은 무엇인가요?

 

[김혜영] 무역을 하자면 일단 자본금이 없으면 어렵습니다. 또 막강한 인맥도 필요하고요. 여성들이 직접 무역을 하려 해도 기본적으로 자신의 돈이 있어야 합니다. 무역회사에서 일하는 여성들은 기본적으로 출신 성분이 좋아야 하고, 외국어 대학도 나와야 하고, 기본적으로 든든한 뒷배경도 있어야 합니다. 또 인물과 체격, 경력 등을 다 봅니다. 그렇게 해서 외화상점의 봉사원이나 무역회사 경리 등에 배치되는데요. 이들의 수입은 다른 일반 노동자들보다 훨씬 많습니다. 당연히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죠.

 

-  북한에는 여성들이 다양한 직업군에서 일하는 같습니다. 밖에도 북한 여성들이 선호하는 직업하고 싶은 일은 무엇일까요?

 

[김혜영] 최근에는 주유소에서 일하는 직업이 뜨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외화로 봉사료를 받을 수 있으니까요. 또 앞서 말씀드린 대로 외화를 많이 만질 수 있는 해외 노동자, 외화상점 봉사원, 호텔이나 식당 종업원, 무역일꾼 외에는 특별히 좋아하는 직업은 없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공장이나 농장 등에 배치되는 경우도 많고, 그마저도 임금이 제대로 나오지 않기 때문이죠. 또 예전에는 여성들이 시장에서 일하는 것을 창피해했지만, 지금은 장사해서 돈을 버는 것에 대해 생각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또 실제 여성들이 사회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아무리 공부를 하고 대학을 나와도 그 전공을 살려 취직하는 여성이 매우 적고, 배운 것을 활용하는 것도 여전히 제한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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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숙 평양직물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여성 노동자들의 모습 / Reuters

 

북한에서 다양한 북한 여성을 만난 외국인 사진작가가 말이 ‘거의 모든 북한 여성이 경제 활동을 많이 하고정말 열심히 한다 느꼈답니다외국인의 눈에도 남성들보다 여성들이 일을 훨씬 많이 하는 것처럼 비친 같은데요혜영 씨도 동의하시나요?  

 

[김혜영] 맞습니다. 북한에서는 여성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됩니다. 북한 여성들이 정말 악착같이 일하는데요. 어린 10대에서부터 노인들에 이르기까지 여성들이 일하지 않는 곳은 없습니다. 공장과 농장, 시장 등에서 일하는 여성의 비율이 남성보다 훨씬 더 많고요. 여기에 각종 사회동원까지 더하면 여성의 부담이 얼마나 큰지 상상할 수조차 없습니다. 남성들이 일하는 직장이나 공장은 멈춰서도 여성들이 많이 일하는 방직공장이나  제조 공장, 식료품 공장 등은 꾸준히 돌아갑니다. 또 북한 여성들의 특징은 당의 방침을 잘 따르고, 대다수가 사치를 모른다는 겁니다. 당에서 시키는 대로 하면서 장사도 해야 하고, 각종 동원에도 나가야 하고, 가정 일까지 하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쉴 틈이 없는 겁니다. 북한에는 남녀 간 역할 분담이라는 개념이 거의 없기 때문에 북한에서 여성으로 사는 것이 정말 고달프지요. 여성으로서 기본적인 아름다움을 누릴 시간조차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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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명절 기간 단체 무도회에 참석한 북한 여성 / 사진 제공 – Mihaela Noroc

 

하지만 북한에서도 경제활동과 함께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가 많이 올라가지 않았습니까

 

[김혜영] 북한 여성이 남성들보다도 더 일을 잘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또 오래전부터 남성들이 일할 수 있는 직업이나 역할이 줄어들다 보니 상대적으로 여성들이 할 일이 더 많아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여성들이 당당히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를 차지하고, 여성들의 권한이 높아진 겁니다. 평양이나 지방 대도시에서도 호텔이나 식당마다 여성 지배인들이 많고요. 경공업 분야 등 작은 단위의 사회 조직에서도 여성의 입김이 세졌습니다. 또 북한 고위층의 김여정, 현송월, 리설주 등을 봐도 북한 사회에서 여성들의 지위와 위상은 어느 때보다 높아지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끝으로 3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입니다. 북한에서는 부녀절이라고 하는데 이날 만큼은 가정과 직장에서 대접을 받는다고 하는데요북한에서 부녀절은 어떤 의미입니까?

 

[김혜영] 북한에서는 김정은 정권 들어 단순히 여성을 존중한다는 의미에서 나아가 여성들의 사회적 역할과 전문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봅니다. 지난해 부녀절에는 여성들의 사회 진출을 적극적으로 내세우기도 했는데요. 그러면서 의사, 과학자 등 전문직 여성을 소개했거든요. 또 농업, 경공업, 보건, 체육 등 각 분야에서 국가 발전에 이바지하는 북한 여성들의 역할을 강조한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그럴 거라도 생각합니다.

 

하지만 북한이 남녀평등, 여성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함으로써 여성들의 노동력 동원을 극대화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북한에서 가장 큰 여성 문제는 직업적으로 자신의 역량과 실력을 마음껏 발휘할 기회가 균등하게 제공되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없다는 점이거든요. 지금도 탈북 여성들이 꼽는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가 북한에서는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없다는 것 아니겠어요. 말로만 사회적 진출을 강조하면서도 현실을 그렇지 않은 북한 사회의 모순을 꼬집는 건데요. 북한도 부녀절을 맞아 오늘날 현대 사회에서 여성을 존중하는 길은, 여성의 권리를 존중해주고, 젊은 여성들이 꿈과 실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선택의 자유를 보장해주는 것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은 북한 여성이 선호하는 직업에 관해 살펴봤습니다 버는 재미와 돈맛오늘 순서는 여기까지입니다지금까지 북한 무역일꾼 출신 탈북민 김혜영 씨와 함께 했습니다.

 

기자 노정민,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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