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앞둔 탈북민들 “고향 그리운 만큼 걱정도 커”

워싱턴-천소람 cheons@rfa.org
2023.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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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앞둔 탈북민들 “고향 그리운 만큼 걱정도 커” 지난해 설날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망배단에서 실향민 가족이 북녘을 향해 절하고 있다.
/연합뉴스

앵커: 한국의 최대 명절인 설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설날이 다가올 수록  탈북민들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북에 남은 가족들을 걱정하는 마음이 크다고 전합니다. 천소람 기자가 설을 앞두고 있는 탈북민들의 목소리를 들어봤습니다.

 

[유튜브 키즈퐁당]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 이래요.

 

[박지연] (까치설날 노래를 북한에서) 들어는 봤어요. TV에 노래가 가끔 나오는 시간이 있거든요. 그럴 때 가끔 나와요. 음정이 딱 들었던 노래에요. 가사는 잘 기억이 안 나요.

 

[김단금] 설날이 왔어요~ 설날이 왔어요. (설에 부르는) 다른 노래가 있어요. (까치 노래는) 들었던 거 같아요. 우리 아들은 알 수도 있어요. 설날 노래가 그 이후에도 많이 나오더라고요. 70년 넘게 분단 됐어도 이런 건 조금 남아있죠.

 

설날은 음력으로 한 해의 첫날을 기념하는 날로 한국, 북한, 중국, 대만, 베트남, 싱가포르 등 여러 아시아 국가에서 공휴일로 지정돼 있습니다.

 

총 3일이 법정 공휴일로 지정된 한국 민족 최대 명절로 꼽히는 설날. 하지만 북한은 양력설을 더 중요시합니다

 

[박지연] 북한은 1 1일을 음력 설보다 더 크게 지내거든요.

 

2019년 탈북한 박지연 씨(신변안전을 위해 가명 요청)는 북한에서 가족과 보냈던 북적북적한 설날의 모습을 기억합니다.

 

[박지연] 북한에는 새해 이틀 전부터 설날 분위기가 나요. 차례상을 준비하기 위해 장마당에서 이것저것 사곤 해요. 그래서 며칠 전부터 장마당에 사람이 너무 많아요. 그런데 보면 한국은 북한만큼 사람이 밟힐 정도로 다니지 않더라고요. 설날 전이면 또 애들도 되게 좋아해요. 설날에 세뱃돈도 받고. 가족들이랑 같이 아침에 새 옷 사 입고 그런 분위기로 부모님도 찾아 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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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월 1일 화요일, 임진각에서 설날을 기념하기 위해 북한 탈북민들과 가족들이 차례를 지내고 있다. /AP

한 해의 첫 시작인 1 1. 설날을 잘 보내야 그 한 해 일이 잘된다고 믿기에 북한에서 설날은 중요한 명절이라고 탈북민 김단금 씨는 말합니다.

 

[김단금] 아이들에게 세뱃돈을 1 1일에 줘요. 새해가 들어가는 첫날이라고 해서 김일성 (주석) 때부터 신년사를 했고, 크게 명절도 보내고 가족들끼리 모여서 맛있는 음식도 해 먹었어요. 설날 일이 잘돼야 그 한 해 일이 잘된다고 해서….

 

설날에 가족이 모이고, 음식을 하고, 세뱃돈을 받는 등 한국과 비슷한 모습도 많지만, 한국에서 쇠는 설날은 북한에서 느끼던 명절과 사뭇 다른 분위기입니다.

 

[박지연] 북한에서는 차례 지내기 위해서 전날에 음식을 다 만들어요. 전날에 엄마들이 () 12, (새벽) 1시까지 만들다 보니 그런 분위기가 더 나곤 했어요. 한국과 많이 다른 것 같아요.

 

음력설을 기념일로 지정하지 않았던 북한에서 음력설도 1989년에 민속 명절로 부활했습니다.

 

부활한 북한의 음력설 모습은 어떨까.

 

[박지연] 음력설도 사람들이 밖에 나가면 북적거리기도 하고 부모님들 집을 찾아가곤 하지만 양력설만큼 중요하게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음력설을 안 보내는 집들도 있고 조금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분들은 음력설도 가까운 지인들끼리 모여 맛있는 것도 해먹기도 하고 모여 놀기도 합니다.

 

보다 늦게 지정된 음력설은 한국 설날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고 김단금 씨는 전합니다.

 

[김단금] 음력설 같은 경우 국가에서 민족 명절이라는 의미에서 비교적 최근 기념하기 시작했어요. 음력설도 우리 민족 명절이라고 해서 이틀 쉬어요. 음력설엔 연인들끼리, 가족끼리 사진관에 혹은 다른 곳에 놀러 가거나 해요. 양력설에는 가족들이 모여서 보내고, 음력설에는 가족들이 모이지는 않는 것 같아요.

 

김 씨는 한국에 정착한 지 오래됐지만 함께 탈북한 아들과 여전히 양력설을 기념합니다.

 

[김단금] 항상 새해에 세뱃돈을 준비해놓던 버릇이 있어요. 지금 여기 와서도 아들한테 1 1일이면 항상 세뱃돈을 줘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음력설을 보내는 가정도 많아졌다고 탈북민 손명희 씨는 말합니다.

 

[손명희] 그전에는 1 1일을 중요시했는데 지금은 음력설을 많이쇠요. 2~3일 쉬어요.

 

북한에서 설날은 어떻게 보낼까.

 

민족 최대 명절로 꼽히는 설에 한국은 가족끼리 모여 음식을 먹고, 세배하며 옹기종기 모여 전통 놀이를 하곤 합니다.

 

북한에서는 가족, 친척뿐만 아니라 이웃과도 함께 보냅니다.

 

[손명희] 설날에는 친척이나 이웃들과 보내고요. 북한에는 세배 술이 있어요. 어린이들은 (어른에게) 세배 술도 올리고. 설 전에는 집마다 시장에서 장 보고 그다음 친척들 오기 전에 가족들끼리 떡도 만들고 함흥냉면 등을 만들어 놔요. 순대도 만들고. 그리고 설이 되면 아들도 오고 며느리도 오고, (사촌) 언니, 오빠들도 오죠. 다 같이 카드놀이하면서 집에서 놀아요. 술 먹는 사람 안 먹는 사람 나눠서 나이 드신 분은 윷놀이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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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FA 그래픽 /김태이

‘사사끼’ 등 북한 특유의 카드놀이도 설날에 빠질 수 없는 놀이 중 하나입니다.

 

[손명희] 화투도 하고, 일반 카드 등을 하고. 오십케이(5, 10, K) 라는 게임이 있고  사사끼(4, 4, A)라고 있어요.

 

전기 공급이 불안정한 북한에서도 설에는 특별 전기공급을 해줍니다.

 

[김단금] 그 전날부터 모여서 자정이 되면 종 친다고 해서 새해 맞으면서 TV를 봅니다. 에밀레종이라고 하는데요. TV에서 종치는 소리가 들려요. 켜놓고 기다리죠. 전기 공급이 오는 지역도 있고 안 오는 지역도 있는데, 그때는 명절 공급이라 해서 전기를 주거든요. 12 31일 형제들 가족끼리 다 모여서 음식 하면서….

 

북한은 명절에 어떤 음식을 먹을까.

 

한국의 명절 음식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떡국, , 나물 등이지만 북한에서는 조금 다릅니다. 평소에 고기 혹은 해산물을 못 먹기에 명절 때는 고기, 해산물 등의 음식이 주를 이룹니다.

 

[김단금] 제일 큰 명절을 설날로 보기 때문에 무조건 돼지갈비, 돼지고기, 해산물 등을 차립니다. 있는 거 없는 거 다 사요.

 

[박지연] 평소에 일단 좀 안 먹던 거를 주로 먹어요. 고기를 매일 먹을 수 없기 때문에 고기 혹은 해산물을 많이 먹어요.

 

명절음식을 차리기 위해 1년 동안 저장해둔 곡식을 팔아 다른 음식 재료를 사기도 합니다.

 

[손명희] 해물, 고기 등은 평상시에 잘 못 먹잖아요. 그래서 명절에 쌀 혹은 옥수수 10kg 정도 팔아서 음식을 사서 먹는 거죠. 농사한 것을 1년 동안 어느 정도 모았다가 설날에 먹는 거죠. 설날에 쌀도 없으면 쌀도 사 먹어야 하고. 농촌에서는 (축산도) 하니까 육(고기)은 안 사 먹어도 되는데, 해물을 많이 사 먹죠. 북한에서 제일 귀했던 게 명태, 임연수어, 가자미가 제일 귀했어요. 이런 걸 명절에 먹는 거죠.

 

한국에서는 떡국을 먹지만, 북한은 설날에 만둣국을 먹습니다.

 

[김단금] 만두도 직접 집에 앉아서 빚어요. 밀가루 사서 집에서 직접 다 밀어서 형제들끼리 앉아서 하고. 송편도 직접 빚어요. 방앗간에서 가루를 가져와 집에서 직접 반죽해 예쁘게 송편, 절편도 만들고 찰떡도 집에서 직접 절구질해서….

 

송편, 절편, 북한식 쌀과자 과줄도 빠질 수 없는 설음식 중 하나입니다.

 

[박지연] 일반적인 사람들이 먹는 음식은 꼭 들어가는 게 송편이에요. 절편도 있는데요. 송편은 먹으려고 하는 거고, 절편은 차례 상차림 할 때 놓죠. 일반적으로 사 먹지 않던 음식들이요. 특이한 건 떡이랑 과줄이 아닐까 싶어요. 직접 만들거든요.

 

시간이 오래 걸리고 손이 많이 가는 송편, 만두 등 설음식을 집에서 만드는 게 흔한 명절 모습이었지만 점점 그 문화도 북한에서 희미해져 가고 있다고 박 씨는 증언합니다.

 

[박지연] 손이 많이 가는데도 불구하고 제가 어릴 때는 엄마가 집에서 다 하고 그랬거든요. 그런데 최근에 와서 집에서 과줄을 직접 만들어 먹는 집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왜 굳이 힘들게 하지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명절 때도 그냥 음식 사서 먹고, ‘조금 편하게 지내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이 조금씩 유행이 되는 것 같습니다.

 

소소한 일상이 가장 그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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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12일, 파주에서 한 탈북민과 그의 자녀들이 비무장지대 근처 철조망 앞에 서 있다. /Reuters  

한없이 귀찮았던 명절 음식 준비는 이제는 추억으로만 남았습니다.

 

[박지연] 우리 엄마는 손도 커서 엄청 많이 해서 밤새 잠이 오면서도 만들었던 추억이 있어요. 크지 않고 소소한 일상이지만 그런 게 참 그립기도 합니다.

 

김 씨도 북한에서 기억에 남는 설날의 추억을 묻는 질문에 고민 없이 가족과 함께 음식을 만들던 모습을 떠올립니다.

 

[김단금] 설날 추억이라고 하면 설 전날에 명절 준비를 해요. 장마당 시장에 가서 명절 준비를 해요. 형제들이 다 모여서 같이 음식을 하는 거죠. 딸만 세 자매거든요. 우리 딸들이 모여서 음식하고. 그때는 1년 동안 서로가 자주 보기는 하지만 명절날에 모여서 음식 같이 하면서 보내는 시간이 너무 좋았고 음식 만들던 때가 제일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설날이 다가올수록, 고향을 향한 그리움은 커져만 갑니다.

 

[손명희] 우리가 여기 오면 부모 형제가 없잖아요. 제일 외로울 때는 설날 혹은 명절이에요.

 

그리운 마음이 큰 만큼 가족들에 대한 걱정도 크다고 박 씨는 전합니다.

 

[박지연] 설날에 부모님이 어떤 일을 할 것이고 이 시간에는 뭘 할 건지 상상이 되잖아요. 지금쯤 밥 먹고 할머니 집에 세배하러 가겠구나 이런 일상이 그려지기 때문에 그런 추억들이 있어서. 그때는 매일 해오던 거라 몰랐는데, 타지에 있다 보면 그리울 때가 있잖아요. 설 시기가 오면 생각이 좀 많이 나고 설날에 또 무엇을 먹고 있을까 그런 걱정도 좀 됩니다.

 

가족과 고향을 떠나 보내는 명절은 몇 해가 지나도 익숙해지지 않는다고 김 씨는 말합니다.

 

[김단금] 해마다 1 1(양력)설 때면 마음이 제일 슬프죠. 고향에 있는 형제, 아버지, 어머니는 다 돌아가셨기 때문에. 생각이 제일 나는 게 추석하고 설 명절 때가 제일 생각이 많이 나죠. 지금 북한에서 살아가기가 힘들다고 하니까 과연 명절을 어떻게 보내는지. 형제들 생각이 많이 나죠.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들은 옛 추억과 함께 북한에 남은 가족을 향한 애틋함 속에 설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손명희] 그립기도 하고. 사실 그립지 않다는 건 말이 안 되죠. 그립지만, 거기에 희망을 걸 수는 없잖아요. 이제는 있어도 볼 수 없는 상황이고. 항상 그리운 마음이 있어요.

 

RFA 자유아시아방송, 천소람입니다.

 

기자 천소람, 에디터 박정우,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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