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지방공업공장, 골조∙외관 마무리 단계
2024.09.05
앵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최근 일주일 사이 두 차례나 ‘지방 발전 20x10 정책’에 관한 현지 공장을 시찰하며 20개 시∙군에 공장뿐 아니라 병원과 양곡 시설의 건설도 지시했습니다. 공장의 경우 골조와 외관 공사는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보이는데요. 양강도 김형직군과 자강도 동신군은 진행 속도가 빠른 반면, 평안남도 숙천군과 황해남도 재령군은 상당히 더딘 속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방 발전 20x10 정책’을 시행 중인 20개 지역의 진행 상황을 계속 추적하고 있는데요. 천소람 기자가 각 지역의 진행 상황을 살펴봤습니다.
“지방공업공장 외관 공사 마무리 단계”
[한국 KBS 뉴스] 김정은 위원장이 최근 ‘지방 발전 20x10 정책’에 따라 공사 중인 지방공업공장 건설 현장 여러 곳을 현지 시찰했습니다. 건설 공정률이 80% 넘어섰다는 보고에 김 위원장은 만족을 표시했다는데요….
‘지방 발전 20x10 정책’의 건설 공정률이 80%가 넘었다고 선전한 북한 당국.
미국의 상업위성인 ‘플래닛랩스’(Planet Labs)가 촬영한 위성사진에 따르면 지방공업공장을 건설 중인 20개 지역에서 공장 건물의 외관이 어느 정도 모습을 갖춘 것으로 평가됩니다.
최대식 한국 토지주택연구원(LHRI) 북한연구센터장은 지난 2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위성사진 분석 결과 공장의 골조 공사와 건물 외관이 상당 부분 진행된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최대식] 골조 공사는 마무리된 것으로 보이고요. 외벽 공사도 상당 부분 진행된 것 같습니다. 일부 지붕이 미진한 부분들도 있는데, 명확히 지붕 공사를 판별하기는 쉽지 않고요. 어느 정도 북한 당국에서 목표로 한 공사 진척 상황은 보이는 것 같습니다. 물론 시∙군마다 진행 정도가 조금씩 차이가 나는 것 같습니다.
최 센터장은 북한 당국이 선전한 공정률보다 더 진전된 지역도 있다고 평가하면서 “공사 자재가 공급되는 속도에 따라 차이가 나는 것으로 보이지만, 평균적으로 북한 당국이 주장하는 80% 공정률에 다다른 것 같다”라고 진단했습니다.
진척도 가장 빠른 곳은 ‘동신군’과 ‘김형직군’
자유아시아방송은 위성사진 분석을 통해 ‘지방 발전 20x10정책’을 시행 중인 20개 지역 중 공사 진전 속도가 가장 빠른 지역과 느린 지역을 비교해 봤습니다.
‘플래닛랩스’가 촬영한 위성사진에 따르면 공사 진척이 가장 빠른 곳은 자강도 동신군과 양강도 김형직군입니다.
RFA는 두 지역의 공업단지로 추정되는 장소에서 공장 건설을 위해 첫 삽을 뜬 지난 2월부터 최근까지의 변화를 추적했습니다.
자강도 동신군 동영상
우선 동신군의 지방공업공장 부지에는 지난 2월부터 기존의 건물들이 철거되고 공장 건설을 위해 지반을 정리하는 모습이 식별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4월부터는 본격적으로 건물 외관이 모습을 갖춰가기 시작했고, 6월부터는 3개 동 건물의 골조 공사가 마무리된 것으로 보이며 파란색 지붕이 올라간 모습도 확인됐습니다. 또 지난 8월 29일과 9월 2일에 촬영한 위성사진에서는 주변 도로까지 정비된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이와 관련해 김혁 한국 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 선임연구원은 3일 RFA에 “동신군은 이미 공장 타설을 완료했고, 지붕도 씌운 것으로 확인됐다”라며 “과거보다 빠르게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양강도 김형직군 동영상
김형직군의 공업단지로 추정되는 부지도 비슷한 진행 속도를 보였습니다.
지난 3월부터 눈 덮인 공장 부지를 정리하는 모습이 포착된 이후 5월부터는 본격적으로 건물을 짓는 모습이 식별됐습니다. 또 6월부터는 건물들의 골조 공사가 진행됐고, 7월에는 3개 동의 골조 공사가 마무리되면서 파란색 지붕까지 올라갔습니다.
하지만 8월에는 수해 때문인지 큰 변화는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김혁] 생각보다 김형직군이 지붕을 올린 지 거의 한 달이 넘어 두 달이 되어 가는데, 도로를 만들거나 주변을 정비하는 모습이 나타나지 않고 있고, 그대로 정체돼 있는 모습이 있습니다.
이 밖에도 강원도 이천군과 자강도 우시군, 평안남도 숙천군, 평안북도 운산군과 구장군도 건물 골조 공사는 마무리된 것으로 보이지만, 지붕과 내부, 주변 도로 공사 등은 아직 시작하지 않았거나 진행 중인 모습입니다.
[최대식] 좀 더뎌 보이는 곳은 강원도 이천군, 자강도 우시군, 그리고 평안북도의 2개 군 정도는 앞서 말씀드렸던 지역보다 조금 느린 상태로 보입니다. 그런데 어느 정도 따라가고 있는 것처럼 보여요.
반면, 평안북도 구성시와 평안남도 숙천군, 그리고 황해남도 재령군은 상대적으로 건설 속도가 느린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김혁 선임연구원은 특히 숙천군과 재령군의 경우 “지난 5월 이후 변화한 모습이 크게 확인되지 않고 있다”라고 설명하면서 “건설 속도가 다른 지역들과 비교해 상당히 더딘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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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총비서는 지난달 24~25일, ‘지방 발전 20x10 정책’ 시행과 관련해 지방공업공장 건설 현장을 현지 지도하고 일주일 만에 지방발전사업협의회 소집과 함주군 공업공장 건설 현장 시찰 등 분주한 행보를 이어갔습니다.
또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총비서는 지난달 31일 지방발전사업협의회를 주재하면서 “지방 발전 정책은 경공업 공장 건설에만 국한될 것이 아니라 보건과 과학·교육을 아우르는 포괄적인 정책이 돼야 한다”라며 지방 발전 정책을 확대하고 공장 외에 병원과 양곡 시설 및 과학기술 보급 거점 시설도 지을 것을 주문했습니다.
특히 김 총비서는 시·군 병원을 세우는 것이 자신의 ‘숙원사업’이라며 현대적인 보건시설 건설을 제1의 임무로 간주하고, 연내 완공할 것을 지시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같이 갑작스럽게 확대한 지방 발전 건설 과제는 민심 동요를 의식한 것으로 분석하면서 올해 모든 건설을 완공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내다봤습니다.
[최대식] 건설 인력, 건자재, 건설을 위한 설비 등이 함께 갖춰져야 해서 쉽지는 않을 겁니다. 문제는 병원과 양곡 시설에 대한 건자재를 충분히 공급할 수 있는지가 관건일 것 같습니다. 올해 안에 다 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공장도 마찬가진데요. 병원도 다 지어만 놓고, 운영이 안 되면 안 되잖아요. 만약 보건소 정도의 진료와 간단한 치료를 하는 정도의 병원이라면 수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어느 정도 종합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병원 수준의 의료시설은 짧은 기간에 쉽지 않겠죠.
[김혁] 병원 혹은 양곡 관리소 건물을 외형적으로 만드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겠죠. 공장처럼 크게 짓는 게 아니라 굉장히 소규모 형태로 지어질 겁니다. 병원이라고 하더라도 약국과 같은 작은 규모로 맞춰서 같이 짓는 거겠죠. 규모가 작으면 건설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자재가 얼마나 잘 보장되느냐가 핵심이고요. 양곡 관리소 안에는 기본적으로 양곡을 가공하는 여러 가지 설비들이 필요하거든요. 그런 부분들이 들어가느냐, 마느냐에 따라 공장이 외형적으로 건설이 되더라도 가동될 수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안경수 한국 통일의료연구센터장도 2일 RFA에 수해 복구에 총력을 기울이는 와중에 김 총비서가 지방공업공장을 여러 번 시찰한 것은 주민들의 시선을 분산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안경수] 사실 지방공장 짓는 것보다 (수해 지역의) 강이나 인접 도시에 배수를 해결하는 게 제일 (급선무죠.)…. 시선 돌리기죠. 갑자기 추가로 만들라고 지시하고, 숙원 사업이라고 나서잖아요. 김정은 총비서가 지방을 돌아다니며 현지 지도 다니고, 그게 사실 시선 분산을 위한 것이죠.
수해와 식량난, 경제난 등으로 북한 주민 사이에 동요가 심각한 가운데 민심이 흔들리는 것을 막고, 성과를 홍보하기 위한 것이란 설명입니다.
앞으로 10년에 걸쳐 북한 내 20개 시∙군에 현대식 공장을 건설하고, 지방 주민의 생활 수준을 향상해 지역 간 불균형을 극복하겠다는 목적으로 진행 중인 북한의 ‘지방 발전 20x10 정책’.
하지만 올해가 4개월밖에 남지 않았고, 최근 심각해 수해를 입은 시점에 20개 시∙군에 지방공업공장 외에 현대적인 보건시설과 과학기술보급거점, 양곡관리 시설까지 완공하기에는 힘에 부쳐 보입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천소람입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편집 김상일